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혜윰노트-홍인혜] 물의 품에서
운동을 싫어한다. 육체는 고즈넉이 두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한다. 수평적 삶을 추구해서 주로 누워 있곤 한다. 그 탓인지 차곡차곡 나이를 먹으며 건강검진 결과지가 날로 빼곡해지고, 탐정도 아닌데 추적해야 할 이상 징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가 깨닫고 말았다. 더 이상 운동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무치는 위기감에 여름이 시작될 무렵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날씨에도 어울리고 물놀이라면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나의 수영 실력은 20여 년 전에 배운 자유영에 멈춰 있었다. 물에 빠져 죽을 정도는 아니...
입력:2019-08-23 04:05:01
[신종수 칼럼] 문 대통령, 지지율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지지율 유지 자체가 목적 아니라면 써 먹어야… 지금이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기회 국익 위해 지지층 좋아하는 정책만 시행말고 반대하는 정책도 펴 중도 지지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뭔지 모르지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지율을 조작했다거나 특수한 기법을 동원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야당이 조사하는 대통령 지지율도 비슷한 추세로 나온다. 다만 정권 차원에서 지지율에 노심초사하면서 국정 운영의 초점을 지지율에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지율은 중요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정 동력도 떨어진다. 야당...
입력:2019-08-21 04:05:02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남아 있는 나날을 어떻게 보낼까
얼마 전 친구들과 노후에 어떻게 지낼까 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노후에 대한 꿈도 다양했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공유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을 독립시킨 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한두 달씩 머물고 싶은 게 꿈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조용히 애완견을 키우며 지내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지내고 싶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들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지만 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지내왔다. 영원히 청춘으로 살겠다는 바람이라기보다 노...
입력:2019-08-21 04:05:02
[돋을새김-고세욱] 90대 동호인보다 못한 체육계
18일 폐막한 2019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수영동호인 6000여명이 참여해 기량을 뽐냈다. 지난달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2부 격인데 전문 선수들이 아님에도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인상적인 것은 출전 선수들의 연령이다. 동호인이라 해도 경기에 뛰어야 하는 만큼 나이대가 많아야 중년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60대가 564명, 70대가 297명이나 됐다. 90대도 4명이 참가했다. 지난 13일 여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일본의 아마노 도시코씨는 93세로 대회 최고령 선수다. 휠체어를 타고 입장해 자원봉사자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4분28초06의 ...
입력:2019-08-20 04:05:01
[뉴스룸에서-권기석] 강제동원 해법, 피해자부터 만나야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으로 ‘1+1’이니 ‘2+1’이니 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1+1은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이 돈을 내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자는 것이고, 2+1은 여기에 한국 정부를 포함하자는 구상이다. 어떤 구상이 됐든 지금 단계에서는 성급하고 적절하지 않다. 먼저 이 구상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피해자들과 발표해도 될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뒤 강제동원 피해 소송을 대리해...
입력:2019-08-19 04:10:02
[김진홍 칼럼] 탈북 母子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미래 희망 찾아 북한을 탈출해 중국과 태국 거쳐 한국 왔으나 결국 餓死한 기구한 삶… 떠올리면 가슴이 저민다 文정부, 남북통일 바란다면 탈북민 무시하지 말고 따뜻하게 챙겨주기를 지난주 여야가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한 적이 있었다. 서울시내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탈북민 모자(母子)를 향해서였다. 42세 어머니 한씨와 6세 아들 김군의 죽음은 충격적이다. 배가 고파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나다니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다. 모자의 아파트에 먹을 거라곤 고춧...
입력:2019-08-19 04:10:02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타임머신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갔다가 세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아이 엄마는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남자아이는 엄마가 이리 오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쪽에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설상가상으로 힙시트를 착용해 뒤로 업은 갓난아기도 목청껏 울어댔다. 엄마는 옆에서 보다가 사내아이에게 다가가 어서 너희 엄마에게 가라고 참견을 했다. 아이 엄마는 넋이 빠진 듯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도 삼 남매를 키웠다. 오래전 엄마도 저 여자처럼 다섯 살도 되지 않은 세 아이를 데리고 시장통을 ...
입력:2019-08-19 04:10:02
[한반도포커스-진창수] 붕괴하는 동북아 질서
도널드 트럼프 현상은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내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각국 정상들은 독자적인 정치적 계산에서 트럼프와의 친밀한 우호 관계를 강조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베 총리이고, 시진핑 주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럼프와의 개인적 관계야말로 곧 국익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로 시련을 맞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트럼프가 만든 국제환경을 핑계 삼아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을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졌다....
입력:2019-08-19 04:05:01
[가리사니-이경원] 어떤 마이너의 공직생활
2000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35세에 검사로 임관할 때, 박광배 검사는 “5년 버티면 잘한 거겠구나” 생각했다 한다. “나이도 많고, ‘스카이’ 출신도 아니고, 누가 봐도 ‘마이너’였죠.” 그는 20년 가까이 버틴 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을 끝으로 최근 사직했다. 마이너를 이만큼 데려와 줬다며 그는 국가에 고마워했다. 이젠 가장 노릇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매일같이 혼나는 검사였다. 초임으로 인천지검 형사부에 갔더니 수석·차석검사만 빼고 모두 동료·선배 넷이 동갑이거나 어...
입력:2019-08-18 21:05:03
[빛과 소금-전정희] “가하면 예라고 대답하십시오”
지난 13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한국교회를 향해 ‘위기를 기회로’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한·일 간의 깊은 갈등과 분쟁을 보니 마음이 심히 무겁고 답답함을 감출 길 없다’로 시작되는 성명문은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적 침략과 찬탈, 그리고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한·일 무역분쟁을 일으켜 심각한 경제적 위협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문은 또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
입력:2019-08-17 04: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공간과 마음
동네에 산책로가 생겼다. 여러 구(區)에 걸친 드넓은 공간으로, 밤낮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아름다운 곳이다. 나 역시 가끔 늦은 밤에라도 부족한 운동량을 채울 겸, 복잡한 생각들을 자연 속에서 정리할 겸 산책을 나섰었는데,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반려동물이나 가족과 산책하는 사람들, 가볍게 운동하는 주민 등 일상의 풍경 사이로 갑자기 이질감이 느껴졌다. 전공이 소아청소년이라 노인분들을 대할 일이 적어 무어라 딱 떠오르진 않았지만, 단정한 차림의 한 할머니가 시선을 끌었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걸음걸이, 공기가 서늘한 밤이건만 얼마 동안이나 걸었는지 ...
입력:2019-08-16 04:10:01
[세상만사-김경택] 해녀의 노래
“우리 어멍(어머니) 나를 낳은 날은, 해도 달도 없는 날에 나를 낳았나.” 얼마 전 제주도 해녀박물관에서 해녀들의 이 노래 구절을 듣고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노래가 바로 해녀의 딸이자, 다른 해녀들의 어머니가 불렀을 노래였기 때문인 듯했다. 먼 옛날 이 노래를 처음 읊조렸을 해녀는 바다 깊은 곳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다. 과거에 해녀들은 출산 후 사흘 만에 물질을 나갔다고 한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차가운 바다에서 마치 밤낮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매일 똑같은 고된 일에 몸을 던졌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
입력:2019-08-16 04:05:01
[혜윰노트-김윤관] 사라진 물건들의 세상
물건이 넘쳐난다. 이미 과잉의 증거는 충분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상투적일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도로의 택배차량은 반비례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 무소유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읽는 동안 두세 번의 택배를 받는다. 다음 날 그는 전날 택배로 받은 옷과 신발을 신고 단순한 삶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간다. 귀가하는 길, 그는 편의점에 들른다. 모순, 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인류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도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며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왜 사람들은 맹목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모으며, 그것을 ...
입력:2019-08-16 04:05:01
[샛강에서-전석운] 검찰개혁 실패 예감
문재인정부도 어쩌면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해맹산’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까지 검찰개혁을 강조했지만 그만큼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는 걸 고백하는 역설로 들렸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첫째, 타이밍을 놓쳤다. 검찰개혁은 집권 초기에 밀어붙였어야...
입력:2019-08-15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별일 없는 삶
얼마 전 후배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계획했던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준비했던 시험에 합격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자신만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괴롭다고 말하였다. 학교를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서 힘들다고 하였다. 비슷한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지금의 결과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축 처진 어깨를 하며 걸어가는 후배를 보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일은...
입력:2019-08-14 04:10:01
[길 위에서] 광복절을 잊은 교회
새하얀 태극기가 단상 위 십자가 아래 세워져 있었다. 원로목사님이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설교를 했다.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학교에서 쫓겨나자 이제는 징병이 시작됐습니다. 일제의 총알받이가 될 순 없어서 산속에 굴을 파고 숨었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굴속에서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찾아와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일본이 항복했다. 우리가 해방됐다.’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온 벼락같은 축복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도 이처럼 도둑같이 이뤄질 줄 믿습니다.” ...
입력:2019-08-14 00:10:01
[돋을새김-고승욱] 최악은 어설픈 봉합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다. 일본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학용품을 한 아름 사 왔다. 왕자 크레파스가 전부였던 어린이에게 모양이 날렵하고 색이 선명한 24색 색연필과 36색 사인펜은 신세계였다. 잠자리 모양 상표가 있었으니 톰보 제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가져가 자랑한 기억은 없다. 아침저녁으로 국산품 애용을 외쳤던 우리 세대에게 일제·미제는 아무리 좋아도 써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가 국산이라는 말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된 건 길어야 15년쯤 전이다. 1980년대에는 코끼리표 전기밥통 여파가 워낙 컸다. 21세기가 오기 전까지 젊은...
입력:2019-08-13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여름 나기
입추라는데 여전히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를 피해 수영장에 갔다가 몇 달간 수영장에서 얼굴을 마주치던 분들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물론 처음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뿐이지 늘 눈인사를 나누었고 수영 동작이 틀리면 서로 지적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샴푸나 물안경을 빌려주기도 했고 누군가 오랜만에 수영장에 나오면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우리 네 명은 함께 강습을 받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늘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자유수영 회원이었다. 그런 우리가 지난주 처음으로 ...
입력:2019-08-12 04:10:02
[가리사니-이도경] 남의 자녀 앞길 좌우하는 분들의 자식농사
몇 년 전 영국에서 영국 명문대를 준비하던 한국 십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 실태를 조명하는 시리즈물을 위해 대안학교 시스템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 유복한 십대들과 하루 반나절을 지낼 수 있었다. 취재 목적과 거리가 있어 기사로 소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을 잔뜩 인터뷰하고 출장길에 오른 터라 깊이 각인된 기억이다. 은행 중역의 아들, 병원장 손녀, 유명 사립대 교수 자녀 네 명이 살던 숙소였다. 런던 중심부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중산층 거주 지역의 아늑한 이층집이었다. 학생들은 짙은 ...
입력:2019-08-12 04:10:02
[한반도포커스-신범철] 가치 외교가 중요해졌다
국가 이기주의의 시대다. 전통적으로 자국 중심의 공세적 외교를 추구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부르짖던 미국조차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국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미국에 편승하고 있고, 북한은 이참에 핵 보유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오직 한 나라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이다. 문재인정부 외교는 언뜻 보면 ‘평화’라는 가치 지향적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매개로 한반도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m...
입력:2019-08-12 04:05:01
[김명호 칼럼] 미·중 환율전쟁은 미래전쟁의 서막
환율전쟁은 안보 문제까지도 포함된 중층적 성격… 미·중이 서로 앞날을 때리는 미래전쟁 일본이 우리의 약점 노린 경제전쟁도 동아시아 미래전쟁 국내용 정치와 선거에만 능한 여야 정치인들이 국가생존 전략 세우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결국 환율전쟁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방아쇠를 당겼다. 3일 뒤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른바 포치(破七·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현상)를 용인한 것이다. 중국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 ...
입력:2019-08-12 04:05:01
[편의점 풍경화]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그 손님은 시시때때 자랑을 많이 한다. 주로 부모님 자랑을 많이 하고, 자신의 알록달록한 소장품을 자랑하기도 하며, 묻지도 않았는데 주말에 어디 갔는지 불쑥 자랑하는가 하면, 한번은 여자친구 자랑을 참기름 볶듯 고소하게 하기에 샘나 어쩔 줄 몰랐다. 순 ‘자랑쟁이’ 총각이다. 올봄 그 손님이 우리 편의점에 찾아와 “아저씨, 저 이제 초등학교 가요!” 하면서 한껏 우렁찬 목소리로 자랑했다. 이거 원, 초등학교 안 나온 사람 서러워 살겠나 싶을 정도로 야무진 자랑이었다. (그래, 나는 ‘국민학교’ 나왔다!) 기억한다. 그 손님이 우...
입력:2019-08-10 04: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더위와 망상
얼음이 가득한 잔을 들고 선풍기 앞에 앉으니 아이고 이제 좀 살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모금 들이켜며, 고질적인 습관인 멍 때리며 엉뚱한 생각에 빠진다. 현실에 치여 복잡한 일들로 머리가 아프면 이 고질병이 더 도진다. 선풍기는 무슨, 얼음 한 조각도 왕이나 접하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전쟁통이라 시원한 물은커녕 당장 죽고 사는 위협에 쫓기고 있다면. 수십 ㎞를 조금이라도 덜 더러운 물을 긷기 위해 걸어야 하는 곳에 살고 있다면.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들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렸을 때 어디에선가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느낀다’ 등의 글을 ...
입력:2019-08-09 04:10:01
[혜윰노트-마강래] 대한민국 미래가 궁금한가
우리나라 총인구의 30% 넘게 차지하는 거대인구(1, 2차 베이비부머)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고령자에 편입된다. 신생아가 줄어 온 나라가 큰 시름에 빠졌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고령자까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걸 보며 도대체 이 나라에 미래라는 게 있는 건지 푸념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궁금하거든 고개를 들어 ‘우리의 중소도시’를 보라고. 지방의 현실을 본 사람들은 다시금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만큼 지방의 어려움은 우리나라를 집어삼킬 만큼 위중하고 심각하다. ...
입력:2019-08-09 04:05:02
[샛강에서-정진영] 여름 휴가 단상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는 상큼했다. 바다 위 구름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지난 주말 남쪽 끝 섬 진도와의 대면으로 ‘7말8초’의 가족 여름휴가는 절정을 맞았다. 서울 집에서 진도의 목적지까지는 418㎞, 서울~부산과 거의 맞먹는 먼 길이었으나 마음은 가벼웠다. 신축된 지 보름 정도밖에 안 된 숙소는 수백 개의 객실 모두 바다 풍광을 안고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베란다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장년인 내게 휴가는 ‘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재충전과 힐링을 생각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뒹굴다 어슬렁거리면 그만이다. 오후 늦게 입실...
입력:2019-08-08 04: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