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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염성덕] 브룩스와 에이브럼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한파(知韓派)로 불린다. 전형적 군인 가문 출신인 브룩스 사령관은 주한미군 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애국가를 접했다. 부단히 연습한 결과일까. 지금은 한국어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유일한 사령관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의 우군 역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주둔 국가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요구하자 한국 편을 들었다. 지난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트럼프에게 한국이 기지 건립비의 90%를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 적지 않음을 알린 것이다. 평...
입력:2018-11-08 04:10:01
[시사풍향계-최병욱] 대체복무, 엄정해야 한다
헌재와 대법원의 연이은 결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합법적으로 군에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예술체육요원, 공중보건의사 등이 이에 속한다. 다만 이들 모두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거나 모종의 식별 가능한 자격요건을 갖추었을 경우에 한한다. 이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현역복무 면제는 특별하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 올림픽 메달, 의사와 같은 일정한 자격요건 없이도 자의적 양심에 따라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
입력:2018-11-08 04:05:02
[데스크시각-한장희] 정권은 바꿔도 부모는 못 바꾸니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난달 제출한 한국사 수행평가 과제 제목이 ‘21세기 음서제’다. 뭔가 해서 봤더니 주제 설명 항목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가 가족과 친척에게까지 특권을 세습한 고려시대 음서제도와 유사하다”고 적어 놨다. 노파심에 “아직 의혹이지 확인된 건 아냐”라고 말해줬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자보들이 대학가에 나붙었다고 한다. “한 청년의 (구의역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형성된 사회적 공감대가 소수 귀족노조의 기득권 강화에 이용됐다.” &ldquo...
입력:2018-11-08 04:05:02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개꿈은 축복
간밤에 안녕하셨는지요. 혹시 무슨 꿈을 꾸셨습니까. 꿈을 꾼 것 같기는 한데 막상 이야기하려니 잘 기억나지 않고 연결도 되지 않고 무슨 이런 이상한 꿈을 꿨나 싶습니까. 그렇다면 괜찮은 꿈을 꾸신 것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상태의 꿈은 원래 줄거리가 엉성하고 제대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꿈을 꾼다고 잠을 제대로 못 잔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조금 줄거리가 있는 꿈을 꾸는 렘(REM)수면은 하룻밤 서너 번 옵니다. 낮의 기억이 우리 뇌 안에서 한 차례 다듬어진 뒤 뉴런 사이를 소행성처럼 떠다니다 때로는 충돌하고, 합쳐지고, 멀어지면서 꿈이 만들어집니다. 꿈속에서 ...
입력:2018-11-07 04:10:01
[한마당-전정희] 공동의 정의 폭력
개인은 공동의 폭력에 대항할 수 없다. 정치철학자로 공공성의 문제를 탐구한 한나 아렌트의 통찰이다. 거제 폐지 여성 살인사건, 춘천 연인 살인사건, 서울 강서 PC방 살인사건 등의 가해자는 개인이었다. 이들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폭력을 행사해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불의한 가해자들에게 ‘공동의 폭력’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은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고유의 힘을 가진 개인은 공동의 폭력이 무서워 스스로의 폭력을 포기한다.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권력을 만들어내고 그 권력을 통해 개개의 폭...
입력:2018-11-07 04:05:01
[청사초롱-손수호] ‘행복’과 ‘희망’을 남용하면…
올해 3월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55층 외벽의 안전작업 발판(SWC·Safety Working Case)이 160m 아래 지상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구조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SWC를 지지하는 기계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그때 구조물에 적힌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함께 만드는 행복’. 공사를 둘러싼 비리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동안 노동자는 위험 속에서 묵묵히 행복을 만들고 있었다. 올 상반기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이는 107명에 이른다. 이 중 31명은 높은 곳에 설치된 비계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행...
입력:2018-11-07 04:05:01
[김명호 칼럼] 권력이 합리성을 잃으면
고용세습은 부패의 전초 ‘목구멍’ 대응은 품격 문제… 여권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본다 권력 내 견제와 균형 기능이 소멸되면 합리성은 사라지고 오만이 남는다 촛불의 분노는 그래서 시작됐었다 최근 들어 정권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조짐들을 본다. 그런 조짐들은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정책의 문제도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고, 품격이나 대응 방식에 관한 문제다. 그래서 분노의 감정에 불을 지를지도 모를 문제다. 그런데 여권은 애써 축소하거나, 본질을 피해간다. 딱한 수준의 변명까지 한다. 상황 관리를 이다...
입력:2018-11-07 04:05:01
[한마당-김용백] 상소리
살다보면 때와 장소, 분위기에 적합하지 않은 언행은 소통 장애를 일으키며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특히 농담(조크)을 했는데 정색을 하며 사실(다큐)로 받아들이는 상황은 심각해진다. 개인 간은 물론 국가 간 공식 석상에선 더욱 그렇다. 옥류관 평양냉면은 ‘상소리(거칠고 상스러운 말이나 소리)’를 함께 떠올리게 됐다. 지난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평양 옥류관 오찬행사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언동이 뒤늦게 파란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리 위원장의 &ls...
입력:2018-11-06 04:10:01
[돋을새김-고승욱] 규제개혁, 토론이 더 필요할까
규제란 인간의 욕망을 동력으로 성장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성적으로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장치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독점, 담합, 관료주의, 부패 같은 부작용과 결합하면 경제의 활력을 죽이는 주범이 된다.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규제개혁을 말할 때 많은 사람이 1978년 미국 민간항공위원회를 책임진 알프레드 칸을 앞세운다. 그는 정부가 정하던 요금을 항공사에 맡겼다. 허가 없이도 항공사를 세울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몇몇 기업이 편안하게 돌렸던 시장이 경쟁으로 요동쳤다. 사우스웨스트항공 같...
입력:2018-11-06 04:05:02
[한마당-임성수] 음주운전 국회의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말한 연예인이 있었다. 2005년 4월, 한 연예인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앞뒤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놓았다가 TV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망언은 지금도 살아남아 음주운전 사고 때마다 소환된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고 말한 국회의원도 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는 살인’이라는 강렬한 금언을 남긴 지 고작 9일 만이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9%,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이 의원의 음주운전은 13년 전 연예...
입력:2018-11-05 04:05:01
[뉴스룸에서-권기석] 1면 자살보도 금한다고?
지난 9월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실. 국회의원 9명과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모여 법 개정안 여러 개를 논의했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그중 하나였다. 이 법안은 ‘자살 보도는 신문 1면이나 뉴스의 첫 순서 등이 아닌 쉽게 알 수 없는 위치나 순서에 배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살 소식을 신문 1면에 쓸 수 없게 된다. 의원들은 이 법안을 두고 어떤 말을 쏟아냈을까. 그들의 언론관이 드러난 회의록 일부를 옮겨 본다. “언론에 보도지침이라든가 이런 부분...
입력:2018-11-05 04:05:01
[한반도포커스-봉영식] ‘말의 함정’에 빠진 운전자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스타 강의 교수이자 협상학의 대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협상의 열두 가지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상대방이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고수했던 방식을 상기시키면서 전례가 있는 일인데도 이를 수용하기 거부하면 그 모순을 공격하라는 조언이다. ‘콰이어트: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저자로 유명한 수전 케인도 비슷한 조언을 한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
입력:2018-11-05 04: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고통을 향해 외친다는 것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가 병원 현관에서 제 가슴을 쥐어뜯으며 “인생이 이런 거냐”고 외치는 사람을 보았다. 누군가 다가와 그를 달랬다, 그 심정 다 안다고. 그리고 그를 이끌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그저 지나가던 나는 그 사연을 알 길 없었지만, 눌러 참는 울음이 꺽꺽 토해놓는 것이 고통인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고통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오는’ 것이다. 바다를 아는 자는 바라보는 자이겠으나 바다를 느끼는 자는 헤엄치는 자이다. 바라보는 자에게 바다는 바다를 가리키는 정의로 이해되겠지만, 헤...
입력:2018-11-05 04:05:01
[조용래 칼럼] 대법 징용배상 판결 후 文정부의 전략은
궁극적으로 ‘1965년 체제’ 대체 가능한 새로운 관계 절실하나 당장은 한·일 정상 간 대화가 먼저 징용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받았던 한국 정부는 그간의 불충분한 대응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솔직하게 반성을 1965년 한·일 수교(65체제)와 함께 체결한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 등 4개 협정은 한·일 합병의 불법성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책임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청구권협정은 사실상 ‘경제협력협정’이 되고 말았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안착을 위해 일본의 경제 협력과 ...
입력:2018-11-05 04:05:01
[한마당-신종수] 목구멍
냉면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집에 가곤 한다. 평양 옥류관에서 먹어본 적도 있다. 솔직히 밍밍한 맛이어서 많이 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냉면 붐이 일었을 때는 일행들과 함께 냉면집 앞에 덩달아 줄을 서서 기다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졌다. 가을로 계절이 바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목구멍’ 발언이 사실이라면 상대가 대기업 오너들이어서가 아니라 ...
입력:2018-11-03 04:05:01
[제주에 산다] 우리 동네 김목수
내가 김목수를 찾는 데는 거의 2년이 걸렸다. 2016년 집을 짓고 제주에 내려올 때부터 별채를 한 채 더 지으려 계획하고 있었다. 땅도 그만큼 남겨 놓았다. 2년 동안 어떤 모양으로 집을 지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거기에는 누구에게 짓게 할까도 포함돼 있었다. 1차 집을 지을 때는 제주시내 시공업자에게 맡겼지만 이번에는 동네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다. 주변의 공사장과 신축 건물들을 보며 누가 지었는지 묻고 다녔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동네 목수들에 대해 들었다. 이 질문의 종착점은 항상 한 사람이었다. 하도리에 살고 있는 김목수. 2년 전 제주에 이주...
입력:2018-11-03 04:05:02
[한마당-배병우] 메르켈 시대의 종언
“나는 총리로 태어난 게 아니며 이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다. 총리였다는 것은 영광이었다. 이토록 오랫동안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데 매우 감사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지켜본 뉴욕타임스 기자는 사실상 고별사로 들렸다고 적었다. 메르켈 총리의 이날 발표 요지는 이랬다.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에서 사퇴할 것이며 2021년 총리 임기가 끝나면 공직에서 물러나겠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이번 네 번째 총리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기민당과 사회민주당 등 대연정 참여 정당들의 잇단 ...
입력:2018-11-02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폭력의 민낯
선생이 아이의 뺨을 올려붙였다. 날카로운 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선생이 다른 쪽 뺨을 때리자 아이는 뒤로 나자빠졌다. 선생이 아이의 멱살을 잡아채 쓰러진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아이의 뺨과 머리를 닥치는 대로 때렸다. 잘못했다고 빌 틈도 없었다. 아이는 선생이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만 있었다. 깡마른 아이의 몸이 헝겊 인형처럼 나풀거렸다. 선생의 구타는 계속됐고 아이는 결국 또다시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제야 손찌검을 멈춘 선생이 가쁜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반 평균이나 깎아 먹는 주제에 숙제도 안 해오고 말이야!” 아...
입력:2018-11-02 04:05:01
[세상만사-이성규] 김동연, 그 이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체될 모양이다. 최근 며칠 새 청와대 주변에서 ‘김앤장(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동시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 역시 1일 혁신관계장관회의 참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싶은 심정이 왜 없겠느냐”며 사퇴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사실 김 부총리는 지난 1년여 동안 수차례 청와대 쪽에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랬던 청와대가 지금 김 부총리 교체설을 언론에 흘리는 까...
입력:2018-11-02 04:05:01
[태원준 칼럼] 집값, 과연 잡힌 걸까
숫자를 보면 집값이 잡힌 것 같다. 지난주 집계된 서울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전주와 비교해 떨어졌다. 강남구는 14주 만에, 서초구는 18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월별 통계도 같은 추세를 말하고 있다. 서울 집값은 10월에도 0.51% 상승했지만 그 폭은 9월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중개업소에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모두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8·2 대책을 비웃으며 폭등을 거듭하던 서울 주택시장은 확실히 조용해졌다. 9·13은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8번째 부동산 대책이었다. 마침내 대책이 통했...
입력:2018-11-02 04:05:01
[내일을 열며-남호철] 출렁다리 경쟁
경기도 파주 감악산·마장호수, 강원도 원주 소금산…. 이 지역의 공통점은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출렁(흔들)다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이나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에 만들어져 뛰어난 접근성을 지닌 덕분이다. 파주 적성면 해발 670m 감악산 자락에 자리한 출렁다리는 수도권 명물이다. 2016년 9월 감악산 산허리를 휘도는 둘레길에 만들어진 길이 150m짜리 이 다리는 ‘국내 산악 현수교 중 최장’임을 강조했다. 2009년에 세워진 충남 청양군 칠갑산 기슭의 천장호 출렁다리 207m에 못미쳤기 때문에 새로운 수식어를 앞세웠다. 이 다리를 ...
입력:2018-11-01 04:05:01
[한마당-김명호] 모든 외교는 국내정치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모든 걸 피해갈 수 있는 단어인 ‘미묘하다’라는 말로도 설명이 잘 안 된다. 그냥 정서가 그렇다는 말밖에.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원래 전력이 약하다느니, 부상 선수가 많아서 그랬다느니 하는 변명은 통하지도 않는다. 우리에겐 어쩔 수 없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게 일본이다. 물론 그런 감정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누르는 게 정상적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는 부적격하다고 하겠다. 그런 배타적 감정은 종종, 아니 자주 각자의 국내정치에 활용된다. 2...
입력:2018-11-01 04:05:01
[데스크시각-맹경환] 악플을 무덤까지 갖고 갈 텐가
누구나 남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 본인의 치부일 수도 있고, 공개될 경우 많은 이들을 다치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일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인 요즘, 그런 비밀들은 영상이든 문서든 파일 형태로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에 보관돼 있다. 혹시 남의 눈에 띌까 봐 비밀번호를 걸고 비밀 공간에 모셔두곤 한다. 하지만 ‘죽은 뒤 혹시 세상에 알려진다면…’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일본 아사히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디리’는 이런 사람들의 불안을 모티브로 했다. 이야기는 사망한 사람들이 ...
입력:2018-11-01 04:05:01
[시사풍향계-공평원] 남북 군사 합의 ‘오해와 진실’
국제정치학에서는 국가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자로 가정한다. 국가가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면 국가의 행동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국가안보 관련 행동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북한을 이성적인 행위자로 가정할 경우 북한은 냉전체제의 해체로 인한 후원 세력의 쇠퇴와 악화된 경제로 인해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안보정책에 한계를 인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핵무장을 추구했을 것이며, 그 결과가 우리가 마주한 작금의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국가의 안보정책은 큰 틀에서 두 개의 범주로 구분할 수 ...
입력:2018-11-01 04:00: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힘들지 않을 의무는 없다
감정은 곧바로 나타나겠지만 기분장애는 그렇지 않다. 어제 교통사고가 나서 오늘부터 잠을 못 자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황은 간단하다. 납득하기 쉽다. 하지만 정서의 세계에선 이렇게 확실한 경우보다 원인과 결과에 시간차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아동학대 경험이 80대 이후의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에서 보듯, 차곡차곡 부정적 감정이 끓어올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흘러넘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요즘과는 차원이 다른 구박을 수십년간 했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 때는 별 증상이 없다가 막상 돌아가신 직후부터 오히려 불안과 불면이 나타...
입력:2018-10-31 0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