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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뷰-김성수]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
  김성수 前 고신대 총장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기독교 대학이 존재한다. 개화기 선교사들이 설립할 당시에는 유수한 기독교 대학이었지만 지금은 기독교 대학의 특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유명 사립대학들, 아직도 교목실과 채플, 종교적 특강, 교양성경 과목의 개설 등을 통해 설립자의 신앙과 설립정신을 계승하고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독교 대학들, 목회자 양성의 신학교로 설립되어 점차 종합대학교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신학적 특성이 강해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신학대학의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 기독교 대학이 있다. ...
입력:2017-07-14 17:20:02
[기고-김세원] 펫로스, 그 깊은 고통의 터널
삶은 그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고 했던가. 더없이 소중한 반려견 예삐와 은별이를 의료사고로 갑자기 잃고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얀 눈이 온 대지를 덮고 포근한 햇살이 내리쬐는 겨울날, 너무나 사랑스럽고 총명한 예삐와 은별이가 열흘 간격으로 아픔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로 떠났다. 반려견과 이별한 사람은 그 고통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알 것이다. 흩날리는 벚꽃 향기마저 고통으로 느껴지던 시간을 지나 한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무시로 찾아드는 죄책감과 억울함, 그리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토록 외면하고 싶었던 아이들과의 마지막. ...
입력:2017-07-14 17:20:02
[삶의 향기-전정희] ‘소금길’의 가엾은 사람들
지난봄 서울 염리동 소금길 출사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이대역 5번 출구를 빠져 나와 왼쪽 염리동 골목길을 부르는 명칭이 소금길입니다. 염리동은 한양 도성에 수산물을 대던 마포나루 어시장 때문에 생긴 이름입니다. 생선이 썩지 않으려면 당연히 많은 소금이 필요했겠지요. 그 소금 저장창고가 많았던 지역이 지금의 염리동과 대흥동, 도화동 일대입니다. 소금머리골이라는 소금배 전용 포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이 염리동을 포함한 마포나루 일대는 한성부 서부 용산방 공덕리계(契)였습니다. 여기에 1900년 동막교회가 설립됐습니다. 동막...
입력:2017-07-14 17:20:02
[한마당-한민수] 도끼 상소
상소(上疏)는 왕조시대에 신하가 왕에게 글로써 자신의 뜻을 전하는 제도다. TV 사극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해 익숙한 편이다. 왕이 상소를 들어주기도 하지만 자칫 심기를 건드리면 생명을 잃거나 귀양을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아예 처음부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임금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소도 있다. 지부상소(持斧上疏)다.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의미로 도끼를 지니고 하는 상소다. 일반 국민도 기억할 만한 대표적인 사례는 조선 말 면암 최익현의 지부상소다. 최익현은 1876년 2월 강화도에서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서울 ...
입력:2017-07-14 17:15:01
[현장기자-강준구] 청와대의 유난스런 탁현민 집착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이 아닌 행정관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0년 전 저서를 통해 왜곡된 성의식을 드러낸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해임 여부다. 탁 행정관은 저서에서 고등학생 시절 여중생과 잠을 잤고, 그 여중생을 친구와 ‘공유’했으며, 임신한 여교사가 섹시하다는 등의 내용을 썼다. 일부 문장은 저서에서 밝힌 대로 픽션(허구)이라고 밝혔고, 일부 내용은 SNS 등에서 사과했다. 탁 행정관에 대한 청와대의 생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오래전 잘못을 깊이 사과했고, 지금은 반성하며 살고 있다. 수년간 여...
입력:2017-07-13 18:25:01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나를 울린 남자
한 모임에서 ‘나를 울린 남자’가 화제로 나온 적이 있었다. ‘어떤 남자 때문에 울었다’가 하나씩 풀려나왔는데, 내 차례에 나는 네로를 입에 올렸다. 외국인을 사귄 적이 있었단 말이냐, 이탈리아 남자냐, 자리가 떠들썩해졌다. 그게 아니라 ‘플란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다. 네로와 파트라슈가 얼어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통곡을 했다. 아마 중학교 2학년이었을 것이다. 나의 대답이었다. 나는 그때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했다. 나이 탓인지 더위 탓인지, 요즘 책을 읽어도 별 감흥이 안 생긴다. 주목의 대상이라는 소설을 ...
입력:2017-07-13 18:20:01
[한마당-고승욱] 면세점
2차 세계대전 직후 아일랜드 새넌국제공항에서 일하던 브랜던 오리건은 공항에 서 있는 비행기에 탄 승객은 아일랜드에 도착했지만 입국하지 않은 애매한 상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넌국제공항은 비행기 항로상 미국과 가장 가까운 유럽의 공항이다. 한번에 대서양을 건너지 못했던 당시 비행기들은 이곳에서 연료를 재충전했다. 승객들은 지루한 시간을 쇼핑으로 달랬다. 상품 리스트를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방식이었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오리건은 여기에 착안해 보세구역 안에 상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법을 만들었다. ...
입력:2017-07-12 17:45:01
[현장기자-이도경] 답은 공교육에 있다
40% 안팎이었다면 편하게 기사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명문대생 10명 가운데 4명 고소득층, 교육 불평등 심각’ 정도로 기사 제목을 상상하며 국가장학금 데이터에 손을 댔다. 엑셀 작업이 마무리되자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인원과 9분위 이상 인원을 합친 비율이 70%를 넘어선다는 걸 알게 됐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도저히 믿기 힘든 수치, 기사를 내보내려면 설명이 정교해야 했다. 70%를 설명하는 단서들을 여기저기서 모아봤다. 고교 진학단계부터 저소득층 자녀들이 걸러지고 있었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하는 교육급여 대상자 ...
입력:2017-07-11 18:10:01
[한마당-박현동] 집배원의 죽음
또 한 명이 죽었다. 올 들어 벌써 12명째다. 살인적 노동이 원인이라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버렸으니 분명 자살이다. 동료들은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단언하기 힘들다. 그의 직업은 집배원이다. 집배원 21년 차인 그는 지난 6일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 앞에서 자신 몸에 불을 붙였고 이틀 뒤인 8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하늘나라로 갔다. 기억 속의 집배원은 정겹다. 요즘은 SNS가 대세지만 전화마저 귀했던 시절 집배원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메신저였다. 많이 걸어서인지 종아리 핏줄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그러나 힘든 ...
입력:2017-07-11 17:40:01
[경제시평-정규돈] 기로에 선 세계 증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째 지속돼 온 국제금융시장의 환경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Fed)은 이미 2015년 12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제로금리 정책에서 탈피했고, 금년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1% 포인트 올렸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에는 그간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한 국채 등을 줄여나가는 보유자산 축소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은 그 자체로 채권금리 상승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 풀린 과잉 유동성을 흡수함으로...
입력:2017-07-11 17:40:01
[청사초롱-이기호] ‘수월성’은 사전에 없어요
옛 기억 하나.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예술고등학교가 흔치 않았다. 전국 단위로 서너 개가 있었을까? 그만큼 희소했기 때문에 그런 고등학교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었다. 그럼 그때 미대나 음대 진학을 희망했던 학생들은 어떻게 했는가. 그냥 일반고에서 다른 학생과 똑같이 배웠다. 약간 다른 점이라곤 야간 자율학습을 빼주는 정도. 그것만으로도 다른 학생들에게 우와, 부러움을 샀다. 머리를 기르고 좀 이상한 말을 해도, 쟤는 예술 하는 아이니까,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러고도 모두 예술대학에 잘만 진학했다. 시간이 지나 나와 엇비슷...
입력:2017-07-11 17:20:0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폭우 속의 수박
당일치기로 일본 유후인에 갔던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다섯 시간 남짓이었다. 우리는 유명하다는 롤케이크로 허기를 달랜 후 유후인의 폭우 속을 산책했다. 우산을 쓰는 게 별 의미 없어 보일 만큼 비가 쏟아졌지만, 비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의 흔적들을 한 겹씩 벗겨내기에 모든 것이 더 선명해졌다. 색감도, 냄새도. 그러다 오후 세 시가 지나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갔지만 확실히 애매한 시간대였다. 모든 식당이 ‘휴식’ 푯말을 내걸었고 우리가 버스를 타고 이곳을 떠난 뒤에나 다시 열 계획이었다. 결국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샀다. ...
입력:2017-07-11 17:15:0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정직’ 실천하는 선한 일꾼 되자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있는 시온교회(하근수 목사)에서 어린이들도 참여하는 특별새벽기도회를 열었습니다. 3주간 진행된 기도회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한 어린이들에게는 선물을 주기로 약속했기에 어린이들이 열심히 참석했습니다. 약속대로 개근한 어린이들에게는 특별 선물을 줬습니다. 그런데 한 여 권사님이 담임목사를 찾아와 “목사님, 하루 빠진 제 아들이 몹시 실망하고 슬퍼해 밥도 안 먹고 있습니다. 제 새벽기도 출석을 아들이 한 것으로 해서 선물을 좀 주세요”하고 부탁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담임목사는 그 부탁을 분명하게 거절했...
입력:2017-07-11 00:10:02
[한마당-이명희] 개한독립만세
예부터 매우 무더운 초복, 중복, 말복 등 삼복에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었다. 단백질을 보충하고 뱃속을 따뜻하게 해 질병을 막기 위해서다. 보신탕은 이승만정부 때 프란체스카 여사의 건의로 개고기 식용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불린 이름이다. 1984년 서울시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개장국을 혐오식품으로 지정해 판매를 금지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영양탕, 사철탕이란 이름도 생겨났다.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 부른다. 인류가 개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시대부터다. 중국의 양소, 용산 유적지나 우리나라 김해 회현동 조개무지 등 신석기 유물에서 개 ...
입력:2017-07-10 18:00:01
[한마당-지호일] 그날의 4인
그날 저녁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우병우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실에 몇 분이나 남아 있어요?” “6, 7명 정도 됩니다.” “나갑시다. 금요일인데 맥주나 한잔합시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핵심 취재원의 갑작스러운 술자리 제안이었다. 서초동 한 호프집에 우 기획관과 노승권 중수1과장, 윤석열 중수2과장, 윤대진 검사 등 4명과 기자들이 모였다. 중수부 주력 4인방이 수사 브리핑 장소 밖에서 기자들 앞에 모두 등장한 건 없던 일이었다. “가볍게 술 한잔하자는 거지 다른 건 없소”...
입력:2017-07-09 17:40:01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외할아버지의 마당예술
비가 내리면 세상의 온갖 냄새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비 오기 전 그 냄새들은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비 오는 날 도시에서는 하수구 냄새라든가,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옷에서 나는 땀 냄새가 MP3 볼륨을 키운 듯 커진다. 시골에서는 썩어 가는 두엄 냄새, 풀 냄새, 나무 냄새가 진해진다. 그동안 보이지 않게 존재했던 각종 미생물이 ‘나 여기 살아 있소’라고, 비가 올 때야 비로소 냄새로 외치는 것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공원 바로 옆이었는데 장마가 지기 전에 도시공원의 관리과에서는 자주 풀을 베었다. 비 오는 날까지 기다리지 않아...
입력:2017-07-09 17:35:01
[한반도포커스-서승원] 한·일 정상회담과 위안부 문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1년여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40분이 채 안 되는, 통역을 감안하면 20분이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안건들이 논의됐다.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하고 북한 핵·미사일 공조를 확인했으며 한반도 평화통일 여건 조성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 강조와 그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이해 표명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머물렀다. 아베 총리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가는 데 ...
입력:2017-07-09 17:35:01
[삶의 향기-송세영] 사이비종교는 종교가 아니다
사이비 의사는 의사가 아닌 것처럼 사이비 종교도 종교가 아니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명제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종교에 거부감이 많은 무신론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기독교인이 서슴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충격적이다. 이유를 들어보면 대개 일부 목회자나 교인의 탈선과 비행을 문제 삼는다. 교회 자체가 본질에서 벗어나 타락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사이비와 다를 게 뭐냐’는 실망과 분노가 배후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사 가운데 일부가 의료사고를 내거나 범죄행위에 관여했다고 해서 제대로 ...
입력:2017-07-07 18:25:01
[기고-유연웅] 세상을 바꾸는 힘, 사람다움
최근 연세대에서 일어난 사제 폭발물 사건은 충격을 안겼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사제 폭발물이 대학교 내에서 터졌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대학원생이 스승에 대한 개인적 불만으로 극단적인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고 안타까움 역시 금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소통과 융화가 없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만든 사건이라고 진단한다. 입시와 취업에 매몰되어 인성 교육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에서는 교수 인권침해 실태를 줄이어 고발하면서 관행적인 교수들의 ‘갑질’ 문화와 대학원생의 인권개선 및 권리장전 마련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이...
입력:2017-07-07 17:35:01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초심 조심
문화센터 기타 교실에 등록을 했다. 학생은 열 명 정도. 첫 시간에 선생님은 몹시 긴장한 기색이었다. 자기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가르쳐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렇게 됐다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리고 이름을 좀 익히겠다며 출석을 부르는데, 들고 있는 출석부가 파르르 떨리는 듯도 했다. 나는 잠시잠깐 수십 년 전 첫 강의를 하던 때로 되돌아갔다. 출석을 다 부르고 난 뒤 얼마나 눈앞이 깜깜했던가. 수업이 끝났습니다. 여러분, 집으로 돌아가세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소설이 이렇게 끝났던 것 같다.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 학교에서 마지...
입력:2017-07-06 18:10:01
[한마당-김영석] 고소영, 성시경 그리고 유시민
2008년 봄 정치권에 고소영이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내각 인선에 대한 야당 반응에서다. 이 전 대통령 출신 대학인 고려대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점에 착안해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였다. 강부자라는 별칭도 있었다. 강남 부동산 부자 출신 후보자를 의미했다. 불법 농지를 가진 한 후보자가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고 했으니 이런 단어가 나올 만했다. 결과는 초라했다. 70%를 웃돌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0%대로 급락했다. 2013년엔 고소영이 지고 성시경이 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인선에서 성균관대, 고시,...
입력:2017-07-06 18:05:01
[내일을 열며-최현수] 절차적 정당성 중요하지만
20여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인상 깊게 들었던 단어 하나가 ‘듀 프로세스(due process)’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절차적 정당성’이 적절할 것 같다. 개인이 지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국가가 일을 추진할 때는 정당한 절차가 준수돼야 한다는 의미다. ‘듀 프로세스’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왔던 과목은 ‘미국 정치론’이었다. 매시간 이 단어가 거론됐고 교수와 학생들은 미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실시한 정책에 대해 ‘듀 프로세스’를 거쳤느니 안 거쳤느니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곤 했다. &lsq...
입력:2017-07-05 18:45:01
[데스크시각-정승훈] 65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중환자실의 조명은 밝지 않았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조용했다. ‘삐익∼삑’ 하는 기계음과 일부 의료진이 속삭이는 소리만 들렸다. 피곤에 찌든 듯 보이는 의사가 서류 다발을 건넸다. 몇 년 전이었다. 어머니가 심장판막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아버지, 동생과 함께 3명이 중환자실에 들어갔던 참이었다. 고참 레지던트로 보이는 의사는 “심장판막수술은 요즘 그리 힘든 수술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정 시간 심장을 멈춰놓은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술 동의서 작성하셔야 합...
입력:2017-07-05 18:05:0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축소지향형 쓰레기
면세품 인도장에서 물건을 찾고 보니 부피가 엄청났다. 내용물은 기능성 베개였는데 부피를 고려하지 않은 주문의 결과였다. 좀 과장하자면 그 박스는 내 키보다 조금 작은 정도였다. 일본에 도착해서 미리 부친 캐리어를 찾으면 그 안에 이 박스를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타국에서 다시 상봉한 캐리어는 베개 박스보다 작았다. 결국 내용물만 꺼내고 박스는 버리기로 했다. 박스는 자기 몸체를 안아줄 만큼 좀 큰 용량의 쓰레기통을 필요로 했는데, 그 공항에는 우산 몇 개를 꽂아두면 다 찰 것 같은 쓰레기통만 보였다. 박스를 몇 번 접어서 표면적을 줄이려고 했...
입력:2017-07-04 18:00:01
[한마당-김준동] 태풍과 장마
태풍과 장마 시즌이다.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총 347개다. 이 중 230개(66.3%)가 7∼8월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준 태풍은 1936년 8월 발생한 ‘3693호’다. 무려 1232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가장 큰 재산피해를 준 태풍은 2002년 8월의 ‘루사’였다. 피해액은 5조1479억원이다. 루사는 8월 31일 강릉에 하루 최다인 870.5㎜의 비를 퍼부었다. 제3호 태풍 ‘난마돌’은 올해 한반도 인근까지 북상한 첫 태풍으로 기록됐다. 다행히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제주도를 비껴...
입력:2017-07-04 17:3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