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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한민수] 주도적 역할
역대 한국 정부 가운데 남북문제에서 처음으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대중(DJ)정부도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김 대통령이 1971년 대선 출마 때부터 대북정책을 가다듬어 왔고, 이 문제에 있어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에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그랬다. 1998년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DJ에게 “한반도 문제에서 김 대통령이 핸들을 잡아 운전하고 나는 옆자리에 옮겨 보조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측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DJ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미 행정부와 의회 내에는 ...
입력:2017-07-03 18:40:0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교회다움’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몇 년 전 우리교회는 경남 의령에 또 하나의 형제교회를 세웠습니다. 파송된 목사님이 그곳에 세를 얻어 몇 명의 지역 주민을 전도해 교회를 이루게 됐습니다. 예배당을 지을 땅을 찾아 나섰는데 마침 적절한 땅이 나와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1322㎡(약 400평)의 땅을 4000만원에 사기로 했고 우리 성도 중 한 분이 기쁨으로 헌금을 했습니다. 땅 매매계약을 위해 부동산을 찾은 파송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땅주인이 다운계약서를 써달란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약서에 매매가를 1000만원으로 써달라고 했는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1000만원 주고 ...
입력:2017-07-03 00:05:01
[한마당-강주화] 호손과 하루키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은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헤스터 프린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고 그 벌로 간통을 뜻하는 ‘A’(adultery)자를 가슴에 평생 달게 된다. 헤스터는 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끝까지 발설하지 않고 상대였던 젊은 목회자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설교를 계속한다. 이 소설은 호손에게 선조가 저지른 일에 대한 대속(代贖)의 의미가 있었다. 호손의 고조부 존 호손은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있었던 ‘세일럼 마녀 재판’의 재판...
입력:2017-07-02 19:25:01
[조용래 칼럼] 주도권 외교, 동아시아에서 사는 법
지난달 23일 세미나 참석차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늘 그렇듯 입국하자마자 신문부터 살펴보는데 한 광고가 눈에 띄었다. 전국신속경보시스템(J앨러트)을 소개하는 정부 광고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날아올 것에 대비한 경보음 발송과 피난 요령 등이 내용이다. 그날 일제히 두루 게재된 모양이었다. 그뿐 아니다. ‘탄도미사일 낙하 시 행동’이란 30초짜리 동영상도 NHK를 비롯한 전국 43곳 방송국에서 그날부터 상영하기 시작했다. 4억엔 가까이 들였다는 일본 정부의 홍보 행보가 기가 차다. 의도적인 호들갑, 과장된 정부 광고다. 우리가 둔감한 건가. ...
입력:2017-07-02 19:20:01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비 오는 아침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는데, 빗소리를 들으며 깼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헷갈릴 땐, 자기 전에 생각하던 사람을 잠이 깼는데도 계속 생각나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빗소리만 들어도 이렇게 설레다니. 나는 비를 무척 그리워했구나. 얼마 전 미국 미네소타에 사는 친구가 SNS에 막내가 처음으로 혼자 우산을 쓰고 신나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주었다. 친구의 꽃무늬 우산. 망가지지도 않아 오래 갖고 있던 우산이라는데. 해맑은 아이가,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가 가지고 있던 꽃무늬 우산을 흔들며 웃는 모습을 보...
입력:2017-07-02 18:25:02
[삶의 향기-신창호] ‘핍박받은 자 복이 있나니’
2007년 7월 19일 한국인 기독교도 23명이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카라바크 지역에서 탈레반 세력에게 인질로 붙잡혔다. 이른바 분당샘물교회 선교단 인질 사건이다. 한국은 난리가 났다. 정부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국가정보원까지 동원했다. 탈레반은 인질들을 미끼삼아 기독교 선교사들의 완전 철수와 탈레반 죄수 전원 석방을 요구했다. 그리고 “제발 여성 성도들만이라도 풀어주라”고 간청하는 배형규 목사와 심상민 선교사를 살해했다.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런 위험한 곳에 신자를 보내는 게 무슨 선교냐” “무슨 권리로 무슬림을 개종하겠다는...
입력:2017-06-30 17:30:01
[한마당-한민수] 확인해봤어?
20년도 더 됐다. 수습기자 시절 유명 사이비종교 전문가가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피살됐다. 현장에서 피해자가 수상한 남자와 심야에 언쟁을 벌였다는 얘기를 제삼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곧바로 선배 기자에게 보고했는데 돌아온 답은 “네가 직접 들었어? 확인해봤어?”였다. 육두문자가 섞인 질책을 받고 새벽까지 목격자를 찾기 위해 피해자 주변 아파트를 헤집고 다닌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2001년 사회부 사건팀장으로 일할 때는 후배 기자로부터 관악산 인근에 작은 송아지만한 길고양이가 출몰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반신반의하면서도 확신에 찬 ...
입력:2017-06-30 17:30:01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가이드 탓이야
베트남에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가이드는 하루의 일정을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알려준다. 가는 곳에 대해 설명하고, 목적지에 닿을 때쯤 한두 번 언급한다. 그러니 ‘고무나무’라는 말을 열 번 이상은 들었을 거다. 그런데 창가에 앉은 사람이 “어, 고무나무다!”라고 외치자 평소 목소리 큰 아저씨가 묻는다. “뽕나무요?” “아니, 고무나무요.” “곰나무요??” “아니, 고무나무요.” 비행기가 연착하면 누구 탓이죠? 가이드가 묻는다. 날씨 탓? 복잡한 공항 탓? 쇼핑에 정신 팔려 늦게 탄 손님 탓? 의견...
입력:2017-06-29 19:50:01
[세상만사-장지영] 블랙리스트, 진실과 화해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관련자들의 재판 심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7월 3일에는 1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재판을 바라보는 문화예술계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의 계속된 혐의 부인 외에도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던 문체부 고위 공무원들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간부들이 어느새 피해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실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는 예술가들인데도 이번 재판에선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 게다가 최근 감사원이 발...
입력:2017-06-29 17:55:01
[한마당-김영석] 18년 만의 씨랜드
1999년 6월 30일 새벽 0시30분.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3층짜리 컨테이너 건물 301호에는 유치원생 18명이 자고 있었다. 모기향에서 시작된 불은 이불과 집기로 옮겨붙었다. 아이들은 급히 창가로 대피했다. 소방차가 도착한 것은 불이 난 지 한 시간여 지난 새벽 1시41분. 화마는 그새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4명 등 2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한 엄마는 “우리 애 머리띠야”라며 오열했다. “엄마, 잘 다녀올게”라는 딸의 마지막 말만 계속 되뇌었다. 시뻘건 불길 속에서 엄마와 선생님을 찾았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입력:2017-06-29 17:50:01
[특별 기고] 장애인 전문 예술인 양성하자
대한민국 장애인 문화예술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애인 인권의 발전에 발 맞춰 이들의 문화예술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정부 주도의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이 한국문화예술의 태동지인 대학로에 건립되는 쾌거도 이뤄졌다. 한국 근현대 예술의 요람인 대학로에 장애예술계의 새로운 도전과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음’은 말 그대로 장애인들의 문화예술적 잠재력이 실제 창작활동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적 역할을 확장해 나가도록 견인하고 지원하는 베이스캠프다. 이러한 ...
입력:2017-06-29 00:10:01
[한마당-박현동] 한·미 정상회담과 악수 외교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인권 외교’가 한국을 괴롭혔다. 카터는 박정희 정권 말기 인권문제를 주한미군 철수까지 연계했다. 박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 핵 개발에 은밀히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1976년 6월 개최된 박정희·카터 정상회담은 최악이었다. 첫 한·미 정상회담은 6·25전쟁 막바지에 열렸다. 아이젠하워는 1952년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이승만을 기피하다 우여곡절 끝에 만났다. 전두환은 11대 대통령 땐 한·미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 미국은 총칼을 앞세운 체육관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 미국 &ls...
입력:2017-06-28 18:30:01
[경제시평-남준우] 종교인 과세, 정치인이 문제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년이 되는 해이다.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대학 교회 정문에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나붙었다. 이 격문은 사실 대자보 수준으로 주된 내용은 교황 레오 10세의 성베드로 성당 건축비 충당과 대주교의 사욕이 빚은 ‘면죄부’ 남발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이 무렵, 교황청과 가톨릭교회는 부패한 생활로 인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이를 해소하고자 레오 10세가 선택한 방법은 ‘면죄부 판매’였다. 면죄부란 쉽게 말해 천국행 티켓으로 면죄부를 사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격분한 신학 교수인 ...
입력:2017-06-27 19:15:01
[한마당-이명희] 페미니스트 대통령과 탁현민
촉나라 승상 제갈량은 사마의가 이끄는 위나라군을 정벌하기 위해 전략 요충지에 절친인 마량의 아우 마속을 보냈다. 제갈량은 적들이 오는 길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마속은 적의 진출입로를 방어하기보다 산 위로 유인하기 위해 진을 쳤고 식수와 식량이 동나 결국 패했다. 마속의 재주를 아낀 많은 사람들이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율을 어기면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된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참수형에 처했다. 읍참마속(泣斬馬謖), 누참마속(淚斬馬謖)의 유래다. 김유신은 화랑 시절 천관이라는 기생 집을 ...
입력:2017-06-27 19:15:0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가짜 지진
나는 지금 대지진을 겪었던 도시에 와 있다.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 불 밝힌 책상 앞에 앉아서 땅이 흔들린다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깨어 있었던 건 지진 때문이 아니라 단지 원고 마감 때문이었지만, 행간에 한 번씩 돌들을 떠올렸다. 지진으로 이 도시의 성이 무너졌을 때 퍼즐처럼 흩어진 돌들 말이다. 십만 개가 넘는다는데, 그 십만 개의 돌들이 원래 위치를 기억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타국의 낯선 호텔, 새벽의 책상은 집중하기가 좋은 환경이라 어느 순간엔 정말 발밑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가끔 가짜 지진을 느낀다. 언젠가 다른 ...
입력:2017-06-27 18:30:01
[청사초롱-곽금주] ‘안아키’로 본 과학에 대한 불신
건강하게만 커 준다면, 가능하면 약을 쓰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 싶은 것이 많은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몇 년 전 인터넷상에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안아키) 카페가 개설되었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약도 쓰지 않으며 자연적으로 치유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이다. 한 한의사가 개설한 이 인터넷 카페는 6만여명의 회원을 두고 활발하게 운영되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에 뒤이어 그 타당성에 대한 뜨거운 논박이 있다가 결국 최근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안아키 옹호론자들은 &...
입력:2017-06-27 18:30:01
[한마당-정진영] 문 대통령 脫원전 뒷담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간명하며 힘이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설파된 취임식은 물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의 스피치는 큰 울림을 줬다. ‘연설의 암흑기’라고도 할수있는 이명박, 박근혜 시대의 기저효과가 있겠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은 확실히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멋과 맛이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말은 그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수단이다. &lsqu...
입력:2017-06-26 17:35:0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아침마다 용서하며 시작합시다
전남 신안군에 임자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이 교회의 최초 장로는 이판일입니다. 이 장로는 문준경 전도사의 전도를 받고 예수님을 믿기로 결심한 날부터 술과 담배와 도박을 끊었습니다. 토요일부터 가족들과 함께 주일헌금과 입고 갈 옷을 준비하며 철저하게 주일성수를 했습니다. 6·25가 발발했을 때 이 장로는 담임목사를 육지로 피신시켰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목포 보위부까지 끌려가 고문을 당하며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위부원 한 사람이 이 장로를 안다며 석방해 줬습니다. 이 장로는 곧바로 임자도로 돌아와 수요예배를 인도했습니다. 하지...
입력:2017-06-26 00:05:02
[한반도포커스-이관세] 한·미 정상회담과 그 이후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부 간 대북정책이 다른 것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대화는 ...
입력:2017-06-25 18:10:02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한 숨의 소중함
작년만 해도 미세먼지는 나와 먼 이야기처럼 들었다. 미세먼지를 주의하라는 뉴스나 친구들의 걱정도 왠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이 아닐까 하고 흘려듣곤 했다. 내가 사는 곳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서울의 위성도시이고, 산업시설, 에너지 시설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고, 교통량도 많은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봄부터 ‘미세먼지 재앙’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느끼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작년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화력발전소가 가동되어 돌아가고 있다. 그 부근을 지날 때면 커다란 드럼 같은 발전소 위로 하얀 연기가 올...
입력:2017-06-25 18:10:02
[한마당-모규엽] 나제통문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는 나제통문(羅濟通門)이라는 바위굴이 있다. 높이 3m, 길이 10m에 이른다. 직접 찾아가 보면 마치 성벽인 듯 솟아 있는 석견산을 관통하고 있다. 나제통문은 유서가 깊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국경을 이루던 곳이다. 삼국시대에는 이 나제통문을 중심으로 동쪽 무풍은 신라 땅이었고 서쪽 주계는 백제 영토였다. 그래서 현재까지 이 두 지역은 풍속과 문물이 판이하다. 무풍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도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주계에선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들린다. 나제통문 인근 도로표지판을 보면 경북 성주와 전북 무주·장수가 나란히 적혀 ...
입력:2017-06-25 17:45:01
[김진홍 칼럼] ‘이견 제기 의무’ 다하고 있는지…
협치 대신 대치다. 역대 정권 초반에 늘 봐왔던 풍경이어서 새삼스러울 건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갓 출범한 정부들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마음먹은 대로 고위공직 인선을 서두르게 마련이었다. 반면 야당은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문제점을 들춰내며 새 정부를 공격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뒤바뀌었을 뿐이다. 대치 정국의 일차 원인은 예나 지금이나 인사 난맥이다. 흠결 없는 인물은 정말 없는 것인지, 조각(組閣) 과정의 잡음은 문재인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현 정부의 인사는 보은·코드 중시, 도덕성 경시로 압축할 수 있다. ...
입력:2017-06-25 17:45:01
[한마당-고승욱] 국립공원 50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립공원 5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이다. 뚱뚱하지만 귀엽게 웃는 반달가슴곰 조형물이 광장에 서있다. 산악인 엄홍길씨의 토크콘서트에 음악회와 학술 세미나도 열렸다. 지난봄부터 시작된 축제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부터 가장 나중에 합류한 태백산까지 전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국립공원의 역사는 1967년 공원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지리산을 지키겠다는 민간 전문가들과 지역주민의 의지가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50년 동안 국립공원은 전쟁과 기근으로 황폐해진 산을 되살리는 전진기지였다. 산길에서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은 국립공원...
입력:2017-06-23 18:15:01
[삶의 향기-박재찬] 연약하고 불완전한
박춘애(70) 할머니는 지금 영국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 3월 22일 런던 의사당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로 5명이 숨진 그날, 현장 한복판을 거닐던 박 할머니는 돌진하는 테러범의 차량에 튕겨 나가면서 돌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두개골 절개와 봉합 등 수술을 세 차례나 했다. 경북 영천에서 과수원 농사를 짓다가 칠순 기념으로 남편과 함께 패키지여행에 나섰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하나님도 참 무심하시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터질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 속에서 연약하...
입력:2017-06-23 18:10:01
[청사초롱-손수호] 벨기에 공주의 좀 판타지한 느낌
벨기에 공주의 좀 판타지한 느낌 기사의 사진 한국인이 선호하는 나라에 스위스가 늘 상위에 오른다. 자연의 아름다움에다 중립의 가치를 지향하는 전통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800만 인구에 땅이 남한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국제적 명성을 지닌 도시가 수두룩하다. 수도 베른을 비롯해 금융업이 발달한 취리히, 외교의 메카 제네바, 아트페어로 유명한 바젤, 알프스 기슭의 인터라켄과 루체른, 올림픽의 수도 로잔, 포럼의 도시 다보스가 그렇다. 스위스와 비교되는 나라가 벨기에다. 경상도 크기, 인구 1100만에 공식어가 3개인데서 알 수 있듯 주변 국가에 많이 시달렸지만 ...
입력:2017-06-20 17: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