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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영석] 욜로 정부



“욜로 맨(YOLO man).”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건강보험 개혁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홍보 영상 마지막에 외쳤던 말이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에서 첫 글자를 땄다. ‘당신은 한번뿐인 인생을 산다’는 의미다. 라틴어 ‘카르페 디엠(현재에 충실하라)’의 미국식 버전이다. 2011년 미국 힙합 가수 드레이크가 ‘더 모토’라는 노래에서 후렴구에 ‘욜로’를 반복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지난해 9월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등재되기도 했다.

욜로족은 불확실한 미래와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와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몇 년 동안 모아뒀던 목돈을 전셋집 구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세계여행에 아낌없이 쓴다. 취미생활에 한 달 월급 전부를 쏟아붓기도 한다. 최근 인기인 인형뽑기나 신조어 ‘탕진잼’도 욜로족의 한 생활패턴이다.

야3당은 문재인정부를 ‘욜로 정부’라고 비판한다. 5년짜리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5년간 3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공무원 증원 계획도 5년에 맞춰져 있다. 17만4000명을 증원하는 데 5년간 21조원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5년짜리 공무원은 없다. 진실은 30년간 231조3000억원임에도 말이다. 탈원전을 외치면서 5년 동안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했다. 5년, 10년, 20년 뒤의 대한민국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누구나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나가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선후를 가리지 않으면 5년 뒤 혼란은 불가피하다. 5년 임기가 끝난 뒤 미래 세대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의 인기에만 연연해 장밋빛 정책을 쏟아낸다면 차기 정부와 국민은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대통령은 임기 5년만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라 임기 후 국가 미래까지 걱정하는 자리여야 한다.

김영석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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