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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전슬기] 주52시간을 위한 변명
국회를 출입하던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가 구성됐다. 노사정(勞使政)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굵직한 문제를 풀어나갔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노·사, 노·정 관계 개선 등이 2개월 동안 논의됐다. 깜짝 잠정 합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종 발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과 휴일근로 가산임금 할증률 여부 등 공개되지 못했던 합의안에는 상당히 진전된 논의 결과물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떠올리는 ...
입력:2019-06-17 04:05:01
[돋을새김-고세욱] 한선태와 화성 FC의 꿈
스포츠는 스타의 무대다.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최근 자신의 SNS에 “IMF(외환위기) 때 박세리, 박찬호가 나왔다면 그때보다 어렵다고 하는 요즘 류현진과 손흥민이 훌륭한 역할을 하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스포츠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오늘날 스포츠 스타의 위상을 쉽게 요약했다. 스포츠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강자를 넘어서려는 약자의 분투와 극적인 승리는 스타들의 활약 못잖게 스포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지난달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에 환호한 것은 그들이 월드컵 준우승의 영웅이라서가 아니다. 무명의 젊은이들이 ...
입력:2019-07-09 04:10:01
[박형준 칼럼] 신냉전체제와 내셔널리즘
미·중 간 첨단 기술경제의 충돌이자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신냉전체제의 본질 미국이 각자도생의 내셔널리즘 앞세우자 일본도 편승 정부는 민족주의로 맞불 놓을 게 아니라 외교력 발휘해야 현대 세계 정치경제의 역사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왔다. 첫 단계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다. 이때 과학기술 혁명이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전기, 자동차, 비행기, 알루미늄, 뢴트겐, 백신 등이 상징하는 기술 혁신이 세계 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 1900년부터 1920년까지 세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를 넘었다. 이때 힘을 앞세운 극단적 내셔널리즘이 창궐했고. ...
입력:2019-07-09 04:05:02
[뉴스룸에서-박재찬] 찍히면 끝장인 세상
대도 조세형은 자기 이름 앞에 ‘대도’가 붙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고 한다. 몇 해 전 그의 부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조세형은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유명한 절도범이었다. 주로 고위층의 저택에서 금품을 털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해서 대도로, 때로는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15년간 수형 생활을 마치고 종교에 귀의하면서 새 삶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죄목은 절도죄였다. 병적인 도벽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많다. 한편...
입력:2019-07-08 04:10:01
[가리사니-이경원] 칼의 노래
뙤약볕 내리쬐던 6일, 송인택(56) 울산지검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텃밭에서 땀에 젖어 있었다. “2년생 쉬나무를 심어 4년 키운 거야. 저쪽은 헛개나무고… 피나무도 자라면 산에 올려야지.” 그는 벌들이 모인다는 밀원수(蜜源樹)들의 자리를 자랑스레 가리켰다. 퇴임을 2주 앞둔 지검장은 메리야스 바람으로 포도를 따서 씹었다. 그는 “원래 갔어야 할지도 모르는 갈림길을 이제 간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에서 농사를 짓는 8남매 가정의 차남이었다. 갈림길에서 집안의 결정은 장남이 농사 짓고 차남이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는 고려대 ...
입력:2019-07-08 04:05:01
[한반도포커스-신범철] ‘도천지장법’을 권한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예상치 못한 핵심 부품 수출 금지라는 기습 공격을 받고 나라경제가 휘청거릴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 국교 정상화 이후 우방국 관계를 이어온 것이 반세기가 넘었는데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갈등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예견된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한·일의 정부 대 정부의 대결이다. 잘잘못을 떠나 하나로 뭉쳐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미 불붙어 버린 외교 전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
입력:2019-07-08 04:05:01
[세상만사-문수정] 트렌드 최전선에서 ‘여자답게’
여느 초등학생들처럼 아이는 수수께끼를 좋아한다. 느닷없이 이게 뭔지 맞혀보라며 야무지게 쥔 손을 들이밀기 일쑤다. 보기도 없고 힌트도 없다.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답은 예측 가능하다. 평소의 관심사, 최근에 받은 선물, 주말에 본 만화와 맥락을 이룬다. 이 게임에서 보일 만한 태도는 두 가지다. 초조해하거나 여유를 부리거나. 짐짓 느긋한 태도로 “파키케팔로사우르스?” 했을 때 아이의 얼굴에 낭패가 스치면, 게임은 시시하게 끝난다. 실망감을 감지하고 엉뚱한 이름을 댔을 때, 아이는 기뻐한다. 맞히는 자의 태도에 따라 승패를 오갈 수 있는 승부다. ...
입력:2019-07-05 04:05:01
[혜윰노트-전석순] 잡초의 이름
풀 이름을 묻는 조카에게 잡초라고 알려줬다. 괜히 으쓱거리며 얼마간 환한 표정을 짐작했지만 오히려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집 앞에 있는 것도, 공원에 있는 것도 다 잡초야? 잡초는 서운하겠다.” 순간 할머니가 입원했을 때가 떠올랐다. 부리나케 달려간 것과는 달리 병실을 찾지 못해 한동안 로비에서 서성거려야 했다. 할머니 이름을 모르는 탓이었다. 그동안 그저 할머니일 뿐 이름으로 떠올려보지 않았다. 할머니가 알았다면 잡초처럼 서운하지 않았을까.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대상을 가볍게 보거나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이어지곤 한다. 누군가를 &ld...
입력:2019-07-05 04:05:01
[여의춘추-손영옥] 미술관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가 먼저다
앞으로 5년간 박물관·미술관 186곳 더 짓겠다는 정부 문화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는 걸 모르는 발상 부족한 것은 운용할 사람과 프로그램이지 공간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새로운’ 주문을 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과거 같은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문화·복지 시설에 투자하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늘어난 여가...
입력:2019-07-05 04:05:01
[내일을 열며-김영석] 저질 야구만의 문제 아니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시작됐다. 6개 구단이 80경기씩을 치렀다. 총 240경기 체제였다. 그해 관중은 143만8768명이었다. 경기당 5995명이었다. 이듬해 200만명 관중 시대가 열렸다. 1990년 300만명, 1993년 400만명을 훌쩍 넘어서더니 1995년에는 500만명 관중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으면서 프로야구 관중은 200만명대로 회귀했다. 500만명 시대가 다시 찾아온 때는 2008년부터다. 2011년 680만여명, 2012년 715만여명이 경기장으로 몰려왔다. 2016년 800만명 관중 시대가 열렸다. 2017년 840여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엔 807만여명이었다. 팀당 ...
입력:2019-07-04 04:05:01
[여의도포럼-이재열] 데이터 주권을 지켜라
빅데이터 이용하는 디지털경제 시대인데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산업화 가능성 막혀 있어 반면, 한국인 사용자 데이터 모으며 막대한 이윤 챙기는 미·중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한마디도 못해 지난 10여년간 방문한 도시는 72개, 지난 한 달 운전대를 잡았던 것은 총 41시간. 이는 구글이 알려준 내 이동 흔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관심 상품이 무엇인지, 누구를 언제 만났는지도 구글은 다 안다. 심지어 과거 사진을 모아 추억의 앨범까지 만들어 준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이유는 그동안 내가 안드로이드 OS가 깔린 스마트폰과 구글 앱...
입력:2019-07-04 04:05:01
[샛강에서-정진영] 정진영 목사 논란에서 얻은 것
고등학교 2학년 때 동명이인 때문에 자주 곤혹스러웠다. 담임교사가 타 학교 ‘정진영’을 자꾸 나와 비교해 거론하는 것이었다. “가(‘그’의 경상도 방언)는 전국 석차를 따지는데 니는 우째된기…”라며 놀렸다. 1970년대 후반에는 1년에 두 차례 전국 일제 모의고사를 치렀고 수십만명의 성적이 일람표처럼 공개됐다. 그 친구는 ‘전국구’ 수재였는데 나는 전교 석차에 울고웃는 수준이니 담임으로서는 답답했던 것 같다. 들리는 말로는 담임이 그 학생에게 영어 과외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법대를 나와 국내 ...
입력:2019-07-04 04:05:01
[데스크시각-권혜숙] 헌책방의 새로움
한눈에도 꽤 낡아 보이기는 했지만, 책은 1864년 영국 런던에서 출판된 것이었다.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종이를 보면 이 책은 레드크로스 스트리트 스쿨에 다니는 H 프라이라는 학생이 ‘품행이 방정하고 출결이 양호하다’며 존 리드 교장 선생님에게 상으로 받은 책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책이 150여년 후 2만㎞ 떨어진 한국이라는 나라의 독자 손에 들려지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이 책은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그러고 보면 이 책 자체가 로빈슨 크루소만큼의 모험을 한 것이 아닐까…. 헌책 한 권을 펴니 상상할 ...
입력:2019-07-04 04:05:01
[너섬情談-장은수] ‘연애 시큰둥’ 사태
친구들끼리 만나면 자연스레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 자부도 있고 걱정도 있다. 오십 줄에 들어선 탓일까, 때때로 아이들 연애 또는 결혼 이야기로 호기심이 번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짝을 얻어 씩씩히 연애하는 아이들도 있고, 짝을 기대하고 애쓰는 아이들도 있지만,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연애 시큰둥’이다. 아이들이 통 연애에 관심이 없다. 연애에 관심 없으니 결혼은 멀고 멀다. 궁금해 지나는 길에 슬쩍 물으면, ‘남이야 연애하든 말든……!’ 소리 빽~~~. 이런 반응이 대세란다. 물론 다 큰 아이들 연애 감정까지 신경 쓸 까닭은 굳이, ...
입력:2019-07-03 04:05:01
[청사초롱-이종묵] 하루의 공과를 기록하시라
문예 군주를 꿈꾼 효명세자(孝明世子) 관련 전시회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효명세자는 순조의 아들로, 정식 왕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대리청정을 하여 국정을 책임졌고 훗날 익종(翼宗)에 추존되었으며 또 그의 시문이 역대 임금의 시문만을 모은 ‘열성어제(列聖御製)’에 편입되었다. 어진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형옥(刑獄)을 신중하게 하며 만백성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여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였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조선의 쇠망이 그의 죽음에서 가속된다고 보는 학자도 제법 있다. 옛글을 읽고 그에...
입력:2019-07-03 04:05:01
[길 위에서] 신자의 명예
지난달 30일 김영길 전 한동대 총장이 별세했다. 평생 과학자이자 교육자로, 무엇보다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았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때 그가 남긴 말을 최근 유가족에게 들었다. 김 전 총장은 지난달 20일 병문안을 왔던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 앞에서 큰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목사님, 저는 죽어도 삽니다. 죽음은 저에게 기쁨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기쁨입니다.” 서서히 의식을 잃으면서도 그는 또렷하게 부활 신앙을 고백했다. 과학도 시절 기독교에 입문한 이후 그는 평생 하나님만 의지했다. 3년 전 ...
입력:2019-07-03 00:30:01
[돋을새김-남도영] 유해 발굴 현장의 병사 100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세기의 이벤트를 벌인 판문점에서 동쪽으로 100여㎞를 가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가 나온다. 100명의 병사가 뙤약볕 아래 유해 발굴 작업 중인 곳이다.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 자리한 화살머리고지는 철원평야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술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고도 200여m에 불과한 작은 언덕을 차지하기 위해 6·25 당시 4번의 큰 전투가 벌어졌다. 중국·북한군 병사 3072명과 한국·미국·프랑스군 310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에서는 6·25 ...
입력:2019-07-02 04:05:01
[특별기고-박동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천덕꾸러기 신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가는 느낌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워 보인다. 국제법학자들의 비판도 들린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미지급된 임금이나 보상금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받은 ...
입력:2019-07-02 04:05:01
[뉴스룸에서-천지우] 지나간 세대의 마지막 결투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 참석차 지난달 도쿄 출장을 다녀온 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일 갈등에 관한 인식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있을 것이냐, 이제는 좀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존의 내 생각이 흔들렸다. 우선 그곳에서 만난 일본 언론인과 학자, 관료들의 차갑고 단호한 표정과 언사가 서운하게 느껴졌다. 대부분 지한파인 그들은 입을 모아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너희가 잘못한 거야. 그것 때문에 정말 큰일 났어. 너희 정부가 빨리 해결해야 돼”라고 말했다. ‘한국을 잘 알...
입력:2019-07-01 04:05:01
[김명호 칼럼] 형식이 내용을 이끌기도 한다
리얼리티 쇼처럼 시작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 구체적 비핵화 성과 도출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이를 위해선 문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이 가장 중요 양 극단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게 관리하길 도널드 트럼프는 역시 리얼리티 쇼의 황제다. 그는 30일 한반도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리얼리티 쇼를 성공시켰다. 미국 대통령이기에 가능했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쇼였다. 전 세계의 이목을 단숨에 잡았다. 지구에서 유일한 분단 현장, 어디에도 없는 화력 밀집 지역, 핵으로 미국과 담판하는 은둔 국가의 지도자, 미·중의 안보 이익이 가장 날카롭게 부딪...
입력:2019-07-01 04:05:01
[혜윰노트-홍인혜] ‘아꼬와, 아꼬와’
얼마 전 조카가 태어났다. 남동생 부부가 딸아이를 낳은 것이다. 부모님은 손녀를 얻은 기쁨을 만끽했고, 나는 고모가 된 영광을 누렸다. 동생 내외는 작년 가을,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며 나에게 태명을 부탁한 바 있었다. 소중한 첫아이의 이름은 시인이자 카피라이터인 고모가 붙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시적인 사명감과 직업적인 책무감에 오래 고민했다. 그 어떤 시를 쓸 때보다, 그 어떤 브랜드의 네이밍을 할 때보다 골몰한 끝에 제주도를 좋아하는 동생 부부를 떠올리며 ‘오름이’라는 태명을 전달했다. 제주의 오름들, 그 푸르고 든든한 품을 떠올...
입력:2019-06-28 04:05:01
[내일을 열며-서윤경] 기생충 그리고 오감
“비 내리는 아침에 문장을 쓰면, 무슨 영문에선지 그것은 비 내리는 아침 같은 문장이 되고 만다. 나중에 아무리 손질을 해도 그 문장에서 비 내음을 지울 수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스의 미코노스를 떠난 직후 한 문예지에 쓴 글이다. 자신의 글엔 집필할 당시의 날씨와 환경이 묻어난다며 미코노스에서 쓴 소설에는 비 냄새가 난다고 했다. 하루키가 비오는 날 쓴 자신의 글에서 비 냄새를 맡았다면 기자는 비에서 회색을 본다. 그렇게 사람은 저마다 후각, 청각, 미각, 시각과 촉각 등 오감 중 예민한 감각을 상황에 투영한다. 아마도 영화 기생충...
입력:2019-06-27 04:05:02
[기고-윤지현] 대북 식량지원이 반갑지 않은 당신께
“와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에티오피아 영양학자) “이번 일로 남과 북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유엔세계식량계획 지역활동가) 정부가 북한 영유아와 산모들의 영양개선에 쓸 자금을 국제기구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마침, 기아 문제를 논의하는 스톡홀름의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지요. 여러 참석자들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러한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하더군요. 혹시 북한의 식량부족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계신지요? 북한 당국이, 유엔 조사단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식량 부...
입력:2019-06-27 04:05:02
[샛강에서-김의구] 따릉이를 예찬함
요즘 서울 곳곳에서는 연두색 자전거 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퇴근길 직장인뿐 아니다. 미세먼지가 걷힌 햇볕 좋은 날이면 서울시 공공임대 자전거 ‘따릉이’를 모는 시민들이 어디서나 눈에 띈다. 이들의 얼굴은 생기로 환하고 페달을 딛는 다리에는 힘이 넘친다. 자전거로 건강을 되찾은 기쁜 경험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의 건강 효과에 무슨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만도 아닐 터이다. 그저 이 원초적 이동수단에 올라앉는 순간 저절로 행복감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기초적인 건강과 생활의 ...
입력:2019-06-27 04:05:02
[신종수 칼럼]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데
호스피스 시설 턱없이 부족, 편안하고 의미있는 임종 못해… 한국 죽음의 질 세계 하위권 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음 앞둔 사람에 대한 복지도 중요… 웰다잉 위해 시설 확충 힘써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찬송가를 부르며 소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인에 대한 애도도 애도지만 죽음이 이렇게 편안하고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이 이 여사가 평소 좋아하던 시편 23편을 낭송한 뒤 찬송가를 부르자 이 여사는 따라 부르려 ...
입력:2019-06-26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