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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이재용의 방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북은 삼성 총수로서는 처음이다. 삼성은 이렇다 할 대북사업을 한 적도 없고 할 의사도 없었다.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이상 대북 투자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제공 혐의로 1·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판은 재판이고 일은 일이다”라고 말했지만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서 드러났듯이 정부와 이 부회장의 밀착이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해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는 대통령 수행 경제사절단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에 맞지 않는 데다 일부 대기업 회장들은 이 원칙에 따라 방북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볼 때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있다. 이 부회장 방북에는 북한의 요구와 우리 정부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적폐청산과 공정성을 내세우는 정부가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이 부회장을 방북단에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 담판을 벌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북·미간의 의제였던 비핵화 문제가 남북 정상간에 심도있게 논의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경제 협력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방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중인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실행되기 시작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새로운 성장동력과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있는 듯하다.

이 부회장이 이왕 방북하는 김에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 투자에 대한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삼성이 북한을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삼성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인 60억 달러를 투자하면 5% 경제 성장이 가능한데, 삼성이 베트남에 투자한 액수만 170억 달러로 북한 GDP의 절반이 넘는다는 것이다. 삼성은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소규모로 TV 등을 생산했지만 핵실험 등으로 2010년 철수했다. 베트남을 경제개발 모델로 꼽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대북투자 청사진에 마음이 움직여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이번 방북은 대성공이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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