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혜윰노트-김윤관] ‘강자와 약자’라는 편리한 프레임
“선생님의 꼬추를 봤어요.” 유치원생 여자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는다. 유치원 교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며 평범한 삶을 꾸려가던 한 남자의 인생은 아이의 말 한 마디에 송두리째 무너지기 시작한다. 제대로 조사를 해보기도 전에 마을 주민들은 그 말을 사실로 믿어버리고 이 남자에 대한 단죄에 나선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남자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이 남자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한다. 남자의 인생은 점점 파멸로 나아간다. 내가 본 가장 끔찍한 영화 중의 하나인 ‘더 헌트’의 내용이다. 극장에서 ...
입력:2019-06-21 04:05:01
[한마당-전정희] ‘녹두꽃’ 고부의 풍경
“약자, 한없이 약하고 더없이 힘없는 진짜 약자. 세상을 바꾸는 건 항상 약자였다.”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동학농민항쟁을 이끄는 전봉준 장군(최무성 분)의 대사다. 당시 전봉준 등 전근대 지도자들이 봉건적 유토피아의 환상을 넘어섰다면 시민혁명도 가능했을 출발점이 고부 민란이다. 고부 민란은 조선 조정의 학정과 탐학으로 촉발돼 반일·반외세의 기치로 나아가 ‘동학농민혁명’으로까지 발전된다. 반면 농민군의 정치역량의 한계가 분명해 ‘항쟁’이라는 말도 맞다. 혁명 또는 항쟁은 실패했으나 우리 ...
입력:2019-05-15 04:10:01
[한마당-이흥우] 몸값, 자리 값
456만7888달러(약 54억원). 고작 점심 한 끼 같이 먹는 데 쓴 비용이라면 믿겠는가. 암호화폐 트론의 창시자 저스틴 선 트론 CEO는 올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점심 한 끼 하는 대가로 이 돈을 썼다. 선은 포브스가 2017년 ‘아시아를 움직이는 주목할 30대 이하 창업가 30인’으로 선정한 인물이다. 트론의 현재 시가 총액은 220여억 달러 규모다. 선이 투자의 귀재 버핏과 식사를 함께하면서 얼마나 많은 재테크 노하우를 전수받을지 모르겠으나 한 끼 식사에 54억원이라니 부자들의 돈 자랑에 보통사람들은 상대...
입력:2019-06-20 04:05:02
[청사초롱-최연하] 과거가 온다
삶의 시간이 누적될수록 과거가 쏜살같이 온다. 살아갈 날보다 산 날이 많아서가 아니라, 과거 속에 귀한 에너지가 내장돼 있음을 나중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과거는 폐기돼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있고, 다가올 시간보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답이 그 안에 있었기에 과거의 시간대와 접속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과거·현재·미래로 나뉜 세 개의 시간대는 다툼 없이 흘러갈 것이다. 누군가의 편의에 의해 나뉜 세 개의 시간은 사실상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이데올로기는 해체하면 그만이지만 너무도 강력하게 ...
입력:2019-06-19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얼마 전 후배로부터 아이 때문에 힘들었던 사연을 듣게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놀이터에 나가서 놀려고 하는 아이에게 “오늘은 나가지 말고 밀린 문제집을 풀어라”라고 했더니 왜 나가면 안 되느냐고, 자신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직장 일과 아이 돌보는 일을 힘들게 병행하며 지내오던 후배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왔으니 아이도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속상했다고 한다. 아이가 알아서 자신의 일을 잘하기란 쉽지 않다. 나의 어린 시절만 생각해봐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입력:2019-06-19 04:10:01
[한마당-염성덕] 피플파워
피플파워(People Power)는 시민혁명을 뜻한다. 시민혁명을 가능하게 한 ‘민중의 힘’을 지칭하기도 한다. 주로 독재정권, 타락한 정부, 부정부패, 민의에 반하는 정책을 타깃으로 한다. 독재자를 권좌에서 쫓아내거나 잘못된 정책을 철회시킨 피플파워 사례들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 필리핀은 2차례 피플파워를 경험했다. 1차 피플파워는 1986년 2월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을 겨냥했다. 필리핀 국민은 부정선거를 자행한 마르코스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국외로 추방했다. 필리핀 첫 여성 대통령인 코라손 아키노가 전 세계의 지지를 ...
입력:2019-06-19 04:05:01
[길 위에서] 왜 당신은 나처럼 싸우지 않나요
분당우리교회 부목사의 설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이 된 발언의 당사자인 정모 부목사에 이어 이찬수 담임목사까지 설교 중 일부 발언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반동성애 운동을 펼쳐온 이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분당우리교회와 이 목사를 향해 ‘좌파’ ‘빨갱이’ 딱지를 붙이며 비난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 목사는 급기야 지난 16일 주일 설교에서 “좌파 목사, 좌파 교회는 회개하라는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목사...
입력:2019-06-19 00:05:01
[한마당-태원준] 이상한 재건축, 둔촌주공
멱감을 시냇물이 흐르고 서리할 참외밭이 있어야 고향이란 법은 없다. 어려서 “넌 고향이 어디니” 물으면 “둔촌주공 324동이요” 하던 작가 이인규는 2013년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43개동 5930가구 대단지가 재건축을 하게 되자 사라지기 전에 그 모습을 기록해두는 일이었다.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얽힌 이야기를 엮어 다섯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프로젝트에 동참한 비디오그래퍼 라야는 다큐영화 ‘집의 시간들’을 지난해 상영관에 올렸다. 둔촌주공의 여덟 집을 찾아가 세월의 흔적을 카메라...
입력:2019-06-18 04:10:01
[돋을새김-고세욱] 얘들아, 꾸역꾸역 가자
지금까지 전국, 남녀노소가 온통 스포츠 대회에 열광한 것을 딱 두 번 목격했다. 2002 한일월드컵과 멕시코에서 열린 1983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몇몇 대회의 인기도 많았지만 열기와 감동, 화젯거리 등을 종합했을 때 4강 신화를 이룬 두 대회에 미치지는 못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본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스포츠에 푹 빠진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태어나서 처음 느낀 이벤트였다. 당시만 해도 외국 선수들과 체격 차이가 많이 났음에도 우리 팀이 축구 강국을 잇따라 격파한 것에 대해 어린 나이에 엄청 뿌듯해했다. ...
입력:2019-06-18 04:05:01
[한마당-배병우] 중국의 ‘말라카 딜레마’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 2척이 피격되면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공격 이유나 주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고 비난한다. 국제유가의 움직임은 예상과 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14일에도 전날보다 배럴당 0.4% 상승한 52.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이 화염에 싸이면 국제유가가 단숨에 100달러로 치솟던 것은 옛날얘기가 됐다. 우선, 미·중 ...
입력:2019-06-17 04:1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도시락의 추억
지난주에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중간쯤 가다가 도시락 가게에서 사온 도시락을 풀었는데 모두들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화제는 갑자기 ‘학창시절 도시락’으로 바뀌었다. 나는 도시락을 떠올리면 기분이 마냥 좋지 않았다. 맞벌이였던 엄마는 새벽에 도시락을 세 개나 싸는 것을 힘들어했다. 엄마는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반찬 몇 가지를 번갈아 담아 주었다. 하지만 남의 떡이 커 보이기 때문이었을까. 엄마의 노력이 어떻든 간에 내 눈에는 다른 친구의 도시락이 더 맛있어 보였다. A는 집안사정이 어려운 탓에 아무리 고기를 넣어 달...
입력:2019-06-17 04:05:01
[뉴스룸에서-김준엽] E3에서 본 게임의 미래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중 하나인 E3는 올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콘텐츠와 플랫폼 두 가지 관점에서 새로운 게임의 미래가 다가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관점에서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명확해졌다. 내년 출시 예정인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소개하는 무대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했다.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리브스는 게임 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3에서 공개된 사이버펑크 2077 예고 영...
입력:2019-06-17 04:05:01
[김명호 칼럼] 비서정치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내각 무력화하고 여당 존재 미미하게 만드는 비서정치 정부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념만으로 하는 국정 운영은 결국 오만에 빠지는 길 비서정치보다 내각·의회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 장관이란 무엇인가. 최고위 정무직 공무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국무를 나누어 맡아 처리하는 행정 각 부의 우두머리’라고 돼 있다. 그런 그에게 애당초 책임의 한계란 없다.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수습하고 처리하고 정무적인 사항을 포함해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그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런데 회피한다면 마땅...
입력:2019-06-17 04:05:01
[한마당-김용백] 자연스러워질 채식주의
뉴욕 증권거래소에선 지난달 초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 업체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의 주가 상승이었다. 상장 첫날 공모가 25달러에서 종가 65.75달러로 163% 올랐다. 시가총액도 37억7600만 달러(약 4조4179억원)로 올해 기업공개(IPO) 업체 중 최고 실적을 냈다. 비욘드미트는 식물성 단백질로 일반 고기와 같은 맛이 나는 ‘인조고기’를 만든다. 이 회사의 주식은 상장 이후 첫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지난 6일 종가 99.50달러를 찍었다. 채식 열풍에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상황이다. 식물성 고기의 ...
입력:2019-06-15 04:10:01
[빛과 소금-노희경] 고마워요, 청년
한때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골프 여왕’ 박세리 선수를 보는 즐거움으로 산 적이 있다. 밤낮이 바뀌는 일상에도 아랑곳없이 바다 건너 먼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두 선수의 경기에 열광했다. 어깨에 큰 돌덩이 하나씩은 얹은 듯 온 국민이 잔뜩 움츠리며 살던 외환위기 시절 이야기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1998년 세계 최고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박세리는 공이 해저드에 빠지는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못에 두 발을 담근 채 ‘맨발 샷’을 날렸다. 그리고 우승. 박세리가 두 팔 벌려 환호할 때 국민 모두 움츠렸...
입력:2019-06-15 04:05:01
[한마당-라동철] 이순자씨의 조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빈소를 찾았다. 대통령 부인이자 민주투사, 여성운동가, 평화전도사로서 민주화와 인권,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애써 온 그의 삶을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였다. 짧은 조문이었지만 그는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전두환, 김대중 두 사람은 1980년대 격동의 시기에 각각 철권통치자와 야당 지도자로 대척점에 있었다. 12·12쿠데타로 군권을 장악한 신군부 세력의 수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5·17 비...
입력:2019-06-14 04:10:01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생명을 책임지는 것
고양이 집사 노릇에 푹 빠진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나니 불현듯 반려동물을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주인과 다정하게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면 절로 눈길이 가며 부러운 마음이 든 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때뿐, 이내 고개를 젓고 만다. 키우려고 했으면 벌써 키웠을 테지만 이제까지 망설였던 건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그로 인한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내가 키운 첫 동물은 병아리였다. 봄만 되면 학교 앞에 나타나던 병아리 장수가 있었다. 교문을 나서기 전 삐약삐약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앞다퉈 병아리가 담긴 상자로 내달렸다. 노란 솜털 뭉치들의 ...
입력:2019-06-14 04:05:01
[한마당-태원준] 고유정, 사이코패스가 아니어서 더 섬뜩한…
강력범죄 수사기록만 본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사이코패스로 엄인숙을 꼽아야 한다. 스물아홉이던 2005년 24건의 범행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보험설계사였던 그는 가족과 친지를 보험금 타내는 도구로 여겼다. 신경안정제를 먹인 뒤 높은 데서 떨어뜨리거나 바늘로 눈을 찌르거나 방에 불을 질러 중상을 입히고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 과정에서 첫째 남편과 둘째 남편이 사망했고 엄마와 오빠가 실명했고 가사도우미 가족이 불에 타 숨졌다. 경찰이 체포 후 사이코패스 검사(PCL-R)를 했다.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하는데 ...
입력:2019-06-13 04:10:01
[샛강에서-전석운] 끊이지 않는 라돈공포
라돈매트가 또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해 ‘라돈침대’ 사건 이후 1년이 지났는데도 라돈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일 알앤엘, 솔고바이오메디칼, 지구촌의료기에서 판매한 제품들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며 판매중지와 수거명령을 내렸다. 매트나 온열기 혹은 의료기기로 분류된 개인용조합자극기 제품들이다. 리콜이 결정된 알앤엘 제품은 1975개다. 지구촌의료기기 제품은 1219개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의 회수대상 개인용조합자극기는 304개다. 특히 이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건넨 이불, 매트 등 사은품 1...
입력:2019-06-13 04:05:02
[내일을 열며-민태원] ‘한국판 쥴링’이 걱정된다
요즘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핫한 관심사가 ‘쥴(JUUL)’이다.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액상형 전자담배다. 과일맛 나는 니코틴액이 든 카트리지(팟·pod)를 디바이스에 끼워서 가열해 나오는 증기를 마시는 형태다. 연초잎을 태워 피우는 궐련과 달리 담뱃재가 없다.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쥴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흡연 입문’을 조장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아니나 다를까. 3년 만에 미국 전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쥴...
입력:2019-06-13 04:05:02
[한마당-전정희] ‘미스트롯’ 송가인과 흥친구들
전남 진도대교를 건너자 ‘미스트롯’ 송가인의 수상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달 초 진도 벽파교회 순교자 오교남 전도사의 삶을 추적하던 길이었다. “겁나게 좋제. 좋을 일이 뭐 있었당가.” 주민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 우울했던 마음을 걷어내는 경사로 받아들였다. 판소리 전공자가 트로트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것인데도 진도의 자랑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기뻐하는 것은 1980년대 초 진도대교가 생기면서 모든 인적 인프라가 광주·서울로 빨려들어가면서 우리 가락과 남종화의 맥을 잇는 땅 진도의 향토성이 흔들...
입력:2019-06-12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남기고 싶은 것들
얼마 전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했다. 주로 수십 년 동안 스크랩해 놓은 신문 자료들과 생활 문서들, 일기장 등이었다. 한 아파트에서 30년 동안을 살아오셔서인지 그 양은 상당했다. 매일 각종 신문을 읽고 스크랩을 해오셨는데, 기사를 주제별로 담아놓은 종이봉투만 해도 수백 장이 넘었다. 봉투의 사이즈도 제각각이었는데 작게는 편지봉투에서 크게는 8절지 사이즈까지 다양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쓰셨던 아버지는 두꺼운 대학노트로 30권 넘는 일기장도 남기셨다. 일기장과 직접 쓰신 글 등을 우선적으로 챙겨두었다. 정리를 하면서 보니 남겨야 할 물건과 ...
입력:2019-06-12 04:05:01
[청사초롱-원재훈] 멧돼지 출몰지역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서울의 등산로 초입에 ‘멧돼지 출몰지역’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 경고판을 사이에 놓고 한쪽은 아파트 지역이고, 다른 쪽은 작은 마을의 꽃길이 보인다. 주말에 북한산 등반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우연히 발견한 마을 꽃길 때문에 멧돼지 출몰지역 산행을 잠시 미루고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간혹, 고층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느꼈던 아득한 절망감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 건물이 제시하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인간이 지상에서 너무 떨어진 높은 곳에 살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간은 땅을 밟고 ...
입력:2019-06-12 04:00:02
[한마당-김명호] 국회해산
“이렇게 가면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는 것이 낫다.” 급기야 국회해산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거칠게 맞서면서 국회 정상화가 점점 멀어져가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탄식조로 내뱉은 말이다. 국회해산은 모든 의원의 자격을 법정 임기만료 전 동시에 소멸시켜 국회 존립을 일시적으로 상실시키는 것이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에는 국회해산 조항이 없다. 제1공화국 이래 국회해산은 몇 차례 있었다. 국회해산 사례는 우리 헌정사의 굴곡을 반영한다. 1960년 4월 혁명으로 국회는 개헌을 한 뒤 의결로써 스스로 해산...
입력:2019-06-11 04:10:01
[박형준 칼럼] 위기 극복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
신냉전의 미·중 패권전쟁, 기로에 서 있는 북핵 문제, 한계에 봉착한 경제성장… 세 갈래 복합위기 몰려오는데 정부 리더십은 긴박함이 없다 뜬금없는 김원봉 평가 문제로 이렇게 국론 분열시킬 때인가 총선용 정치공학 놀음 벗어나 위기대응 위한 통합에 나서야 대한민국에 다중 복합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이 위기는 세 갈래에서 온다. 첫째, 신냉전시대로 가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비롯된다. 둘째, 기로에 서 있는 북핵 문제와 북한체제 문제로부터 야기된다. 셋째, 갈수록 버거움을 드러내는 한국경제의 성장 한계에서 발생한다. 이것들은 ...
입력:2019-06-11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