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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지구를 구하는 작은 영웅들



모처럼 반갑고 기분 좋은 뉴스를 봤다. 2년 전 이맘때 이 난을 통해 ‘놀라운 바다 청소’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21세의 네덜란드 청년 보얀 슬랫은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OceanCleanUp)’을 만들어 태평양에 형성된 한반도 7배 크기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년 전 북극해에서 자신이 고안한 수거 장치를 시험 가동을 했다. 그게 현실이 됐다. 지름 1.2m, 길이 600m의 U자형 띠 형태의 수거 장치가 지난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거대 ‘쓰레기 섬’ 주변에 도착하면 이 장치는 수면 아래 3m 차단막으로 플라스틱을 수거한다. 해류의 일정한 소용돌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런 장치를 60개 더 만들어 2040년까지 바다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재활용 또는 폐기하겠다는 것인데, 걱정과 회의적 시각도 있다. 아무리 치우고 또 치워도 해상에서 발생하거나 육지에서 흘러들어오는 쓰레기의 양이 수거량보다 많다는 것이다.

결국 해양쓰레기의 주범인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제품을 줄이는 게 상책이다. 해양 플라스틱은 단순 쓰레기가 아니다. 연구자들은 바다 위에 떠있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양이 실제 바다에 버려진 양보다 훨씬 적다고 단언한다. 플라스틱은 잘게 쪼개지고 물고기가 이를 먹는다. 이 물고기가 밥상 위에 올라온다. 또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유기물과 엉겨 붙어 심해로 가라앉는다. 거기서 어떤 독성이 발생하고, 어떻게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구 종말과 연관된 음울한 연구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

19세 때 해양쓰레기 수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국제적으로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낸 슬랫은 작은 영웅이다. 남이 저지르지 않는 일을 시도한 열정과 용기, 이를 북돋아주는 기부 행렬, 국제적인 관심과 격려, 이런 것들로 인류는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진보한다. 모두가 지구를 지키는 작은 영웅들이다. 거친 태평양에서 슬랫의 수거 장치는 예기치 못한 위험과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그래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도전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마도 또 다른 영웅들이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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