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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전정희] ‘미스트롯’ 송가인과 흥친구들



전남 진도대교를 건너자 ‘미스트롯’ 송가인의 수상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달 초 진도 벽파교회 순교자 오교남 전도사의 삶을 추적하던 길이었다.

“겁나게 좋제. 좋을 일이 뭐 있었당가.” 주민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 우울했던 마음을 걷어내는 경사로 받아들였다. 판소리 전공자가 트로트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것인데도 진도의 자랑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기뻐하는 것은 1980년대 초 진도대교가 생기면서 모든 인적 인프라가 광주·서울로 빨려들어가면서 우리 가락과 남종화의 맥을 잇는 땅 진도의 향토성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 DNA를 이번에 송가인이 보여준 셈이다. 지금 전국은 구성진 노래와 순박한 언행에 매료된 송가인 신드롬이다. 트로트, 국악, 사투리 등을 키치문화쯤으로 여기던 사람들조차 송가인을 통해 다시 보고 있다. 송가인은 그만큼 우리가 촌스럽다며 애써 잊고 싶어 했던 우리 안의 정체성을 건드려 놨다.

시대의 가인(歌人), 시대의 아티스트의 탄생은 레슨에 의지한 기교로만 되지 않는다. 고유성을 간직한 그들 땅의 하늘과 바람, 나무와 풀이 살찌우게 하고 이웃의 사랑으로 일으켜 세운다. 이웃 공동체는 세계의 거친 힘으로부터 개인을 지킨다. 중학교 때부터 판소리를 한 송가인은 광주예고로 진학해 자취했고, 중앙대로 진학하면서 기량을 키웠다. 스물다섯 그는 지역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예인이 되고 싶어 섬 공연 마다치 않고 가서 트로트 부르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혼자 비 맞고 배 기다리고, 차 기다려야 했다. 그가 과연 국악계의 견고한 틀 안에 있었으면 저 재능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을까.

미술계 역시 그렇다. 입시미술에 순종해 명문 간 이들이 또 순종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 미단을 대표하는 세계적 젊은 작가는 지방대, 비명문 그룹이다. 하늘과 바람과 이웃이 키운 이들이다.

요즘 온라인에서 송가인의 국보급 대학 친구들이 화제다. 국악인 조유아 등이 송가인 수상 축하 회식에서 ‘엿타령’ ‘만년필타령’ 등을 부르며 걸판지게 노는 모습에 “방탄(BTS) 다음에 수출되어야 할 국악”이라는 댓글 찬사가 이어진다. 친구들의 대가 없는 우애가 울컥하게 한다. ‘무명~ 배우~’ 콧소리를 재밌게 내는 친구 등 그들 안에 제2, 제3의 송가인이 있다. 공정 경쟁의 사다리를 치우지 마라.

전정희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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