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송세영] 저출산 극복과 공감적 경청



둘째는 갖지 않기로 했다는 젊은 부부가 주위에 또 하나 늘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운데 첫째를 키워보니 둘째를 갖기가 두렵다고 했다. 잘 키울 자신도 없단다. 정부에서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부부가 정말로 필요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둘째까지 키우면 평생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도 한몫했다고 한다. 부부 모두 육아휴직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데도 그랬다. 육아휴직이 곧 사직을 의미하는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오죽할까.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12년 전인 2006년 우리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2005년도 합계출산율이 1.08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인구절벽이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126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이었고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7명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건국 이래 처음 4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032년을 전후해 우리나라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설 게 확실시된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저출산 극복이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외쳐 왔다. 천문학적인 예산도 투입했다. 그래도 출산율이 더 낮아졌다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가 지난달 말부터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획보도에 들어간 것은 이런 문제의식에서였다. 취재팀은 보도에 앞서 각종 자료와 논문을 조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지만 피상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기존 인식의 범주를 벗어난 참신한 분석도 없었다. 답은 현장에서 나왔다.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하겠다고 내놓은 정책들이 대부분 공급자 위주였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부모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비율은 10.4%다. 정부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까지 이 비율을 40%까지 높이겠다고 요란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를 3∼4년씩 기다리고 있는 젊은 부모들은 절망했다. 육아 현장의 고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탄이 쏟아졌다.

이런 괴리는 왜 발생할까. 정부도 정책 마련에 앞서 각종 통계 수치와 조사 결과를 검토한다. 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통계와 조사 기법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생생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추상적인 지표만 남기 때문이다. 여론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해도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요식행위일 때가 많다. 각종 이해단체까지 끼어들면 정책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처럼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큰 문제에서는 무엇보다 공감적 경청이 필요하다. 상담심리학에선 이를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상대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공감적 경청을 위해선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정부 당국자부터 현장의 이야기를 공감적으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정부만으로 힘들다면 민간이 거들 수 있다. 교회공동체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목회자와 봉사자들은 늘 교회공동체와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많은 교회들이 이웃들을 위해 공동체 보육을 하거나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후학교를 운영한다. 국민일보는 한국교회와 함께 공감적 경청에 나서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출산 극복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실패에서는 교훈을 찾으며 민관 협력의 방안도 모색할 것이다. 교회에는 이웃사랑이 있고 공간과 재정과 봉사자도 있다. 저출산 극복에 최적화된 파트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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