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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흥우] 몸값, 자리 값



456만7888달러(약 54억원). 고작 점심 한 끼 같이 먹는 데 쓴 비용이라면 믿겠는가. 암호화폐 트론의 창시자 저스틴 선 트론 CEO는 올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점심 한 끼 하는 대가로 이 돈을 썼다. 선은 포브스가 2017년 ‘아시아를 움직이는 주목할 30대 이하 창업가 30인’으로 선정한 인물이다. 트론의 현재 시가 총액은 220여억 달러 규모다.

선이 투자의 귀재 버핏과 식사를 함께하면서 얼마나 많은 재테크 노하우를 전수받을지 모르겠으나 한 끼 식사에 54억원이라니 부자들의 돈 자랑에 보통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버핏은 평소 암호화폐를 ‘도박’ ‘쓰레기’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 그가 암호화폐 CEO와 밥을 먹는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뉴욕 월가 행사에 참석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2017년 월가 주관 행사에서 기조연설 대가로 금융기업으로부터 40만 달러(4억7000만원)를 받은 게 화근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층을 중심으로 “더러운 자본주의자”라는 등의 독설이 쏟아졌고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셌다. 오바마뿐 아니라 전직 미 대통령의 회당 강연료는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는 강연과 연설로 떼돈을 벌었다. 이들 부부가 2001년부터 2015년 5월까지 총 729차례 연설과 강연을 통해 번 돈만 1억5300만 달러(2000억원)다. 회당 2억5000만원이다. 그 후 4년의 세월이 더 흘렀으니 얼마를 더 벌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방송인 김제동씨 강연료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김씨가 지방자치단체 주최 행사에서 두 시간 남짓 강연한 대가로 1500여만원을 받은 게 적절한가에 대한 시비다. A급으로 분류되는 가수들은 행사에 초대돼 한두 곡 부르면 1000만원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A급 가수를 단순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수 있으나 김씨의 ‘노동’ 강도가 훨씬 세다.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강연료, 출연료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시장가격 이상으로 김씨에게 강연료를 지불했다면 문제지만 아니라면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그 비용이 세금에서 충당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는 주민 입장에선 언짢을 수는 있겠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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