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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신용목] 백자의 시간
박물관에서 백자를 보았다. 부드러운 선의 둘레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백자. 아름다웠다. 인공적이지 않은 인공 같아서, 한때 인간은 자연을 만들 줄 알았구나, 생각했다. 연하게 반짝이는 표면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더니 주먹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술이나 귀한 액체류를 담았을 테니 당연한 구조겠지. 하지만 이제 유리관을 뜯고 꺼내 거기 술을 따를 리 없으니, 아니 원래의 이유를 먼 시간 밖으로 돌려놓으며 할로겐 조명을 받고 있으니, 백자는 정말이지 다른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가령 머리를 올려놓아야 할 자리를 비운 채 제 속을 열어놓은 어떤 ...
입력:2019-03-11 04:10:01
[가리사니-이도경] 유치원만 바꾼 장관, 유치원도 바꾼 장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 연기 투쟁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 오후 5시10분 교육부 회의실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고 한다. 평일 오후 5시는 마감 때문에 노트북에 붙들려 있는 시간이다. 환호와 박수 소리가 기자실까지 들리진 않았지만 이런 소식을 전하는 교육부 관계자 얼굴에서 환호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에도 “한유총 소속 유치원 원장 3000여명이 모여 있는 단톡방 탈퇴 러시가 벌어지고 있답니다” “에듀파인(국가관리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대형 유치원이 80%를 넘었대요”...
입력:2019-03-11 04:05:02
[뉴스룸에서-권기석] 대학 총장의 ‘재취업’
학문을 업으로 삼겠다며 석사나 박사 과정을 시작하는 청년에게 목표를 물었을 때 ‘어느 대학의 총장이 되겠다’고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전공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겠다거나 그 분야 난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학 총장 선거철이 되면 여러 교수가 대거 후보로 나선다. 지난해 서울대 총장 재선거에는 9명이 출마했고, 3명으로의 압축 과정을 거쳐 현 총장이 선출됐다. 고려대에서도 교수 7명이 출사표를 던져 1, 2차 투표를 거쳐 최후의 1인이 총장이 됐다. 얼마 전 동국대 총장 선거에는 11명이 ...
입력:2019-03-11 04:05:02
[김명호 칼럼] 탄핵 2년, 한국 정치의 처참한 실패
보수는 성찰 없는 퇴행이 여전하고, 진보는 내편만 보는 정치로 무능력 드러냈다 양쪽엔 정파적 리더십만 있을 뿐 국가적 리더십은 없다 최대 실패자는 결국 국민 아닌가 대통령 탄핵 2년, 한국 정치는 실패했다. 두루뭉수리하게 정치의 실패라기보다는 어쭙잖은 진영 정치의 실패라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이런저런 구호만 난무했지 진보든 보수든 미래와 협상보다는 증오와 혐오에 기반한 정치만 했다. 그러니 총체적으로 처참한 실패다. 지도자가 탄핵된 그 보수당에서 사면 얘기가 나오고 극우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도 ‘박근혜 팔아 표 얻기&rs...
입력:2019-03-11 04:05:02
[한반도포커스-이남주] 하노이 회담 후 한국의 역할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끝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그 전모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가장 큰 의문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이 요구한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를 북·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을 때 그 “한 가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필자의 지난 2월 10일자 칼럼(‘하노이 타협’이 이뤄지려면)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의 추가 조치에 대한 미국의 요구와 제재 완화 ...
입력:2019-03-11 04:00:01
[한마당-김용백] 반려묘 슈페트
요즘 반려묘(猫) 슈페트(Choupette)가 부유한 반려인의 재산을 상속받을지 관심사다. 반려인은 샤넬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Karl Lagerfeld)로 지난달 19일(현지시각) 타계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없다. 라거펠트와 2011년부터 함께 산 슈페트는 올해 여덟 살인 버마산 암고양이로 하얀 털에 푸른 눈동자를 지녔다. 라거펠트는 전용기로 슈페트와 같이 다녔고 슈페트에 경호원 1명과 보모 2명을 24시간 붙여줬다. 전속 운전기사, 주치의까지 따로 있었다. 슈페트는 저명하다. 2012년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계정에 처음 얼굴을 ...
입력:2019-03-09 04:10:01
[혜윰노트-홍인혜] 한때는 다 살아있었다
양계장에서 나고 자란 닭의 생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닭들은 짧은 평생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서 기계적으로 알을 낳았다. 그러다 소용을 다하자 도축을 위해 칸칸이 포개져 트럭에 실렸다. 우리가 ‘닭장차’라고 부르는 그것이었다. 떼로 부화해서, 떼로 착취당하다가, 떼로 죽으러 가는 운명이었다. 자동차가 달리자 창살 틈바구니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깥구경을 하는 닭들이 둥그런 눈동자를 깜박이며 사방으로 고개를 틀어댔다. 죽기 직전에야 처음으로 쐬어보는 바깥바람에 나부끼던 터럭들...
입력:2019-03-08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특별하지 않은 삶은 없다
“고모는 어렸을 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올해 열 살, 아홉 살이 된 연년생 조카들이 물었다. 지난 주말 저녁, 함께 뒹굴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이었다.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었는데, 아이들은 그걸 ‘어떤 직업을 갖고 싶냐’는 질문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아니, 그렇진 않았어.” “그럼 뭐가 되고 싶었는데요?” 아이들이 새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글쎄….” 한참을 머뭇거렸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사실 나는 되고 싶은 것이 없는 아...
입력:2019-03-08 04:10:01
[한마당-이흥우] 기후이민
‘예상치 못한 사태나 괴이한 변고’. 이변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이변이 잦다면 그것은 이미 이변이 아니다. 기상이변이 그렇다.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 되다 보니 사람들도 적응해 많이 둔감해졌다. 대다수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기상이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전 400~500년 주기로 1.5도 안팎의 변화를 보이던 지구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후 10년 주기로 0.1도씩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 주기가 빨라질지도 모른다. 미국 항...
입력:2019-03-08 04:10:01
[여의춘추-라동철] 국민소득 3만 달러 이후
주요 선진국 기준 ‘30-50클럽’ 가입했지만 소득양극화 심화·사회안전망 부실로 대다수 국민들은 체감 못해 경제·분배 구조, 사회 시스템, 재정 우선순위 혁신적으로 개선해 지속가능하고 함께 잘사는 시대 열어야 한국은행이 지난주 잠정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349달러다. 작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100.3원이었으니 우리 돈으로는 약 3450만원이다. 우린 2006년(2만795달러) 2만 달러를 넘어선 지 12년 만에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30개국 남짓이다. 인구가 5000만...
입력:2019-03-08 04:05:01
[세상만사-강주화] 세렝게티 법칙을 출산에 적용하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졌다. 2017년 1.05명에서 지난해 0.98명으로 낮아졌다. 출생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임신 가능한 연령대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그러니까 한국 여성 대다수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1명 정도 낳는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원인을 간명하게 얘기한다. “애 낳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라고. 주변을 돌아보면 비교적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올해 초 한 취업 포털 업체 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원하는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
입력:2019-03-08 04:05:01
[샛강에서-김준동] 春來不似春
기다리던 봄이 왔다. 쌀쌀했던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따스하게 내리비친다. 구석구석 쌓인 눈도 녹고 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어제였다. 바야흐로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다. 날이 풀리는 거리거리는 살아 움직이는 빛이 감돈다.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봄 정취는 여간 아름답지 않다. 봄을 맞는 것은 이렇게 늘 축복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봄이 봄답지 않아졌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할까. 봄 내음 가득한 개나리, 진달래의 향기보다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먼저 창문을 두드린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뿌연 잿빛...
입력:2019-03-07 04:05:02
[한마당-염성덕] 장사꾼 트럼프
소년 시절에 도널드 트럼프는 군사학교를 다녔다. 아버지가 아들을 엄격한 교육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군사학교를 선택했다. 미국 뉴욕의 부동산업자인 아버지를 보면서 트럼프는 재테크 수완을 하나둘씩 몸에 익혔을 것이다. ‘트럼프그룹’을 일구며 부동산 재벌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자산은 31억 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장에서도 장사꾼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문서를 ...
입력:2019-03-07 04:05:02
[너섬情談-황교익] “빨갱이”는 욕이다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빨갱이’ 뜻풀이이다. ‘속되다’를 찾아보면 “고상하지 못하고 천하다”고 풀었다. 빨갱이라는 말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중언부언하지 않겠다. 빨갱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자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대한민국에 공산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당장에 “나는 공산주의자다”고 밝혀도 대한민국의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반국가단체 고무찬양에 ...
입력:2019-03-06 04:10: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마약 생각
요즘 마약에 대한 생각이 많다. 버닝썬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마침 마약의 특징과 역사에 대해 소개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재미있게 읽고 더 그렇다. 나는 매일 향정신성의약품과 함께 지내고 처방하고,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NIMS)에 접속한다. 지난해 엄격해진 NIMS에 적응하느라 명절에도 나와서 고생했는데,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작은 의원이나 약국에서 전산화를 위해 장비도 각자 구입하고, 매일 전산 보고하는 것은 꽤 벅찬 일이었다. 도대체 이걸 누가 빼돌린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마약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우리 생활에 더 ...
입력:2019-03-06 04:10:01
[데스크시각-김찬희] 출산이 불편한 나라
마흔을 훌쩍 넘겼지만, 결혼 생각이 별로 없다. ‘때’를 놓친 데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란다. 결혼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1시간쯤 이어진 점심식사를 후배 A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저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할 게 뻔한데, 어떻게 아이를 낳겠어요. 무책임합니다.” 우리 나이로 올해 쉰인 B는 부인과 단 둘이 산다. 둘 다 열심히 사느라 애당초 아이 생각을 접었다. 20대에는 직장에서 적응하느라 건너뛰었다. 30대엔 내 집 마련, 자산 축적으로 ...
입력:2019-03-06 04:10:01
[한마당-전정희] 비곗덩어리들
“우리가 죄를 범한다 해도 의도가 순수하다면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없습니다.”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보불전쟁(1870~1871)을 배경으로 한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비곗덩어리’에서 신심 깊은 수녀가 프로이센군의 군홧발을 피하고자 마차로 탈출하면서 일행을 향해 한 말이다. ‘의도가 순수한 죄는 죄가 없다’는 메시지다. 늙고 박색인 수녀는 젊고 예쁜 수녀를 데리고 르아브르의 자국 부상 군인을 간호하기 위해 탈출하는 거라고 유독 강조한다. 탈출 마차 안에는 세 쌍의 부부와 코르뉘데라는 공화주의자, 손가락이 소시지와...
입력:2019-03-06 04:10:01
[청사초롱-박상익] 번역 현실에 분노해야
지난해 1월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 ‘번역청을 설립하라’는 청원을 올렸다. 같은 시기에 ‘번역청을 설립하라’는 책도 출간했다. 꼭 번역청이 아니더라도 번역위원회 등을 설치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번역 지원이 필요함을 호소하는 청원이었다. 현행 한국연구재단의 명저번역지원 사업 관행을 따른다면 관련 공무원은 실무자 2, 3명이면 충분하다. 번역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 번역서를 읽으면서였다. 어학과 전공 공부를 병행하기 위해 원서와 번역서를 대조해가면서 읽었다. 널리 이름이 알려진 교수, 학자들의...
입력:2019-03-06 04:05:01
[신종수 칼럼] 황교안 대표 신앙에 대한 공격을 보며
정통 기독교 신앙을 종교 편향으로 몰아붙이는 주장은 잘못… 독실한 신앙은 단점 아닌 장점 극우세력에 의존한 잘못된 정치 행보가 기독교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황교안 대표님, 자유한국당 대표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부터 해야 하지만 선뜻 축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크리스천 중 한 사람으로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황 대표님의 신앙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황 대표께서 지난 2015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을 무렵 ‘황교안 신앙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
입력:2019-03-06 04:05:01
[기고-권덕철] 오늘 괜찮으신가요?
2018 자살예방 백서에 따르면 연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3~5월이다. 전문가들은 봄에 자살률이 높아지는 게 세계적 현상이라고 한다. 봄엔 행복해질 것 같지만 일조량 변화 등으로 불면증, 우울증 등 되레 마음건강이 힘들어진다. 42분에 1명, 연간 1만2000명. 우리나라 자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숫자다. 동(洞) 하나가 사라질 정도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24.3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1.9명의 2배 이상이다. 직장동료나 친구, 심지어 가족 중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자살예방법’은 자살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될 ...
입력:2019-03-05 04:10:01
[한마당-김용백] 재떨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양국 정상이 빈손이니 뚜렷하게 기억할 만한 게 없다. 굳이 찾자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흡연 장면 정도일까.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하노이로 가면서 지난달 26일 새벽 중국 난닝 역사(驛舍)에서 잠시 휴식했다. 이 때 담배 피우는 모습 등이 일본 매체의 카메라에 잡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먼 길 나선 김 위원장의 심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그가 흡연할 때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받쳐 든 모습은 매우 낯설어서 인상적이었다. 최고지도자의 생체정보 기...
입력:2019-03-05 04:10:01
[박형준 칼럼] 본질은 결국 북한체제 문제다
비핵화 시늉으로 경제 지원을 받고 협력과 개방도 체제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 국한한다는 것이 북한의 계산 진정한 비핵화와 체제 변화를 위한 통 큰 결단 내리도록 만들어야 ‘신한반도 구상’도 빛을 볼 수 있어 바둑 공부의 제왕은 복기다. 복기 없이는 바둑 고수가 될 수 없다. 중국의 천중이 쓴 ‘복기의 힘’에 따르면 복기는 회고, 반성, 탐구, 향상의 네 단계를 거친다. 회고는 목표와 과정을 돌아보는 것이다. 반성으로 원인을 찾고 탐구로 승패를 가른 규칙을 찾는다. 향상은 실력을 끌어올려 다음 승부에 임하는 것이다. 2차 북·...
입력:2019-03-05 04:05:01
[돋을새김-한승주] 웰컴 투 웸블리, BTS!
이들도 미래가 불안한 가난한 연습생이었다. 회사 근처 좁은 숙소에서 이층 침대 몇 개 붙이고 복작거리며 살았다. 누구 생일이라고 상 하나 놓고 둘러앉으면 꽉 찼던 방이었다. 멤버 형 수능 전날엔 동생들이 몰래 도시락을 싸서 엄마 대신 전해줬다. 하루 15시간씩 연습하던 3년 동안 과연 데뷔는 할 수 있는 건가 걱정도 했다. 데뷔 1년4개월 후 2000명 앞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2013년 6월 13일 데뷔한 방탄소년단(BTS) 이야기다. 그랬던 이들이 오는 6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선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클라이맥스인 ‘라이브 에이드&rsq...
입력:2019-03-05 04:05:01
[경제시평-민세진] 무엇이 정의인가
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있다. 서로 알지 못하고 알게 될 기회 없이 한 학기 동안 공부하고 시험을 쳤다. 채점이 끝났지만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은 회의를 통해 각자 받을 점수를 정할 수 있다고 안내를 받는다. 조건은 회의에서 정한 점수들의 합계가 채점된 점수들의 합계와 같다는 것뿐이다. 물론 폭행이나 협박, 위력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회의하기 위해 모이고 논의에 들어간다.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난다. 모두 똑같이 평균 점수만큼씩 받기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회의 다음날 ‘받을 권리가 있는 점수’라는 제목으로 채점 결과...
입력:2019-03-05 04:05:01
[가리사니-지호일] 누가 고향에 침을 뱉는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이후 ‘고향의 봄’ 노래를 듣노라면 불현듯 콧마루가 시큰해지고 따뜻한 그리움 같은 것이 일곤 한다. 고향이 주는 정한(情恨)이 있다. 그래서 남북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장에서도 고향의 봄을 부르며 고향을 공유한다. 태어나 자란 곳은 달라도 고향에서 얻는 위로는 다르지 않은 것이다. 고향에 대한 정서가 보편적이라면, 고향의 공간적 기초인 지역은 개별성을 띤다. 산과 내, 토양이 만들어낸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이 지역적 차이의 틈새로 정치·경제적 불평등이나 인사차별, 이념적 프레임 등 갈등 요소들...
입력:2019-03-04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