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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에어컨 죄책감
작년 여름도 굉장한 더위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1994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수식이 기상뉴스 끝에 붙곤 했었다. 올 여름은 작년보다 더 덥다. 작년엔 집에 에어컨이 있었지만, 실외기에 연결하지 않고 여름을 지냈다. 이사를 겨울에 했었고, 고층의 거실 창문이 맞바람이 통하도록 된 집이었기 때문에 여름을 보내보고 정 덥다 싶으면 그때 실외기에 연결하자 싶은 생각이었다. 게다 2년 후 전세계약이 끝나면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인데, 여름한철 잠깐 나자고 거금의 설치비를 들여 에어컨을 연결하는 것도 아까웠다. 재작년 더위는 그럭저럭 ...
입력:2017-08-13 19:00:01
[한반도포커스-김재천] 김정은 레짐 체인지 가능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의 핵능력과 정권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보개혁안까지 상의할 정도로 복심이라고 알려진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의 최근 발언이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얼버무렸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며칠 후 사설에서 폼페오의 발언을 지지하며 김정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새로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재와 대화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회의...
입력:2017-08-13 19:00:01
[조용래 칼럼] 미완의 8·15, 값싼 승리주의 경계를
‘김상헌은 사공의 목덜미며 몸매를 찬찬히 살폈다. 야위고 가는 목에 힘줄과 핏줄들이 얼기설기 드러나 있었다. 힘줄은 힘들어 보였다. 김상헌의 칼이 사공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중에서) 1636년 겨울 청 태종이 이끌고 온 20만 군병에 쫓겨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간 인조를 하루 늦게 뒤따르던 예조판서 김상헌이 송파나루 사공을 칼로 내리치는 대목이다. 얼어붙은 강 위로 길을 잡아 임금의 가마를 인도했고 또 자신에게도 길을 안내했던 그 사공이다. 청병이 쫓아오면 같은 길을 또 잡아주고 곡식이라도 얻어 볼까...
입력:2017-08-13 18:30:01
[월드뷰-조영길] 차별과 인권으로 위장한 동성애 독재
  조영길 변호사 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에 수많은 동성애 옹호·조장 활동을 벌여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격상시키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헌법을 개정해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화하는 것과, 동성애를 ‘차별’과 ‘인권’으로 위장한 용어인 ‘성적지향’을 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하자는 것이다. 동성애와 사실상 동성애를 옹호해 온 기관을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동성애를 비판하는 일체의 행위를 근본적으로 통제해 국민의 양심·종교·학문·표현의 자유를 박...
입력:2017-08-11 18:20:01
[기고-나의균] 작은 국립대학 더 지원해야
얼마 전 한 사립대 총장을 만났을 때 국가가 인건비,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국립대학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사립대학의 교수 인건비 수준이나 교육·연구 및 시설 여건은 국립대를 앞서고 있다. 국립대학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대학이다. 그러나 그 책임의 정도는 많이 부족하다. 대학회계의 70% 정도는 인건비, 시설관리비 등 경직성 경비로 나가고 나머지 예산으로 실험실습비와 같은 교육·연구 활동에 사용지만 정규 교육과정을 간신히 운영하는 수준이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없으면 운영이 불...
입력:2017-08-11 18:15:02
[삶의 향기-신창호] ‘구부러진 것’을 사랑할 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있다’와 ‘없다’에 대해 아주 심오한 철학을 펼쳤다. 있다는 ‘있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고, 없다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란 주장이다. 절대적인 ‘유(有)’와 절대적인 ‘무(無)’, 그리고 이 둘의 대립 외에는 아무것도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생명은 ‘진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곳’에선 살아 있지만, 언젠가는 죽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고 ...
입력:2017-08-11 18:05:01
[한마당-김영석] ‘인생은 이호준처럼’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의 은퇴 투어가 시작됐다. 대전을 시작으로 10개 구단 경기장을 돌며 계속된다. 한·일 통산 600홈런, KBO리그 최다 홈런, 최다 타점, 최다 루타 등 무수한 기록을 제조한 그다. 올바른 인성까지 갖췄기에 은퇴 투어의 롤 모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 같은 이승엽 은퇴 투어에 가려진 이가 있다. 이승엽처럼 올해 은퇴를 미리 선언한 NC 다이노스 이호준이다. 1976년생으로 KBO 최고령 선수다. 94년 해태 타이거즈에 투수로 입단했다 타자로 전향한 24년차다. 8명뿐인 300홈런 클럽 멤버다. 역대 타점에서 그를 앞선 이는...
입력:2017-08-11 18:05:01
[한마당-박현동] 서울 불바다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불바다가 될 것이다.” 1994년 3월 19일 8차 남북 접촉이 진행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했다. 목소리는 격앙됐다. 그는 남측 대표 송영대 통일원 차관에게 “송 선생도 살아나기 힘들어요”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불바다의 시작이었다. 당시 신문은 “회담 시작에 앞서 덕담도 없었다. 험악했다”고 전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는 아슬아슬하다. 전쟁위기론까지 나돈다. 불바다 협박은 서울에서 남한 전역으로, 이어 괌까지 확장됐다. 도널드 ...
입력:2017-08-10 18:15:01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통증 잊는 법
살짝 넘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왼쪽 엄지발가락을 된통 부딪쳤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조금 욱신거리더니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고, 예닐곱 시간 지나자 발가락이 온통 보라색이 됐다. 신경을 다른 데로 돌려줄 만한 책을 찾아 책장을 훑다가 ‘바퀴벌레 삐딱날개’라는 그림책을 뽑아들었다. 외톨이 바퀴벌레 하나가 음식 재료로 조각품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그 작품은 번번이 도마뱀, 원숭이, 스라소니들이 가로채 먹어버린다. 화가 난 녀석, 자기보다 몸집 작은 잎꾼개미들을 골탕 먹이다가 사로잡혀 군대개미들에게 제물로 바쳐질 처지가 된다....
입력:2017-08-10 18:45:01
[내일을 열며-손영옥] 빗물 모아 반구대 암각화 사랑
얼마 전 울산시 공무원으로부터 ‘시장님 특별 관심 사항’이라는 당부의 글과 함께 홍보자료를 받았다. 이메일에는 ‘무개념 문화재청 울산 문화재 보존 방식’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달렸다. 문화재청 심의기구인 문화재위원회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방안으로 울산시가 제안했던 생태제방안을 부결시킨데 대한 울분의 반박 글이었다. 반구대 암각화는 주변에 조성된 사연댐 탓에 1년 중 8개월은 물에 잠겼다 갈수기에 드러났다 하기를 반복한다. 이 바람에 커다란 바위에 풍속도처럼 새겨진 선사시대 고래 사냥 그림은 점점 떨어...
입력:2017-08-09 18:10:01
[한마당-고승욱] 진주목걸이 전략
명나라 영락제 시절 아랍계 이주민의 후손인 정화(鄭和)의 원정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중 ‘일로’의 출발점이다. 정화는 중국이 워낙 강조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콜럼버스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잇는 육상실크로드(일대) 건설을 발표했다. 한 달 뒤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실크로드(일로) 계획을 밝혔다. 이듬해 그는 세계 인구의 65%, GDP의 30%를 포괄하는 거대한 경제협력 구상인 일대일로...
입력:2017-08-09 17:40:01
[박현동 칼럼] 경제라 쓰고 정치라 읽는다
얼마 전 세제개편 설명회에 나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췌했다. 오른쪽 눈은 충혈됐고, 왼쪽 입술은 부르텄다. 연민의 정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에게 쏟아진 것은 격려가 아닌 비난이었다. 김 부총리는 고용 확대와 소득 재분배를 위해 여유 있는 계층을 상대로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세는 없다’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왜 정책 기조가 변경됐는지, 세금주도 성장이 아니냐는 추궁이 있었으나 말을 아꼈다. 스스로도 겸연쩍었던지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유지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했다. 짐작되는 바 ...
입력:2017-08-08 18:05:01
[현장기자-권지혜] 康 장관 ‘조금 아쉬웠던’ 외교 데뷔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8일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외교 역량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취임 후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를 수행하며 워밍업을 했다면, 이번엔 외교수장으로 나흘간 15개국과 양자 회담을 했다. 강 장관은 이날 취재진이 머무는 숙소를 찾아 직접 성과와 소회를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가 최우선 현안으로 부각됐고,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가 강화됐으며,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장면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강 장...
입력:2017-08-08 18:35:01
[경제시평-정규돈] 미 통화정책과 달러 향방
‘연 3회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개시.’ 현재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2017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 대한 컨센서스다. 연준은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보유자산 축소를 비교적 빠른 시일 내(relatively soon) 실시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컨센서스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남은 세 차례의 FOMC 중 한 차례의 금리인상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연준의 행보는 미 달러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장기적 관점에서 미 정책금리와 달러화는 지난 50여년에 걸쳐 높...
입력:2017-08-08 18:05:01
[한마당-한민수] 極中주의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의 이념적 좌표를 설정하는 것은 때론 위험하다.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정치판에서는 특히 그렇다. 창당 때 노선 잡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가치를 중시해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할 경우 상대방에게서 극우(極右)정당 또는 꼴통보수 정당이라는 비판을 듣기 일쑤다. 반대로 개혁에 무게를 두면 색깔론 공세를 당하기 십상이다. 극좌(極左)모험주의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원조보수정당 격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좌표를 ‘개혁적 보수&r...
입력:2017-08-08 18:05:0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엽서의 미학
십 년 전만 해도 여행할 때 종종 엽서를 부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카카오톡이 대신하게 됐다. 엽서를 넣으면 어느 시점에 알아서 보내준다는 우체통도 종종 만났지만 그럴 때도 나는 카톡을 선택했다. 그 우체통 앞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지금 그 앞에 와 있다 하고 보냈던 것이다. 그러니 방금 산 엽서 몇 장은 어떤 기능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세심하게 엽서를 골랐다. 이 칼럼에서도 종종 알파벳 하나로 압축되는 지인들에게 부치기 위해서다. 여기는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이고, 저 앞에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일했던 ...
입력:2017-08-08 17:40:01
[청사초롱-이기호] 가려야 보이는 것들
작가가 되겠답시고 한 삼 년 동안 신춘문예와 문예지 공모에 줄기차게 응모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는 주말에만 하고 주중에는 공공도서관과 옥탑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속 소설만 읽고 써댄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쓰면 뭐하나. 결과는 매번 본심에도 오르지 못한 채 탈락. 삼 년째에도 본심에 오르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지자 억병으로 술에 취해 이게 심사가 좀 잘못된 거 아니냐고, 심사위원들이 학맥 따라 인맥 따라 뽑는 거 아니냐고, 멀쩡한 전봇대를 붙들고 오랫동안 주정을 늘어놓기도 했다. 전봇대에 적혀 있던 한국전력 마크를 보면서 너도 공기...
입력:2017-08-08 17:40:01
[한마당-김명호] 마음 근력 키우기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근력은 근육의 수축에 의하여 생기는 힘, 말하자면 근육의 힘 또는 그 힘의 지속성을 말한다. 근력은 보통 30대 초반까지는 증가하나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약간 떨어지고 노년기에는 감소한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30∼50% 정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근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게 되면 몸의 균형은 물론이고 신체 노화를 늦추고 특히 각종 통증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게다가 근력이 좋으면 몸의 회복력도 빠르다. 외부 자극에 의한 충격이 있더라도 이를 회복시...
입력:2017-08-07 17:40:01
[기고-최성규] 孝로 저출산·고령화 해결을
저출산·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자 나라의 앞날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어찌 보면 북핵보다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이고, 긴 안목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다행히도 한국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가족주의와 효사상이 내려오고 있다. 가족주의와 효사상이 중요한 정신적 가치로 작용하며 이 나라를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때는 오히려 다산(多産)이 걱정돼 아이 덜 낳기 운동을 하던 시절이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탄탄한 가족주의와 효가 뒷받침 되면서 효도하는 자녀가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화목한 가...
입력:2017-08-07 17:40:01
[돋을새김-한승주] 군함도와 옥자, 영화 생태계
여름휴가와 무더위가 절정이던 지난 주말, 극장가는 영화를 보며 더위를 식히려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마침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바라보는 기대작 두 편이 상영 중이었다. 한국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그 주인공. 각각 일제 강점기 일본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던 조선인들과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작품성과는 별개로 군함도는 개봉 당일 역대 최다 스크린 수(2027개)를 기록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켰다. 저예산 영화를 주로 연출해온 민병훈 감독은 자신의 SNS에 군함도 스크린 ...
입력:2017-08-07 17:35:0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분단의 상처, 화해로 치유하겠습니다
6·25전쟁이 났을 때 아버지는 전국 청년조직인 대동청년단 해남군 지부 부단장이었고, 어머니는 대한부인회 황산면 지부 회장으로 일하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좌익 편에서 보면 눈엣가시였습니다. 한 달 만에 고향 해남이 인민군 점령 하에 들어가자 우리 가족은 좌익의 해코지를 피하려고 버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형, 저는 붙잡혀 목포로 압송됐습니다. 형과 저는 곧 풀려났지만 아버지는 고문을 받았고 나중에 해남으로 압송, 얼마 동안 읍내에 갇혀 계시다 석방됐습니다. 아버지는 고문 후유증으로 석 달을 누워 지내셨습니다. 그러다 서울 수복 ...
입력:2017-08-07 00:05:02
[한반도포커스-서승원]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를 보며
냉전 해체 후 경제제재 전성기라는 말이 회자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런 언급이 무색할 정도로 초(超)전성기다. 지난 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 제재법안에 서명했다. 이 중 대북 제재법안은 원유·석유제품 수입 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제재 거부 국가의 선박 운항금지, 온라인 상품거래 및 도박사이트 차단, 미국인 북한 여행 제한 등 가히 전방위적이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유엔에서는 제8차 대북제재결의안 표결이 이뤄...
입력:2017-08-06 18:30:01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신분 유지·상승의 사다리
며칠 후 우리 집 청소년이 고입검정고시를 본다. 현재 우리 아이가 중학교 3년 과정 동안 배워야 할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평가할 방법은 국가에서 치르는 검정고시 밖에 없다. 아이는 쉬운 문제라도 그 문제의 예문 하나까지 완벽하게 알고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중간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선 나와 오랜 시간 토론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에 이런 시간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게 될 때면 선택의 여지없이 학교를 다니고 입시를 치러 대학을 나온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입력:2017-08-06 18:30:01
[한마당-강주화] 박상륭 선생에 대한 기억
얼마 전 별세한 박상륭(1940∼2017) 선생을 만난 적이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이었다. 소설가 이문구(1941∼2003)가 떠났을 때다. 그는 이문구 평생의 문우(文友)였다. 박 선생은 ‘죽음의 한 연구’와 ‘칠조어론’ 등으로 독보적인 관념소설의 세계를 구축했던 작가다. 소설가 유용주는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온다면 1번은 박상륭”이라고 했다. 빈소 앞 나무 벤치에서 박 선생과 이야길 나눴다. 수습기자 시절이었으니 아마 나는 그에게 고인과의 관계나 그를 잃은 소회를 물었을 것이다. 내가 그에...
입력:2017-08-06 18:05:01
[삶의 향기-박재찬] 벼랑 끝 인생의 선물
‘벼랑 끝 인생의 역전 이야기’ 지난 6월말 존 로스(1842∼1915) 선교사의 사역 현장을 둘러보면서 나름 지어본 답사기 제목이다. 130년 전 로스가 중국 땅에서 한글로 성경을 번역·출판·배포하는 일련의 과정속엔 몇몇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겐 ‘벼랑 끝에 선 이들’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이응찬. 평안도 의주 사람인 그는 소가죽을 싣고 압록강을 건너다 큰 풍랑을 만난다. 배가 뒤집혀 가진 걸 모두 잃고 목숨만 달랑 건진다. 1876년 봄 그는 중국 단둥 펑청에 있는 고려문에서 로스를 만난다. 무일푼의 이응찬은 로스...
입력:2017-08-04 17: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