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한마당-태원준] 행복한 세종시
세종시는 ‘행복한’이 들어간 상호가 많다. 어진동 중앙타운 건물의 ‘행복한 곰탕’은 정부청사에서 가까워 공무원이 많이 찾는다. 도담동에는 ‘행복한 정육점’과 ‘행복한 약초칼국수’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여행사 ‘더 행복한 여행’이 있고 ‘행복한 부동산’은 네댓 개쯤 된다. ‘행복한 교회’ ‘행복한 대리운전’ ‘행복한 고시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줄여 행복도시라 하는 게 영향을 줬을 텐데, 이런 간판을 보며 지내서인지 세종 사람들은 정말 ...
입력:2019-04-15 09:16:46
[김진홍 칼럼] 청와대, 뻗댈 때 아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선 로저스’ 별명 얻고 야당의 검찰 고발 앞둔 상태 ‘그래도 우리는 간다’는 오만함은 해법일 수 없고 청와대 멍들게 할 뿐 지난 11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이런 성명서를 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는 30억원대의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사회적 소수와 약자의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할 헌법재판관이 과도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국민 정서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 내부 정보 활용 등 불법적인 거래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 후보자와 배우자는 투자가 아니라 투...
입력:2019-04-15 09:16:46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
2011년, 나는 광진구에 있는 장애 관련 단체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내가 맡은 직무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코디네이터’로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최근 ‘활동지원사’로 명칭 변경)을 연결해주는 일이었다. 나는 100여명의 장애인 회원과 100여명의 활동보조인 회원을 관리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과반수가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그들은 유머러스했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잠재력이 뛰어났다. 마음 맞는 활동보조인만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하는 장애인도 있었다. 경증장애인이 중증장애인의 활...
입력:2019-04-15 09:16:46
[가리사니-이경원] 숨길 수 없어요
서울 인사동 낙원악기 상가 옆 삼일대로 길가에서 정순덕(81) 할머니가 38년째 구두를 닦고 있다. 할머니는 좁은 구둣방 안에서 라디오를 틀어 놓고 구두에 윤을 낸다. “사람들이 종로에 가면 1000원도 쓰고 2000원도 쓴다지….” 두 어린아이의 홀어머니는 건물 청소부였다가 식모였다가 종로의 구두닦이가 됐다. 허가 내주던 종로경찰서 소년계부터 탑골공원의 노인들까지 모두가 홀로 구두 닦는 여인을 신기하게 바라봤었다. 150원 요금이 4000원이 되기까지 할머니는 종로에 앉아 사람들 걸음을 지켜봤다. 그렇게 38년, 할머니는 “구두를 보면 성...
입력:2019-04-15 09:16:45
[빛과 소금-송세영] 태안의 기적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북서쪽 8㎞ 해상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가 대형 해상크레인 선박 삼성1호와 충돌했다. 유조선의 유류저장 탱크에 커다란 구멍이 나 1만900t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져 내렸다. 당국이 긴급방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조류를 타고 떠내려간 원유가 해안까지 밀려왔다. 조개와 물고기들이 기름 찌꺼기를 뒤집어쓰고 대량 폐사했다. 어촌과 갯벌, 백사장이 시커먼 기름으로 덮였고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해상 오염에서 회복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우였다....
입력:2019-04-15 09:16:45
[한마당-라동철] 살찐 고양이법
정치자금을 많이 바치는 부자나 특권 혜택을 입은 부자들을 미국에서 ‘살찐 고양이(fat cat)’라고 불렀다. 1928년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가 펴낸 ‘정치적 행태(Political Behaviour)’란 책에서 처음 사용된 후 널리 쓰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각되면서 이 용어가 다시 주목받았다.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에 내몰려 있는데 정작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은 고액 연봉과 퇴직금을 챙겨가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살찐 고양이의 의미가 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나 기업...
입력:2019-04-15 09:16:45
[샛강에서-김준동] 4월은 잔인한 달?
4월 하면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球根)으로 먹여 살려주었다.’ 대학 시절 조교수 앞에서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하며 외워 읊조린 기억이 생생하다. 교수님이 내준 과제였다. 학점을 따기 위해 433행에 달하는 이 장문의 시를 외우느라 며칠 동안 애를 먹었다. 오...
입력:2019-04-11 04:05:01
[한마당-김용백] 개인적 공간
동물에게 자신의 영역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개인적 공간(personal space)’이 있어 자기 주변의 일정한 공간에 대한 무의식적인 경계선을 갖는다. 만원버스나 붐비는 전철 안에서 타인과의 거리에 계속 신경이 쓰이는 이유다. 요즘 미국 정가를 떠들썩하게 하는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스킨십 논란은 이 공간의 적절성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유력 후보인 올해 76세 바이든의 그동안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여성들이 잇달아 이를 지적하며 주의를 경고했다. 같은 당 소속으로 79세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바이든에게 &lsquo...
입력:2019-04-11 04:05:01
[너섬情談-장은수] “벚꽃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금요일 저녁 퇴근할 때 본 양재천 풍경은 아직 황량하더니,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열었다. 뻗어 나간 나뭇가지 사이로 군데군데 검은 흙이 드러난 공원 풍경이, 주말 사흘 만에 붉고 흰 물감을 공중에 흩뿌린 것 같다. 안개가 일어선 듯 는개가 내리는 듯 눈을 감아도 어두워지지 않고 여전히 사물거린다. 헤어져 사흘이면 선비를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자연 또한 며칠이면 눈을 떼지 못할 변화를 일으킨다. 하기야 인간에게 있을 법한 일이 어찌 자연에 없겠는가. 습관적 인식을 무너뜨리고 정해진 경로를 이탈한 현실의 도래가 ...
입력:2019-04-10 04:10:01
[한마당-배병우] 文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
특정 정치인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강고한 지지 세력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일컫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콘크리트 지지율이 30%라는 분석이 많았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핵심은 TK(대구·경북)와 고령층이었다. 박 대통령 임기가 중반을 넘어선 2015년 8월 셋째 주 20대와 30대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8~12%(이하 한국갤럽 조사)였다. 그러나 60대 이상은 70%를 넘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40%다. 그간 한국 유권자들의 이념 지형은 보수 30%, 진보 30%, 중도 30%...
입력:2019-04-10 04:10:01
[청사초롱-윤철호] 우리는 왜 한목소리를 내나
우리나라 출판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산업의 크기가 작지 않은데도 개별 출판사들의 크기는 작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많은 나라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큰 출판사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문학이나 교육 같은 분야별로 묶은 거대 출판사나 성 단위로 묶은 대형 출판사도 없다. 심지어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도 대표적인 큰 출판사 몇 개의 매출이 전체 산업의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다. 대한출판문화협회장으로 외국의 대형 출판사 대표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들이 대표하는 출판사의 규모가 내가 몸담...
입력:2019-04-10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왼손잡이여도 괜찮아
아이의 가방에서 독서기록장을 꺼내어 펼쳐본다. 매주 목요일 독서기록장을 제출해야 하니 전날 미리 살펴본다. 그런데 내용보다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갈겨써서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단어가 한둘이 아니다. 절로 잔소리가 나온다. “글씨를 왜 이리 흘려 썼어?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렵잖아?” 아이는 왼손잡이이다. 왼손으로 밥을 먹고, 글씨를 쓴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불편한 점이 있다. 먼저 쓴 글자가 왼손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에 쓴 글자가 보일 수 있는 각도로 종이를 기울여서 쓰게 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글씨를 ...
입력:2019-04-10 04:10:01
[길 위에서] 공감의 시대, 목회도 공감으로
강원도 산불 재난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많은 미담이 쏟아졌다. 정부의 체계적 대처와 소방 관계자들의 땀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돋보였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의 추임새를 써가며 피해를 본 어르신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모습에 진정성이 묻어났다. 타버린 볍씨까지 챙기며 시골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도시 사람에게도 신망과 안정감을 선사했다. 지난달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대처에서 드러난 저신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도 놀라웠다. 39세의 젊은 총리였지만 그의 공감력은 국가적 혼란...
입력:2019-04-10 00:15:01
[한마당-라동철] 경찰발전위원회
경찰은 치안·교통·보안·외사 등 고유 업무와 관련해 협력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치안협의회,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 생활안전협의회, 인권위원회, 전·의경어머니회, 보안협력위원회, 외사협력자문위원회,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등 10여개나 된다. 이들이 경찰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경찰과 민간의 부적절한 유착을 낳는 통로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구설에 오르는 단체가 일선 경찰서와 지방경찰청에 설치돼 있는 경발위다. 운영 내규...
입력:2019-04-09 04:10:01
[돋을새김-남도영] 300명을 구하지 못하는 나라
우리나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7000개라는 말도 있고, 3만개라는 말도 있다. 대통령 인사권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느냐, 넓게 해석하느냐의 차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검사 수는 2000명 정도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행사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다. 나머지 검사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사실상 위임된 상태다. 인사혁신처가 발행한 ‘국가 주요직위 명부록’을 보면, 행정부 47개 기관의 본부 서기관급 이상 직위 ...
입력:2019-04-09 04:10:01
[테크놀로지와 휴매너티] 밀레니얼 세대의 자아 정체성… 나는 알고리즘이다
인터넷과 함께 자라온 밀레니얼은 알고리즘에 의해 세상을 인식하고 사고를 형성하는 세대 그러나 거기엔 자유의지도, 주체성도, 인간의 존엄성도 없어 42.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답변이란다. ‘은하수 여행을 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컬트풍의 SF영화에서 ‘깊은 생각’이라는 슈퍼컴퓨터가 750만년간 일한 끝에 내놓은 답이다. 실망한 인류가 “그런데 질문이 뭐였지요?”라고 물으니 슈퍼컴퓨터는 1000만년을 더 계산해야 42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고 대답한다. 뿐만 아니라 이 연산을 위해서는 인류를 비롯...
입력:2019-04-09 04:05:02
[김명호 칼럼] 이게 정상이거늘…
소방청 대응이 빛난 건 전문가들이 독립적 판단 후 즉시 대처하게끔 제도를 바꾼 덕택 정치권력·정치인의 선의·지침에만 기대서는 모든 게 난망… 법과 제도를 냉정히 개선해야 비정상과 부조리가 고쳐진다 재난은 닥쳤지만 대응은 침착했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지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강릉 고성 동해 속초 인제 등 축구장 면적 742배 이상 넓게 퍼진 강원 산불은 거대했다. 캘리포니아 산불이 엄청나다지만 거기와 여기를 평면 비교하는 건 무리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산림 규모가 다르고 대부분 인적 드문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
입력:2019-04-08 04:10:01
[뉴스룸에서-천지우] 닥치고 팩트풀니스
SNS를 보노라면 지리멸렬한 정권 때문에 나라가 망해간다는 탄식이 이슈마다 나오는가 하면, 정권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대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매번 감싸고 옹호하는 쪽도 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어떤 신문을 보면 이 나라는 이미 망했다. 경제 외교 안보 모두 진즉에 파탄 났다. 그런데 다른 신문에는 이렇게 망했다는, 혹은 망해가고 있다는 얘기가 없다. 뭐가 맞는 걸까. 지금은 뭐가 진짜로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인 것 같다. 각자가 진실이나 정의라고 여기는 것을 말뚝처럼 박아놓고 이를 강화해주는 정보만을 붙여갈 뿐이다. 거대한 편견의 성채다. 업...
입력:2019-04-08 04:05:01
[한마당-신종수] 8282에서 5G까지
일상 생활에서 LTE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벌써 5G란다. 집전화와 공중전화만 있던 1984년 카폰으로 불리는 1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음성통화만 할 수 있는 1세대 이동통신 이후 우리 이동통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88년 휴대전화 서비스가 처음 시작됐고, 96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2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되면서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삐삐(무선호출기)를 사용하던 시절 문자를 보낼 수 없어 빨리 응답하라는 의미로 ‘8282(빨리빨리)’를 치던 기억이 그리 멀지 않다. 휴대전화로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
입력:2019-04-08 04:05:02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순식간이네 순식간이야
벚꽃 피는 계절이 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자연의 향연이 바로 벚꽃축제 아닐까. 아르바이트와 빚에 시달리며 청춘을 보낸 내게도 벚꽃축제는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벚꽃이 만개한 거리를 함께 걸을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해 봄, 나는 역시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었다. 전화를 하는 곳마다 이미 정원이 찼다고 말해서 적잖이 실망한 상태였다. 이런 내 사정을 알기라도 한 듯 선배 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벚꽃축제 때 사진을 찍어 돈을 벌 거라면서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입력:2019-04-08 04:05:02
[가리사니-이도경] 역대 최악 학업성취도… 교육감은 태평한 까닭
학생 한 명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는데 학생들의 학력은 역대 최악으로 떨어졌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이 지난달 12일(사교육비 조사)과 28일(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받아든 성적표다. 부모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꺾어놓지도,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지도 못했다. 그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은 무엇을 했는지 학부모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 나온 수치를 두고 어떻게 하면 욕을 덜 먹을까 궁리하느라 분주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경우 넉 달이나 발표를 미루고 머리를 싸맸다. 원인...
입력:2019-04-08 04:05:02
[한마당-태원준] ‘지구공학’이란 도박
영화 ‘설국열차’는 기후변화의 재앙을 다뤘다. 여기서 재앙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무모함이 부른다. 더워진 지구를 감당키 어렵게 되자 각국 정상이 모여 ‘CW-7’이란 냉각제를 공중에 살포키로 결정하는데, 평균 온도가 조금 내려가리란 예상과 달리 지구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이고 만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설정을 토대로 유일한 생존 공간이 된 설국열차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벌이는 계급투쟁을 그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지구 냉각제를 실제로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지난달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 ...
입력:2019-04-06 04:10:01
[빛과 소금-노희경] 배우 김혜자가 ‘눈이 부신’ 이유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노인 혜자’가 전한 마지막 내레이션 중 일부다.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란 걸 전해주며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
입력:2019-04-06 04:05:02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행주 냄새가 뭔지도 모르면서
며칠 전, 마감이 코앞이라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책상 앞에 붙어 있던 때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신발도 벗기 전에 ‘저녁이 뭐예요?’를 외쳤다. 즉시 쓰던 걸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학원 수업에 늦지 않게 보내려면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여전히 주인공의 결투 장면으로 꽉 차 있었지만 두 손은 습관대로 밥상 차리기를 시작했다. 우선 밥솥을 열어 밥이 충분한지를 확인하고 냉동실의 고기를 꺼내 프라이팬에 구웠다. 기름이 사방으로 튀며 구워지는 동안 잡동사니로 어질러진 식탁을 치우고 행주로 닦았다. 마지막으로 고기와 반...
입력:2019-04-05 04:10:01
[한마당-태원준] 수면 코치
수영 코치가 헤엄치는 법을 가르치듯 수면 코치는 잠자는 법을 가르치는 이를 뜻한다. 이 말이 처음 나온 건 갓난아기들 때문이었다. 밤중에 수시로 깨서 칭얼대는 통에 맞벌이 부모의 일상이 힘들어지자 아기의 수면습관을 바로잡아주는 직업이 생겼다. 국내에도 영유아 수면 코치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등장했다. 코치란 직함엔 잠자는 것도 기술이란 인식이 깔려 있는데, 요즘 미국과 유럽에선 그 기술을 배우려는 어른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헬스클럽에서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듯이, 만성피로에 지친 이들이 수면클럽에서 잠자기 PT를 받는 것이다. ...
입력:2019-04-05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