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이미 애프터
카메라 관련 장비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는데, 그 세계의 애칭들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애기백통→ 형아백통→ 엄마백통→ 아빠백통→ 새아빠백통’으로 이어지는 가계도 같은 것. 작명에 동의하느냐의 여부는 뒤로 미뤄두더라도 애칭은 확실히 눈길 끄는 간판 역할을 한다. 만두렌즈니 카페렌즈니 기발한 애칭들을 보다가 ‘여친렌즈’에서 눈이 멈췄다. 보편적인 여친렌즈가 두어 개 있었고, 많은 사람이 여친렌즈의 위력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신이 나서 L에게 그 정보를 보여주었다. “여친렌즈라는 게 있다...
입력:2017-08-22 17:45:02
[한마당-김명호] 직접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종교나 관습 등 동질성이 높은 구성원들의 공동체였으니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좋은 조건이었다. 18세가 되면 정책결정권을 가진 민회(民會)에 출석할 권한이 생긴다. 보통시민에 의한 정치가 일반적 인식이었기에 관직은 시민 중에서 추첨으로 선출된다. 더 이상의 민주주의가 없겠다. 직접민주주의의 고향 아테네는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제자 플라톤이 그의 재판을 기록한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어리석은 다수의 결정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준다.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
입력:2017-08-22 17:40:01
[정진영 칼럼] 종교인 과세 논란 이제 끝내자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마무리 지어야겠다. 그동안 큰 실익 없는 논쟁만 벌였던 게 아닌가 싶다. 정부가 법률에 기반해 종교인에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자 한국교회가 중심이 돼 시행연기를 요구한 것이 논의의 핵심이었다. 예외는 원칙을 이길 힘이 없었다. 헌법에 명시된 납세 의무를 상대로 한 교회의 공박은 그리 호응을 못 얻었다. “미비점이 많으니 좀 늦추자”고 했더니 “세금내기 싫다는거냐”는 힐난이 돌아왔다. 극단의 오해까지 낳았다.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으로 비춰졌고 여론은 못마땅하게 여겼다. 수 년...
입력:2017-08-22 17:40:01
[돋을새김-배병우] 북핵, 판이 바뀌다
역사에는 기존과 크게 다른 상황이나 방향으로 바뀌는 분기점이나 전환점이 있다. 그런데 전환을 촉발한 사건의 중대성을 그 시대 사람들이 바로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참 뒤에야 갈림길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 통과에 반발한 김정은의 탄도미사일 괌 포위 발사 위협,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촉발된 위기는 일단락됐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위협이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과거와 궤를 달리...
입력:2017-08-21 19:10:01
[기고-이덕환] 살충제 계란 파동의 교훈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정부의 극약처방으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동의 후폭풍이 거세다. 계란의 95.7%는 멀쩡했고, 실제 오염도도 부작용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는 무의미해져 버렸다. 검사에 필요한 시약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였던 전수조사도 부실했고, 대부분의 오염이 친환경과 동물복지 계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오히려 증폭됐다. 결국 계란 소비는 반토막 났고, 제빵업계의 매출도 크게 줄었다. 살충제 계란은 폭염으로 기승을 부린 진드기와 이 때문에 닭장에 뿌렸던 살충제가 사료나 ...
입력:2017-08-21 17:55:01
[한마당-박현동] 주한미군 철수론
동맹이라고 해서 항상 관계가 좋은 건 아니다. 동지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되듯 동맹은 변한다. 세계사가 말해준다.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은 연인들도 다투는데 국가끼리는 오죽할까. 한·미동맹이 애증(愛憎)의 역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극적인 애(愛)는 6·25 전쟁에서 미군 3만6000여명이 피를 흘렸을 당시다. 한국 인권상황이 걸림돌이 되기는 했지만 양국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반면 ‘효순·미선 사건’ 이후 확산된 반미감정은 증(憎)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양키, 고 홈!’이라는 구호가 대학가를 지배했다. 주...
입력:2017-08-21 17:55:0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이 땅을 기우소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야 하나님을 믿는 자라면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중단해도 게을러져도 안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허리가 잘린 채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마땅하고도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걷는 기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비 오는 날 장독 덮은 자랑’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달포 전 저는 열하루 동안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홀로 걸으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음으로만 기도할 것이 아니라 아픔의 땅을 내 발로 걸으며 기도를 바치고 싶었던 것은 ...
입력:2017-08-21 00:05:01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감동 구름
얼마 전 쿠바를 여행하고 온 어느 소설가의 여행 산문집을 읽다가 아바나의 구름 사진을 보았다. 작가는 아바나 구름을 보기 전까지는 구름에 주목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종이에 작게 인쇄된 사진으로만 봐선 작가가 본 구름의 감동이 전달되진 않았지만, 구름의 모양과 배경으로 봐 저런 크기의 구름을 실물로 보았다면 충분히 감동적이었으리라는 짐작은 되었다. 나는 유년을 시골에서 보내서인지 구름의 모양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만큼 유흥이 없었고 심심한 유년이었다. 내가 처음 구름의 모양에 주목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 가장 선명한 기억은 초등학교 5...
입력:2017-08-20 18:40:01
[한마당-김태현] 이란의 ‘반쪽 스포츠’
최근 이란은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인구 8280여만명(세계 17위)의 이란은 지리적으로 중동에 속한다. 하지만 인근 국가들과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인종이 여느 중동 국가들과 달리 아리안계다. 또 대부분 중동 국가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이란은 페르시아어를 고집하고 있다. 건장한 신체를 타고난 이란인들은 최근 체계적인 훈련과 선진 기술을 적극 도입해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중요한 대회에서 번번이 이란에 발목을 잡히며 고전하고 있다. 이란에서 가장 인기인 종목은 축구다. 남자 축구 대...
입력:2017-08-20 18:20:01
[한마당-정진영]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는 국세청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국세청장 및 차장을 비롯해 본청 과장급 이상, 지방청장은 물론 전국의 세무서장 등 200여명이 모인다.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모임에서는 그해 중점적으로 펼치는 국세행정 업무방향이 공표된다. 세정의 무게중심이 가늠돼 대기업이나 고액 자산가 등은 촉각을 세운다. 이 행사는 때로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로 비중이 컸다. 1965년 7월 28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 장소는 정부의 핵심 공간인 중앙청 회의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음성 세원을 포착해 세수 증대를 꾀하고 범법자를 엄중...
입력:2017-08-18 18:00:01
[기고-송길원] 저출산 말고 다출산으로
모든 사물의 시작은 ‘이름’으로부터 시작된다. 주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도 그렇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 이어 ‘그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고 나온다. 하나님은 천지창조에 인간을 참여시키면서 동물들의 ‘이름’을 짓게 했다.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이름은 존재 그 자체다. 어떻게 불려지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강화도를 ‘유배지’로 말하는 순간 버려진 섬이 된다. 하지만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말하면 강화도는 역사 유적지가 된다. 관광지가 되고 유...
입력:2017-08-18 17:50:01
[창-강창욱] 사랑이라는 상상의 출구
고민했다. 또 사랑 운운할 것인지. 세상엔 말할 것, 말해야 할 것, 말해지지 않은 것이 널렸건만 왜 번번이 동어반복이 돼버릴지도 모르는 사랑 타령만 하고 마는가. 종잇장에 뭐든 써야 할 차례가 돌아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애써 외면한 채 마감 시한에 거의 다다르기까지 표류하는데, 기자에게 마감이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탈출부터 해야 하는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것이라서 거기에 임박해서는 일단 살겠다고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쥐어짜게 된다. 지난해 말부터 2∼3개월마다 부려놓은 사랑에 관한 주저리도 그 &l...
입력:2017-08-18 17:50:01
[한마당-김명호] 인식의 틀
심성이 착한 사람이 영리하면 ‘지혜롭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기적이거나 또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영리하면 ‘교활하다’고 표현한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 사람을 판단할 때 그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같은 방향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맥락효과’라 부른다. 처음 정보가 나중 정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해 전반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을 비슷하게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를 인식의 틀이라 할 수 있다. 맥락효과는 인식 틀의 한 가지 방법이다. 사람마다 관점과 기...
입력:2017-08-17 18:10:01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중성화 논쟁
동갑내기 사촌이 근처에 산다. 최근에 식구들이 암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운다. 내 사촌인 아빠는 보기만 해도 입이 벙싯 벌어지고, 엄마는 하루 이틀 집을 비우면 다른 누구보다 고양이 보리가 더 보고 싶더라며 희한해한다. 아들은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고, 유학 중인 딸은 노심초사 안부를 묻는다. 고양이 재미를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엊그제 통화 중에 사촌이 걱정스레 말했다. 보리가 이상하게 울어대. 몇 개월이지? 5개월쯤. 그럼 발정기인가? 달려가 보니 짐작대로였다. 중성화시켜야 해. 내가 단언했다. 사촌은 단호히 반대했다. 의사인지라 성호...
입력:2017-08-17 18:05:01
[내일을 열며-최현수] 한국적 핵전략 시급하다
요즘 연락이 통 없던 지인들의 전화가 잦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의 이메일도 늘었다. 한반도에 군사적 위협이 높아지면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이들의 궁금증은 대부분 한국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일러줬다. 이전에는 대부분 “그렇지” 하며 안도했다. 한데 이번에는 다르다. 외신들은 한반도에 전쟁시계가 째깍대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심드렁하다고 보도했지만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
입력:2017-08-16 18:05:01
[한마당-김준동] 계란 수난시대
계란은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다.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고 알부민 등 다른 영양소도 풍부하다. 동의보감을 보면 계란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눈의 피로와 통증을 풀어주는 데 좋다고 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계란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경북 경주 천마총에선 계란이 30개 들어 있는 토기가 출토되기도 했고 조선시대에는 계란을 이용한 요리법이 여러 문헌에 나와 있다. 난생설화도 빼놓을 수 없다. 계란은 중·장년층에겐 추억의 음식이다. 어린 시절 형제들과 다퉈가며 먹었던 음식이고 어머니의 정성이 듬뿍 담긴 도시락 반찬이기도 했다. 기...
입력:2017-08-16 18:00:01
[태원준 칼럼] “트럼프의 위협, 김정은에겐 선물”
지난주 외신의 주요 뉴스는 미국과 북한의 ‘말싸움’이었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화염”이란 말이 나왔고 북한은 “포위사격”을 꺼내 들었다. 말의 전쟁이 이어지자 영국 BBC는 독자를 위한 퀴즈까지 고안했다. ‘이 말은 트럼프와 김정은 중 누가 했을까’ 맞혀보라며 발언 8건을 제시했다. 뉴스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면 헷갈릴 만큼 둘의 말은 비슷하게 사나웠다. 그렇게 쏟아져 나온 외신 기사 중 눈에 띄는 문장은 이것이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공개적인 위협을 선물로 여길 것이다.’ 북한은 혹독한 경제...
입력:2017-08-15 17:50:01
[한마당-김영석] 욜로 정부
“욜로 맨(YOLO man).”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건강보험 개혁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홍보 영상 마지막에 외쳤던 말이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에서 첫 글자를 땄다. ‘당신은 한번뿐인 인생을 산다’는 의미다. 라틴어 ‘카르페 디엠(현재에 충실하라)’의 미국식 버전이다. 2011년 미국 힙합 가수 드레이크가 ‘더 모토’라는 노래에서 후렴구에 ‘욜로’를 반복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지난해 9월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등재되기도 했다. 욜로족은 불확실...
입력:2017-08-15 17:50:0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시간의 안락사
손목시계는 손목 위에 있을 때 가장 멋져 보인다. 아니면 판매대의 진열장 안에 있을 때. 적어도 이렇게 내 서랍 속에 방치되어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시계 여섯 개가 마치 잡은 지 오래된 생선들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색깔, 크기, 가리키는 시각이 모두 다른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초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시계 약을 교체해달라고 하자 수리점 주인은 시계가 멈춘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 앞에서 나는 얼버무렸다. “글쎄요, 한 3년은 넘은 것 같은데요. 시계마다 다를 걸요?” 수리점 주인은 멈춘 지 너무 오래되면 약을 갈아...
입력:2017-08-15 17:45:02
[청사초롱-손수호] 웃기는 作名, 이제 그만!
예전에 부산 지하철을 탔더니 감천동 문화마을을 ‘한국의 마추픽추’로 소개하고 있었다. 관광회사도 아닌 공공기관이 제작한 광고였다. 여기저기서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홍보가 감천 문화마을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겠으나 마추픽추니, 산토리니니 하는 비유가 적절한지 내내 미심쩍었다. 통영에서 나폴리 이름을 듣는 것처럼 불편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지적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감천 문화마을과 마추픽추와 산토리니는 태생부터 규모, 성격까지 판이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모두...
입력:2017-08-15 17:45:02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세대갈등 녹이기 위해 먼저 듣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어르신들의 회고록이나 자서전 집필을 돕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일흔이 넘은 분들로, 해방 전후에 태어나 전쟁을 겪고 산업화 또는 민주화의 주인공으로 일하시다 은퇴한 분들입니다. 당신들이 살아온 세월 속에서 아픔과 기쁨, 가난과 풍요, 성취와 실패, 배신과 화해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비로소 삶이 가져다주는 감사와 보람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에게 결코 망각하지 못하는 세월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전쟁의 시간이었습니다. 적어도 자서전 집필을 도운 어르신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전쟁의 경험을 ...
입력:2017-08-14 00:05:01
[특별기고] 남북 관계, 나무심기운동이 답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은 한반도의 상황은 물론이고, 동북아시아와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격렬한 말들이 오가며, 이른바 ‘8월 위기설’이 공공연히 회자된다. 우리의 생존권이 무시되며 고조되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극한 대립과 갈등 상황에서 정작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급한 과제임을 실감하게 한다. 지금 북한의 세습독재자 김정은이 관심을 두고 있는 사항은 두 가지다. 하나는 권력유지고, 다른 하나는 산림녹화...
입력:2017-08-15 00:05:01
[한마당-박현동] 죽음의 백조
백조는 우아하다. 하얀 털에 기다란 목과 가는 다리를 가졌다. 사람으로 치면 최고의 몸매를 자랑할 만하다. 일자리 얻지 못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스스로를 ‘백조’라고 할 정도다. 독버섯이 그러하듯이 아름다움엔 치명적인 요소가 있는 법.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생김새는 우아한 백조를 닮았으나 그런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스토리에도 유사한 흐름이 있다. 주인공 오데트는 마법에 걸린 착한...
입력:2017-08-14 18:40:01
[돋을새김-오종석] 멀로니와 마크롱, 문재인
1991년 브라이언 멀로니 총리가 이끌던 캐나다 진보보수당은 연방부가세 제도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국가재정을 위한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누적재정적자 비율이 54.7%(1990년)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물론 전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안기는 세금을 신설하는 것이니 여론이 좋을 리 없었다. 당시 캐나다 국민 80%가 반대할 정도였다. 2년 후인 93년 총선에서 진보보수당은 169석의 과반 의석 중 2석만 건지고 참패했다. 그 후 97년을 기점으로 캐나다 재정은 흑자로 돌아서고 경제는 활력을 되찾았다....
입력:2017-08-14 17:45:01
[한마당-우성규] 땡전 한 푼
땡전 한 푼 없으면, 정말 돈이 없는 것이다. 땡전은 아주 적은 돈을 말한다. 조선시대 당백전(當百錢)에서 유래했다. 흥선대원군은 경복궁 중건을 위해 1866년 당백전을 새로 발행했는데, 찍어도 너무 많이 찍어 돈의 가치가 추락하고 물가는 올라갔다. 고통 받던 민초들은 있으나 마나한 돈을 ‘당백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당전’으로 압축한 뒤, 세게 발음해 ‘땅전’으로 부르다 이게 ‘땡전’이 됐다. 한국은행은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을 사랑한다. 화폐박물관에 말의 유래를 직접 새겨 놓았을 정도다. 권력자...
입력:2017-08-13 18: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