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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박상익]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미국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는 그의 아버지(1936~8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케냐 출신인 오바마 시니어는 하와이대 유학 시절인 1962년 캔자스주 출신의 백인 신입생 앤과 결혼을 했고, 아들(대통령 오바마)이 두 살 때인 64년 이혼한 뒤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그가 하와이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하루는 오랜 시간 꼼짝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난 뒤, 백인인 그의 장인(오바마 대통령의 외조부)과 친구들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와이키키 바’라는 동네 ...
입력:2019-06-26 04:05:01
[박형준 칼럼] 문제는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정부 실패다
정의 앞세워 권력 휘두르고 예산만 늘리면 정부 실패 일자리 정책은 단기 알바 양산 부동산 조치는 지방 집값 하락 ‘비뚤어진 결과’ 초래해 노무현정부 트라우마로 끝까지 밀고만 나가선 안 돼 사람뿐 아니라 정책을 바꿔야 최근 경제 뉴스 몇 가지. 하나, 피치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낮춰 잡았다. 국제기관들의 성장률 예측치가 갈수록 떨어진다. 둘, 일본에서 최저임금 논쟁을 하는 데 한국이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셋, 해외직접투자가 작년부터 급증해서 올해 1분기 제조업의 경우 작년 동기 대비 140%가 늘었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
입력:2019-06-25 04:05:01
[돋을새김-한승주] 런던의 ‘BTS 로드’
그냥 한번 가보고 싶었다. 막연히 거리를 찾아 걸으면서 내가 좀 유난스러운가 싶기도 했다. 이달 초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런던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유명 관광지가 아닌 한 거리였다. 지난해 멤버 뷔가 런던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이곳에 왔을 때 몇 장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중 하나가 어떤 거리의 신호등에 기대어 무심한 듯 찍은 것이다. 그곳을 가보리라. 그런데 찾을 수 있을까. 제법 유명한 거리라고 했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작게 매장 이름도 보였다. 그렇게 그 거리, 리젠트 스트리트에 도착해 ...
입력:2019-06-25 04:05:01
[뉴스룸에서-장지영] 평생 일하는 사회의 공포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최근 불거진 연금 논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3일 재무성 산하 금융청이 발표한 ‘고령사회의 자산 형성·관리’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 부부(남편 65세 이상, 아내 60세 이상)의 경우 연금 수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30년간 더 살기 위해선 약 2000만엔(2억2000만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청 보고서 발표 이후 일본에서는 ‘정부가 연금 정책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거센 비판의 물결이 일었다. 아베 정권이 그...
입력:2019-06-24 04:05:01
[가리사니-지호일] 여의도 평화 프로세스는 안 될 일인가
자유한국당을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확고한 듯하다. ‘제거해야 할 악(惡)’으로 간주한다고 하기엔 무리한 일일 테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요즘 한국당을 지칭한 발언들을 보자. 일련의 흐름, 목적성 같은 게 읽힌다. ‘친일 잔재’(3·1절 경축사) ‘독재자의 후예’(5·18 기념식) ‘기득권층’(현충일 추념사)…. 우연히 선택한 어휘들로 보기 어렵다. 한국당을 하나의 틀로 규정짓기 하려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는 1970, 80년대 운동권 진영의 필...
입력:2019-06-24 04:05:01
[여의춘추-배병우] 시진핑, 미국을 너무 얕보았다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시 주석이 격노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네 차례나 시 주석을 찾으면서 그 앙금은 가라앉았다 치자. 그렇더라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흘도 남지 않은 복잡하고 미묘한 시기에 평양에 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평양행에 오른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레버리지(지렛대)가 꼭 필요했기 때문...
입력:2019-06-21 04:05:01
[세상만사-김현길] 한국 축구 신화 이후
“언제나 가장 빠른 자가 경주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가장 강한 나라가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이 문장을 쓴 데이먼 러니언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이면서 스포츠 기자였다. 야구와 복싱 등을 취재한 러니언은 강자가 이기는 예측 가능한 현실을 누구보다 자주 접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전복의 순간이 값진 것은 그 순간이 쉬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약한 줄 알았던 팀이나 선수가 강한 상대를 차례로 꺾는 과정은 제3자까지 매료시킬 정도로 큰 재미와 감동을 준다. ‘...
입력:2019-06-21 04:05:01
[혜윰노트-김윤관] ‘강자와 약자’라는 편리한 프레임
“선생님의 꼬추를 봤어요.” 유치원생 여자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는다. 유치원 교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며 평범한 삶을 꾸려가던 한 남자의 인생은 아이의 말 한 마디에 송두리째 무너지기 시작한다. 제대로 조사를 해보기도 전에 마을 주민들은 그 말을 사실로 믿어버리고 이 남자에 대한 단죄에 나선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남자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이 남자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한다. 남자의 인생은 점점 파멸로 나아간다. 내가 본 가장 끔찍한 영화 중의 하나인 ‘더 헌트’의 내용이다. 극장에서 ...
입력:2019-06-21 04:05:01
[청사초롱-최연하] 과거가 온다
삶의 시간이 누적될수록 과거가 쏜살같이 온다. 살아갈 날보다 산 날이 많아서가 아니라, 과거 속에 귀한 에너지가 내장돼 있음을 나중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과거는 폐기돼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있고, 다가올 시간보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답이 그 안에 있었기에 과거의 시간대와 접속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과거·현재·미래로 나뉜 세 개의 시간대는 다툼 없이 흘러갈 것이다. 누군가의 편의에 의해 나뉜 세 개의 시간은 사실상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이데올로기는 해체하면 그만이지만 너무도 강력하게 ...
입력:2019-06-19 04:10:01
[길 위에서] 왜 당신은 나처럼 싸우지 않나요
분당우리교회 부목사의 설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이 된 발언의 당사자인 정모 부목사에 이어 이찬수 담임목사까지 설교 중 일부 발언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반동성애 운동을 펼쳐온 이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분당우리교회와 이 목사를 향해 ‘좌파’ ‘빨갱이’ 딱지를 붙이며 비난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 목사는 급기야 지난 16일 주일 설교에서 “좌파 목사, 좌파 교회는 회개하라는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목사...
입력:2019-06-19 00:05:01
[돋을새김-고세욱] 얘들아, 꾸역꾸역 가자
지금까지 전국, 남녀노소가 온통 스포츠 대회에 열광한 것을 딱 두 번 목격했다. 2002 한일월드컵과 멕시코에서 열린 1983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몇몇 대회의 인기도 많았지만 열기와 감동, 화젯거리 등을 종합했을 때 4강 신화를 이룬 두 대회에 미치지는 못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본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스포츠에 푹 빠진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태어나서 처음 느낀 이벤트였다. 당시만 해도 외국 선수들과 체격 차이가 많이 났음에도 우리 팀이 축구 강국을 잇따라 격파한 것에 대해 어린 나이에 엄청 뿌듯해했다. ...
입력:2019-06-18 04:05:01
[뉴스룸에서-김준엽] E3에서 본 게임의 미래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중 하나인 E3는 올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콘텐츠와 플랫폼 두 가지 관점에서 새로운 게임의 미래가 다가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관점에서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명확해졌다. 내년 출시 예정인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소개하는 무대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했다.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리브스는 게임 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3에서 공개된 사이버펑크 2077 예고 영...
입력:2019-06-17 04:05:01
[김명호 칼럼] 비서정치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내각 무력화하고 여당 존재 미미하게 만드는 비서정치 정부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념만으로 하는 국정 운영은 결국 오만에 빠지는 길 비서정치보다 내각·의회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 장관이란 무엇인가. 최고위 정무직 공무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국무를 나누어 맡아 처리하는 행정 각 부의 우두머리’라고 돼 있다. 그런 그에게 애당초 책임의 한계란 없다.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수습하고 처리하고 정무적인 사항을 포함해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그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런데 회피한다면 마땅...
입력:2019-06-17 04:05:01
[샛강에서-전석운] 끊이지 않는 라돈공포
라돈매트가 또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해 ‘라돈침대’ 사건 이후 1년이 지났는데도 라돈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일 알앤엘, 솔고바이오메디칼, 지구촌의료기에서 판매한 제품들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며 판매중지와 수거명령을 내렸다. 매트나 온열기 혹은 의료기기로 분류된 개인용조합자극기 제품들이다. 리콜이 결정된 알앤엘 제품은 1975개다. 지구촌의료기기 제품은 1219개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의 회수대상 개인용조합자극기는 304개다. 특히 이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건넨 이불, 매트 등 사은품 1...
입력:2019-06-13 04:05:02
[내일을 열며-민태원] ‘한국판 쥴링’이 걱정된다
요즘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핫한 관심사가 ‘쥴(JUUL)’이다.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액상형 전자담배다. 과일맛 나는 니코틴액이 든 카트리지(팟·pod)를 디바이스에 끼워서 가열해 나오는 증기를 마시는 형태다. 연초잎을 태워 피우는 궐련과 달리 담뱃재가 없다.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쥴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흡연 입문’을 조장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아니나 다를까. 3년 만에 미국 전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쥴...
입력:2019-06-13 04:05:02
[청사초롱-원재훈] 멧돼지 출몰지역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서울의 등산로 초입에 ‘멧돼지 출몰지역’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 경고판을 사이에 놓고 한쪽은 아파트 지역이고, 다른 쪽은 작은 마을의 꽃길이 보인다. 주말에 북한산 등반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우연히 발견한 마을 꽃길 때문에 멧돼지 출몰지역 산행을 잠시 미루고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간혹, 고층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느꼈던 아득한 절망감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 건물이 제시하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인간이 지상에서 너무 떨어진 높은 곳에 살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간은 땅을 밟고 ...
입력:2019-06-12 04:00:02
[박형준 칼럼] 위기 극복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
신냉전의 미·중 패권전쟁, 기로에 서 있는 북핵 문제, 한계에 봉착한 경제성장… 세 갈래 복합위기 몰려오는데 정부 리더십은 긴박함이 없다 뜬금없는 김원봉 평가 문제로 이렇게 국론 분열시킬 때인가 총선용 정치공학 놀음 벗어나 위기대응 위한 통합에 나서야 대한민국에 다중 복합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이 위기는 세 갈래에서 온다. 첫째, 신냉전시대로 가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비롯된다. 둘째, 기로에 서 있는 북핵 문제와 북한체제 문제로부터 야기된다. 셋째, 갈수록 버거움을 드러내는 한국경제의 성장 한계에서 발생한다. 이것들은 ...
입력:2019-06-11 04:05:01
[돋을새김-고승욱] 북핵? 소처럼 걷는 수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만남을 가진 게 지난해 6월이다. 국민일보는 2018년 6월 13일자 1면에 두 사람이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한반도 평화, 위대한 여정이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구체적 방안이 없는 포괄적 합의였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공동성명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고, 전문가의 북핵 검증을 언급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평화의 길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걱정했던 ...
입력:2019-06-11 04:05:01
[가리사니-정현수] 쌀의 처지
지난달 중순, 처가에 내려갔다가 모내기를 도왔다. “사위는 쉬고 있어.” 장모님이 한사코 말렸지만, 차려주신 밥값은 해야지 싶었다. 살면서 모내기는커녕 논을 유심히 본 일도 없다. 그래서 ‘6000평’이라는 말을 듣고도 그 규모가 선뜻 가늠되질 않았고, “금방 끝날 거야”라는 설명에서 ‘금방’이 몇 시간을 뜻하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얼마나 고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논에 나갔다. 예상과 달리 작업 대부분은 이앙기가 대신했다. 뒤에 모판을 실어주면 이앙기 꽁무니에 달린 모내기장치가 모를 적당한 ...
입력:2019-06-10 04:10:01
[뉴스룸에서-김남중] 복지대타협이 지금 필요한가
‘복지대타협’이란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최근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주도하는 이 기구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현금복지 경쟁이 과도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금으로 주는 복지정책들이 쏟아져 나와 가뜩이나 열악한 지자체 재정에 부담을 주니 일괄적으로 정리를 해서 꼭 필요한 건 중앙정부가 맡아서 전국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일몰시키자는 것이다. 또 지자체는 OO수당 형식의 현금복지 말고 국공립어린이집 ...
입력:2019-06-10 04:05:02
[샛강에서-김준동] 현충원을 지나며
서울 사람들이 지척에 두고도 찾지 않는 몇 곳이 있다.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도 그중 하나다. 그러고 보니 현충원 내부를 둘러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인가 싶다. 선생님과 단체로 방문해 경내 청소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왜 여기에 와야 하지’하고 농땡이를 쳤던 장면이 어렴풋하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출퇴근 지하철로 현충원(동작역)을 지나간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내려 방문한 적 없다. 가끔 버스로 정문 앞을 지나면 그저 예전 추억을 되살릴 뿐이다. 서울현충원은...
입력:2019-06-06 04:05:01
[너섬情談-장은수] 샤일록의 혁신인가, 포샤의 혁신인가
네 사람째 극단적 선택이 있었다. 카카오나 타다 같은 ‘자가용 호출이용 플랫폼 업체’와 택시업계의 갈등 탓에 불쌍한 목숨들이 스러지는 중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더 이상 입이 없다. 하지만 죽음을 단지 물리적 소멸로 받아들이지 않고, 죽은 자가 보내는 말들을 숙고함으로써 산 자의 세상은 성립한다. 죽은 자가 남긴 목소리가 무엇일까를 각자 숙연히 생각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에 따르면 “언어 활동을 통해 우리의 메시지는 ‘타자’로부터 우리...
입력:2019-06-05 04:05:01
[청사초롱-윤철호] 젊은이여, 출판사로 오라
“출판사가 어렵다던데 사장님네는 괜찮나요?” “예, 그럭저럭 먹고삽니다.”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고생한다며 덕담부터 한다. 출판인도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모든 출판사가 어려운 건 아니다. 불황은 노력해서 극복해야 할 상황일 뿐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가 “우리 출판사는 노력하지 않아 어렵다는 거냐”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어쩌면 이 칼럼을 보고 “너는 좀 배가 부르구나. 회원들은 죽어가는데”라며 회장직에서 쫓아내려 들지도 모른다. 국민 독서율이 줄어든다는 조사가 ...
입력:2019-06-05 04:05:01
[길 위에서] 한국의 ‘캐시’를 찾습니다
최근 미국 칙필레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그레그 톰슨과 만나그룹 창업자인 폴 세이버가 방한해 그들의 회사와 자신의 삶을 소개하는 행사가 있었다. 목회자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설교 100편을 듣는 것보다 가슴을 뛰게 했다. 특히 칙필레 창업자 트루엣 캐시(1921~2014)의 이야기는 잊을 수가 없다. 캐시는 별세하기 직전 인터뷰에서 그의 경영 비밀은 잠언 22장 1절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구절은 이렇다. “많은 재산보다는 명예를 택하는 것이 낫고 은이나 금보다는 은총을 택하는 것이 낫다.”(새번역) 그가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입력:2019-06-05 00:05:01
[돋을새김-남도영] 다뉴브강 비극과 작은 진전
허블레아니호의 비극이 발생한 것은 우리 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오전 4시5분이었다. 주헝가리대사관이 사고를 알아차린 것은 1시간쯤 뒤였고, 45분 뒤인 오전 5시45분 외교부에 긴급 보고를 했다. 외교부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보고했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관저를 찾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확한 시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첫 번째 지시를 내린 것은 오전 8시였다. 문 대통령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구조 활동을 지시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본부장인 중대본이 구성됐다. ...
입력:2019-06-04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