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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노트-강민정] 홍달이를 아시나요



홍천사과가 맛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은 작년 11월 사과 출하기에 열린 홍천사과축제를 기획하고 직접 참가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홍달이’는 홍천의 달달한 사과 이미지를 연상하여 학생들이 스케치부터 여러 번의 디자인 과정을 거쳐 만든 캐릭터로 축제 홍보와 온갖 상품 포장 등에 쓰였고 상표출원도 마쳤다. 축제에 가보니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즐길거리, 볼거리, 놀거리들이 가득했다. 학생들이 함께하니 축제가 젊어졌다. 홍달이 스티커를 얼굴에 붙인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했다. 사과축제에 왔으니 사과도 좀 사서 친구들에게 보냈는데, 한결같이 홍천에서 사과가 나는지 몰랐고 이렇게 맛있는지는 더 몰랐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최적 재배지가 강원도로 북상한 지 시간이 꽤 흘렀어도 사람들은 강원도에 사과가 나는지 잘 모른다.

강원도 사과가 맛있다는 걸 알려야 사과농가가 살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그밖에 홍천사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바로 우리 학생들이 해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지역혁신 비즈니스를 경험했다. 지역이 가진 문제는 다양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농업의 6차산업화는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망 있는 창업과 창직의 분야로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6차산업은 1차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산업인 서비스업을 결합하여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뜻한다. 작년에 구글은 농업 스타트업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농식품 시장 규모는 6조3000억 달러다. IT나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다. 지금까지 농촌은 도시의 삶을 받쳐주는 곳으로만 인식돼 왔지만 이제 농업이 기술·자본과 결합하면서 스마트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강원도 같은 경우 삼림을 품고 있어 임업 분야에서 힐링 리조트나 관광 체험 사업들이 결합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농촌은 도시가 갖지 못한 생명력과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는 공간이기에 도시의 소비와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공동체를 지향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가치를 발견해나가는 곳이 돼가고 있다.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농사를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역량으로 6차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일과 직업들을 다양하게 창출해갈 수 있다. 6차산업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미래 산업이다. 청년들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이고, 무엇보다 청년을 필요로 하는 농촌을 기반으로 한다.

소셜 벤처 중에도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한 곳들이 있다. 농사펀드, 파머스 페이스, 소녀방앗간, 꼬마농부 등이 그들이다. 농사펀드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투자자들이 농부들의 양심적인 농사에 투자하고, 투자금을 출하된 농산품으로 돌려받도록 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농부에게 보낸 응원이 건강한 먹거리로 돌아오는 구조다. 일본의 다베루 통신은 농·어부들의 철학과 삶의 이야기를 취재해 보도하고 기사에 난 생산물의 주문을 받아 판매로 연결시킨다. 산지 방문 등 농·어부들과 도시민들의 교류를 주선하기도 하는데 이는 꾸준한 방문으로 이어져 농가가 태풍, 지진 피해를 입으면 복구하러 달려와 도와주는 공동체로 발전하기도 했다. 농사펀드도, 다베루 통신도 생산자의 양심과 철학을 지켜주면서 판로를 열어주고 있는 한편, 도시민의 삶에 관계와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농어촌과 도시를 가깝게 이어주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관심과 활동을 더 넓혀 파밍크루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더니 최근에는 협동조합을 창업해 이러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축제를 준비하며 축제 기획과 운영에 대해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6차산업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련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 중에는 앞으로 6차산업에서 브랜드 전략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 바탕 위에 미래를 설계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하게 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게 할 수 있을까. 대학과 지역사회가 더 많이 기회를 열어주고 격려를 보내줄 때다.

강민정 사회혁신경영 융합전공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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