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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영석] 저질 야구만의 문제 아니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시작됐다. 6개 구단이 80경기씩을 치렀다. 총 240경기 체제였다. 그해 관중은 143만8768명이었다. 경기당 5995명이었다. 이듬해 200만명 관중 시대가 열렸다. 1990년 300만명, 1993년 400만명을 훌쩍 넘어서더니 1995년에는 500만명 관중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으면서 프로야구 관중은 200만명대로 회귀했다. 500만명 시대가 다시 찾아온 때는 2008년부터다. 2011년 680만여명, 2012년 715만여명이 경기장으로 몰려왔다. 2016년 800만명 관중 시대가 열렸다. 2017년 840여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엔 807만여명이었다.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 체제다. 평균 관중은 1만1214명이었다. 프로축구가 지난해 124만여명의 관중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눈에 띄게 관중이 감소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1만명을 조금 넘고 있다.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시즌을 마칠 때면 700만명을 조금 넘을 페이스다. 3년 연속 계속된 800만명 관중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첫 번째 근본 원인은 저질 야구다. 한 이닝에서 8사사구가 남발되는가 하면, 끝내기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라는 사상 초유의 플레이도 연출됐다. 실책과 볼넷이 없는 경기를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한 야구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가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10개 구단을 줄여 8개 구단 체제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판의 오심은 경기 일부라곤 하지만, 요즘은 경기 흐름을 일거에 바꿔놓기 일쑤다. 3피트 라인과 주자들의 수비 방해 주루에 대해선 심판마다 기준이 다르다. 들쭉날쭉한 볼·스트라이크 판정은 야구팬들을 짜증 나게 만들고 있다. 한 심판은 3피트 라인 오심으로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 행위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구단 선수들은 전지훈련 도중 해외 카지노를 버젓이 드나들었다. 한 베테랑 선수는 음주운전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지적장애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한 선수는 반성은커녕 형량이 무겁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다른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유소년들에게 불법 의약품을 투약·판매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한 구단 감독은 경기장에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투구 도중 투수를 교체하는 엉뚱한 감독도 있었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2군 선수들을 불러 자신의 공을 받아보게 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관중 감소가 저질 야구만의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선수와 코치진, 구단, 심판 모두가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은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급격한 관중 감소를 경험했음에도 말이다. 국가대표팀 선발 과정의 병역 특례 논란은 야구팬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경기력 논란에 이어 일부 선수들의 폭력 사건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관중은 2017년에 비해 4% 가까이 감소한 바 있다.

대책은커녕 오히려 구단 이익을 위해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을 100만 달러로 제한해 버렸다. 구단이 저질 야구의 판을 깐 셈이다. 전력 평준화를 위해 필요한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 제도 폐지에는 관심이 없다. 이대로 간다면 프로야구계 전체가 동반 몰락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을 되돌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과감한 개혁만이 살길이다. 외국인 선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려야 한다. FA 보상선수 제도를 없애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단 이익 측면이 아닌 야구팬의 시선에서 한국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각 교정이 우선돼야 한다.

김영석 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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