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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강준구] 문재인정부 3년차에 대한 우려



이제 조금 숨을 돌릴 시점이다. 북핵 문제가 변곡점을 맞은 지금이 청와대가 속도를 누그러뜨리고 전체 국정운영 방향을 재검토할 적기라고 생각된다. 2기 청와대는 오는 5월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몇 가지 과제를 갖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북핵 문제는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아주 희박하고, 놓치면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경제 상황은 청와대가 심각하게 메시지와 정책 방향성을 검토해야 하는 순간이다. 적폐청산 같은, 청와대가 중요시하는 시대적 소명은 이제 손에 잡힐 듯 다가왔지만 막상 잡아채면 손가락 틈으로 새어나갈 모래와 같다. 모두 청와대가 집권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사안이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국정 전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데, 지금은 세 분야 모두 어렵다. 국정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고 축적되고 있다. 처음부터 퇴로가 없는 싸움이 너무 많았다. 잘 굴러가도 버틸까 말까 한데, 성과가 여의치 않으니 뿌리부터 의심받고 있다. 지금 청와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황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지지와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북핵 문제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빅딜’을 들고 나왔다. ‘선(先)비핵화-후(後)보상’ 원칙의 리비아 방식이다. 공들였던 북핵 정상외교는 성과 없이 1년 전으로 회귀하게 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북한이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유일한 돌파구다. 북한 체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협상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북·미 간 이견을 좁혀 중재안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자발적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외부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영문도 모른 채 혼란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외교적 방향성을 설명해야 한다. 남남갈등이 격화되는 걸 막기 위해서도 이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는 훨씬 문제가 복잡하다. 글로벌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관련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시험대에 오른다. 안타깝게도 좋은 내용의 통계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올 들어 문 대통령이 수많은 경제 일정을 통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효용성은 떨어지고 있다. 유사한 일정과 메시지가 반복된다. 일정을 위한 메시지인지, 메시지를 위한 일정인지 헛갈리는 수준이다. 청와대에서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 집권 2년간 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 일정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섣부른 기대로 보인다.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편, 사회 주류 교체 등의 숙원사업은 집권 2년을 지나며 상당 부분 동력을 잃었다.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치러진다. 문재인정부의 숙명과 같은 이 사안들은 이제 사회적 이슈에서 밀려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여론전에 나섰지만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처럼 청와대가 밀어붙였지만 결국 좌절된 케이스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문재인정부는 건강이 좋지 않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모든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전두환씨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거나 법정에 섰다.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서 정치인이 잇달아 제외되는 등 적폐청산 속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서서히 사회 곳곳에서는 피로감이 목격된다. 사법농단 수사 본격화에 따른 법원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자칫하면 정권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력기관 개편의 경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4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들이 처리돼야만 주류 교체라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꿈도 가시화될 것이다. 북핵외교·경제·사회개혁은 국민의 지지와 이해를 구하지 않고서는 사회 내부 갈등만 초래하는 사안들이다. 청와대와 내각이 총력전을 벌여도 부족할 것 같은데 너무 조용하다. 신중한 것이라면 타이밍이 좀 틀린 것 같다.

강준구 정치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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