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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여행] 남북전쟁과 ‘하나됨’의 방식
흑인들의 노예 해방을 거부하며 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 등 11개주가 남부연합(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을 결성하면서 촉발된 미 남북전쟁은 62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같은 국민들끼리 싸워 당시 인구의 2%가 사망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3억명이 넘는 미국 인구 중 600만명이 사망하는 내전이 일어난 셈이다. 백두산 정상 회동을 보는 시점이라 특히 떠오르는 의구심 하나는 ‘수십만명의 목숨을 서로 빼앗으며 원수처럼 지냈던 사람들의 자손들이 어찌 저리 아무 일 없었던 듯, 그것도 세계 최강이라는 면모를 과시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유...
입력:2018-09-29 04:05:02
[논설실에서] 베트남 트라우마를 넘어 종전선언으로
연내 종전선언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당초 종전선언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이루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더구나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지지한 종전선언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은 ‘베트남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3년 1월 27일 파리에서 북베트남(월맹), 남베트남(월남), 미국 사이에 베트남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1955년부터 계속된 전쟁을 끝내자는 협정이었다. 이에 ...
입력:2018-09-29 04:05:02
[한마당-김명호] ‘피 흘리지 않는 전쟁’
인민해방군의 6·25 참전을 결정한 중국의 마오쩌둥이 이런 말을 했다. “피 흘리는 정치가 전쟁이고,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 정치다.” 그보다 훨씬 전 1820년대 “전쟁은 정치적 행위일 뿐 아니라 진정한 정치적 수단이고 정치적 접촉의 연속이며 정치적 접촉을 다른 수단으로 실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건 칼 폰 클라우제비츠다. 프로이센 장군이자 군사 사상가인 그가 나폴레옹 전쟁을 겪고 나서 쓴 전쟁론은 군사이론서의 고전이다. 전쟁과 정치의 본질과 상관관계를 이렇게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한 말들이 또 있을까 싶다. 종전선...
입력:2018-09-28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그들은 만나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2t의 송이버섯이 고령의 이산가족 4000여명에게 추석 선물로 전해졌다. 지난 며칠간 북녘에서 온 버섯을 선물 받은 이들에 대한 신문 기사나 뉴스 영상을 여럿 접할 수 있었다. 송이버섯을 어루만지며 눈물짓는 노인들의 손길은 한없이 애틋해 보였다. 그들은 버섯을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고향 그 자체라 느끼는 것 같았다. 고향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왔음에도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지면서 울컥 눈물이 솟았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할 때마다 상봉 신청을 했지만 한 번도 선정되지 못했다는 노인의 사연은 더할 수 없이 쓸쓸...
입력:2018-09-28 04:05:01
[한마당-라동철] 반려동물 유기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핵가족화로 가족 구성이 단출해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심리적 안정감과 친밀감을 얻으려는 욕구를 반려동물이 충족시켜주기 때문일 게다. 반려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건 개와 고양이다. 귀여운 데다 인간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주고받고 의사소통까지 할 줄 알아 사랑을 받고 있다. 밤늦게 퇴근해도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은 반려견뿐이라는 중년 남성의 넋두리가 헛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는 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대형마트에 가면 반려동물 용품만 별도로 전시한 코너가 있고 애견미용실, 애견호...
입력:2018-09-27 04:10:01
[한마당-라동철] 동물원의 불편한 진실
동물원은 맹수를 비롯해 다양한 희귀 동물을 우리에 가둬두고 관람할 수 있게 한 시설이다. 고대 이집트나 중국 은나라 때 동물원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역사가 장구하다. 근대 최초의 동물원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가 1752년 빈에 설립한 쇤브룬 동물원이다. 우리나라는 1909년 11월 서울에서 개장한 창경원동물원이 최초다. 일제가 순종 황제의 처소였던 창경궁 내 건물들을 헐어버린 뒤 우리를 지어 전국에서 각종 동물을 수집하고 일본에서 코끼리 사자 호랑이 곰 낙타 원숭이 공작 등을 들여와 문을 열었다. 현재 국내에는 창경원동물원이 이전해 ...
입력:2018-09-22 04:05:01
[제주에 산다] 제주 낚시 ‘물 때’
내가 제주도로 이주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낚시다. 수원에 살 때 추자도로 낚시를 가려면 저녁 9시 출발해 이튿날 새벽 3시 진도에 도착하고 배로 추자도에 들어간다. 다시 현지 낚싯배로 포인트에 내려 낚싯대를 펴면 새벽 6시가 다 된다. 9시간 차 타고 배 타야 한다. 지금은 집에서 낚싯대 들고 100m 걸어가면 바다다. 우도는 차로 15분 걸려 성산항에 가고 배로 15분이면 포인트에 내린다. 추자도에 가려면 제주항까지 40분, 여객선으로 1시간 더 가면 된다. 강원도에서 원투낚시로 가자미나 살감생이를 잡던 것 빼고 1990년 갯바위 신발을 사 신고 전남 안마도로 나가 3...
입력:2018-09-22 04: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모두를 위한 명절
SNS 타임라인에 가짜 깁스 광고가 올라왔다. 그걸 보니 추석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탐스러운 과일 사진이나 한복을 차려입은 가족의 사진이 아니라 가짜 깁스 광고를 보고서야 추석임을 실감하다니, 어쩌면 삶은 그 자체로 한편의 블랙코미디인지도 모를 일이다. 몇 년 전 가짜 깁스에 대한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땐, 이런 것까지 동원해 눈속임할 만큼 싫을 건 뭐고, 이렇게까지 싫다는데 굳이 불러모아 복닥거릴 건 또 뭔가 싶었다. 그저 먼 세상 얘기라고 생각하며 구경하듯 바라봤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비혼인 데다 우리 집은 명절에도 별다른 ...
입력:2018-09-21 04:10:01
[신종수 칼럼] 김정은 서울에 오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에 온다면 6·25 전쟁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사안을 북한 비핵화 문제와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비핵화 진전을 위한 방한이어야 의미가 있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김 위원장 방한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고 조건을 단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의 방한은 비핵화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 방한에 대한 일부 보수층의 반...
입력:2018-09-21 04:05:02
[세상만사-장지영] 우주여행 시대가 왔다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가 민간인으로는 인류 최초로 ‘달 여행’을 간다는 소식이 최근 화제를 모았다. 계획대로라면 마에자와는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 BFR을 타고 2023년 1주일 정도 일정으로 달 궤도를 돌다 온다. 특히 30억 달러(약 3조3600억원)의 재산을 가진 마에자와는 BFR을 전세 내 최대 8명의 예술가와 동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스타트투데이를 창업하기 전 록밴드 드러머로 활동했던 마에자와는 예술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예술가들...
입력:2018-09-21 04:05:02
[한마당-염성덕] 카퍼레이드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는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국회의원 출신인 이 대표는 열아홉의 나이에 19게임을 전승하며 우승을 견인했다. 우리나라 구기 역사상 첫 세계 제패였다. 이 대표는 한 달간 전국을 돌며 카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스포츠 스타와 감독의 금의환향은 환영대회와 카퍼레이드로 이어졌다. 미국 대통령을 맞을 때도 성대한 카퍼레이드는 단골 이벤트였다. 가장 많은 인파가 동원된 것은 74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방한한 때였다. 초등학생을 포함해 180만명이 거리에 나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79년 지미 ...
입력:2018-09-21 04:05:02
[한마당-이흥우] SOS 친 구상나무
크리스마스 하면 산타클로스, 선물이 우선 연상된다. 이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게 크리스마스트리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전나무가 많이 쓰이지만 구상나무만 못하다. 높이 20m 안팎, 폭 7∼8m까지 자라는데다 수형이 아름다운 덕분이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수,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 WILS.’이다.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고유종이다. 그래서 유럽에선 구상나무를 한국전나무(Korean Fir)라고 부른다. 구상나무가 세상에 알려진 건 약 100년 전쯤이다. 분비나무와 생김새가 비슷해 분비나무 일종으로 인식되어 오다 1920년 미국의 ...
입력:2018-09-20 04:10:01
[내일을 열며-남호철] 도시재생과 관광
얼마 전 유럽 북동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에스토니아를 방문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리는 나라다. 유럽에서 가장 ‘중세답다’는 수도 탈린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지가 있다. 14∼15세기 건축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어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이끄는 곳이다. 오랜 유물들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유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구시가지 인근 탈린 기차역 부근에는 옛 공장 부지가 있다. 텔리스키비(Telliskivi)라는 동네로, 요즘 핫한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부가 버려진 ...
입력:2018-09-20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어른의 유행어
요즘 “자기혐오 때문에 왔어요”라며 첫 상담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었다. ‘혐오’라는 단어는 원래 있었지만, 그 표현은 분명 요즘 더 자주 쓰이고 있다. 단순한 미움이나 싫음보다도 더 강해서 “저 자신이 싫어요”보다도 더 세게 들리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말을 쓸수록 감정이 말을 따라 깊이가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우울증은 단지 슬픈 것이 아니라 세상과 내 존재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스스로를 과도하게 비난(self-criticism)하고 끊임없이 과거를 곱씹는 생각은 우울증을 더 심하게, 오래 계속...
입력:2018-09-19 04:10:01
[길 위에서] 어떤 존재로 기억될 것인가
10년 전 처음 교단 총회를 취재했다. 그때의 잔상은 꽤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정치부 기자로 취재하며 봤던 것과 다를 바 없는 교단 정치의 민낯, 권력을 향한 집착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목회자들의 모습은 낯설고 낯설었다. 그들이 교회 강단에서 설교하고 성도를 목양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총회 취재하다 실족하지 않도록 더 기도하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교계 기자 사이에서 떠도는 이유를 실감했다. 2018년 9월 어김없이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가 열리고 있다. 각 교단마다 총회장과 임원을 선출했다. 10년 새 눈에 띄게 추락한 교회 위상 ...
입력:2018-09-19 00:05:01
[한마당-신종수] 이재용의 방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북은 삼성 총수로서는 처음이다. 삼성은 이렇다 할 대북사업을 한 적도 없고 할 의사도 없었다.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이상 대북 투자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제공 혐의로 1·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판은 재판이고 일은 일이다”라고 말했지만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서 드러났듯이 정부와 이 부회장의 밀착이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해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
입력:2018-09-18 04:10:02
[돋을새김-고승욱] 순서가 틀렸다
바둑에 수순 착오라는 말이 있다. 같은 수인데 순서가 잘못되면 결과가 달라진다. 한 번씩 두는 게 룰이니 당연하다. 먼저 먹여쳐야 할 수를 나중에 두면 상대방이 슬쩍 피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두도록 강제하지 못한 탓이다. 다 잡은 대마를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쫓아가던 돌이 되레 죽는다. 천하의 이세돌도 수순 착오를 피하지 못해 국제대회 결승전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바둑은 오락이지만 나랏일은 현실이다. 수순이 틀리면 고통 받는 사람이 생긴다. 얼마 전 집 근처에 산책로가 생겼다. 기초자치단체인 구청에서 조성한 길인데 지도가 그려진 ...
입력:2018-09-18 04:05:01
[김진홍 칼럼] 교만과 불통이 더 문제다
文 대통령, 역대 대통령처럼 집권 2년차 증후군에 빠져 정책 잘못도 문제이지만 독선적인 자세가 민심 이반 더욱 부추겨 대통령 뜻과 다른 목소리 경청하는 리더십 복원해야 프로야구와 프로골프, 공연 및 음악 종사자들에게는 소포머 징크스(sophomore jinx)란 게 있다. 데뷔 첫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이들이 두 번째 시즌 때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생긴 말이다. 주위 사람들의 높아진 기대치와 과도한 중압감 등이 겹쳐 슬럼프에 빠지는 2년차 증후군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사(史)에도 집권 2년차 증후군이 존재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된 19...
입력:2018-09-17 04:10:01
[한마당-서윤경] 망치 그리고 못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사무엘 랭그혼 클레멘스다. 작가가 되기 전 자신의 본명으로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에서 기사를 썼다. 1865년 단편 ‘캘리베러스의 명물 도약 개구리’를 내놓은 뒤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2년 뒤 유럽과 팔레스타인 등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 ‘철부지의 해외여행기’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럼에도 그를 대변하는 소설은 따로 있다. 모험 시리즈인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초등학생들의 필독서이면서 고전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설은 보물찾기...
입력:2018-09-17 04:05:01
[한반도포커스-홍관희] 北 편향 중재가 비핵화 걸림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시킨 후 잠시 궁지에 몰렸던 김정은이 평화 제스처로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대규모 핵·미사일 무력을 과시했을 9·9절 정권수립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이지 않았고 핵 언급도 없었으며, 김영남이 행한 대리 연설에서도 유독 경제강국을 강조했다. 물론 이날 노동신문은 ‘평화 수호의 보검’으로서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여전히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입력:2018-09-17 04: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사랑에는 언젠가 끝나고 말 운명과 그것이 남길 상처에 대한 각성이 미리 도착해 있다. 사랑에 빠진 자는 유리잔 속에 감춰진 금들을 벌써 보고 있어서 달콤한 술에 취해 있는 순간에도 깨진 유리 위를 맨발로 걷는 상상을 쉬이 놓을 수 없다. 사랑이 고통스러운 상상을 동반하는 게 아니라 그 상상까지 포함해 사랑이라고 말해야 한다. 사랑은 그렇다. 사랑을 조여 왔던 불안이 마침내 파국을 불러왔는지 사랑이 필연적으로 맞게 될 파국이 앞서 불안을 앓게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사랑은 그 시작과 끝이 서로를 껴안고 만드는 소용돌이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생...
입력:2018-09-17 04:05:01
[창-이경원] 달려라 이민혜
  이경원 기자 2006 도하아시안게임 3㎞ 개인추발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35.6㎞ 도로독주의 금메달리스트인 전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 이민혜(33)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병상에 누워 있다. 힘차게 페달을 밟던 그의 두 다리는 암세포로 부어올랐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사는 “국가대표의 몸과 정신이라서 버티는 것”이라고 이민혜의 가족에게 말했다. 슬그머니 꼬리를 물던 상대 선수처럼, 백혈병은 2016년 8월 이민혜에게 다가왔다. 기를 쓰고 달아나도 병은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14번의 입원, 12번의 방사선치료, 9번의 항암치료...
입력:2018-09-15 04:10:01
[빛과 소금-송세영] 저출산 극복과 공감적 경청
둘째는 갖지 않기로 했다는 젊은 부부가 주위에 또 하나 늘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운데 첫째를 키워보니 둘째를 갖기가 두렵다고 했다. 잘 키울 자신도 없단다. 정부에서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부부가 정말로 필요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둘째까지 키우면 평생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도 한몫했다고 한다. 부부 모두 육아휴직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데도 그랬다. 육아휴직이 곧 사직을 의미하는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오죽할까.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12년 전인 2006년 우리...
입력:2018-09-15 04:05:02
[논설실에서] 레지스탕스의 적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걸친 남장 여인이 담을 넘는다. 긴 저격용 총이 작은 체구를 더욱 작게 만든다. 그런 여인이 일제의 앞잡이 외무대신의 침실로 들어가 격렬히 반항하는 그를 가차 없이 사살한다. 역사와 백성의 이름으로 민족 반역자를 처단했을 것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 고애신(김태리). 한복 차림의 고애신은 양반집의 가녀린 아씨이지만 총만 잡으면 특공대원을 방불케 한다. 고애신과 동지들은 총격전을 벌여 일본군을 사살하는가 하면 일본군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고 갇혀 있는 동지들을 구출한다. 조선을 위기에서 구하...
입력:2018-09-15 04:05:02
[한마당-김명호] 지구를 구하는 작은 영웅들
모처럼 반갑고 기분 좋은 뉴스를 봤다. 2년 전 이맘때 이 난을 통해 ‘놀라운 바다 청소’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21세의 네덜란드 청년 보얀 슬랫은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OceanCleanUp)’을 만들어 태평양에 형성된 한반도 7배 크기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년 전 북극해에서 자신이 고안한 수거 장치를 시험 가동을 했다. 그게 현실이 됐다. 지름 1.2m, 길이 600m의 U자형 띠 형태의 수거 장치가 지난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거대 ‘쓰레기 섬’ 주변에 도착하면 이 장...
입력:2018-09-15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