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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정진영] 목사님의 굿 샷
완연한 봄, 골퍼가 반기는 계절이다. ‘4·19부터 10·26까지’라는 대표적인 골프 유언(流言)이 있다. 4월 19일부터 10월 26일까지가 1년 중 골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란 뜻이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빗대 골프 성수기를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 명구(名句)로 회자되고 있다. 2017년 한 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이 3600만명을 넘는 등 골프가 더 이상 호화사치의 주범격으로 비난받을 단계는 지났다.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대중화됐다고 하기엔 무리나 골프를 친다는 것...
입력:2019-05-02 04:05:01
[너섬情談-황교익] “노가리 노가리 원츄”
서울 을지로 노가리 생맥줏집의 임대차 문제로 언론이 온통 노가리로 도배되고 있다. 원래 노가리의 언론이 노가리를 다루니 나도 덩달아 노가리를 까고 싶어졌다. 노가리를 까는 술자리에 노가리는 필수이다. 일단은, 노가리의 어원에 대해 노가리를 풀어야 한다. 명태가 워낙 알을 많이 낳아 ‘씨앗을 마구 흩어 뿌리는 일’을 뜻하는 노가리가 새끼 명태에 붙었다는 노가리 정도는 기본이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일을 두고 ‘노가리 깐다’고 하는 것도 ‘씨앗을 마구 흩어 뿌리는 일’과 비슷하여서 그런 말이 만들어졌다는 노가리가 으레 ...
입력:2019-05-01 04:10:01
[한마당-전정희] 투쟁과 수치
폭력에 맞서는 행위가 투쟁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싸움으로 소수자나 약자의 최후의 방편이다. 언어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폭력을 제거하고자 법을 제정하는데 이것이 정화된 폭력, 즉 권력이라고 했다. 경찰은 사회구성원에, 군대는 다른 공동체에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든 정의의 폭력 메커니즘이다. 감옥도 비슷하다. 권력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사회공동체 개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제강점, 공산 및 군사정권의 독재는 개개인이 동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개개인은 폭력에 대항하고자 배수의 진을 치는 투쟁이 필요했다. 보복 폭력의 투쟁, 거역하는 저항 등으로 맞...
입력:2019-05-01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귀를 기울여보면
얼마 전 모임에 나갔다가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구조할 사람들이 출동했지만 누구도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건넨 말이 뛰어내리려는 분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그 말은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라는 질문이었다. 뛰어내리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했지만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는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힘들 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의 절망감은 사람을 외롭...
입력:2019-05-01 04:05:01
[청사초롱-박상익] 反日보다 克日이다
일본의 새 연호가 ‘레이와(令和)’로 결정됐다. 일본 역사상 최초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을 전거로 한 연호라고 한다. 기사가 뜨자 한 네티즌은 일본 가나(假名)를 조롱하면서 ‘고유 문자도 없어서 중국 것이나 모방하는 못난 것들’이라는 댓글을 올렸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과 일본 문자에 대한 경멸이 짙게 배어있다. 그러나 생각해볼 점이 있다. 한글은 세종 치세인 1446년에 공표되었고, 일본의 가나는 8, 9세기쯤 처음 등장했다. 한글은 일본의 가나보다는 600년 뒤에, 서양어 알파벳보다는 2200년 뒤에, 당대 최고 언어학자들이 ...
입력:2019-05-01 04:05:01
[신종수 칼럼] ‘솔로몬 재판 친모’의 심정으로…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장사꾼 행태 주한미군,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 안보 위해 매우 중요 최대한 반박하고 설득하되 동맹에 가치를 두고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년에 또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우리가 부유한 나라를 지켜주려고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쓰고 있다”며 “그런데 그 나라는 5억 달러(5800억원)를 쓴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내가 전화해서 따졌다. 그 전화 한 통화에 (그 나라가) 5억 달러를 더 주기로 했다”면서 “내년에는 또 전화해서 ...
입력:2019-05-01 04:05:01
[박형준 칼럼] 로스트트랙이 될 패스트트랙
지금의 패스트트랙 사태는 국민이 시급하게 보지 않는데 정권이 제기한 의제란 점에서 2004년 4대 입법 논란과 흡사 4대 입법 논란이 당시 정권에 소득 대신 타격을 안겼듯이 패스트트랙도 궤도를 이탈할 운명적 한계를 안고 있다 러시아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역사는 사람들을 벌하지 않는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람들을 벌할 뿐이다. 2004년으로 필름을 돌려보자. 탄핵 역풍에 힘입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노무현 정권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4대 악법이라 규정하고 치열하게 싸웠다. 2004년 정국은 이 정...
입력:2019-04-30 04:10:01
[한마당-김용백] 동물권 인식의 변화
구조된 동물들을 지속적으로 안락사시킨 한 동물구호단체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을 모양이다. 동물보호를 표방했지만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 등이 문제가 된 건 아이러니하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제 한국 사회도 동물에 무관심하거나 동물 관련 범죄를 가벼이 보지 않게 됐다는 방증이다. 동물권은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이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도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의 2019년도 전국민속소싸움대회 예산 삭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입력:2019-04-30 04:10:01
[돋을새김-한승주] ‘마약 대중화’에 대처하는 법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올해 초 개봉한 한국 영화 ‘극한직업’ 하면 떠오르는 대사다. 마약을 소재로 했지만 이 대사처럼 재기발랄한 코미디 영화에 무거움 따윈 없다. 영화에서 사람들은 통닭을 배달시켜 소금만 가져가고 정작 닭은 버린다. 소금으로 위장한 마약. 치킨을 주문하듯 마약이 일상에 퍼져 있다. 무려 1626만명(역대 한국 영화 최다 관객 수 2위)이 영화를 키득거리며 볼 때만 해도 몰랐다. 불과 두세 달 후 우리 앞에 펼쳐질 리얼한 마약의 세계를. 시작은 빅뱅의 멤버 승리였다. 승리가 공동...
입력:2019-04-30 04:05:01
[한마당-이흥우] 악어의 눈물
인지를 못할 뿐이지 눈에는 늘 눈물이 흐른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눈물은 눈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소중한 존재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사람이 평생 흘리는 눈물의 양은 약 70ℓ에 이른다고 한다. 눈물에는 눈을 보호하는 온갖 면역물질도 들어 있다. 과학계에선 눈물 성분인 락토페린을 암 치료제로, 리소자임과 리보뉴클레아제를 에이즈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사람들은 이 같은 생리적 눈물뿐 아니라 슬플 때나 기쁠 때도 감정의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상징한다. 그래서 단테가 “악마는 울지 ...
입력:2019-04-29 04: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소등
며칠 전 친구 집을 방문했다. 친구 남편이 출장 간 틈을 타 하룻밤을 친구 집에서 보낼 생각이었다.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와 밤새 속닥거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설렜다. 벨을 누르자 친구와 친구의 네 살짜리 아들이 반겨주었다. 얼마 전까지 기어 다닌 것 같은데. 아이는 어느새 부쩍 자라 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친구가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왔다. 내가 과도를 들어 사과를 깎으려는데 친구가 말했다. “어머, 몇 시야? 아직 8시 안 됐지?” 내가 7시55분이라고 하자 친구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 지구의 날이잖아. 8시에 소등 행사 참여하려고.&rdquo...
입력:2019-04-29 04:10:01
[뉴스룸에서-김남중] 로봇, 일자리, 기본소득
로봇과 AI(인공지능)가 사람의 노동과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는 이제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동화로 향후 20년 사이 일자리의 14%가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노동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적인 미디어 스타트업 ‘쿼츠’의 부편집장 새라 캐슬러가 쓴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라는 책에는 “토요타, 닛산, GM, 구글은 모두 2020년이면 자동화된 차량이 실제로 도로에서 운행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미국에서는 180만명이 트럭 운전으로, 68만7000명이...
입력:2019-04-29 04:05:02
[가리사니-정현수] 문재인정부의 불안한 감세 기조
요즘 기획재정부가 내는 각종 보도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예상보다 빠른 세계 경기 둔화’ ‘수출·투자 부진 지속’.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작년 예산보다 9.5%나 늘어난 올해 예산이 채 집행되기도 전에 서둘러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카드를 꺼낸 이유다. 공기청정기 보급에 마스크 보급까지, 쥐어짤 때까지 짠 흔적이 역력한 추경 사업명을 보고 있자면 나랏돈을 더 풀어서라도 경기가 주저앉는 상황은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절박함이 읽힌다. 그...
입력:2019-04-29 04:05:01
[김진홍 칼럼] 민낯 드러낸 ‘사류 국회’
정치력 부재 속 난장판 된 국회… 33년만의 국회 경호권 발동 등 섣부른 결정도 한몫 입원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로 돌아갈 때까지 여야는 휴전하는 게 옳다 살얼음판을 걷던 국회에서 마침내 사달이 났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합의하자 패스트트랙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초강력 투쟁을 선언해 아슬아슬하더니 결국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로 선회했다. 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해야겠다는 쪽과 날치기 법안 처리를 용납할 수 없다는 ...
입력:2019-04-29 04:05:02
[한마당-김용백] 996.ICU
중국에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이달 초부터 중국 정보기술(IT)분야 개발자들 사이에서 ‘996근무제’에 반대하는 ‘996.ICU’ 온라인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996.ICU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총 72시간)을 근무하면 결국 중환자실(ICU·intensive care unit) 신세가 된다는 뜻이다. 고속성장 중인 중국 IT기업들에서 보편화된 수당 없는 상시적 연장 근무에 대한 반발이다. 중국 노동법은 표준 근로시간이 하루 평균 8시간, 주 44시간을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996근무제가 글로벌 IT기업으로 ...
입력:2019-04-27 04:10:01
[한마당-신종수] 직업으로서의 정치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데 필요한 자질이 있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대의명분에 헌신할 정열, 자기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을 책임감, 사물과 인간에 대해 거리감과 균형감을 갖는 목측능력(目測能力)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목측능력은 눈대중을 뜻하는 말인데, 고도의 집중력과 평정심을 갖고 정신을 제어하는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베버는 정치를 직업으로 가지려면 ‘정치를 위해’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니라 정치를 자신의 삶으로 삼는 것이다. 대의에 헌신하기 위한 권력 추구...
입력:2019-04-26 04:10:02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편리의 찌꺼기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분리수거일을 놓치면 베란다는 전쟁터가 된다. 배달음식과 각종 과일을 담던 플라스틱 용기들이 분리수거통에 산더미처럼 쌓이기 때문이다.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플라스틱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플라스틱은 당구가 유행했던 근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구공의 재료로 쓰이던 상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값싼 대체 물질을 찾던 중 1869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를 만들었다. 이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개발되었고 20세기 신의 선물이라 불리며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신의 선물이라 부르지 않는다. ...
입력:2019-04-26 04:10:02
[한마당-염성덕] 대변인 논란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재정경제원 시절 훌륭한 대변인으로 통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솔직함, 해박한 경제 지식과 브리핑 능력을 무기로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을 ‘우군’으로 만들었다. 경제 정책을 홍보하면서도 감시 기능을 하는 기자들을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처세는 남달랐다. 재경원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했다. 관료 출신이 부총리 보직을 두 번이나 한 것은 이례적이다. 4선 의원인 그는 정치권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
입력:2019-04-25 04:15:01
[데스크시각-권혜숙] 작사·작곡·노래하는 AI
비틀스는 1967년에 발표한 곡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즈(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에서 친구들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음정을 틀리지 않고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다고 했다. 50여년이 흐른 지금, 인공지능(AI)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아예 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가사를 고쳐 써야 할 시절이 왔다.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부르면서 힘을 얻잖아요. 그런데 음악을 만드는 건 너무 높은 벽이죠. AI를 통해서 사람들이 쉽게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AI 스타트업인 ‘포자랩스’를 ...
입력:2019-04-25 04:10:02
[샛강에서-김의구] 입시 지옥, 수련 지옥
30, 40년 전에는 고교에 입학하면 대학 진학을 위해 전력을 투구했다. 4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 문구를 책상 앞에 붙여놓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잠을 이기지 못하면 부모들이 다그쳐 깨웠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2시간 넘게 보충수업이 있다. 여름방학에도 수업이 있었다. 냉방기는 물론 선풍기조차 없던 교실에 60명가량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책받침을 부치며 땀을 뻘뻘 흘렸다. 중학생 때부터 이런 과정을 시작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공부에 재능이나 흥미가 없다고 여기는 학생들은 물론 공부에 적응한 이들에게도 견디...
입력:2019-04-25 04:10:02
[여의도포럼-김대환] 상대방이 새삼 일깨워준 ‘당사자’
비핵화 북·미 간 일인듯 국제공조보다 대북지원 중시 비핵화 양보나 타협 없다는 당사자로서 역할 재정립해야 남북관계를 국제관계에 복종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지난 2월 말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나자 현 정부는 더 이상 중재자를 자처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이전부터 미국은 ‘중재자’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며 ‘촉진자’ 수준의 용어를 양해하는 분위기였다. 이마저도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바로 다음 날 북한이 공분을 불러...
입력:2019-04-25 04:05:01
[한마당-태원준] 결혼과 이혼 사이
2017년 등장한 TV 예능프로그램 ‘별거가 별거냐’는 “결혼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를 모토로 내세웠다. 연예인 부부들을 몇 달씩 떨어져 살게 하면서 일상과 감정의 변화를 촬영했다. 별거는 늘 곁에 있어 편하기만 하던 부부가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기회라고 제작진은 주장한다.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는지 시즌 3까지 나왔다. 그룹 부활의 김태원씨도 출연했는데 “아내가 떠나면… 난 뭐 의미가 없어”처럼 절절한 멘트를 여럿 남겼다. 경단녀 시기를 거쳐 컨설턴트로 복귀한 박시현씨는 지난해 에세이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
입력:2019-04-24 04:10:01
[청사초롱-최연하] 걷고 사랑하고 예술하라
요 며칠 사이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봄은 온전히 무료이기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막 피어나기 시작한 라일락 봉우리에 볼을 대 향을 묻히고, 층층이 다채로운 초록을 마주하며 한껏 심호흡을 한다. 해 질 녘 어느 집 부엌에서 들려오는 도마질 소리에 맞춰 보폭을 조정하다 보면 딱새도 입맛을 다신다. 걸음이 주로 나를 데려가는 곳은 마을의 공간과 사물에 몰두해야 하는 지점, 풍경, 소리, 움직임, 사람들, 바람, 감촉 등의 특수한 실체다. 그것들은 아직 현상되지 않은 오래된 필름을 태운 빛줄기처럼 희미...
입력:2019-04-24 04:05:01
[김용백 칼럼] ILO 협약 비준은 국가신인도 문제다
정부도 협약 당사자인데 노사 대립이 첨예하다고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개혁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노동기본권 보장 못할 경우 ‘노동권 후진국’ 오명 쓸 수도 정부가 출범한 지 만 2년이 다됐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정부가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공약의 이행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주 발표한 문재인정부 2년간 국정 운영의 평가 결과는 실망스럽다. 세부 공약 1169개 중 공약 완전이행이 191개(16.3%), 부분이행 654개(55.9%), 후퇴이행 20개(1.7%) 등이었다. 10점 만점에 평균 5.1점을 받았다. 요란하게 한참...
입력:2019-04-24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추억의 의미
봄맞이 청소를 하느라 집안의 묵은 짐들을 정리하기로 하였다. 베란다를 치우다가 낡은 종이상자를 발견하였다. 편지를 모아두었던 상자인데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상자 속에는 20대 때 친하게 지낸 외국 친구와 주고받았던 편지도 있었다. 편지를 읽자 자연스럽게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외국인 기숙사에 살았는데 옆방에는 교환학생으로 와 있던 일본인 여학생이 있었다. 처음 몇 번 마주쳤을 때는 짧은 머리에 무뚝뚝해 보이는 그녀의 첫인상 때문에 선뜻 말을 걸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비슷한 음악...
입력:2019-04-24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