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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최주혜] 후회
한때 소설 쓰는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소수였고 책을 좋아하다 보니 쓰고 싶어진 일반인이 대부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각자 쓴 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선배가 반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어주는 방식이었다. 겨우 새내기 딱지를 떼었을 때 선배에게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았다. 나더러 새내기반 반장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자신이 없었지만 거절했을 때 실망할 선배를 떠올리니 도저히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입 회원과 만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암담하기만 했다. 뜨거운 음식을 손에 쥐고 삼키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꼴이었다. 전전긍긍...
입력:2019-06-28 04:10:01
[한마당-김용백] 쓰레기 산, 쓰레기 밭
세계적으로 오명을 떨친 경북 의성군 ‘쓰레기 산’이 해체되고 있다. 높이 10m의 말굽형 모양으로 쌓인 쓰레기 17만3000여t이 지난 21일부터 재처리되는 중이다. 비용은 정확하진 않지만 어림잡아 쓰레기 선별과 소각에 150억원, 부대시설과 환경보존까지 감안하면 300억원은 거뜬히 넘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장마가 시작됐으니 당장 집수탱크와 완충 저류시설, 쓰레기토사 매립시설이 필요한 터다. 환경부 조사로는 전국의 크고 작은 쓰레기 산은 235곳이고 양으로는 120만t이다. 처리 비용은 전량 소각할 경우 최소 3600억원으로 추산됐다. 환경부가 연내 처리...
입력:2019-06-28 04:10:01
[혜윰노트-홍인혜] ‘아꼬와, 아꼬와’
얼마 전 조카가 태어났다. 남동생 부부가 딸아이를 낳은 것이다. 부모님은 손녀를 얻은 기쁨을 만끽했고, 나는 고모가 된 영광을 누렸다. 동생 내외는 작년 가을,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며 나에게 태명을 부탁한 바 있었다. 소중한 첫아이의 이름은 시인이자 카피라이터인 고모가 붙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시적인 사명감과 직업적인 책무감에 오래 고민했다. 그 어떤 시를 쓸 때보다, 그 어떤 브랜드의 네이밍을 할 때보다 골몰한 끝에 제주도를 좋아하는 동생 부부를 떠올리며 ‘오름이’라는 태명을 전달했다. 제주의 오름들, 그 푸르고 든든한 품을 떠올...
입력:2019-06-28 04:05:01
[내일을 열며-서윤경] 기생충 그리고 오감
“비 내리는 아침에 문장을 쓰면, 무슨 영문에선지 그것은 비 내리는 아침 같은 문장이 되고 만다. 나중에 아무리 손질을 해도 그 문장에서 비 내음을 지울 수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스의 미코노스를 떠난 직후 한 문예지에 쓴 글이다. 자신의 글엔 집필할 당시의 날씨와 환경이 묻어난다며 미코노스에서 쓴 소설에는 비 냄새가 난다고 했다. 하루키가 비오는 날 쓴 자신의 글에서 비 냄새를 맡았다면 기자는 비에서 회색을 본다. 그렇게 사람은 저마다 후각, 청각, 미각, 시각과 촉각 등 오감 중 예민한 감각을 상황에 투영한다. 아마도 영화 기생충...
입력:2019-06-27 04:05:02
[한마당-배병우] ‘그림자 전쟁’
2001년 9·11 테러는 미국의 전쟁 개념과 안보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사건과 이후 소탕전은 전쟁이란 국가와 국가 간 벌어지는 유혈을 동반한 싸움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들었다. 이후 미국은 알카에다,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 비정규 무장조직이나 테러집단과의 전쟁에 국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달은 전쟁의 개념에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출간된 ‘전쟁의 새로운 규칙: 지속되는 무질서 시대의 승리(The New Rules of War: Victory in the Age of Durable Disorder)’는 새로운 전쟁을 다룬 대표적 저서다. 저자...
입력:2019-06-27 04:05:02
[기고-윤지현] 대북 식량지원이 반갑지 않은 당신께
“와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에티오피아 영양학자) “이번 일로 남과 북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유엔세계식량계획 지역활동가) 정부가 북한 영유아와 산모들의 영양개선에 쓸 자금을 국제기구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마침, 기아 문제를 논의하는 스톡홀름의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지요. 여러 참석자들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러한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하더군요. 혹시 북한의 식량부족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계신지요? 북한 당국이, 유엔 조사단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식량 부...
입력:2019-06-27 04:05:02
[샛강에서-김의구] 따릉이를 예찬함
요즘 서울 곳곳에서는 연두색 자전거 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퇴근길 직장인뿐 아니다. 미세먼지가 걷힌 햇볕 좋은 날이면 서울시 공공임대 자전거 ‘따릉이’를 모는 시민들이 어디서나 눈에 띈다. 이들의 얼굴은 생기로 환하고 페달을 딛는 다리에는 힘이 넘친다. 자전거로 건강을 되찾은 기쁜 경험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의 건강 효과에 무슨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만도 아닐 터이다. 그저 이 원초적 이동수단에 올라앉는 순간 저절로 행복감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기초적인 건강과 생활의 ...
입력:2019-06-27 04:05:02
[한마당-전정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정부
1950년 6월 24일 육군참모총장 채병덕 소장은 장교클럽 낙성 기념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2차로 명동에 진출해 25일 새벽 2시 귀가했다. 4시20분쯤 춘천지구 6사단 7연대장으로부터 화천 방면 전면 침공과 포격 보고를 받았다. 흔한 충돌이려니 생각했다고 한다. 오전 7시 다된 시각 서울중앙방송국(KBS 전신) 스튜디오. 위진록 당직 아나운서가 국방부 정훈국장 이선근의 확인을 거친 임시뉴스를 읽었다. ‘임시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새벽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전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우리 국군이 건재합니다. 거듭 말...
입력:2019-06-26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동네친구라는 동아리 플랫폼이 있다. 동아리 플랫폼이란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소규모 동아리들을 만들어 지식도 쌓고, 관심도 공유하며 교류를 해나가는 취미 모임 공동체이다. 동아리는 학교에 다닐 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동아리 모임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게 신기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로 3년째인 이 모임은 영어 원서를 읽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후 회원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동아리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지금은 그림책이나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모임도 있고 함께 음악을 듣거나 ...
입력:2019-06-26 04:05:01
[신종수 칼럼]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데
호스피스 시설 턱없이 부족, 편안하고 의미있는 임종 못해… 한국 죽음의 질 세계 하위권 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음 앞둔 사람에 대한 복지도 중요… 웰다잉 위해 시설 확충 힘써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찬송가를 부르며 소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인에 대한 애도도 애도지만 죽음이 이렇게 편안하고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이 이 여사가 평소 좋아하던 시편 23편을 낭송한 뒤 찬송가를 부르자 이 여사는 따라 부르려 ...
입력:2019-06-26 04:05:01
[청사초롱-박상익]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미국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는 그의 아버지(1936~8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케냐 출신인 오바마 시니어는 하와이대 유학 시절인 1962년 캔자스주 출신의 백인 신입생 앤과 결혼을 했고, 아들(대통령 오바마)이 두 살 때인 64년 이혼한 뒤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그가 하와이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하루는 오랜 시간 꼼짝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난 뒤, 백인인 그의 장인(오바마 대통령의 외조부)과 친구들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와이키키 바’라는 동네 ...
입력:2019-06-26 04:05:01
[한마당-라동철] 건강 100세
100세 나이를 상수(上壽)라고 한다. 사람의 수명 중에서 가장 위라는 뜻이다. 중국의 고전 서경(書經)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다섯 가지 복(福) 가운데 첫 손가락으로 꼽은 게 장수(長壽)인 걸 보면 100세 인생은 축복 받은 삶이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 5월 현재 우리나라의 만 100세 이상 인구수는 1만9574명이다. 전체 인구(5184만339명)의 0.038%이니 드물지만 ‘넘사벽’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의료기술도 발달해 이제 100세는 큰 병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넘볼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돼가고 ...
입력:2019-06-25 04:05:01
[박형준 칼럼] 문제는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정부 실패다
정의 앞세워 권력 휘두르고 예산만 늘리면 정부 실패 일자리 정책은 단기 알바 양산 부동산 조치는 지방 집값 하락 ‘비뚤어진 결과’ 초래해 노무현정부 트라우마로 끝까지 밀고만 나가선 안 돼 사람뿐 아니라 정책을 바꿔야 최근 경제 뉴스 몇 가지. 하나, 피치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낮춰 잡았다. 국제기관들의 성장률 예측치가 갈수록 떨어진다. 둘, 일본에서 최저임금 논쟁을 하는 데 한국이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셋, 해외직접투자가 작년부터 급증해서 올해 1분기 제조업의 경우 작년 동기 대비 140%가 늘었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
입력:2019-06-25 04:05:01
[돋을새김-한승주] 런던의 ‘BTS 로드’
그냥 한번 가보고 싶었다. 막연히 거리를 찾아 걸으면서 내가 좀 유난스러운가 싶기도 했다. 이달 초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런던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유명 관광지가 아닌 한 거리였다. 지난해 멤버 뷔가 런던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이곳에 왔을 때 몇 장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중 하나가 어떤 거리의 신호등에 기대어 무심한 듯 찍은 것이다. 그곳을 가보리라. 그런데 찾을 수 있을까. 제법 유명한 거리라고 했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작게 매장 이름도 보였다. 그렇게 그 거리, 리젠트 스트리트에 도착해 ...
입력:2019-06-25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엄마가 두려워하는 것
엄마는 지난봄 40일간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엄마는 내가 전화를 하면 작은 목소리로 수업 중이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쉬는 시간에 내게 전화를 걸어 수업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다면서 그날 배운 것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칠순의 나이에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나는 엄마 나이에 요양보호사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엄마는 함께 교육받는 사람 중에 엄마와 동년배 여성이 많다고 했다. 일자리를 찾는 칠십대 노인이 많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론수업이 끝나고 실습이 시작되자 전화기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부쩍 작...
입력:2019-06-24 04:10:01
[한마당-김용백] 생활 속 골든아워 확보
골든아워(golden hour)는 원래 의학용어로 응급 상황의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초동조치 시간을 말한다. 이젠 안전 또는 안전한 상황 확보에 필요한 조치의 적기(適期)를 의미하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만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경기도에선 지난 18일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업무협약’ 행사가 있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른바 ‘닥터헬기’ 이착륙장으로 도내 공공청사(77곳), 학교운동장(1755곳), 공원 등 2420개소를 개방하는 내용이었다. ‘닥터헬기 비상착륙 행정명령’도 발령됐다. 응급구조 행위 ...
입력:2019-06-24 04:10:01
[뉴스룸에서-장지영] 평생 일하는 사회의 공포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최근 불거진 연금 논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3일 재무성 산하 금융청이 발표한 ‘고령사회의 자산 형성·관리’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 부부(남편 65세 이상, 아내 60세 이상)의 경우 연금 수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30년간 더 살기 위해선 약 2000만엔(2억2000만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청 보고서 발표 이후 일본에서는 ‘정부가 연금 정책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거센 비판의 물결이 일었다. 아베 정권이 그...
입력:2019-06-24 04:05:01
[가리사니-지호일] 여의도 평화 프로세스는 안 될 일인가
자유한국당을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확고한 듯하다. ‘제거해야 할 악(惡)’으로 간주한다고 하기엔 무리한 일일 테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요즘 한국당을 지칭한 발언들을 보자. 일련의 흐름, 목적성 같은 게 읽힌다. ‘친일 잔재’(3·1절 경축사) ‘독재자의 후예’(5·18 기념식) ‘기득권층’(현충일 추념사)…. 우연히 선택한 어휘들로 보기 어렵다. 한국당을 하나의 틀로 규정짓기 하려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는 1970, 80년대 운동권 진영의 필...
입력:2019-06-24 04:05:01
[김진홍 칼럼] 안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가장 신뢰가 높아야 할 국방의 경계와 보고 체계 무너져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삼척항에 들어온 북한 주민들 남한의 안보 구멍에 혀 찼을 듯 해경의 최초 보고 시점부터 17일 거짓 브리핑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규명돼야 강원도 삼척에서 발생한 해상판 ‘노크 귀순’ 사건이 세간의 화제다.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삼척항에 도착한 4명의 북한 주민들 역시 황당했을 것 같다. 그들이 해가 뜬 이후 삼척항에 접안한 이유...
입력:2019-06-24 04:05:01
[한마당-염성덕]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
요즘 ‘투키디데스 함정’이 종종 언론에 등장한다.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를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다. ‘예정된 전쟁’의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미·중이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말은 기원전 5세기 지중해 패권을 쥐고 있던 스파르타와 급부상하고 있는 아테네가 격돌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원인을 기술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역사서를 분석한 뒤 앨리슨이 정의한 개념이다. 신흥 강대국이 세력을 확장하면 기존 강...
입력:2019-06-22 04:05:01
[빛과 소금-송세영] 그래도 희망
U-20월드컵, 류현진, 손흥민,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최근에 좋았던 뉴스를 꼽아 보니 대부분 스포츠와 문화 쪽이다. 나머지는 온통 우울한 소식들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과 북·미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국내 정치는 ‘올스톱’됐다. 경제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출산율은 인구절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낮다. 청년들과 가난한 이들의 좌절은 깊어가고 엽기적인 잔혹 범죄, 인륜을 저버린 패륜 범죄도 잇따른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패권을 놓고 무역전쟁 중이며 민간 유조선 2척이 공격받을 정도로 ...
입력:2019-06-22 04:05:01
[여의춘추-배병우] 시진핑, 미국을 너무 얕보았다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시 주석이 격노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네 차례나 시 주석을 찾으면서 그 앙금은 가라앉았다 치자. 그렇더라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흘도 남지 않은 복잡하고 미묘한 시기에 평양에 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평양행에 오른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레버리지(지렛대)가 꼭 필요했기 때문...
입력:2019-06-21 04:05:01
[한마당-김명호] 반향실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특수재료로 벽을 만들어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잘 되울리도록 만든 방을 반향실(反響室·echo chamber)이라고 한다. 소리를 메아리처럼 울리게 만든 방이니 무슨 소리를 내든 똑같은 소리만 되돌아온다. 사람들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그 생각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그 생각은 점점 확고해진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얘기는 대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구체화하면서 신념과 믿음이 증폭되고 강화된다. 이런 현상을 반향실 효과라고 한다.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그러면 그것...
입력:2019-06-21 04:05:01
[세상만사-김현길] 한국 축구 신화 이후
“언제나 가장 빠른 자가 경주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가장 강한 나라가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이 문장을 쓴 데이먼 러니언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이면서 스포츠 기자였다. 야구와 복싱 등을 취재한 러니언은 강자가 이기는 예측 가능한 현실을 누구보다 자주 접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전복의 순간이 값진 것은 그 순간이 쉬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약한 줄 알았던 팀이나 선수가 강한 상대를 차례로 꺾는 과정은 제3자까지 매료시킬 정도로 큰 재미와 감동을 준다. ‘...
입력:2019-06-21 04:05:01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오백원의 진심
아들과 같은 학교의 한 부모 가정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한 적이 있다. 나와 맺어진 K는 조선 중기의 유명한 장군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남자 아이였다. 처음 만난 날, 긴장한 K를 위해 목소리의 높낮이를 살려 실감나게 책을 읽어줬다. 듣는지 마는지 표정만 보고는 도무지 K의 속내를 알기 힘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한 달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했다. 나름 애써봐도 잴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봉사 모임에서 어려움을 털어놓으니 다른 분들도 각자의 고충을 말했다. 그들은 나와 다른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이...
입력:2019-06-21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