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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노트-홍인혜] 물의 품에서
운동을 싫어한다. 육체는 고즈넉이 두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한다. 수평적 삶을 추구해서 주로 누워 있곤 한다. 그 탓인지 차곡차곡 나이를 먹으며 건강검진 결과지가 날로 빼곡해지고, 탐정도 아닌데 추적해야 할 이상 징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가 깨닫고 말았다. 더 이상 운동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무치는 위기감에 여름이 시작될 무렵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날씨에도 어울리고 물놀이라면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나의 수영 실력은 20여 년 전에 배운 자유영에 멈춰 있었다. 물에 빠져 죽을 정도는 아니...
입력:2019-08-23 04:05:01
[신종수 칼럼] 문 대통령, 지지율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지지율 유지 자체가 목적 아니라면 써 먹어야… 지금이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기회 국익 위해 지지층 좋아하는 정책만 시행말고 반대하는 정책도 펴 중도 지지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뭔지 모르지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지율을 조작했다거나 특수한 기법을 동원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야당이 조사하는 대통령 지지율도 비슷한 추세로 나온다. 다만 정권 차원에서 지지율에 노심초사하면서 국정 운영의 초점을 지지율에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지율은 중요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정 동력도 떨어진다. 야당...
입력:2019-08-21 04:05:02
[돋을새김-고세욱] 90대 동호인보다 못한 체육계
18일 폐막한 2019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수영동호인 6000여명이 참여해 기량을 뽐냈다. 지난달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2부 격인데 전문 선수들이 아님에도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인상적인 것은 출전 선수들의 연령이다. 동호인이라 해도 경기에 뛰어야 하는 만큼 나이대가 많아야 중년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60대가 564명, 70대가 297명이나 됐다. 90대도 4명이 참가했다. 지난 13일 여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일본의 아마노 도시코씨는 93세로 대회 최고령 선수다. 휠체어를 타고 입장해 자원봉사자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4분28초06의 ...
입력:2019-08-20 04:05:01
[뉴스룸에서-권기석] 강제동원 해법, 피해자부터 만나야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으로 ‘1+1’이니 ‘2+1’이니 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1+1은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이 돈을 내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자는 것이고, 2+1은 여기에 한국 정부를 포함하자는 구상이다. 어떤 구상이 됐든 지금 단계에서는 성급하고 적절하지 않다. 먼저 이 구상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피해자들과 발표해도 될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뒤 강제동원 피해 소송을 대리해...
입력:2019-08-19 04:10:02
[한반도포커스-진창수] 붕괴하는 동북아 질서
도널드 트럼프 현상은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내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각국 정상들은 독자적인 정치적 계산에서 트럼프와의 친밀한 우호 관계를 강조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베 총리이고, 시진핑 주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럼프와의 개인적 관계야말로 곧 국익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로 시련을 맞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트럼프가 만든 국제환경을 핑계 삼아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을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졌다....
입력:2019-08-19 04:05:01
[가리사니-이경원] 어떤 마이너의 공직생활
2000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35세에 검사로 임관할 때, 박광배 검사는 “5년 버티면 잘한 거겠구나” 생각했다 한다. “나이도 많고, ‘스카이’ 출신도 아니고, 누가 봐도 ‘마이너’였죠.” 그는 20년 가까이 버틴 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을 끝으로 최근 사직했다. 마이너를 이만큼 데려와 줬다며 그는 국가에 고마워했다. 이젠 가장 노릇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매일같이 혼나는 검사였다. 초임으로 인천지검 형사부에 갔더니 수석·차석검사만 빼고 모두 동료·선배 넷이 동갑이거나 어...
입력:2019-08-18 21:05:03
[세상만사-김경택] 해녀의 노래
“우리 어멍(어머니) 나를 낳은 날은, 해도 달도 없는 날에 나를 낳았나.” 얼마 전 제주도 해녀박물관에서 해녀들의 이 노래 구절을 듣고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노래가 바로 해녀의 딸이자, 다른 해녀들의 어머니가 불렀을 노래였기 때문인 듯했다. 먼 옛날 이 노래를 처음 읊조렸을 해녀는 바다 깊은 곳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다. 과거에 해녀들은 출산 후 사흘 만에 물질을 나갔다고 한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차가운 바다에서 마치 밤낮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매일 똑같은 고된 일에 몸을 던졌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
입력:2019-08-16 04:05:01
[혜윰노트-김윤관] 사라진 물건들의 세상
물건이 넘쳐난다. 이미 과잉의 증거는 충분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상투적일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도로의 택배차량은 반비례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 무소유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읽는 동안 두세 번의 택배를 받는다. 다음 날 그는 전날 택배로 받은 옷과 신발을 신고 단순한 삶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간다. 귀가하는 길, 그는 편의점에 들른다. 모순, 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인류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도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며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왜 사람들은 맹목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모으며, 그것을 ...
입력:2019-08-16 04:05:01
[샛강에서-전석운] 검찰개혁 실패 예감
문재인정부도 어쩌면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해맹산’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까지 검찰개혁을 강조했지만 그만큼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는 걸 고백하는 역설로 들렸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첫째, 타이밍을 놓쳤다. 검찰개혁은 집권 초기에 밀어붙였어야...
입력:2019-08-15 04:05:01
[길 위에서] 광복절을 잊은 교회
새하얀 태극기가 단상 위 십자가 아래 세워져 있었다. 원로목사님이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설교를 했다.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학교에서 쫓겨나자 이제는 징병이 시작됐습니다. 일제의 총알받이가 될 순 없어서 산속에 굴을 파고 숨었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굴속에서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찾아와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일본이 항복했다. 우리가 해방됐다.’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온 벼락같은 축복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도 이처럼 도둑같이 이뤄질 줄 믿습니다.” ...
입력:2019-08-14 00:10:01
[돋을새김-고승욱] 최악은 어설픈 봉합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다. 일본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학용품을 한 아름 사 왔다. 왕자 크레파스가 전부였던 어린이에게 모양이 날렵하고 색이 선명한 24색 색연필과 36색 사인펜은 신세계였다. 잠자리 모양 상표가 있었으니 톰보 제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가져가 자랑한 기억은 없다. 아침저녁으로 국산품 애용을 외쳤던 우리 세대에게 일제·미제는 아무리 좋아도 써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가 국산이라는 말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된 건 길어야 15년쯤 전이다. 1980년대에는 코끼리표 전기밥통 여파가 워낙 컸다. 21세기가 오기 전까지 젊은...
입력:2019-08-13 04:05:01
[가리사니-이도경] 남의 자녀 앞길 좌우하는 분들의 자식농사
몇 년 전 영국에서 영국 명문대를 준비하던 한국 십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 실태를 조명하는 시리즈물을 위해 대안학교 시스템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 유복한 십대들과 하루 반나절을 지낼 수 있었다. 취재 목적과 거리가 있어 기사로 소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을 잔뜩 인터뷰하고 출장길에 오른 터라 깊이 각인된 기억이다. 은행 중역의 아들, 병원장 손녀, 유명 사립대 교수 자녀 네 명이 살던 숙소였다. 런던 중심부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중산층 거주 지역의 아늑한 이층집이었다. 학생들은 짙은 ...
입력:2019-08-12 04:10:02
[한반도포커스-신범철] 가치 외교가 중요해졌다
국가 이기주의의 시대다. 전통적으로 자국 중심의 공세적 외교를 추구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부르짖던 미국조차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국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미국에 편승하고 있고, 북한은 이참에 핵 보유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오직 한 나라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이다. 문재인정부 외교는 언뜻 보면 ‘평화’라는 가치 지향적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매개로 한반도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m...
입력:2019-08-12 04:05:01
[김명호 칼럼] 미·중 환율전쟁은 미래전쟁의 서막
환율전쟁은 안보 문제까지도 포함된 중층적 성격… 미·중이 서로 앞날을 때리는 미래전쟁 일본이 우리의 약점 노린 경제전쟁도 동아시아 미래전쟁 국내용 정치와 선거에만 능한 여야 정치인들이 국가생존 전략 세우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결국 환율전쟁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방아쇠를 당겼다. 3일 뒤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른바 포치(破七·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현상)를 용인한 것이다. 중국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 ...
입력:2019-08-12 04:05:01
[편의점 풍경화]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그 손님은 시시때때 자랑을 많이 한다. 주로 부모님 자랑을 많이 하고, 자신의 알록달록한 소장품을 자랑하기도 하며, 묻지도 않았는데 주말에 어디 갔는지 불쑥 자랑하는가 하면, 한번은 여자친구 자랑을 참기름 볶듯 고소하게 하기에 샘나 어쩔 줄 몰랐다. 순 ‘자랑쟁이’ 총각이다. 올봄 그 손님이 우리 편의점에 찾아와 “아저씨, 저 이제 초등학교 가요!” 하면서 한껏 우렁찬 목소리로 자랑했다. 이거 원, 초등학교 안 나온 사람 서러워 살겠나 싶을 정도로 야무진 자랑이었다. (그래, 나는 ‘국민학교’ 나왔다!) 기억한다. 그 손님이 우...
입력:2019-08-10 04:05:01
[혜윰노트-마강래] 대한민국 미래가 궁금한가
우리나라 총인구의 30% 넘게 차지하는 거대인구(1, 2차 베이비부머)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고령자에 편입된다. 신생아가 줄어 온 나라가 큰 시름에 빠졌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고령자까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걸 보며 도대체 이 나라에 미래라는 게 있는 건지 푸념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궁금하거든 고개를 들어 ‘우리의 중소도시’를 보라고. 지방의 현실을 본 사람들은 다시금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만큼 지방의 어려움은 우리나라를 집어삼킬 만큼 위중하고 심각하다. ...
입력:2019-08-09 04:05:02
[샛강에서-정진영] 여름 휴가 단상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는 상큼했다. 바다 위 구름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지난 주말 남쪽 끝 섬 진도와의 대면으로 ‘7말8초’의 가족 여름휴가는 절정을 맞았다. 서울 집에서 진도의 목적지까지는 418㎞, 서울~부산과 거의 맞먹는 먼 길이었으나 마음은 가벼웠다. 신축된 지 보름 정도밖에 안 된 숙소는 수백 개의 객실 모두 바다 풍광을 안고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베란다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장년인 내게 휴가는 ‘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재충전과 힐링을 생각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뒹굴다 어슬렁거리면 그만이다. 오후 늦게 입실...
입력:2019-08-08 04:15:01
[돋을새김-남도영] 다시 읽는 해방의 역사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38선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 결정됐다. 충칭의 독립운동가들도, 하와이의 독립운동가들도, 식민지하 지식인들도 38선이 어떻게 그어졌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38선을 그은 미국 군인들도 자신들이 그은 38선이 어떤 비극을 가져올지 몰랐을 것이다. 1945년 8월 10일 일본은 항복을 요구하는 미국 영국 중국의 포츠담 선언을 수용하겠다고 미국에 알렸고, 미국은 곧바로 일본의 항복 조건을 담은 ‘일반명령 제1호’를 작성했다. 미국 전쟁성 작전국 전략정책단 정책과장인 찰스 본스틸 대령과 딘 러스크 대령은 지도를 보며 한반도에 38선...
입력:2019-08-06 04:05:02
[가리사니-지호일]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조국
‘논쟁적 비서’ 조국 전 민정수석이 웃으며 청와대를 나왔다. 나와서는 더욱 대중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이미 예약해 둔 법무부 장관 자리로 가기 전 임시 민간인 신분일 때 할 말은 다해야겠다는 듯, 더욱 거리낌 없이 글을 쏟아내는 중이다. 역사상 조 전 수석만큼 정치적 이슈에 목청을 돋우며,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기꺼이 뛰어든 대통령 참모는 없었다. “저를 향해 격렬한 비난과 신랄한 야유를 보내온 일부 야당과 언론에 존중의 의사를 표한다”며 가시 넣은 퇴임사를 남길 정도니, 자기 정당화 능력이랄까, ‘미움받을 용기’만은 ...
입력:2019-08-05 04:05:02
[한반도포커스-박원곤] GSOMIA 파기 신중해야
황당하다. 국제 여론이 부정적이고 미국의 개입이 회자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전후 자유무역질서에 적극 편입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던 일본이 정치적 이유로 우방국을 향해 비관세 장벽을 세웠다. 일본의 조치가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 징용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보복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각의 결정을 “한국의 수출 관리제도에 불충분한 점이 있기 때문이며, 대항 조치가 아니다”고 강변했으나 논리가 빈약하다. 한국은 전략물자 및 무기 수출을 통제...
입력:2019-08-05 04:05:02
[혜윰노트-전석순] 별거 아닌 질문
K는 잠이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매번 눕는 순간 후다닥 달아나곤 했다. 어느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닿았다. 전문기관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걸음을 떼지 못했다. 어디를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진료기록이 남는 것이나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곤란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도 뚜렷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K의 망설임은 며칠 후 나에게도 이어졌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보건소 담당자가 불러 세웠다. “시간 괜찮으면 마음건강상담실 이용해 보시겠어요?” 담당자가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틀...
입력:2019-08-02 04:05:01
[샛강에서-김준동] 청량리의 추억
“오징어, 땅콩 있어요.” “삶은 계란, 김밥 있어요.” 철로의 이음매를 지날 때마다 ‘털커덩 털커덩’ 굉음이 객실 안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레일 바퀴가 빨라지는 만큼 기차는 속력을 더한다. 플랫폼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지 한참, 제복을 입은 홍익회 소속 남성의 거친 외침이 들려온다. 손안에 각종 주전부리를 그리 잔뜩 품을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망에 넣어 팔았던 삶은 계란의 맛은 잊히지 않는다. 사연을 담은 얘기들이 넘쳐날 즈음 열차는 터널로 기어들어 간다. 차창에 비친 자화상을 바라보며 저마다 회상에 잠긴다. 그것...
입력:2019-08-01 04:05:01
[길 위에서] 이스라엘보다 예수 더 말하기를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공식 방한했다. 2010년 시몬 페레스 대통령 방한 이후 9년 만이다. 리블린 대통령은 80세의 고령에도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그의 방한 일정 중 백미는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방문이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여러분에게 형제애와 사랑의 축복을 전하기 위해 거룩한 땅 예루살렘에서 왔습니다. 성경의 땅이자 유대인의 고향인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서 가족이 예루살렘에 7세대에 걸쳐 살아온 것을 ...
입력:2019-07-31 00:05:01
[돋을새김-한승주] 김복동은 외롭지 않다
지난 2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굵어지는 빗줄기도 ‘수요집회’를 막을 수 없었다. ‘평화로’라 이름 붙여진 길 위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이 차곡차곡 앉았다. 방학을 맞아 단체로 온 청소년들도 꽤 많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집회가 벌써 27년이 됐다. 일본 아베 정부의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군국주의 부활이 우려되는 요즘, 이날 1397회 수요집회에는 올해 최대 인파가 몰렸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27년간 이 자리에서 투쟁을 이어가면서 할머니들의 빈자리...
입력:2019-07-30 04:05:01
[가리사니-전슬기] 노인의 유모차와 ‘먹고살 길’
지난해 여름휴가를 부모님과 보냈다. 특별한 일정 없이 부모님을 모시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짧은 며칠 동안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는 새로운 커피숍을 갈 때마다 주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온갖 영어로 뒤덮인 메뉴를 보면서 엄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했지만 이번에는 각종 포인트 적립, 할인 행사 등을 빠르게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 뒤에 주문을 기다리는 인파의 ‘눈치’에 결국 최종 주문은 내 몫이 됐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기차를 타고 싶고, 홈쇼핑...
입력:2019-07-29 0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