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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윤철호] 젊은이여, 출판사로 오라



“출판사가 어렵다던데 사장님네는 괜찮나요?”

“예, 그럭저럭 먹고삽니다.”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고생한다며 덕담부터 한다. 출판인도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모든 출판사가 어려운 건 아니다. 불황은 노력해서 극복해야 할 상황일 뿐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가 “우리 출판사는 노력하지 않아 어렵다는 거냐”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어쩌면 이 칼럼을 보고 “너는 좀 배가 부르구나. 회원들은 죽어가는데”라며 회장직에서 쫓아내려 들지도 모른다.

국민 독서율이 줄어든다는 조사가 매년 이어지고 정부가 지난해를 ‘책의 해’로 정해 독서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 나는 왜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을까? 자격지심이 들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중요한 건 정보전달, 기록, 교육, 오락 등의 방법에 있어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응하는 기업은 성장할 것이고 아닌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출판사 걱정하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도와주려는 것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어렵다고 하시니 사양산업이 맞긴 하나 보네요. 고생하는 거는 알겠는데 어떻게 사양산업을 지원할 수 있겠어요?” 어? 이 얘기가 아닌데? 정부 정책도 독서진흥에는 관심이 있을지언정 출판지원에는 관심이 없고, 저작권 보호에는 관심이 있을지언정 출판사 보호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콘텐츠 진흥에 관심이 있다지만 출판사는 종이책 내는 곳으로 규정해 놨으니 사양산업으로 분류된다. 여러모로 출판사를 지원할 필요는 별로 없다고 여겨져 온 면이 있었다.

출판인은 책을 사서 읽는 독서수요 창출을 업으로 한다. 저작권 보호를 근거로 사업을 운영하기에 그 보호와 활용을 통해 저작자에게 저작권료 수입을 늘려주는 사람들이다. 이런 일을 모두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뿐인가. 지금 출판사는 변신 중이다. 종이책만 내지 않는다. 독자를 만나는 공간과 방법도 달라졌다. 편집자는 영상 편집과 코딩을 배우고 웹과 디지털 매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람들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이 들어오고 있다. 출판사가 디지털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두 순조롭게 되고 있냐고? 그렇지 않으니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독서인이 줄기만 하는 걸까? 지하철에서 직장인은 열심히 웹툰을 본다. 웹소설을 즐기는 이도 많다. 지하철에서 이렇게 열심히 독서하던 시절이 있었던가? 학습이 절실한 지식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독서량은 훨씬 늘었다. 글로벌 시대에 출판인은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출판의 경쟁력은 정평이 나 있다.

입사 5년차 직원이 내게 물었다. 입사동기가 “더 늦기 전에 IT 기업으로 간다”며 퇴사한 날이었다. “사장님, 출판사를 택한 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겠죠?” 즉답을 못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게 이 칼럼으로 답하려 한다.

“취업사이트의 기업 평판을 보니 아주 안 좋던데, 이런 회사에 가도 될까요?” “어떤 평인데?” “회식 때 사장이 미친 짓을 함. 폭력적인 일도 벌어짐. 감방 가야 하는데 헬조선 덕에 가오잡고 사는 듯. 수치란 게 뭔지 알았으면. 아니다. 그걸 안다면 그런 짓을 하고 다니지는 않겠지.” “그런데, 그 회사가 뭐하는 회사야?” “출판사요.”

이런 출판사는 반성해야 마땅하지만, 출판사가 욕먹을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출판사는 책 만드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고, 시대에 뒤져 도태될 업종도 아니다. 꽤 괜찮은 연봉을 주는 회사도 아주 많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젊은이여, 마음 놓고 출판사로 오라. 함께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

서울국제도서전이 19일 열린다. 책을 안 읽는다고, 도서전이 망해간다고 하더니 2년 전부터 책 읽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해 올해는 전시공간을 25% 늘렸는데도 부스 신청이 넘쳐 다 받지 못했다. 사전관람 신청은 작년보다 30% 이상 늘었다. 젊은이여, 출판의 세계로 오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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