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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정건희] 스포일러
지난 목요일 늦은 밤 서울 용산의 한 멀티플렉스. 자정이 코앞인데도 들고나는 인파로 매표소 앞은 혼잡했다. 야근 후 헐레벌떡 뛰어 온 탓에 화장실에 들러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 참느라 혼났네.” “야 그래도 첫날 보러오길 진짜 잘했지 않냐?” “말도 마. 스포 당할까봐 종일 제목에 ‘기’자만 봐도 뒤로 가기 눌렀잖아.” “내 말이. 난 댓글에 당할까봐 뉴스도 안 봤어.” “야 근데 마지막에…” 순간 ‘아 망했다. 그만해!’ 생각하며 잰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무엇 ...
입력:2019-06-03 04:10:01
[뉴스룸에서-권기석] 식약처의 보수성은 왜 허물어졌나
미국의 논픽션 작가 프랜 호손이 쓴 책 ‘식품의약국의 내부(Inside the FDA)’를 보면 신약 허가권을 가진 당국은 늘 두 가지 실수의 위험에 처해 있다. 첫 번째 실수는 허가한 신약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는 1950~60년대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이 약은 독일에서 개발돼 입덧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많은 유럽의 임신부가 복용했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임신부 수천명이 팔다리가 없는 아기를 낳았다. 다만 미국은 이 비극을 피했다. 약의 안전성을 의심한 미 FDA가 이 약을 허가하지 않은 덕택이었다. 신...
입력:2019-06-03 04:05:02
[김명호 칼럼] 대통령이 여름휴가 가서 생각해야 할 것
선의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고, 지도자는 늘 정책 결과에 의심 가져야…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 꼬인 국내외 상황으로 대통령 말에 화가 배어 있어… 휴가 때 명분·정의보다 냉정하게 현실에서의 미작동 원인 살펴보길 1993년 미국 아이오와주 연방상원의원 톰 하킨이 아동 노동착취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아동노동억제법’을 발의했다. 당시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가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다국적기업의 하청 의류공장에서 일했다. 이들의 처참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을 타개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미 ...
입력:2019-06-03 04:05:02
[세상만사-강주화] 지하철 냄새 나는 사람들
영화 ‘기생충’ 개봉일인 3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시내에서 가장 먼저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이 영화관에 와 있었다. 영화에는 가난한 기택(송강호)네와 부자인 박사장(이선균)네 두 가족이 나온다. 이들의 빈부는 반지하와 대저택이라는 주거 공간으로 대비되고 냄새를 통해 서로를 느낀다. 박 사장은 “넘을 듯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며 자신의 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피고용인 기택의 태도에 안심한다. 하지만 “지하철 타는 분들 특유의 냄새가 난다”며 그 선을 넘어오는 기택의 ...
입력:2019-05-31 04:05:01
[데스크시각-권혜숙] 봉준호: 더 비기닝
“영화는 무슨, 중장비기사 자격증을 알아볼까.” “제과제빵 기술이 좋다던데.” 20여년 전 충무로의 한 호프집에 이런 대화를 나누던 두 청년이 있었다. 한 명은 영화 ‘베테랑’으로 1300만 관객을 모은 류승완 감독이고, 제빵사를 권한 다른 청년은 ‘칸의 영웅’ 봉준호 감독이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에 오른 봉 감독의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감독 17명을 인터뷰해 펴낸 ‘데뷔의 순간’과 이전의 신문 ...
입력:2019-05-30 04:05:01
[샛강에서-정진영] 가나안 신자 A국장
한동안 교류가 없었던 A를 다시 만난 건 지난해 이맘때쯤이었다. 그는 경제 분야 ‘권력기관’의 요직 국장을 두루 지낸 인사였다. 공직 말년에 수뢰 혐의로 구속 기소돼 고생하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참 허무하더군요. 누구보다 깨끗하게 공무원생활을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참혹한 일을 겪다 보니 인생이 과연 뭔가 싶습디다.” 송사에 시달린 이후 꽤 세상과 담을 쌓았다가 옛 출입기자였던 내게 연락을 한 이유는 의외였다. “국민일보 종교국장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전화를 했다”고 했다. 어리둥절해하는데 근...
입력:2019-05-30 04:05:01
[너섬情談-황교익] 정치적 막말의 자유와 금기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놓고 욕을 한 콩나물국밥집 할머니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광고 영상물에 나왔던 욕쟁이 할머니는 연출된 것이고, 이는 실제 상황이었다. 1970년대 전북 전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정희가 지방 시찰차 전주에 와서 하룻밤을 묵었다. 안날 밤에 거나하게 술을 마셨는지 아침에 해장국을 찾았다. 전주에 콩나물해장국이 유명하니 이를 먹자고 했다. 경호원이 콩나물해장국집을 찾았다.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가게였다. 포장을 부탁하자 할머니가 욕을 날렸다. “썩을 놈들, 발이 없냐? 와서 처먹어.” 경호원이 숙소로 돌아와 박정희에게 보...
입력:2019-05-29 04:05:01
[신종수 칼럼] 정년연장 지금은 아니다
기업 자율에 맡기고 법 제정은 나중에… 청년고용에 지장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입 임금체계 개선, 고용유연화 전제 돼야… 은퇴자들 눈높이 낮춰 인생 이모작 나섰으면 집사람은 나더러 정년퇴직을 하면 아파트 경비원을 하라고 한다. 키는 커 가지고 맨날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지 말고 뭐라도 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경비원이냐며 반발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아파트처럼 주차장이 좁아 이중으로 일렬주차를 해야 하는 곳에서는 차를 밀어주기도 하고, 노인들의 짐을 들어주거나 부축해 주는 일 정도야 어...
입력:2019-05-29 04:05:01
[청사초롱-박상익] 후세를 두려워하라
올해는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탄생 210주년 되는 해다. 1809년생인 다윈의 동갑내기로 윌리엄 글래드스턴이란 정치인이 있었다. 19세기 후반 네 차례에 걸쳐 영국 총리를 지낸 걸출한 인물이다. 빅토리아시대의 명재상이자 권력 실세인 그가 친히 다윈의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다윈의 학문적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서였다. 거물 정치인의 방문을 받은 다윈은 감격을 금치 못했고, “그토록 위대한 인물의 방문을 받았다는 건 얼마나 명예로운 일인가”라는 소감을 남겼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 에피소드를 색다르게 해석한다. 다윈이 권력자의 방문을 명...
입력:2019-05-29 04:00:01
[돋을새김-한승주] BTS 보유국
#최근 독일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 키즈’. 열네 살 독일 소녀가 한국어 노래를 시작하자 심사위원석이 술렁였다. 이거 어느 나라 말이지 하는 반응. 이내 진심이 전해지는 감성과 노래 실력에 소녀는 합격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방탄소년단(BTS)의 ‘전하지 못한 진심’이다. “K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는 소녀에게 심사위원은 “진짜 대단하네. BTS에 영향받아 한국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으니”라고 감탄했다. #얼마 전 해외 아미(Army·BTS 팬클럽)가 광주 5·18기념공원을 찾은 사...
입력:2019-05-28 04:10:01
[박형준 칼럼] 화웨이 이슈와 국가전략
화웨이 고리로 한 한·미·중 갈등은 윈윈 게임이 아니라 누군가 대가 치러야 하는 싸움 미국과의 동맹을 기초로 자강 꾀하는 건 신냉전 시대에도 유효한 국가전략 화웨이 이슈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중국이 5G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미래통신망인 5G는 인공지능 혁명의 대동맥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이 5G를 만나면서 쑥쑥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열린다. 이 미래를 여는 최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쳤다는 게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지금껏 추격자였던 중국이 선도자(first mover)가 되...
입력:2019-05-28 04:10:01
[가리사니-이경원]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의 청구에 따라 K스포츠재단 김필승 전 사무총장을 청산인 직위에서 해임했다. 2년 전인 2017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허가 취소 처분 이후에도 해산신고 등 아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중립적 위치의 변호사가 새 청산인이 되면서 직원과 사무실 정리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누군가에겐 국정농단의 소굴, 누군가에겐 탄핵의 성지였던 K스포츠재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K스포츠재단은 예나 지금이나 직장이었다. 최순실의 측근도 아니고 내부고발 의...
입력:2019-05-27 04:05:02
[뉴스룸에서-박재찬] 희망팔이 대한민국
‘해외 고수익 알바.’ 장모(29)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에서 이 광고 문구에 끌려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가담했다. 중국 옌볜까지 날아가 그가 한 일은 대포통장을 모으는 것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김모(26)씨는 페이스북에서 보이스피싱 모집책이 남긴 ‘단기간 고소득 알바’ 글을 보고 범죄 나락으로 빠졌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의 돈을 챙기다가 붙잡혀 올 초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기꾼에 속아 사기를 치다가 사기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사람들은 왜 사기꾼의 거짓말에 속...
입력:2019-05-27 04:05:01
[샛강에서-김의구] 졸업장, 헌신을 위한 사회적 계약서
영국의 전시 내각을 이끌던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0월 런던 북부의 사립명문 해로스쿨 연단에 섰다. 48년 후배인 모교 졸업생들을 향해 그는 한 문단에 ‘never’를 여덟 차례나 반복하는 강력한 연설을 했다.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결코 포기 마십시오. 위대하든 왜소하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결코 마십시오. 결코, 결코, 결코 아무것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다만 명예와 양식(良識)에 대한 확신에 양보하십시오. 결코 폭력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적의 힘이 명백히 압도적이더라도 결코 굴복하지 마십시오.” ...
입력:2019-05-23 04:05:02
[너섬情談-이승우] 난쏘공 공원에 대한 생각
둔촌 주공아파트는 1980년에 완공되었다. 가구 수가 6000에 가까웠다.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이주가 이루어져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거주자들이 떠난 지 1년이 더 지난 2019년 5월 현재 단지 내 건물들은 아직 그대로 있다. 아마 곧 철거되고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1년여 전까지 나는 그 아파트의 주민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15년을 살았다. 내가 이사 갔을 때 그곳에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작가인 조세희 선생을 비롯해서 몇 명의 소설가가 살고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던 시인까지 포함...
입력:2019-05-22 04:10:01
[청사초롱-최연하] 먼지가 예술이 된 까닭은
현대미술이 개화한 데에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made·기성품)’로 지칭되는 사건을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1917년 뉴욕의 머트사에서 구입한 소변기를 뒤샹은 자신이 회원으로 있던 독립미술가협회의 전시회에 내놓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 잡지에 발표한다. 기존의 미술관은 종교적이고 제의적인 사물들이나 혹은 귀족들의 사치품이 전시되던 때였다. 뒤샹은 일상적 사물들 중에서도 고급예술 전통과는 단절된 소변기를 미술관에 놓음으로써 미술의 혁신을 불러왔다. 이어 뒤샹은 1920년에 그의 친구인 만 레이와 함께 ‘먼지 배양하기(Dust Bree...
입력:2019-05-22 04:05:01
[길 위에서]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을 때
넘어선 안 될 선이라는 게 있다. 요즘 정치권에선 하루가 멀다고 선을 넘는 모습이 보인다. 종북 좌파, 빨갱이에다 독재자라는 호칭조차 아무렇지 않게 시도 때도 없이 사용된다. 기독교 신앙인을 자처하는 야당 대표의 독한 말은 날이 갈수록 더 독해진다. 서울법대를 나와 판사로, 4선 국회의원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여성 정치인의 성적 의미가 담긴 비속어 발언은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아연할 뿐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정치판 논리’를 대입해보면 그렇게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국회의원의 최대 관심사는 ...
입력:2019-05-22 00:10:01
[돋을새김-고세욱] 리버풀이 매력적인 이유
지난 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 리버풀 FC가 FC 바르셀로나를 4대 0으로 이겨 결승 진출을 확정했을 때 망연자실했다. 1차전에서 3대 0 승리를 거둔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의 팀이 대패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관중과 리버풀 선수들이 함께 목청껏 응원가 ‘You will never walk alone(YNWA·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으니)’을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래, 이 팀은 리버풀이지.” 그리고 14년 전의 경기를 떠올렸다. 기자는 축구...
입력:2019-05-21 04:05:01
[가리사니-이도경] 기자 아빠의 불량한 상상
사랑스러운 아들을 위해 대입 스펙을 만들어 볼까. 기자로 활동 중이니 언론 관련 학과가 수월할 듯하다. 아이 꿈은 상관없다. 어차피 티라노사우르스→퇴마사→경찰→법원 사람들→작가→유튜버 등으로 장래 희망을 바꿔온 녀석이다. 머리가 조금 굵어질 때 “학문의 경계가 점점 무의미해지는 시대다. 대학 가면 간섭 않겠다”는 설득이 먹힐 것이다. 대학 간판의 효용성을 모르지 않는 아내도 거부 못할 것이다. 직업윤리를 내려놓는 뻔뻔함이 첫 준비물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주제에 다른 애들은 부모가 업고 뛰는데 알량...
입력:2019-05-20 04:05:01
[뉴스룸에서-천지우] 강철비 내리는 벙커에서
회사에 걸려오는 독자 전화 중에는 ‘북한 김정은이 얘기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맨날 대문짝만하게 쓰냐’는 불만 제기가 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혐오나 그 정권과의 대화에 매달리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전화다. 딱히 응대할 말도 없어서 잘 알겠다고 하고 끊지만, 나도 김정은 소식이 많은 지면을 장식하는 현실이 이들 독자와는 다른 이유에서 불만스럽다. 누적되는 피로가 사안에 대한 관심과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겠다. 도발과 제재, 협상과 평화 무드, 그러다 교착에 이은 도발이 무한 루프처럼 반복되다보니 각 상황을 바라...
입력:2019-05-20 04:05:01
[김명호 칼럼] 법률가 문무일, 검찰총장 문무일
수사권 조정 문제제기 옳지만 김학의 사건에서 보듯 검찰의 ‘잘못된 통제’는 누가 통제하나 검경에 대한 견제와 균형 위해 보다 확실히 개선된 장치 필요 검찰은 오만한 집단 의사표시 말고 법률가다운 언행 보여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했다. 발언 내용과 수위, 표정 그리고 양복 웃옷까지 벗어 흔든 행위를 보면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고 고심한 흔적이 드러난다. 그동안 검찰이 정치 중립을 의심받을만한 행동을 했고 수사권 조정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성도 했다. 그리고 ...
입력:2019-05-20 04:05:01
[너섬情談-이경훈] 청계천에 물을 채우는 상상
청계천이 복원된 지 어느새 15년이 됐다. 우려했던 교통난도 그리 심각하지 않았고 도심에 물길 바람길을 열어 한결 시원해진 느낌이다. 실제로 한여름에 열섬현상이 완화되는 등 미세기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우중충한 고가도로 그림자에 갇혀 있던 주변도 활기찬 경관으로 바뀌었고 근사한 산책로가 생겼으며 지방의 여러 도시가 비슷한 하천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중심의 하천 복개와 고가도로를 헐어내고 보행 중심으로 도시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2018년 청계천의 하루평균 방문객 수가 2006...
입력:2019-05-15 04:05:02
[청사초롱-원재훈] 마음을 여는 방법
최근 시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이 쓴 시를 발표하게 했다. 그중 한 사람이 자신의 시를 소리 내어 읽자, 옆 사람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제 환갑을 넘은 그 사람이 굴곡진 인생의 이야기를 시로 풀었고, 역시 그 사연을 잘 아는 친구가 울먹거린 것이다. 시를 읽는 사람도 목이 메어 잘 읽지를 못했다. 그 시가 가지고 있는 사연 때문에 두 사람이 울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들이 살아온 사연을 잘 모르고, 발표한 시에서도 시적 서사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너무 은유적인 시적 표현은 시적 결점이 되기도 하니까, 솔직히 말하면 며칠이 지난 ...
입력:2019-05-15 04:05:02
[박형준 칼럼] 무마는 소통이 아니다
원로 대화·KBS대담은 실컷 듣고 결국 내 갈 길 가겠다는 것 대통령의 인식에서 위기의식을 찾을 수 없는 게 진짜 위기 난국 헤쳐나간 지도자의 소통에는 현실 직시·고통분담 요구· 정치적 반대 경청 있어… 리더 혼자 아닌 협력으로 위기 극복 옥스퍼드대의 아치 브라운 교수는 혁신적 리더의 유형으로 재정의형(redefining) 리더와 변혁적(transformative) 리더를 꼽는다. 재정의형 리더는 침체에 빠진 국가를 살리기 위해 국정을 다시 설계하는 유형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마거릿 대처, 로널드 레이건 등이 꼽힌다. 변혁적 리더...
입력:2019-05-14 04:05:02
[돋을새김-고승욱]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하다
역시 소통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지난 9일 KBS 대담 프로그램이 그랬다. 궁금한 사안이 많았는데 어떤 것은 대답을 들었고, 어떤 것은 듣지 못했다. 외교·안보와 관련된 몇몇 발언은 녹취록을 출력해 여러 차례 읽어본 뒤에야 무슨 의도였는지 겨우 감이 잡히기도 했다. 모든 국민이 저마다 이렇게 생각할 텐데 실제로 소통이 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원로 초청간담회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오해는 풀렸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완전히 청산해야 협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입력:2019-05-14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