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미운 오리의 꿈
덴마크 왕세자 부부가 방한했다는 뉴스를 듣고는 옛 사진첩을 꺼내보았다. 함께 보던 남편이 “여기서도 찍었네” 하며 사진 한 장을 건넨다.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 있는 안데르센 동상 앞에서 찍은 독사진이었다. 들여다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데르센, 그의 나라 덴마크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동화를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릴 때 사촌들에게 종종 주워온 아이라는 놀림을 받곤 했다. 동네 개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것이었다. 반신반의하다 진짜로 믿게 된 건 이웃이 인사차 건넨 말 때문이었다. ...
입력:2019-05-31 04:10:01
[한마당-신종수] 다시 보는 이웅열 퇴임사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 코오롱원앤온리타워 다목적홀. 매주 열리는 코오롱 임직원 행사에서 이웅열 회장이 검은색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오늘 제 옷차림이 색다르죠”라고 말문을 연 뒤 A4 용지에 써 온 내용을 읽었다. 전격 사퇴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별도의 퇴임식도 없었다. 새로운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63세에 사퇴한 그에게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는 퇴임사 문구는 한동안 회자됐다. 다만 외아...
입력:2019-05-31 04:10:01
[세상만사-강주화] 지하철 냄새 나는 사람들
영화 ‘기생충’ 개봉일인 3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시내에서 가장 먼저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이 영화관에 와 있었다. 영화에는 가난한 기택(송강호)네와 부자인 박사장(이선균)네 두 가족이 나온다. 이들의 빈부는 반지하와 대저택이라는 주거 공간으로 대비되고 냄새를 통해 서로를 느낀다. 박 사장은 “넘을 듯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며 자신의 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피고용인 기택의 태도에 안심한다. 하지만 “지하철 타는 분들 특유의 냄새가 난다”며 그 선을 넘어오는 기택의 ...
입력:2019-05-31 04:05:01
[한마당-이흥우] 리플리 증후군 소환한 칸영화제
1960년 개봉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는 오늘의 알랭 들롱을 있게 한 명작이다. 이 해 크게 히트한 이 영화는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55년 작 연작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가 원작이다. 알랭 들롱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리플리 역을 맡았다. 대개 주인공 하면 착한 사람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리플리는 악인이다. 그것도 아주 악질적인. 고아로 자란 20대 중반의 리플리는 절도와 남 흉내 내는 게 특기다. 양심의 가책은 남의 얘기다. 그는 신분 상승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밥 먹듯하고 살인도 주저...
입력:2019-05-30 04:10:01
[데스크시각-권혜숙] 봉준호: 더 비기닝
“영화는 무슨, 중장비기사 자격증을 알아볼까.” “제과제빵 기술이 좋다던데.” 20여년 전 충무로의 한 호프집에 이런 대화를 나누던 두 청년이 있었다. 한 명은 영화 ‘베테랑’으로 1300만 관객을 모은 류승완 감독이고, 제빵사를 권한 다른 청년은 ‘칸의 영웅’ 봉준호 감독이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에 오른 봉 감독의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감독 17명을 인터뷰해 펴낸 ‘데뷔의 순간’과 이전의 신문 ...
입력:2019-05-30 04:05:01
[샛강에서-정진영] 가나안 신자 A국장
한동안 교류가 없었던 A를 다시 만난 건 지난해 이맘때쯤이었다. 그는 경제 분야 ‘권력기관’의 요직 국장을 두루 지낸 인사였다. 공직 말년에 수뢰 혐의로 구속 기소돼 고생하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참 허무하더군요. 누구보다 깨끗하게 공무원생활을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참혹한 일을 겪다 보니 인생이 과연 뭔가 싶습디다.” 송사에 시달린 이후 꽤 세상과 담을 쌓았다가 옛 출입기자였던 내게 연락을 한 이유는 의외였다. “국민일보 종교국장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전화를 했다”고 했다. 어리둥절해하는데 근...
입력:2019-05-30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아이를 찾습니다
아이들이 일곱 살 때, 대형 쇼핑몰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정문 앞에 장난감을 파는 자동판매기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곳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몇 개를 뽑은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8층 매장으로 올라갔다. 매장에서 계산하려는 순간 돌아보니 쌍둥이 중 형이 보이지 않았다. 일행이 일곱 명이었는데 누구도 아이를 본 사람이 없었다. 처음에는 근처에 있으려니 생각하고 매장 주변을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아이가 없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매장 직원에게 안내 방송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그런 시설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계속 흘러...
입력:2019-05-29 04:10:01
[한마당-전정희] 그해 문화융성과 봉준호
“문화란 일단 중지했다가도 하루아침에 부활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문학이건 예술이건 전쟁의 도구가 되지 않으면 아낌없이 박멸해야 합니다.” 이태준의 소설 ‘해방전후’에 묘사된 서울 문인궐기대회에서 일제 총독부 관리가 한 말이다. ‘해방전후’는 이태준이 겪은 그 시대 사회상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파쇼국가의 문화 행정의 야만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해방전후’ 주인공 작가 현은 문인궐기대회 단상에 올라 유창한 일본말로 저속한 관리와 군인의 비위를 맞추는 조선 문인들의 현실...
입력:2019-05-29 04:05:01
[너섬情談-황교익] 정치적 막말의 자유와 금기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놓고 욕을 한 콩나물국밥집 할머니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광고 영상물에 나왔던 욕쟁이 할머니는 연출된 것이고, 이는 실제 상황이었다. 1970년대 전북 전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정희가 지방 시찰차 전주에 와서 하룻밤을 묵었다. 안날 밤에 거나하게 술을 마셨는지 아침에 해장국을 찾았다. 전주에 콩나물해장국이 유명하니 이를 먹자고 했다. 경호원이 콩나물해장국집을 찾았다.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가게였다. 포장을 부탁하자 할머니가 욕을 날렸다. “썩을 놈들, 발이 없냐? 와서 처먹어.” 경호원이 숙소로 돌아와 박정희에게 보...
입력:2019-05-29 04:05:01
[신종수 칼럼] 정년연장 지금은 아니다
기업 자율에 맡기고 법 제정은 나중에… 청년고용에 지장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입 임금체계 개선, 고용유연화 전제 돼야… 은퇴자들 눈높이 낮춰 인생 이모작 나섰으면 집사람은 나더러 정년퇴직을 하면 아파트 경비원을 하라고 한다. 키는 커 가지고 맨날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지 말고 뭐라도 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경비원이냐며 반발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아파트처럼 주차장이 좁아 이중으로 일렬주차를 해야 하는 곳에서는 차를 밀어주기도 하고, 노인들의 짐을 들어주거나 부축해 주는 일 정도야 어...
입력:2019-05-29 04:05:01
[청사초롱-박상익] 후세를 두려워하라
올해는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탄생 210주년 되는 해다. 1809년생인 다윈의 동갑내기로 윌리엄 글래드스턴이란 정치인이 있었다. 19세기 후반 네 차례에 걸쳐 영국 총리를 지낸 걸출한 인물이다. 빅토리아시대의 명재상이자 권력 실세인 그가 친히 다윈의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다윈의 학문적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서였다. 거물 정치인의 방문을 받은 다윈은 감격을 금치 못했고, “그토록 위대한 인물의 방문을 받았다는 건 얼마나 명예로운 일인가”라는 소감을 남겼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 에피소드를 색다르게 해석한다. 다윈이 권력자의 방문을 명...
입력:2019-05-29 04:00:01
[한마당-김명호] 한국 정치의 기술적 부채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기술적 부채(technical debt)라는 표현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과정에서 지금 당장 해두지 않아도 되거나, 당장은 편리한 해법이라는 이유로, 당장은 안 해도 별 차이가 없는 작업들을 지칭하는데 이후 파생된 결과가 부채로 되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나중에 결함을 개선하기 위해선 작업 비용이 훨씬 더 들어가고,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금융 부채처럼 점점 더 커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지금 대충 일을 처리해 놓으면 이자가 불어나듯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은유적 ...
입력:2019-05-28 04:10:01
[돋을새김-한승주] BTS 보유국
#최근 독일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 키즈’. 열네 살 독일 소녀가 한국어 노래를 시작하자 심사위원석이 술렁였다. 이거 어느 나라 말이지 하는 반응. 이내 진심이 전해지는 감성과 노래 실력에 소녀는 합격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방탄소년단(BTS)의 ‘전하지 못한 진심’이다. “K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는 소녀에게 심사위원은 “진짜 대단하네. BTS에 영향받아 한국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으니”라고 감탄했다. #얼마 전 해외 아미(Army·BTS 팬클럽)가 광주 5·18기념공원을 찾은 사...
입력:2019-05-28 04:10:01
[박형준 칼럼] 화웨이 이슈와 국가전략
화웨이 고리로 한 한·미·중 갈등은 윈윈 게임이 아니라 누군가 대가 치러야 하는 싸움 미국과의 동맹을 기초로 자강 꾀하는 건 신냉전 시대에도 유효한 국가전략 화웨이 이슈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중국이 5G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미래통신망인 5G는 인공지능 혁명의 대동맥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이 5G를 만나면서 쑥쑥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열린다. 이 미래를 여는 최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쳤다는 게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지금껏 추격자였던 중국이 선도자(first mover)가 되...
입력:2019-05-28 04:10:01
[한마당-염성덕] 을지프리덤가디언의 ‘쓸쓸한 퇴장’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4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 훈련을 대체하는 한국 단독훈련인 을지태극연습이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을지태극연습은 정부의 국가위기 대응 훈련인 을지연습과 한국군의 전시대비 지휘소 훈련인 태극연습을 통합한 민·관·군 훈련이다. 첫 훈련에 4000개 부처와 기관, 48만여명이 참여한다. 자유를 수호한다는 의미의 UFG는 역사와 관록을 자랑하는 한·미 연합훈련이었다. 1954년 유엔군사령부의 포커스렌즈(FL)가 UFG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습격 ...
입력:2019-05-27 04: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늦봄
오래 전 늦봄의 어느 날, 나는 공원 정문에서 가족들을 기다렸다. 당시 우리 가족은 서로 다른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그런 우리가 오랜만에 만남의 장소로 택한 곳은 다름 아닌 서울대공원이었다. 장소를 정한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에겐 우리가 여전히 어린이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모두 개인파산 혹은 개인회생을 신청한 상태였다. 이메일이나 휴대폰으로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만 지금처럼 카카오톡이 없었기 때문에 단톡방에서 동시에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평일 ...
입력:2019-05-27 04:10:01
[가리사니-이경원]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의 청구에 따라 K스포츠재단 김필승 전 사무총장을 청산인 직위에서 해임했다. 2년 전인 2017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허가 취소 처분 이후에도 해산신고 등 아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중립적 위치의 변호사가 새 청산인이 되면서 직원과 사무실 정리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누군가에겐 국정농단의 소굴, 누군가에겐 탄핵의 성지였던 K스포츠재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K스포츠재단은 예나 지금이나 직장이었다. 최순실의 측근도 아니고 내부고발 의...
입력:2019-05-27 04:05:02
[뉴스룸에서-박재찬] 희망팔이 대한민국
‘해외 고수익 알바.’ 장모(29)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에서 이 광고 문구에 끌려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가담했다. 중국 옌볜까지 날아가 그가 한 일은 대포통장을 모으는 것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김모(26)씨는 페이스북에서 보이스피싱 모집책이 남긴 ‘단기간 고소득 알바’ 글을 보고 범죄 나락으로 빠졌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의 돈을 챙기다가 붙잡혀 올 초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기꾼에 속아 사기를 치다가 사기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사람들은 왜 사기꾼의 거짓말에 속...
입력:2019-05-27 04:05:01
[김진홍 칼럼] “김정은은 라이어”
‘하노이 회담’ 끝난 지 3개월 흐른 현재 남북미 관계는 엉망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주원인 김정은 甘言에 더 속지 않도록 비핵화 전열 재정비할 때다 북·미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났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지 딱 3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남북미 관계는 수렁에 빠진 형국이다. 3국 사이에 훈풍이 불던 1년 전과는 딴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개인적 관계가 파탄나지 않고, 북·미 어느 쪽도 협상 중단을 공식 선언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그 외의 것들은 아슬아슬하다....
입력:2019-05-27 04:05:01
[한마당-태원준] 누들링, 요거팅, 에깅… 밀크셰이킹
보편적 시위법은 피케팅(picketing)이다. 주장이 적힌 피켓을 대중 앞에 들어 보인다. 1인 시위는 대표적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이 방법이 안 통할 때 폭력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을 공격하거나 분신 같은 자해를 통해 말하기도 한다. 피켓과 폭력 사이에 절묘한 중간지대가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것은 음식이다. 허기와 갈증을 달래주는 음식은 모욕을 주는 데에도 탁월한 효능을 가졌다. 누들링(noodling) 에깅(egging) 요거팅(yogurting) 크림파잉(cream pieing) 같은 말이 생겨났다. 러시아 관용어 “내 귀에 국수를 걸지 말라”는 속임수를 쓰지 말라는 뜻이다. 20...
입력:2019-05-25 04:05:01
[빛과 소금-윤중식] 내가 왕 바리새인이로소이다
“세계 최대 규모 교회의 담임목사라는 타이틀 자체가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했어요. 바리새인은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바로 하나님을 가장 잘 섬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지난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가 남긴 후일담이다. 순례 중 가지고 간 고 허윤석 선교사의 저서 ‘내가 왕 바리새인입니다’(두란노)를 읽고 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브라질과 아마존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별세했다. 예수께서...
입력:2019-05-25 04:05:01
[한마당-신종수] 대통령 필사의 문장론
마감 시간에 쫓겨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은 퇴고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퇴고는커녕 원고지에 써서 팩스로 보낼 시간조차 없을 때는 전화로 기사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수첩에 적힌 메모만 보고 원고지 여러 장 분량의 기사를 부르는 선배 기자들의 내공은 후배 기자들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뢰한 필사였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퇴고를 거듭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에서 초고를 쓰는 데 하루가 걸렸다면 고치는 데는 최소한 사나흘 동안 공을 들인다고 했다. 좋은 글은 ...
입력:2019-05-24 04:10:01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그늘 한 자락
국민학생이었을 때 교문 근처 좌판에서 간식거리를 팔던 할머니가 있었다. 어른들이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이었다.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데 배앓이를 했다는 친구는 보지 못했다. 교문을 나서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좌판으로 몰려갔다. 이가 듬성듬성 빠진 할머니가 새는 소리로 “뭐 줄까?” 물으면 “쫀드기요! 쥐포요!”라고 두서없이 주문했다. 와글와글 시끄러워도 할머니는 용케 알아들었고 헷갈리는 법도 없었다. 나는 쫀드기와 쥐포가 몸을 뒤틀며 구워지는 동안 연탄불 옆에 쪼그려 앉아 얼른 먹고 싶어 조바심치곤 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입력:2019-05-24 04:05:02
[한마당-이흥우] 미·중 커피전쟁
중국의 토종 커피 브랜드 루킨 커피가 지난 17일 뉴욕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주당 17달러에 첫 거래를 시작한 루킨 커피 주가는 장중 50%까지 급등했다 20% 오른 선에서 장을 마쳤다. 루킨 커피의 잠재력이 월가에서 확인된 셈이다. 중국 커피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커피시장은 지난해 569억 위안(약 9조8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1.1% 성장했다. 2023년에는 1800억 위안 규모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중국 커피시장을 최근까지 미국의 세계적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장악해왔다. 스타벅스의 시장점유율(지난...
입력:2019-05-23 04:05:02
[샛강에서-김의구] 졸업장, 헌신을 위한 사회적 계약서
영국의 전시 내각을 이끌던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0월 런던 북부의 사립명문 해로스쿨 연단에 섰다. 48년 후배인 모교 졸업생들을 향해 그는 한 문단에 ‘never’를 여덟 차례나 반복하는 강력한 연설을 했다.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결코 포기 마십시오. 위대하든 왜소하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결코 마십시오. 결코, 결코, 결코 아무것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다만 명예와 양식(良識)에 대한 확신에 양보하십시오. 결코 폭력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적의 힘이 명백히 압도적이더라도 결코 굴복하지 마십시오.” ...
입력:2019-05-23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