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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거시기한 미국
거시기는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거북할 때 쓰는 표현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방미 후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금은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데 대해 “표현을 좀 더 잘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표현은 지금 타이밍상 좀 거시기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의 비공개 면담에서 “지금은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
입력:2019-07-15 04:10:01
[한반도포커스-박원곤] 핵동결이 의미 가지려면
화려한 극이 끝나고 막이 내렸다. 그러나 여러 여운이 남으면서 2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6월 북·미 판문점 회동 이야기다. 이번 회동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속된 공방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소시켰다. 북·미가 대화하는 동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아진다. 실무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 비핵화 방안과 관련된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특히 핵 동결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핵화 접근을 완전한 비핵화...
입력:2019-07-15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카공족
무더웠던 지난 5일, 나는 오전 11시부터 동네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카공족이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노트북과 문제집을 펼쳐둔 취업준비생들이었다. 나처럼 글 쓰는 사람에게도 카페는 고마운 공간이었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이기도 했고 적당한 소음으로 집중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작업실이기도 했다.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증가하는 바람에 만들어진 신조어도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뜻하는 카공족,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을 뜻하는 코스피족. 카페...
입력:2019-07-15 04:05:01
[뉴스룸에서-권기석] 사라진 국민연금 개편 논의
지난해 뜨거웠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네 가지 대안을 담은 개혁안(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놨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합의안을 도출한 뒤 이를 국회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연금특위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지난 4월 말 해산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두 달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연금특위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경사노위 홈페이지에서 회의록을 찾아봤더니 ‘퇴직금 전환금’ 두 단어가 보였...
입력:2019-07-15 04:05:01
[김명호 칼럼] 한국의 미래전략은 무엇인가
일본 미래전략은 미국 대리해 중국에 대척하는 지역패권국 되는 것… 경제보복은 그 과정에서 한국 제압하려는 전술 유엔사에 일본 참여는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 냉혹한 강대국 미래전략에 반일·애국심으로 어설프게 대응해서야 지난주 발간된 주한미군의 공식 문건에는 유엔군사령부의 임무 수행을 강화하기 위해 “유엔 전력제공국의 병력 증원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란 문구가 실렸다. 주한미군과 유엔군은 다른 조직이지만 현실적 역할과 기...
입력:2019-07-15 04:05:01
[한마당-신종수] 대윤 소윤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은 조선 중기 중종의 외척이다. 1545년 소윤으로 불리는 윤원형 일파가 대윤으로 불리는 윤임 일파를 숙청했다. 중종의 둘째 왕비 장경왕후가 낳은 인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대윤, 셋째 왕비 문정왕후가 낳은 경원대군(명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소윤이다. 대윤 윤임은 인종의 외숙부, 소윤 윤원형은 명종의 외숙부다. 둘 다 훈구파였지만 대윤은 인종 때 득세했고, 소윤은 경원대군이 인종의 뒤를 이어 왕이 됐을 때 대윤을 제거한다. 이것이 을사사화다. 대윤과 소윤으로 불리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관계가 화제다. ...
입력:2019-07-13 04:10:01
[빛과 소금-전정희] “누가 역적이오!”
“이 저고리와 모직 치마는 주인 색시 예배당 입고 가라고 그냥 두지.” “차압 집행 맞은 집 메누리가 잘 입고 회당 가서 무얼하겠습네까. 어서 한 가지라도 돈 되게 하시라요.” 1920년 초 평남 강서군 독립운동가 김예진 목사(당시 전도사) 집에 집달리들이 들이닥쳐 여기저기 차압 딱지를 붙였다. 김예진 한도신 부부는 당시 부모 김두연 부부를 모시고 살았는데 김두연은 정미소를 하는 지역 유지였다. 그런데 김예진이 평양 숭실학교를 다니면서 독립운동을 벌였고 1919년 3·1운동 때 체포되어 징역살이했다. 김예진은 그해 10월 병보석으...
입력:2019-07-13 04:05:01
[한마당-라동철] 장관 구인난
우리나라에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건 김대중정부 중반기인 2000년이다. 그해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다. 당시엔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재 재판관 등 23개 직위가 청문 대상이었다. 법이 제정된 직후인 2000년 6월 26~27일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첫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다.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에는 국회의 임명동의 대상이 아닌데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권력기관 ‘빅4’의 수장들이 청문 대상에 포함됐다. 2005년에는 대상이 장관 ...
입력:2019-07-12 04:10:01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괴담
공포 영화나 소설을 즐기는 편인데 이 장르의 참맛은 책장을 덮고 나서 혹은 영화가 끝난 후 현실로 돌아왔을 때 느낄 수 있다. 깜깜한 극장 안에서 무서움에 떨다 밖으로 나왔을 때를 떠올려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일상은 변하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는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는 오히려 현실적 안도감을 강화시킨다. 19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세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괴담이 있다. 늘 2등만 하던 학생이 전교 1등을 학교 옥상에서 밀어 죽게 만들고 거꾸로 떨어진 1등은 머리로 ...
입력:2019-07-12 04:10:01
[혜윰노트-마강래] 지방, 뭉쳐야 강하고 아름다워진다
얼마 전 건네받은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님의 명함엔 눈에 띄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소다연강미(小多連强美). 작지만 수많은 주체가 서로 힘을 합치면 강하고 아름다워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반대로 가고 있다. 인구와 일자리가 축소되는 상황 속에서 제로섬의 경쟁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반면에 수도권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교통망은 더 촘촘해지고, 생활권도 확대되는 중이다. 수도권 내 66개 자치구의 기능적 연계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상태다. 지방에선 이 모든 게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 얘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
입력:2019-07-12 04:05:02
[한마당-이흥우] 한국인 예수, 흑인 인어공주
장 클로드 라마르 감독의 인디영화 ‘컬러 오브 더 크로스(Color Of The Cross)’가 2006년 10월 미국 7개 도시에서 상영됐을 때 논란이 많았다. 영화에 나오는 예수가 흑인 유대인이어서다. 할리우드에서는 예수 하면 으레 금발에 푸른 눈의 백인으로 묘사했는데 흑인인 라마르 감독은 이 작품에서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그는 당시 “난 예수가 흑인이었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 눈에는 예수가 백인, 라틴아메리카인 심지어 아시아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마르 감독 말대로 예수를 아시아인으로 묘사한 인물이 있다. 한국화의 거장 운보 김기...
입력:2019-07-11 04:10:01
[샛강에서-김준동] 정권에 따라 춤추는 자사고
1974년 고교 평준화가 실시된 이후 역대 정권은 학교 선택권을 부여할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001년 자립형사립고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뿌리다. 자사고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이명박정부 때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사립고 100개 등 300개의 다양화된 고교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동시에 농어촌 지역의 고교를 활성화하며, 전문계 고교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
입력:2019-07-11 04:05:01
[가리사니-전슬기] 재정 강박증에서 벗어나는 법
지난달 공개된 문재인정부의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 6조7000억원은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나랏빚을 40% 육박하게 늘렸다는 ‘빚내기 추경’과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미니 추경’ 평가가 동시에 쏟아졌다. 그러나 언뜻 생각해보면 두 평가는 공존할 수 없다. 지출은 늘리되 ‘빚’은 지지 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수중에 돈이 많으면 된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수입은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결국 ‘돈은 없고, 빚은 늘리면 안되고, 지출은 최대한 늘려야 한다’라는 불가능한 숙제가 남...
입력:2019-05-06 04:10:01
[가리사니-전슬기] 주52시간을 위한 변명
국회를 출입하던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가 구성됐다. 노사정(勞使政)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굵직한 문제를 풀어나갔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노·사, 노·정 관계 개선 등이 2개월 동안 논의됐다. 깜짝 잠정 합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종 발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과 휴일근로 가산임금 할증률 여부 등 공개되지 못했던 합의안에는 상당히 진전된 논의 결과물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떠올리는 ...
입력:2019-06-17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집 옆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예전에는 가슴에 무언가를 안고 가거나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을 보게 되면 당연히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가까이 가서 봐야만 안고 가는 대상이 아이인지 강아지인지 구분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어느새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집에서 동물을 키우게 됐는지 떠올려보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집에서 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조르...
입력:2019-07-10 04:10:01
[한마당-김용백] 부산 구포가축시장
부산 구포가축시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개시장이었다. 해마다 7월이면 개 도살과 개고기 판매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동물권단체들의 단골 시위장소였다. 이제 그런 광경은 사라졌다. 구포가축시장 점포 19곳의 폐업이 11일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상징적이게도 초복(12일) 바로 전날이다. 앞서 부산시, 부산시 북구, 업주 등은 지난 1일 폐업 협약식에 이어 열흘 간 영업정리를 했다. 개 86마리도 구조됐다. 이로써 전통시장 안에 도축시설을 갖추고 개고기를 파는 점포가 밀집된 개시장은 대구 칠성시장과 경주 안강시장 정도가 남게 됐다. 구포가축시장은 6·25전쟁 뒤 ...
입력:2019-07-10 04:05:01
[한마당-김의구] 일본 제품 불매운동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파급력이 컸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물산장려운동이다. 일제강점기에 20년 가까이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출발은 평양에서였다. 고당 조만식을 비롯한 민족지도자들이 1920년 8월 경제계 진흥, 실업자 구제와 함께 국산품 애용 등을 실천과제로 내걸고 사회단체를 발족시켰다. 일제의 회사령과 관세 폐지로 조선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득세하게 되자 민족경제 자립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고당은 신사참배를 거부했다 옥사한 주기철 목사의 오산학교 스승이자 주 목사가 시무하던 평양 산정현교회 장로였다. 당시 운동은 기독교계가 중심이 ...
입력:2019-07-09 04:10:01
[돋을새김-고세욱] 한선태와 화성 FC의 꿈
스포츠는 스타의 무대다.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최근 자신의 SNS에 “IMF(외환위기) 때 박세리, 박찬호가 나왔다면 그때보다 어렵다고 하는 요즘 류현진과 손흥민이 훌륭한 역할을 하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스포츠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오늘날 스포츠 스타의 위상을 쉽게 요약했다. 스포츠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강자를 넘어서려는 약자의 분투와 극적인 승리는 스타들의 활약 못잖게 스포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지난달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에 환호한 것은 그들이 월드컵 준우승의 영웅이라서가 아니다. 무명의 젊은이들이 ...
입력:2019-07-09 04:10:01
[박형준 칼럼] 신냉전체제와 내셔널리즘
미·중 간 첨단 기술경제의 충돌이자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신냉전체제의 본질 미국이 각자도생의 내셔널리즘 앞세우자 일본도 편승 정부는 민족주의로 맞불 놓을 게 아니라 외교력 발휘해야 현대 세계 정치경제의 역사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왔다. 첫 단계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다. 이때 과학기술 혁명이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전기, 자동차, 비행기, 알루미늄, 뢴트겐, 백신 등이 상징하는 기술 혁신이 세계 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 1900년부터 1920년까지 세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를 넘었다. 이때 힘을 앞세운 극단적 내셔널리즘이 창궐했고. ...
입력:2019-07-09 04:05:02
[뉴스룸에서-박재찬] 찍히면 끝장인 세상
대도 조세형은 자기 이름 앞에 ‘대도’가 붙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고 한다. 몇 해 전 그의 부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조세형은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유명한 절도범이었다. 주로 고위층의 저택에서 금품을 털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해서 대도로, 때로는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15년간 수형 생활을 마치고 종교에 귀의하면서 새 삶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죄목은 절도죄였다. 병적인 도벽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많다. 한편...
입력:2019-07-08 04:10:01
[한마당-배병우] 예방 외교의 실패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에 대한 경제전쟁의 성격이 짙다.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조치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분석은 희망사항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기류와 일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이번 제재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의 초석까지 허물 수 있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치밀하게 준비한 도발이다. 일본이 보복할 것이라는 신호는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공식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경고를 보낸 정황이 확인된...
입력:2019-07-08 04:10:01
[김진홍 칼럼] 외교, 아슬아슬하다
일본 치졸하지만 대일 외교 방기한 문재인정부 잘못도 커 미·중 사이에선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고 있지만 양쪽으로부터 협공 받는 신세 과거사와 북한에 집중돼 있는 외교에서 벗어나야 할 때 외교라인이 바빠졌다. 한·일 관계 악화가 직접적 계기다. 문재인정부의 일본군위안부 합의 뒤집기에 이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발끈한 일본 정부가 불쑥 대한(對韓) 수출규제라는 보복 카드를 들고 나오자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 신소재 산업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하겠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 ...
입력:2019-07-08 04: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헌책방
한쪽 구석에서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만화책을 보며 키득대는 남학생, 딸아이에게 동화책을 쥐어주고 로맨스 소설에 빠져 있는 젊은 엄마, 창문 너머 거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목소리, 오래된 종이 냄새와 눈앞을 부유하는 먼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헌책방의 풍경이다. 한때 가장 자주 들르던 공간은 바로 헌책방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매주 방문하던 헌책방이 있었다. 대체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그곳에 방문했는데 골목 깊은 곳에 있었으므로 가는 중에 저절로 무거운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좁고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 책 구경을 하다 보면 기분이 나른해지...
입력:2019-07-08 04:10:01
[가리사니-이경원] 칼의 노래
뙤약볕 내리쬐던 6일, 송인택(56) 울산지검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텃밭에서 땀에 젖어 있었다. “2년생 쉬나무를 심어 4년 키운 거야. 저쪽은 헛개나무고… 피나무도 자라면 산에 올려야지.” 그는 벌들이 모인다는 밀원수(蜜源樹)들의 자리를 자랑스레 가리켰다. 퇴임을 2주 앞둔 지검장은 메리야스 바람으로 포도를 따서 씹었다. 그는 “원래 갔어야 할지도 모르는 갈림길을 이제 간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에서 농사를 짓는 8남매 가정의 차남이었다. 갈림길에서 집안의 결정은 장남이 농사 짓고 차남이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는 고려대 ...
입력:2019-07-08 04:05:01
[한반도포커스-신범철] ‘도천지장법’을 권한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예상치 못한 핵심 부품 수출 금지라는 기습 공격을 받고 나라경제가 휘청거릴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 국교 정상화 이후 우방국 관계를 이어온 것이 반세기가 넘었는데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갈등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예견된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한·일의 정부 대 정부의 대결이다. 잘잘못을 떠나 하나로 뭉쳐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미 불붙어 버린 외교 전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
입력:2019-07-08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