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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염성덕] 브룩스와 에이브럼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한파(知韓派)로 불린다. 전형적 군인 가문 출신인 브룩스 사령관은 주한미군 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애국가를 접했다. 부단히 연습한 결과일까. 지금은 한국어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유일한 사령관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의 우군 역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주둔 국가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요구하자 한국 편을 들었다. 지난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트럼프에게 한국이 기지 건립비의 90%를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 적지 않음을 알린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미국의 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정도면 친한파(親韓派)로 불러야 한다.

브룩스 사령관이 합동참모본부가 발행한 ‘합참’ 가을호에 “동주공제(同舟共濟) 정신으로 같이 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동주공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 담긴 군사 분야의 신뢰 구축 방안들은 미국의 지지와 동의, 유엔군사령부의 지원 조치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브룩스 사령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한·미동맹이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대해서 동주공제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다”고 화답했다.

그는 8일 이·취임식을 갖고 한국을 떠난다. 후임 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대장은 지난 9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서 “한·미 훈련 중단으로 군 준비태세 약화”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은 유엔사 관할 아래 있다”고 강조했다.

브룩스와 에이브럼스의 발언에는 차이가 있다. 대북 강경파 에이브럼스 신임 사령관 취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동주공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북핵 폐기와 남북 관계 진전 속도를 놓고 삐걱댈 수 있다. 동주공제가 오월동주(吳越同舟)가 되지 않도록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두 사자성어의 경우 한 배에는 탔지만 승선한 이들의 관계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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