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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임성수] 승자의 저주
“이런 승리를 또 거두었다간 우리가 망할 것이다.” 기원전 3세기 그리스 북부 에피루스의 왕 피로스는 로마와의 전쟁에서 여러 번 승리했지만 자신들의 희생도 로마 못지않게 크자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흔히 ‘피로스의 승리’라고 부르게 된 유래다. 경제학에선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개념도 있다. 승리를 위해 치른 과도한 비용이 거대한 재앙으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말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직책 생략)의 연속 집권과 수감은 한국 정치판 ‘피로스의 승리&r...
입력:2018-10-08 04:05:01
[조용래 칼럼] 화성에서 온 한국, 금성에서 온 일본
상대가 전혀 다른 존재라는 사실 받아들일 때 비로소 배려의 감정 생기고 갈등은 치유될 터 20년 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서로를 인정하고 미래를 위한 협력 다짐한 것 뜬금없는 칼럼 제목 탓에 독자들의 비난이 쏟아질까 걱정이다. 이 제목은 1992년 미국의 가정상담전문가 존 그레이 박사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화성·금성)’에서 따왔다. ‘화성·금성’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다. 93년 한국에서도 번역판이 나왔고 이후 다양한 시리즈가 쏟아지고 있다. ...
입력:2018-10-08 04:05:01
[뉴스룸에서-김남중] 세대에 대한 감각
신문을 보면서 왜 젊은이들의 글은 볼 수 없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매일 신문들에 실리는 그 많은 칼럼 중에 20, 30대가 쓴 글은 몇 개나 되는 걸까. 서울시나 구청의 몇몇 위원회에 참석해 보면서도 비슷한 의문을 가졌다. 청년위원들은 왜 없을까. 위원들은 젊다고 해봐야 40대 후반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중에서 청년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이상한 것은 언론이나 공공기관, 정치권에서 근래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가 청년이라는 점이다. 어디서나 청년들의 취업난과 주거난이 이슈로 다뤄지고 비혼과 저출산 현상, 1...
입력:2018-10-08 04:05:01
[한마당-이흥우] 김정은 국회연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1963년 8월 28일. 미국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20여만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행한 연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해 ‘우리가 마침내 자유로워졌나이다(we are free at last)’로 마무리하는 이 연설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절대적 진리를 일깨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진리가 50년 전 미국에선 통하지 않았다. 이 연설을 기폭제로 흑인 민권...
입력:2018-10-06 04:05:01
[빛과 소금-전정희] 의병 십자기와 욱일 전범기
지난달 30일 방영된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정미의병’과 관련된 사진이 드라마 속에서 재현됐다.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외신기자와 함께 의병의 본거지를 찾는 설정이다. 이 외신기자는 실제 인물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1869∼1931) 활약에서 따왔다. 영국 런던 발행 데일리메일 소속이었던 그는 러일전쟁(1905) 종군기자로 대한제국에 왔다. 매켄지는 영·일동맹국 기자였기에 한국 내륙 깊숙이 취재가 가능했다. 반면 독일 기자 루돌프 차벨은 같은 종군기자였음에도 취재 목적의 ...
입력:2018-10-06 04:05:01
[논설실에서] 북극 전쟁
개빈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주 해병대원 800명을 노르웨이에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는 나토의 북극군사작전센터가 있다. 그곳에 기지를 건설해 군대를 보내는 ‘북극방어 전략’을 공개했다. 대잠초계기 P-8 포세이돈의 작전 반경을 북극권으로 확장하고 북극해의 얼음 밑에서 잠수함을 운용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지난 6월에는 차세대 전투기 타이푼을 역시 북극에서 가까운 아이슬란드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모두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 핵폭격기 투폴레프(Tu)-160은 지난달 미그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14시간 ...
입력:2018-10-06 04:05:01
[한마당-염성덕] 폴더인사
유치원생들은 배꼽인사부터 배운다. 양손을 포개서 배꼽 부근에 대고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다. 무릎을 꺾거나 머리를 너무 많이 숙이는 바람에 고꾸라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일 때도 있다. 부모는 배꼽인사를 보고 자녀가 이만큼 컸구나, 대견해한다. 대학 연극학과 신입생들도 배꼽인사를 한다. 군기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항공사 승무원들의 인사법은 남다르다. 고개를 너무 숙이지도 않고 덜 숙이지도 않는다. 꼭 필요한 만큼만 고개를 숙이지만 절도와 품위가 있다. ‘갑질’ 인사들은 사과할 때 머리를 조아린다. 그렇다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보지 않는...
입력:2018-10-05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함께 걷기 좋은 길
집에서 아빠가 입원해 있는 호스피스 병원까지 거리는 겨우 3㎞ 남짓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나는 가족 중 누군가가 데리러 와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으며,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가기엔 도로 사정이 너무 나쁘다. 그렇게 아빠를 뵙고 돌아올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데리러 오기 전에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엄마와 동생은 구시가의 인도가 ...
입력:2018-10-05 04:10:01
[세상만사-강주화] 이제 일찍 퇴근합시다
며칠 전 저녁 8시쯤 택시를 탔다. 예전이라면 지체될 시간인데 도로가 한산했다. 택시 기사는 “요즘은 다들 일찍 퇴근해서 이 시간에도 차가 많지 않다”고 했다. 지난 7월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 이후 생긴 변화일 것이다. 이 상황이 익숙지 않은 직장인들도 아직 꽤 있는 모양이다. 한 대기업의 40대 과장은 “후배들이 정시가 되면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난 왠지 그렇게 되질 않아 남은 일을 더 하게 된다”며 멋쩍어했다. 그가 퇴근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퇴...
입력:2018-10-05 04:05:02
[여의춘추-배병우] 중국의 ‘불망초심’
그들은 젊었다. 영어를 잘하고 사고도 열려 있었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지난주 중국 정부가 주선한 현지 탐방을 다녀왔다. 이때 만난 중국 대표기업 직원들은 10여년 전 봤던 중국인들이 아니었다. 선전시에 위치한 글로벌 IT 공룡 텐센트. 이 회사 직원 평균 나이는 30세다. 필자 일행이 놀란 표정을 짓자 대외 담당 직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27세였다고 했다. 중국 최고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보유했다는 UB테크 직원 대부분도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와 30대였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JD닷컴)도 마찬가지였다. 벤처는 원래 젊은이들이 하는 것 ...
입력:2018-10-05 04:05:02
[한마당-김용백] 겨울 한파
지난겨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상품으로 대유행을 했던 ‘평창 롱패딩’이 시즌2 롱패딩으로 변화해 벌써부터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올여름 폭염에 이어 올겨울 혹한(酷寒)이나 한파(寒波)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기상학자들의 예측을 활용한 마케팅이 작용하고 있다. 한파를 예상하는 주장은 북극 해빙(海氷)이 점점 작아지는 것에 근거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 빙하가 줄면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 지역 상층에 부는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겨울이 더 춥다는 것이다. 제트기류는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흘러 남북 기단의 중간차단막 역할을 ...
입력:2018-10-04 04:05:01
[시사풍향계-버나드 로완] 왜 동상에 집착하는가
한국 내 위안부상과 노동자상은 현재 100개 이상 존재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서울의 일본대사관과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치한 것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 시민단체와 몇몇 시민들은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상 옆에 노동자상을 하나 더 세우겠다고 해 필자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시민단체는 그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 외교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노력들이 자칫 장기적인 화합과 평화를 고려하지 않은, 일종의 집...
입력:2018-10-04 04:05:01
[청사초롱-조윤석] 인류의 2교시는 가능할까
세상 사는 낙이 없는 존재감 제로의 중학생 두 명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 인류의 미래를 건 탁구 경기를 제안하는 박민규 작가의 ‘핑퐁’이란 소설이 있다. 소설에서는 1000년에 한 번씩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와 지상에서 가장 왕따인 인간 두 명을 골라 탁구 시합을 벌이는데, 인간이 이기면 인류의 다음 1000년을 그들이 결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인류의 2교시’를 걸머쥔 중학생 둘은 천신만고 끝에 우주 최고의 탁구 고수 외계인을 이기게 되고, 그동안 자신들을 학대하고 괴롭힌 친구들과 희망 없는 인류를 그 자리에서 없애버릴지, 아니면 ...
입력:2018-10-03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10월이 기회다
습관을 바꾸기는 어렵다. 우리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즉 기존의 상태를 더 좋아하는 습성이 있기에 외부 자극이 오면 그 상황에 맞게 타협(신항상성, allostasis)은 하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문제는 뇌의 부위마다 각기 다른 지자체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어서 전두엽이 결심하는 새로운 내용이나 노력하려는 의지도 원시적인 뇌에서 받아들이기에는 관성을 깨뜨리는 일종의 ‘외부 자극’일 뿐. 나를 포함해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까닭은 뇌가 예전의 체중으로 자꾸 돌아가려는 장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
입력:2018-10-03 04:05:01
[길 위에서] 가짜뉴스 공방
2013년 12월이었다. 당시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 긴급 문자메시지가 퍼졌다. ‘급진적 인도 불교도들이 오리사(현 오디샤)주 20개 교회를 불태웠고 앞으로 200개 교회와 200명의 선교사들을 24시간 안에 죽인다고 합니다’는 내용이었다. 확인 결과 사실 무근이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당시 “기독교 박해 등의 소식이 SNS 등으로 전해질 경우 해당 내용을 반드시 확인한 뒤 알릴 필요가 있다. 인도에 선교사를 파송한 교단 선교부나 파송 선교단체로 연락하면 알 수 있다”고 당부했다. KWMA가 대처법까지 알려준 것은 오디샤 관련 루머...
입력:2018-10-03 00:05:01
[돋을새김-권혜숙] 방탄소년단, 어디까지 갈래?
“저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지난주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설을 듣고 궁금증이 생겼다. 연설은 BTS가 2년여에 걸쳐 발표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앨범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연설은 자못 감동적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하라’란 메시지 자체는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노래한 휘트니 휴스턴(‘The greatest love of a...
입력:2018-10-02 04:10:02
[한마당-태원준] 계절의 여왕
봄은 완패했다. ‘계절의 여왕’ 타이틀은 이제 가을에 넘겨줘야 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좋은 계절을 꼽을 때 여름과 겨울은 덥고 추워 일찌감치 탈락했다. 많은 문학작품이 봄과 가을을 예찬하며 두 계절의 대리전을 벌여 왔다. 언제부턴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게 되면서 전세는 기울었다. 어느 시인의 작명이지만 우리 봄은 이 왕관을 쓸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양하의 ‘신록예찬’을 보자.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
입력:2018-10-02 04:05:01
[박형준 칼럼] 정의로운 국가와 권력의 위선
스스로 낮춘 인사 검증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청문 후보자들을 무조건 임명하는 문재인 정권 내가 하면 정의이고 남이 하면 불의라는 ‘내정남불’이 정의로운 국가의 가장 큰 적이다 이 정권의 트레이드마크는 ‘도덕성’과 ‘정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대통령의 취임사는 새 정부의 핵심 테제였다. 이른바 촛불정신은 정의의 은유였다. 그 정신을 내세워 적폐 청산이 국정과제 1호가 됐다. 결국 두 전직 대통령과 많은 사람들이 감옥으로 보내졌다. 전 정권의 비도...
입력:2018-10-02 04: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보자기에 싸여 있는 것
알고 보면 모든 것들은 ‘보자기’에 싸여 있다. 모과를 보고 알았다. 모과 껍질은 보자기의 주름이 내용물의 결을 따라 볼록볼록 당겨진 것 같고 마침내 꼭지에 이르러 오목한 매듭을 지어 꽉 묶어놓은 것 같다. 이렇게 야물게 싸놓았지만 냄새까지 봉할 수는 없어서 방 안 가득 모과향을 풀어놓는 노란 보자기. 사과는 빨간 보자기에 싸여 있고 감은 주황 보자기에 싸여 있는데, 이 보자기들을 풀면 가을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고 보면 가을도 높고 푸른 하늘 보자기에 싸여 있어서 우리는 그걸 풀어보려고 자꾸 문을 열어놓는지도 모르겠다. 보자기에 물건을 ...
입력:2018-10-01 04:10:01
[김진홍 칼럼] 깜짝 이벤트보다 내실 기할 때다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 무르익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 많이 남아 핵 없는 항구적 평화 위해 보여주기식 쇼 자제하고 핵폐기 로드맵 마련에 정성과 노력 더 쏟아부어야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선 안 될 것, 하지만 언제든 어디서든 자유롭게 접하는 것, 그래서 그다지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공기(空氣)다. 이따금 공기의 존재 자체를 잊기도 한다. 그러다 미세먼지 등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평화도 마찬가지다. 올 초부터 한반도를 감싸기 시작한 평화의 기운이 점점 무르익고 있다. 어느새 ‘평...
입력:2018-10-01 04:10:01
[한마당-김준엽] ‘하루 1달러’의 속임수
애플은 올해 처음으로 “아이폰이 비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전에도 아이폰은 스마트폰 중 가장 비쌌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아이폰X도 고가 논란이 있었는데 살 사람은 군말 없이 샀다. 반면 올해는 공개된 날부터 가격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미국 IT 매체들은 아이폰Xs 리뷰 기사마다 단점으로 비싼 가격을 꼽는다. 논란이 이어지자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하루 1달러 수준”이라며 비싸지 않다고 항변했다. 아이폰 가격이 1000달러에 육박하지만 보통 통신사와 약정을 맺고 기기를 할부로 사기 때문에 하루 ...
입력:2018-10-01 04:10:01
[한반도포커스-양기호] 오키나와 선거와 일본 외교
요즘 일본에 가면 한국에 대한 대접이 냉랭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일본군위안부와 소녀상으로 인한 갈등만은 아니다. 한·일 간 동북아 국제정치에 대한 구조적인 인식차가 도사리고 있다. 가끔 일본인들과 보편적인 감동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동북아 평화번영의 흐름에 일본도 함께해 달라고 호소해도 별 반응이 없다.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모색하는 한국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데 인색하다. 일본은 미국과 유엔에 완전한 북한 비핵화까지 절대로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말라고 ...
입력:2018-10-01 04:05:01
[뉴스룸에서-권기석] 폴리페서의 멸종 조건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대 총장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을 관두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한국 정치에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행보가 폴리페서의 멸종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오 의원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과학인재 영입 차원이었다. 겸직 금지 원칙에 따라 서울대 교수 자리에서는 물러났다. 그는 지난 12일 바른미래당의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정책연구원 원장에 임명됐다. 9일 뒤인 2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의원은 왜 의원을 그만...
입력:2018-10-01 04:05:01
[한마당-배병우] 한은 총재 ‘진실의 순간’
요즘 정책당국자 중에서 가장 고심이 깊은 사람 중 하나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일 것이다. 지난 3월 2일 44년 만의 첫 연임 한은 총재로 지명됐을 때만 해도 이 총재는 고용과 경기가 이처럼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3.1%는 잠재성장률 상부에 해당하는 ‘양호한’ 성적표였다. 물가상승률 1.9%는 한은의 물가억제 목표인 2%에 근접했다. 이 총재는 이들 지표를 바탕으로 이미 금리 인상 궤도에 진입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따라 한은 기준금리도 곧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을 것이다. 금리 인상은 1500조원까지 불어난 한국...
입력:2018-09-29 04:05:02
[창-유성열] 고양이들의 도시
  유성열 산업부 기자 짙은 어둠이 골목 구석구석 깔리면 빛나는 구슬들이 희번덕거린다. 물컹거리는 듯 만질만질해 보이기도 하는 보석 같기도 한 그것들은 예전에는 도둑고양이로 불렸던 길고양이들의 눈이다. 최근 들어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대폭 늘어난 지역들이 있다. 오랜 시간 사람이 터를 잡고 살았지만 갑작스레 싹 비워진 곳. 재개발 구역이다. 그래도 낮 시간에는 사람과 차량이 돌아다니고, 건물을 부수고 짓는 공사 소음이 들린다. 때문에 이곳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건물마다 대문짝만한 X...
입력:2018-09-29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