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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정규돈] 미 통화정책과 달러 향방



‘연 3회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개시.’ 현재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2017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 대한 컨센서스다. 연준은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보유자산 축소를 비교적 빠른 시일 내(relatively soon) 실시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컨센서스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남은 세 차례의 FOMC 중 한 차례의 금리인상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연준의 행보는 미 달러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장기적 관점에서 미 정책금리와 달러화는 지난 50여년에 걸쳐 높은 정(+)의 상관성을 보여 왔다. 미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치도 같이 오른다는 얘기다. 이런 연유로 미 통화정책 정상화는 달러화 강세 재료가 분명하다. 연준이 직접적으로 금리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보유자산 축소는 자산매입 수요 감소로 인해 금리를 인상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일각에서는 연간 3000억달러 자산을 축소할 경우 1회 25bp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간주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3년간 적어도 2∼3차례 금리인상 효과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금년 들어 달러화는 10% 가까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노믹스 기대로 달러화는 2개월 만에 4.5% 강세를 보였으나 금년 들어 대통령의 정치스캔들로 트럼프노믹스 정책추진 기대가 줄어들면서 당선 이전으로 회귀해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그 사이 연준은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조만간 보유자산을 축소하겠다는 시그널까지 보냈지만 별 효과는 없다. 금년 초 달러 강세를 예상하고 달러 예금에 가입했던 국내 투자자를 비롯해 달러 강세에 베팅했던 거래는 낭패를 보고 있다.

미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물가에 대한 연준의 인식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7월 FOMC 이전까지만 해도 저물가는 일시적이라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다소 후퇴한 모습이다. 2월 +2.7%까지 확대되었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1.6%로 둔화되면서 통화정책 여건이 바뀔 수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다음 정책금리 인상은 물가반등 여부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은 달러강세 베팅 포지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둘째는 미국 이외에 유로존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동조하는 모습을 나타낸 데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년 4월 채권매입 규모를 매월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하는 등 양적완화 감축(테이퍼링)에 나섰다. 6월부터는 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다는 문구를 성명서에서 제외시키고 금년 4분기를 전후로 양적완화 추가 축소를 선언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까지 달러 강세는 미국의 나홀로 통화정책 정상화에서 촉발된 측면이 강한데 이제는 주요국 중앙은행 대다수가 한 배에 오르는 양상이다.

마지막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달러 선호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달러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금년 초 취임 이후 유사한 발언을 통해 시장을 놀라게 한 이후 두 번째다. 미 무역적자와 실업자 양산의 책임의 일부를 강달러로 전가하면서 달러강세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감세 및 인프라 투자 등 향후 트럼프노믹스 추진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달러강세 효과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수시로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도의 노림수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최근 국제외환시장 분위기는 미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를 선반영했든지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든지 다소 불분명한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여건 변화에 따라 환율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달러가 갖가지 말썽을 야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처럼 급격한 환율변동은 우리 경제에 말썽이 될 수 있다. 향후 미 연준의 행보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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