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송세영] 그래도 희망



U-20월드컵, 류현진, 손흥민,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최근에 좋았던 뉴스를 꼽아 보니 대부분 스포츠와 문화 쪽이다. 나머지는 온통 우울한 소식들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과 북·미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국내 정치는 ‘올스톱’됐다. 경제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출산율은 인구절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낮다. 청년들과 가난한 이들의 좌절은 깊어가고 엽기적인 잔혹 범죄, 인륜을 저버린 패륜 범죄도 잇따른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패권을 놓고 무역전쟁 중이며 민간 유조선 2척이 공격받을 정도로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긴장도 높다.

교계도 다르지 않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정치적 발언, 영국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의 방한, 분당우리교회 부목사의 동성애 관련 설교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부정적인 뉴스가 늘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현대인의 불안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영혼을 잠식하는 시한부 종말론 집단이 ‘이때다’ 하고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들은 평소에도 지진 쓰나미 전쟁 기아 메르스 에볼라 등의 영상뉴스를 자극적으로 편집해 보여주며 선량한 시민의 불안감을 조장해 왔다.

지난 17일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가 전한 설교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가 전한 메시지를 두 글자로 요약하면 ‘희망’이다. 그는 “세상 사람은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기독교인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고 섬기는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께서 온 인류에 절대 희망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절망적인 상황이 닥쳐도 우리는 늘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은 모두가 절망할 때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일제강점기 무단통치의 총칼 앞에서 맨몸으로 만세운동에 나섰고 중·일전쟁 발발 이후 한 줄기 빛도 찾기 힘들었던 암흑 속에서도 독립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이 땅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아니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절망한 이들은 민족과 신앙을 배반한 변절자로 전락했다.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 희망을 찾은 이와 찾지 못한 이의 운명은 이처럼 극적으로 달라진다.

그리스도인은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본다. 부정적인 것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포착한다. 물이 반 잔밖에 남지 않았다가 아니라 반 잔이나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좌절하고 포기할 때 그리스도인은 함께 아파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도록 희망을 불어넣고 격려한다.

그리스도인의 시각으로 보면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순탄하기만 했다면 몇몇 정치지도자의 인간적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치부해 교만이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선 북한 동포에 대한 차별과 무시, 배척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남북관계가 난항을 거듭하며 험로를 걷고 있기에 한국교회 성도는 더 간절히 기도하며 과거와 오늘을 돌아보고 통회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진정 평화와 통일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하며 점검할 수 있는 시간도 얻었다.

청년실업도, 저출산도, 경기침체도 절망할 문제는 아니다. 현대인들은 이기심에 매몰돼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데만 관심 있어 보이지만 공동체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여기고 사회 곳곳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뛰는 이들이 많다. 우리에겐 그보다 더한 위기를 극복한 지혜와 경험도 있다.

전 대표회장 논란 중에도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이번 논란을 통해 한국교회는 목회자에게 허용되는 정치적 발언은 어디까지인지 고민할 수 있게 됐다. 견강부회식 발언이었지만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저항했던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이름이 알려진 것도 소득이다. 본회퍼라는 이름을 난생처음 들어본 사람들 중에 그가 누구인지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본회퍼는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오늘날 현대인들이 본받을 만한 스승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은 흔들리기 쉽다. 쉽게 좌절하고 포기해 자기파괴적인 향락에 빠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곤 한다. 이해와 관용, 인내를 잃고 목에 핏대부터 세우는 이들도 많다. 그리스도인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세상을 병들게 하는 어둠과 절망, 부정과 비관의 바이러스를 차단해야 한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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