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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주중·주일 대사의 자격
한국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무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으로 외교가 특히 중요한 나라다. 그중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국 외교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외교의 근간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국제 감각이 탁월한 사람으로 외교관들이 꼽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4대국 외교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4대국 모두와 우호와 친선의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 단 한 나라와도 적대하면 그 나라가 우리나라를 잘 되게는 못할지라도 우리를 해코지할 힘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이는 4대국에 파견되는...
입력:2019-03-04 04:10: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제 몫을 다하며 지나간다
이제 나에게도 십 대 자녀를 둔 친구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 친구의 고민은 자녀가 말도 잘 안 섞을 뿐더러 아예 제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도무지 가족모임에 끼지 않으려 하는 것도 거슬리는데, 일기장에 ‘죽음’이란 단어를 써놓았다며 걱정했다. 친구는 이른 사춘기를 맞이한 자녀의 버릇없음을 대놓고 나무라야겠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혹여 자녀가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기도 하며, 새삼 처음인 부모 역할에 당황하고 있었다. 부모의 일이라면 내가 영원히 알 수 없는 영역이니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여전히 부...
입력:2019-03-04 04:10:01
[뉴스룸에서-박재찬] 네고의 세계
‘인생의 80%가 협상이다’라는 말이 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하루하루가 협상의 연속이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할 때도, 저녁 메뉴를 고르거나 자녀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일에도 협상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일상에서는 협상이라는 말 대신 ‘딜(deal)하다’ ‘네고하다’가 자주 쓰인다. 협상을 뜻하는 영어 단어 네고시에이션(negotiation)은 부정(not)을 뜻하는 접두사(neg)와 여가(leisure)를 의미하는 어근(otium)이 합쳐진 단어다. 협상은 쉬는 게 아니라는 것, 다시 말해 일(또는 업무, 사업)을 하는 것이란 뜻이 담겨 있다. ...
입력:2019-03-04 04:05:01
[김진홍 칼럼] 김정은, 핵보다 경제다
핵 포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대북 제재 지속되면 경제난 가중돼 체제불안 심화될 것 과감하고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로 제재 해제시켜 경제개발 도모하는 게 최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허무한 결과를 지켜보면서 ‘북핵 폐기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근본적 의문을 다시 갖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용할까. ‘아직은 아니다’일 것 같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은 수십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핵...
입력:2019-03-04 04:05:01
[한반도포커스-진창수] 다자 보장 틀 마련해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큰 충격이다.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칠지언정 최소한 합의라도 하여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은 현실로 나타나지 못했다. 기대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업적에 목말라 스몰딜(낮은 비핵화 조치)을 받아들임으로써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예측불허의 협상가’ 모습을 각인시키면서 정상 간 톱다운 담판의 우려도 날려버렸다. 하노이 회담은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인식 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최종 ...
입력:2019-03-04 04:05:01
[한마당-배병우] 닉슨 독트린, 트럼프 독트린
1969년 1월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취임했다. 닉슨의 급선무는 미군을 베트남전의 수렁에서 빼내는 것이었다. 이는 새로운 외교정책 기조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물이 닉슨이 같은 해 7월 25일 괌에서 발표한 괌 독트린이었다. 후에 닉슨 독트린으로 명명된 이 선언은 냉전 수행에 있어서 동맹국들의 부담을 늘리고 미국의 방위책임은 축소하는 내용이다.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인들의 힘으로’라는 구절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은 우방과 동맹국에 대해 조약상의 의무를 다하며 핵우산을 제공한다 △핵 공격 이외에는 당사국...
입력:2019-03-02 04:05: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그날, 그곳, 그 사람들
고교 시절 내 관심사는 오로지 ‘나’였다. 그때 나는 내 존재의 보잘것없는 일면들을 들춰보며 매일 좌절했다. 그리고 누추하고 나약한 내면을 숨기려고 일부러 가시를 세운 채 사소한 반항을 일삼았다. 생전 안 그러던 애가 어깃장을 부리기 시작하자 부모님은 당황했다. 얌전한 모범생들의 순종에 익숙해 있던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자꾸만 학교 밖을 서성였다. 머릿속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 내 머리가 펑 터지거나 활활 타버릴 것만 같아 불안할 지경이었다. 나는 그렇게, 단 한순간도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다. ...
입력:2019-03-01 04:10:01
[한마당-라동철]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유관순(1902~20) 열사는 3·1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1919년 열일곱의 나이로 천안 아우내장터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후 체포됐고 이듬해 9월 고문 후유증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9%가 유 열사를 꼽았다. 다음으로 14.0%가 대한독립만세(운동), 9.5%가 독립·해방·광복이라고 답했으니 단연 1위다. 정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유 열사에게 건국훈장...
입력:2019-03-01 04:05:02
[혜윰노트-한승태] 내 안의 다른 나
영화 ‘어벤져스’에서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대목은 영화 후반의 아주 사소한 장면이다. 녹색 태풍이 되어 주위를 초토화시켰던 헐크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브루스 배너는 자신이 박살 낸 건물의 잔해 위에 서 있다. 그때 인기척을 듣고 누군가가 다가온다. 브루스 배너가 겁에 질린 남자에게 묻는다. “누구 다친 사람은 없나요?” 자신이 만든 폐허를 둘러보는 브루스의 얼굴엔 설명하기 힘든 죄책감과 참담함이 담겨 있다. 이 영화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이 장면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어째서일까. 가끔씩 ...
입력:2019-03-01 04:05:02
[샛강에서-정진영] 한국교회와 3·1절 100주년
올해 초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총회장 등 교계 인사들과 잇따라 1대 1 인터뷰를 했다. 새해를 맞아 이들의 신앙 고백을 들어보고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모색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인터뷰이들에게 공통 질문을 하나했다. 2019년은 기독교인이 중심이었던 3·1만세운동이 100년 되는 의미 있는 때니만큼 오늘의 교회가 당시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물었다. 100년 전 신앙선배들의 3·1운동을 현재화하기 위한 고민을 듣고자 함이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이들은 ‘다툼과 분열에서 벗어나 희생함으로써 교회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
입력:2019-02-28 04:10:01
[한마당-김명호] 분노가 에너지
졸업식 축사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연설을 꼽겠다.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2차 세계대전 중 국가 위기의 순간에서 나라를 이끌고 갈 젊은이들을 앞에 앉혀 놓고 행한 이 짧은 축사는 다른 어떤 연설보다 강렬하고 도전적이다. 처칠은 어떤 자리에선 이런 말도 했다. “만일 네가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그대로 계속 가라.” 무슨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내라는 뜻이리라. 자유진영의 선두에 서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의 말답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도 ...
입력:2019-02-28 04:10:01
[여의도포럼-김대환] ‘촛불 청구서’ 불사르고 노동개혁으로
일자리 줄고 소득 불평등 확대 부른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확충을 통한 소득분배 개선 전략으로 수정해야 노동개혁 없이 ‘더불어 잘사는 경제’는 허상일 뿐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해 시장 활력 제고하는데 힘쓰길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약속한 현 정부 2년차를 미감하는 시점의 경제사회 상황은 자못 염려스럽다. 더불어 잘 사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정부 노력으로 단시간 내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짧다고만은 할 수 없는 현 정부 20개월 동안 사정이 호전되기는커...
입력:2019-02-28 04:05:01
[데스크시각-김재중] 5G는 혁신 플랫폼이다
지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9’가 열리고 있다. 주제가 ‘지능형 연결성(Intelligent Connectivity)’인 만큼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5G의 경연장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오는 3월부터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 5G는 최대속도가 20Gbps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로, 4G(LTE)에 비해 최대속도가 20배 빠르고 처리 용량은 100배나 많다. 5G의 특징은 초광대역 서비스, 초저지연 통신, 대량 연결로 요약된다. 초광대역 서비스는 UHD(초고화질) 기반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및 홀로그램 ...
입력:2019-02-28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심리적 연좌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은 범죄자나 가해자에 준하는 책임을 갖는 것이 마땅한가 아니면 또 하나의 피해자인가. 어렸을 적 사극에서 대역죄인을 처형할 뿐 아니라 삼족을 멸하라는 명령, 그래서 영문을 모르는 자손까지 억울하게 귀양 가거나 목숨을 잃게 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물론 그런 연좌제에는 연대책임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씨앗을 미리 없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외에도 행위를 한 당사자의 가족도 잠재적인 가해자로 보는 심리적인 연좌제는 우리 문화에 많이 남아 있다. 다른...
입력:2019-02-27 04:10:01
[한마당-이흥우] 정태춘·박은옥 데뷔 40년
오랜만에 접한 반가운 이름이었다. 정태춘. 그제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웬일인가 싶었다. 방송에 출연해서다. 도통 사람 앞에 나서길 꺼렸던 그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자 대중의 관심이 대폭발한 듯하다. 올해가 데뷔 40주년이어서 방송사에서 특별히 섭외한 모양이다.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리송하다. 데뷔 앨범 ‘시인의 마을’로 1979년 MBC 신인가수상을 수상한 가수임이 분명한데 ‘사회운동가’ ‘시인’으로도 불린다. 잘나가던 제도권 가수에서 사회운동에 헌신한 특이한 경력 때문이리라. 시집을 냈...
입력:2019-02-27 04:05:01
[너섬情談-이승우]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프랑스 작가 에릭 파이는 1년 가까이 남의 집 벽장에 숨어서 산 여자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나가사키’).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서 착상했다는 이 소설은 내성적인 성격의 독신남이 자기 집 한 구석에 숨어 산 낯선 사람을 오랫동안 알아채지 못했다고 전한다. 여자는 남자가 회사에 있는 낮 동안 집안을 돌아다니며 먹고 씻고 읽고 햇빛을 쏘이다가 저녁이 되면 벽장으로 돌아가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는데도 말이다. 소설은 남자와 여자의 사연을 균형 있게 서술하지만, 독자는 남의 집에 숨어 들어와 살 수밖에 없었던 여자보다 그렇게 오랫동안 ...
입력:2019-02-27 04:05:01
[청사초롱-최연하] 세상 모든 알바트로스에게
황현산 선생이 옮긴 보들레르의 시 ‘알바트로스’는 날아야 하지만 날개를 꺾인 채 지상에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인의 삶을 비유하고 있다. 이 시에서 뱃사람들이 붙잡은 알바트로스가 갑판 위에서 크고 흰 날개를 질질 끌면서 무력하게 놀림 당하고 있는 모습은 세속의 도시 한복판에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시인의 무능함과 오버랩된다. 알바트로스의 날개는 길이가 3~4m여서 높고 거침없는 이상의 상징으로, 보들레르의 시에서처럼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는 구름 위의 왕자’로 불린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긴 날개를 감당하지 못해...
입력:2019-02-27 04:00:01
[테크놀로지와 휴매너티] 우리는 로봇과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로봇과의 감정소통은 불가능 더욱 슬픈 것은 사람들이 기계와의 ‘가짜교감’을 인간과의 직접적 소통보다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벌써 몇 해 전 이야기다. 2013년 ‘그녀(Her)’라는 제목의 영화가 컴퓨터의 OS(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사만타라는 이름을 가진 이 OS는 매력적인 여성의 목소리로 외로운 주인공 남성에게 말을 건다. 점점 끌려들어가는 남자는 자신을 놀랍도록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곁에서 함께 기...
입력:2019-02-26 04:10:02
[경제시평-이상근] 통일한국, 교역허브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일과 28일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담의 대북제재 완화 수준에 따라 북한으로의 길이 열릴 것인지 아니면 현 상태의 유지가 지속될지 판가름 날 것이다. 이미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해 경제협력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 지난해 말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조사를 위해 북한 현지조사단이 파견됐으며 12월 26일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수식’이 있었다. 즉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가 정치적 섬...
입력:2019-02-26 04:05:01
[한마당-신종수] 정년연장 vs 청년실업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정년연장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정년연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청년실업 문제다.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노동수요가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노동총량설’에 따른 것으로 정년연장과 청년취업은 제로섬 관계에 있다는 관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나이 많은 직원들이 65세까지 눌러앉아 있으면 신입사원을 뽑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몰라도 고정돼 있거나 줄어든다면 더욱 ...
입력:2019-02-26 04:05:01
[김명호 칼럼] 적대적 공생관계 끝낼 때 됐다
한국당 극우화는 보수의 변화와 혁신에 최대 걸림돌… 북한은 자의든 타의든 꼼수든 변화의 길에 들어선 게 현실 대북 혐오로 생존하는 시대 끝났다. 위반하면 더 가혹한 제재 전제로 보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북한을 다뤄 보라 이번 주, 우리에겐 커다란 두 가지 행사가 예정돼 있다.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한국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로 보수 진영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이는 내년 총선과 이후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정치가 변곡점을 지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입력:2019-02-26 04:05:01
[돋을새김-고세욱] 이치로의 절제가 주는 교훈
언론사 입사 시험 준비에 한창이던 1995년 11월 어느 날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TV를 켰다가 한·일 프로야구 슈퍼게임을 봤다. 가장 눈길을 끈 이가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돌풍을 일으킨 그를 TV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른 몸에 타석에서 오른발을 흔들며 치는 타격폼(시계추 타법)이 이채로웠다. 24년이 지난 올 초, 지난해 잠시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떠났던 그가 다시 현역으로 뛴다는 보도를 접했다. 객기로 보기엔 준비도 철저하다. 이치로와 소속팀 시애틀 매리너스 선수들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신체검사를 했다. 그런...
입력:2019-02-26 04:05:01
[한마당-태원준] 짐 로저스의 베팅
짐 로저스(77)는 2010년 잡지 ‘내셔널 리뷰’와 인터뷰하며 기자에게 “한국으로 이주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에 가서 통일을 기다리며 한국 여성과 결혼해 농사를 짓고 자녀가 태어나면 중국어도 가르치라고 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이 금융인은 그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나도 고민 중”이라고 썼다. 이주, 결혼, 농업, 중국어의 네 가지 조언 중 둘은 로저스가 직접 했던 것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살던 그는 2007년 싱가포르로 이주하며 이렇게 ...
입력:2019-02-25 04:10: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사랑을 지켜주는 나라
세상에는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예컨대 ‘인권’ 같은 것. 그것이 아무리 기본이라 할지라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배웠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뿐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 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갑질 반대 운동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계속되는 싸움이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과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대부분 논란거리가 못 되는 것들이다. 어떤 정권이나 정책도 인간의 인간다움을 해친 자리에 서 있는 이상 자기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가치를 일컫는 ...
입력:2019-02-25 04:05:01
[뉴스룸에서-천지우] 주적은 이제 일본뿐인가
우리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몹시 궁금해한다. 아니, 궁금해한다기보다는 칭찬과 인정을 간구한다. 뼈를 때리는 팩트나 쓴소리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그런 말들이다. 우리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고, 다른 이들에 대한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 일본과의 관계가 매우 나빠진 요즘, 일본인이 한국 사회를 분석한 책을 읽었다.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가 쓴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정말 탁월하다. 그가 “이 책으로 한국에 관한 인식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생각한다”고 후기에 적었는데 허언이 아니다. 그는 한...
입력:2019-02-25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