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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장지영] 우주여행 시대가 왔다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가 민간인으로는 인류 최초로 ‘달 여행’을 간다는 소식이 최근 화제를 모았다. 계획대로라면 마에자와는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 BFR을 타고 2023년 1주일 정도 일정으로 달 궤도를 돌다 온다. 특히 30억 달러(약 3조3600억원)의 재산을 가진 마에자와는 BFR을 전세 내 최대 8명의 예술가와 동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스타트투데이를 창업하기 전 록밴드 드러머로 활동했던 마에자와는 예술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예술가들이 달 여행에서 영감을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가 ‘디어 문(Dear Moon)’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달 여행 관련 영상에 따르면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장르에서 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예술가 선정 기준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마에자와의 달 여행 계획 발표 이후 사람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비용이다. 여행 경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천문학적 액수인 것은 분명하다. 머스크는 마에자와가 낸 돈이 50억 달러로 예상되는 BFR 개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마에자와는 경비 가운데 7470만∼8170만 달러(약 838억∼916억원)를 미리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간인의 ‘우주여행’은 이미 2000년대 시작됐다. 지구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다녀오는 것이었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 어드벤처는 러시아연방우주국과 손잡고 ISS에 여행객을 보냈다. 우주비행사를 실어 보내던 소유즈 로켓에 자리를 만들어 여행객을 태운 것이다. 2001년 4월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를 시작으로 2009년 9월 캐나다 공연 기업 ‘태양의 서커스’ 창립자 기 랄리베르테까지 7명이 다녀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엑셀 프로그램 개발자인 찰스 시모니는 유일하게 두 번 다녀왔다.

1인당 우주여행 경비는 2000만∼5000만 달러(약 224억∼561억원) 사이였다. 신청자가 많아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올라갔다. 2015년 5월 우주여행을 가려다 취소한 영국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은 5200만 달러를 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 38만㎞나 떨어진 달까지 가는 것은 고도 400㎞의 ISS에 가는 것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다만 마에자와의 달 여행 계획과 관련해 BFR이 제대로 개발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최근 테슬라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머스크에 대한 불신이 투자자들 사이에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BFR 개발이 늦어지더라도 민간 우주여행의 시대는 멀지 않았다. 우주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스페이스 어드벤처를 비롯해 굴지의 항공우주 그룹 보잉,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버진 그룹의 자회사 버진갤럭틱 등 10개 가까운 민간 우주개발 기업들이 이르면 내년에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달까지는 아니지만 지구 대기와 우주를 나누는 기준선인 고도 100㎞의 카르만선(Karman line)을 살짝 넘었다가 돌아오는 것부터 400㎞에 위치한 ISS를 여행하는 상품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카르만선까지 가는 것은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 ISS까지 가는 것은 6000만 달러(약 673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해외 언론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히 러시아 기업 에네르지아와 미국의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는 ISS에 호텔 기능의 모듈을 설치해 안락한 여행을 제공할 계획이다. 에네르지아는 또 여행객들이 ISS 밖으로 나가 우주를 유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이제 돈만 있으면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시대가 온 모양이다. 물론 대부분의 소시민에겐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지만 말이다.

장지영 국제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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