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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태현] 이란의 ‘반쪽 스포츠’



최근 이란은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인구 8280여만명(세계 17위)의 이란은 지리적으로 중동에 속한다. 하지만 인근 국가들과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인종이 여느 중동 국가들과 달리 아리안계다. 또 대부분 중동 국가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이란은 페르시아어를 고집하고 있다. 건장한 신체를 타고난 이란인들은 최근 체계적인 훈련과 선진 기술을 적극 도입해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중요한 대회에서 번번이 이란에 발목을 잡히며 고전하고 있다.

이란에서 가장 인기인 종목은 축구다. 남자 축구 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6승2무(승점 20)로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4승1무3패(승점 13·2위)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최근 이란에 4연패 수모를 당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이란 남자 배구 대표팀은 최근 자국의 아르다빌에서 끝난 2018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 A조 풀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고 4전 전승으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A조 4위에 그쳐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이란 남자 배구는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박 감독이 대회 참석을 위해 이란에 가면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다.

이란 남자 태권도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란은 한국 다음으로 태권도를 하는 인구가 많은 나라이며, 최근 한국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란 남자 농구는 1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준결승에서 한국을 87대 8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란은 남자 핸드볼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여성 스포츠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모든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결혼한 여성이 선수로 계속 활약하려면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79년부터 여성들의 축구장 출입을 금하고 있다. 한때 여성들의 배구장 출입도 금지시켰다.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를 억압하는 이란이 남자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스포츠 강국 소리를 듣는 것이 합당할까.

글=김태현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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