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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지현] 대북 식량지원이 반갑지 않은 당신께



“와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에티오피아 영양학자) “이번 일로 남과 북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유엔세계식량계획 지역활동가) 정부가 북한 영유아와 산모들의 영양개선에 쓸 자금을 국제기구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마침, 기아 문제를 논의하는 스톡홀름의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지요. 여러 참석자들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러한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하더군요. 혹시 북한의 식량부족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계신지요? 북한 당국이, 유엔 조사단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식량 부족을 일관되게 말합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올해 북한 주민이 적게는 두 달, 많게는 다섯 달 정도 먹을 식량이 부족하다 합니다. ‘그걸 어떻게 믿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난감하긴 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전하고 싶은 사실이 있습니다. 북한은 세계 기아지도에 가장 심각한 수준의 만성적 식량 부족 국가로 표시되는 아시아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20여 년 전보다 사정이 나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가임기 여성 세 명 중 한 명, 영유아 다섯 명 중 한 명이 영양불량입니다.

대북 식량지원이 북한의 핵 포기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투명한 모니터링 없는 대북 지원은 불가라는 주장도 들었습니다. 특히 쌀을 보내면 군량미로 전용될까 걱정이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평양에서 북한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연구원들과 영양개선 사업을 의논했었지요. 그때 저 또한 지원 식품의 전용을 걱정하며 모니터링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업은 중단됐지요.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버렸고요. 지금은 후회합니다. 우리가 그때 전용을 걱정해 실행하지 못한 영양지원 덕분에(?) 북한 군대의 전력이 약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엄마의 영양불량으로 약하게 태어나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아이들을 살릴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뿐입니다. 며칠 전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쌀을 전달할 것이라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 양이 많지 않아 아쉽지만 다행입니다. 로마에서 온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전문가는 국제사회가 북한 식량부족에 대해 냉담해진 것을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Aren’t you two sisters? Who else will do it?(둘은 자매 아닌가요? 다른 누가 도울 수 있을까요?)”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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