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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칼럼] 봉합으로는 넘을 수 없는 신뢰의 위기
중도·지지층 비판 목소리는 신뢰 위기의 신호탄이고 좌우 양쪽서 비판 쏟아지면 신뢰 위기 본격화된다 그 경계선에 있는 文정부, 인사 실패 담백하게 사과하고 전 정권과 다른 모습 보여야 반전의 미학 꾀할 수 있다 결국 예상대로였다.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낙마했다. 여권에서는 이 정도면 정치적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봉합은 봉합일 뿐이다. 깊은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으로는 문제가 치유되지 않는다. ‘신뢰의 위기’라는 내상은 계속 곪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의 모든 정권이 ‘신뢰의 위기’를 경험했다. 그 ...
입력:2019-04-02 04:05:01
[돋을새김-한승주]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폭풍처럼 여러 사건이 몰아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버닝썬 게이트,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장자연 리스트 사건. 사회 특권층의 성폭행·몰래카메라·마약·고위층의 비호·고의적인 부실수사 등 여러 가지가 얽히고설킨 사건들인데 여기에는 간과되기 쉬운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여성을 남성과 똑같은 사람이자 존귀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누군가에게 접대할 수 있는 상품이자 수단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몸을 고작 성적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의 취약한 인권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
입력:2019-04-02 04:05:01
[한반도포커스-진창수] ‘포스트 아베’만 기다릴 건가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맞게 국제관계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고들 말한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면서 현존 국제질서를 유지해오던 미국의 이미지가 정반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유경제보다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그의 정책은 기존 질서의 파괴에 가까워 동맹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한·일 관계 또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 우선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양국은 전통적인 쟁점(독도, 야스쿠니, 역사교과서 등)보다는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현실로 다가오면...
입력:2019-04-01 04:10:01
[뉴스룸에서-김남중] 애 낳고 싶다는 사람들
“여기 39살의 결혼 9년차 난임부부가 있습니다. 결혼 후 임신을 잠깐 뒤로 미루고 2~3년간 열심히 맞벌이로 작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룹니다. 이제 아기만 생기면 행복할 것 같았던 이 부부에게 난임 진단이 내려지고 2년간 쉬지 않고 시술을 이어갑니다. 어느새 정부 지원은 다 소진되고 이제부터는 100% 자비로 시술을 이어가야 합니다. 시술을 받는 동안 혹시 임신이 안 되는 것이 직장스트레스 때문인가 싶어 잠깐 휴직을 했지만 휴직 1년 안에 임신에 성공을 못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갑니다. 국가 지원 없이 시술을 받을 경우 한 번 시술에 ...
입력:2019-04-01 04:10:01
[가리사니-지호일] 정치권력은 공수처에 자유를 허할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악의 축’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비대한 검찰 권력을 제어하기 위해 중수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 중수부 폐지였고, 그렇게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4월 중수부 간판은 내려졌다. 그 이듬해 권력형 비리 근절과 수사 공정성 확보의 기치 아래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가 동시에 도입됐다. 그러나 상설특검은 법으로는 있으되 현실에서는 출현하지 않은 애초부터 유령 같은 존재였고, 특별감찰관제는 초대 이석수 감찰관이 청와대를 겨눴다가 되치기를 당해 속수무책으로 ...
입력:2019-04-01 04:05:01
[샛강에서-김의구]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민 앞에 다시 등장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기총소사를 목격했다는 조비오 신부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회고록에 썼다가 피소돼 법정에 출두하는 날이었다. 1995년 12월 내란 혐의를 조사하던 검찰의 소환 예정일에 집을 나서면서 ‘골목 성명’을 발표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데자뷔를 느꼈을 것이다. 이번엔 성명 발표 없이 승용차에 올랐지만 법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버럭 화를 냈다. 24년 전 재판 과정에서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항변하던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6일에는 17대 대...
입력:2019-03-28 04:05:02
[청사초롱-최연하] 혜자와 패터슨의 눈부신 오늘
최근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내게 영화 ‘패터슨’을 떠올리게 했다. ‘눈이 부시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해, 그리고 ‘패터슨’은 지금, 여기의 순간이 바로 예술이고 우리의 일상이 곧 예술작품임을 알게 한다. 둘 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임을 깨닫게 하는데 ‘눈이 부시게’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김혜자는 기억의 한 순간 속에서, ‘패터슨’의 주인공 패터슨은 현재의 생생한 상상력 속에서 어떤 ‘눈부심’을 경험한다. 영화 ‘패터슨&rs...
입력:2019-03-27 04:05:01
[너섬情談-이승우] 꿈꾸기의 안쓰러움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참 안쓰러운 것 같아.” 이 말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 오랫동안 습작을 하고 있는 30대의 습작생에게 동생이 했다는 말이다. 이 습작생은 소설을 쓰고 싶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문예창작 대학원에 들어갔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습작을 하고 있다. 자기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지만 전공을 살려 고만고만한 회사에 취직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가고 싶은 데 가면서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며 사는 동생 눈에는 자기보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했던 언니가 그 꿈에 사로잡혀 많은 것을 유보한 채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
입력:2019-03-27 04:05:01
[길 위에서] 신석구와 본회퍼
“혹시 신석구 목사라고 아세요? 그분의 삶을 다룬 칸타타가 있는데 ‘주를 위해’라고 들어보셨어요?” 올초 서울 수표교교회 한상욱 지휘자가 전화로 물었다. 신 목사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마지막으로 서명한 건 알았지만, 칸타타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 작품을 서울에서, 그리고 이탈리아 로마와 독일의 베를린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했다. 작곡가 김성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바리톤 솔로와 사가(내레이션), 합창과 체임버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만든 작품을 새롭게 편곡해 다...
입력:2019-03-27 00:05:01
[테크놀로지와 휴매너티] 가상현실로의 여행
가상공간의 확장과 현실공간과의 연결이 미래 추세 무엇을 확장하고 연결할지가 중요한데 여기에 크리에이터들의 창조성 요구돼 누구나 현실은 고달프다. 그런 현실을 잠시나마 탈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내게 왔다. 프랑스 라발(Laval)에서 열리는 가상현실 전람회에 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 27개국에서 온 전문가 그룹에 속하게 돼 가상현실(VR)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각 나라 대표로 온 그들에 비하면 가상현실에 관한 전문성도, 선호도 떨어지는 필자이지만 프랑스 정부의 호의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문화 대국의 자부심에 비해...
입력:2019-03-26 04:10:01
[돋을새김-고세욱] 이용규와 베테랑의 품격
독일 출신의 덕 노비츠키(41·댈러스 매버릭스)는 미국프로농구(NBA)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통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그는 최근 NBA 선수 중 6번째로 3만 득점을 돌파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슈퍼스타의 경우 겉멋과 고집에 사로잡힐 법하지만 그는 달랐다. 1998년 NBA 데뷔 후 지금까지 21년간 몸담아 온 팀을 최우선시했다. 수년간 자신의 연봉을 줄이면서 팀이 재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 시즌 팀과 후배들을 위해 벤치행을 자처하기도 했다. ‘어떤 스타도 팀보다 위일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
입력:2019-03-26 04:05:01
[뉴스룸에서-김준엽] 디지털 편식의 민낯
유튜브 사용법을 알려달라던 친척 어르신은 이런 말을 했다. “유튜브에 정부 비판하는 영상만 있는 걸 보니 정부가 잘못하는 게 많은가 봐.” 사용자가 선호하는 영상을 파악해 유사한 걸 타임라인에 올려주는 유튜브의 콘텐츠 노출 방식을 몰라서 한 얘기다. TV 방송국이 방송을 내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계속 유튜브를 보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면서 내가 믿고 싶은 걸 뒷받침해주는 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내용일...
입력:2019-03-25 04:05:02
[가리사니-정현수] 경사노위 파행 복기해보면…
근래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만큼 괴롭고 고민 많은 이도 없을 것이다. 과장을 좀 섞자면 그는 최근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오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누구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이 극적으로 도출됐다. 하지만 형식적 절차쯤으로 여겨졌던 본위원회 의결이 비정규직·청년·여성 노동계 3인 대표의 불참으로 실패했다. 힘들게 만든 합의안은 별 힘을 받지 못했다. 문 위원장은 “감당하지 못할 충격”이라고 했고, 야당 의원들은 간판을 바꿔 달고 출범한 지 4개월 된 경사노위를 향해 ‘무용론·해체...
입력:2019-03-25 04:05:02
[김명호 칼럼] 김학의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공수처 있었으면 김학의 사건덮였을까, 검찰은 김은경 윗선 밝힐 수 있을까 두 사건은 검찰과 권력을 견제할 공수처 필요성 절감케 해… 212년 전 영국의 법안 통과가 결국 노예제 폐지 이끌었던 것처럼 제도화는 필수 꼭 212년 전 오늘(1807년 3월 25일), 영국 의회는 노예무역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이는 프랑스 미국 등에도 영향을 줘 수십년 뒤 인류 역사상 가장 사악한 제도 중 하나인 노예제 폐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서구의 노예해방사를 좇다보면 영국의 정치가이자 신앙운동가인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를 만난다. 보수 하원의원이었지...
입력:2019-03-25 04:05:02
[태원준 칼럼] GM의 도시, 볼보의 도시
GM 도시 제인스빌이 겪은 제조업 붕괴의 고통은 7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았고 볼보 도시 고텐버그는 미래 일자리를 고민하며 일의 정의를 바꿔보려 한다 일자리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대한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나 지난주 각 신문 출판면에 ‘제인스빌 이야기’란 책의 리뷰가 실렸다. 어떤 신문은 눈물겹다 했고 다른 신문은 두렵다고 했는데 두 신문 모두 남 일 같지 않다고 썼다. 책은 공장이 떠난 도시의 문제를 다뤘다.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은 GM의 도시였다. 첫 쉐보레가 출고된 1923년부터 마지막 타호(SUV)가 생산라인을 빠져나간 2008년...
입력:2019-03-22 04:05:01
[세상만사-조민영] 긍정적 나비효과
지난해 4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2013년)을 진상규명을 위한 본조사가 필요한 사건으로 선정했다. 당시 조사 대상이 된 사건 중 김 전 차관 사건이 가장 최근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 수사와 두 번의 검찰 수사를 거치고 무혐의가 된 사건이 5년 만에 다시 검찰의 과오를 바로잡는 과거사 조사 사건이 된 것을 바라보는 법조계 시각은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당시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 여파로 높아진 성범죄 은폐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비꼬는 이들도 있었다. 애초 조사 대...
입력:2019-03-22 04:10:01
[혜윰노트-마강래] 지방 살리는 베이비부머들의 귀향
“불운과 행운을 함께 가졌던 세대, 쓸쓸하고 찬란하다.” 장석주 시인은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란 산문집에서 올해 나이 56∼64세인 베이비부머들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5%(약 700만명)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는 군사독재와 민주화, 그리고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경험한 세대다. 혹자는 소비력이 높은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가 침체된 경제를 살릴 것이란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기도 한다. 이들의 자산이 다른 어느 세대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지나친 낙관이다. 베이...
입력:2019-03-22 04:05:01
[너섬情談-이경훈] 아! 서울역
북한의 열차가 60여시간을 달려 베트남에 도착했다. 이 땅이 섬이 아니며 대륙과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한다. 시베리아를 건너서 유럽과 만나고 중국을 거치면 베트남과 인도에 기차로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 지 오래다. 며칠을 달려 유럽에 도착하는 열차를 상상하다 보니 다시 옛 서울역이 눈에 밟힌다. 지금은 뒷방으로 밀려난 노인처럼 초라하지만 한때는 최신의 새마을 열차가 출발하던 속도의 공간이며 여행을 떠올릴 때마다 부록처럼 따라오는 기억의 공간이었다. 이국적인 자태는 어떤 목적지도 흥분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지만 새로 지은 고속철도역은 입구...
입력:2019-03-20 04:10:02
[청사초롱-원재훈] 니체의 눈물
무거운 짐을 견디지 못한 노새 한 마리가 시장통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부가 채찍질하자, 그 모습을 본 니체가 달려가 노새의 목을 껴안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무엇인가 중얼거렸다고 한다. 마치 방언과 같아서 그 말의 뜻을 잘 알 수 없다는 것. 이 일화를 읽고 니체의 눈물을 영원회귀로 돌아가는 힘겨운 인생에 대한 눈물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러한 해석은 무식한 자의 꽤 감상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이 일화를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는 이렇게 해석한다. ‘니체는 말에게 다가가 데카르트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던 것이다. 그의 광기(즉 인류와의 결...
입력:2019-03-20 04:10:02
[돋을새김-고승욱] 지역감정의 2019 버전
며칠 전 카카오톡 친구에게 메시지 숨기기 기능을 설정했다. 뜬금없는 동영상을 수시로 보냈지만 그러려니 했던 선배였다. 페이스북에서도 몇 명의 게시물을 차단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 모두 친절하고 상냥한 친구여서 차단한 사실을 알면 서운해 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공유하자는 동영상에 일베가 만든 터무니없는 내용이 점점 늘어나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국가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까지만 해도 불쾌한 기분을 혼자 달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광주를 놓고 극우주의자들이 쏟아낸 거친 말을 억지로 옹호하는 게시물에 인내...
입력:2019-03-19 04:10:01
[박형준 칼럼] 당신은 행복해지셨습니까?
국민소득 3만 달러 대한민국 행복 지수는 OECD 하위권 삶의 질 개선 앞세운 文정부 정책·정치의 방향 잘못 택했다 돈을 풀어 지원하면 행복이 따라올 것이란 순진한 정책과 협치·통합 대신 정쟁·분열을 부르는 정치가 행복을 막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정치의 존재이유로 선언했다. 그에게 행복은 의문의 여지없는 최고선이었다. “행복은 삶의 의미이며 목적일 뿐 아니라 인간 존재의 총체적 목표이자 종착지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치란 행복 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의 2018년 1인당 GDP는 약 3만2000달러다. ...
입력:2019-03-19 04:05:01
[가리사니-이경원] 동자동의 봄
0.5~1평 쪽방에 사는 서울 동자동 주민 415명의 공동체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가 16일 용산구 성민교회에서 제9차 정기총회를 열고 유영기(64) 이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주민들 앞에 모자를 벗고 선 유 이사장은 자꾸 마이크 쥔 손을 떨궜다. “하여튼 주민 여러분의 심부름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청소부터 잘하겠습니다.” 봄기운 찾아온 교회당에 박수 소리가 울렸다. 유 이사장은 의장석에서 출자금 총액부터 회계 보고했다. 기초생활수급비, 폐지 주운 돈, 일용직 일당…. 각자가 조금씩 모은 돈이 8년간 쌓이니 2억7000만원이었다. &ldq...
입력:2019-03-18 04:05:01
[뉴스룸에서-장지영] 남성들의 연대와 강간 문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1989년 영화 ‘전쟁의 사상자들’은 베트남전에서 일어난 실화를 소재로 만들었다. 1969년 잡지 ‘뉴요커’의 기자 다니엘 랑이 쓴 미군들의 베트남 여성 윤간 사건 기사가 그 출발점이다. 1966년 11월 베트남 중부 산악지대에서 미군 5인 분대가 수색정찰에 나섰다. 해당 지역에서 베트콩을 찾는 게 임무였다. 이들은 첫날 작은 마을에서 20대의 젊은 여성을 골라낸 뒤 5일간 끌고 다니며 집단 강간한 뒤 살해했다. 정찰이 끝나면 이 여성을 죽이고 시체를 유기할 것이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 부대에는 베트콩을 사살...
입력:2019-03-18 04:10:01
[혜윰노트-강민정] 홍달이를 아시나요
홍천사과가 맛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은 작년 11월 사과 출하기에 열린 홍천사과축제를 기획하고 직접 참가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홍달이’는 홍천의 달달한 사과 이미지를 연상하여 학생들이 스케치부터 여러 번의 디자인 과정을 거쳐 만든 캐릭터로 축제 홍보와 온갖 상품 포장 등에 쓰였고 상표출원도 마쳤다. 축제에 가보니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즐길거리, 볼거리, 놀거리들이 가득했다. 학생들이 함께하니 축제가 젊어졌다. 홍달이 스티커를 얼굴에 붙인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으...
입력:2019-03-15 04:05:01
[세상만사-강준구] 문재인정부 3년차에 대한 우려
이제 조금 숨을 돌릴 시점이다. 북핵 문제가 변곡점을 맞은 지금이 청와대가 속도를 누그러뜨리고 전체 국정운영 방향을 재검토할 적기라고 생각된다. 2기 청와대는 오는 5월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몇 가지 과제를 갖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북핵 문제는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아주 희박하고, 놓치면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경제 상황은 청와대가 심각하게 메시지와 정책 방향성을 검토해야 하는 순간이다. 적폐청산 같은, 청와대가 중요시하는 시대적 소명은 이제 손에 잡힐 듯 다가왔지만 막상 잡아채면 손가락 틈으로 새어나갈 ...
입력:2019-03-15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