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얼마 전 후배로부터 아이 때문에 힘들었던 사연을 듣게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놀이터에 나가서 놀려고 하는 아이에게 “오늘은 나가지 말고 밀린 문제집을 풀어라”라고 했더니 왜 나가면 안 되느냐고, 자신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직장 일과 아이 돌보는 일을 힘들게 병행하며 지내오던 후배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왔으니 아이도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속상했다고 한다. 아이가 알아서 자신의 일을 잘하기란 쉽지 않다. 나의 어린 시절만 생각해봐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주장이 생겨나고 어른이 시킨다고 무조건 따르지 않는 시기가 시작되면 억지로 끌고 가기는 더욱 힘들다.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간섭하지도 않고, 또 소홀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정도의 경계는 과연 어디쯤일까 생각해보았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넘쳐도 좋지 않다. 부모가 이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관심과 애정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각자 느끼는 지점은 다를 수 있으며 타고난 성향도 다르다.

아이들 중 유독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말을 더 많이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주기를 바라는 아이도 있는 반면 타고나기를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도 있다. 쉽지 않겠지만 각자에게 원하는 만큼 애정과 관심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당하게’를 판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고 말한다. 이 믿음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의 기대와 욕심이 포함되기보다는 아이를 향하고 있는지를 늘 생각해볼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나 역시 성장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거리를 두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느낀다.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고 적당한 사랑을 주며 아이를 대하는 방법은 정말 어렵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준비를 하는 일도 필요하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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