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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7·4 공동성명과 판문점회담
47년 전 오늘(1972년 7월 4일), 남북이 동시에 공동성명을 발표한 날이다. 중앙정보부 부장 이후락이 흑백TV에 나와 북한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고 왔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평양, 김일성…. 함부로 입 밖에 냈다간 잡혀갈 만한 표현들이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단지 막연한 두려움과 통일에 대한 기대가 섞인 놀라움만 있었다. 남북 간 최초 합의라는 역사적 평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7·4 공동성명은 남북 독재자의 권력 기반 강화에 이용됐다. 공동성명 이후 얼마 안 돼 남한은 유신 헌법을 공포했고, 북한은 주체사상을 ...
입력:2019-07-04 04:10:01
[내일을 열며-김영석] 저질 야구만의 문제 아니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시작됐다. 6개 구단이 80경기씩을 치렀다. 총 240경기 체제였다. 그해 관중은 143만8768명이었다. 경기당 5995명이었다. 이듬해 200만명 관중 시대가 열렸다. 1990년 300만명, 1993년 400만명을 훌쩍 넘어서더니 1995년에는 500만명 관중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으면서 프로야구 관중은 200만명대로 회귀했다. 500만명 시대가 다시 찾아온 때는 2008년부터다. 2011년 680만여명, 2012년 715만여명이 경기장으로 몰려왔다. 2016년 800만명 관중 시대가 열렸다. 2017년 840여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엔 807만여명이었다. 팀당 ...
입력:2019-07-04 04:05:01
[여의도포럼-이재열] 데이터 주권을 지켜라
빅데이터 이용하는 디지털경제 시대인데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산업화 가능성 막혀 있어 반면, 한국인 사용자 데이터 모으며 막대한 이윤 챙기는 미·중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한마디도 못해 지난 10여년간 방문한 도시는 72개, 지난 한 달 운전대를 잡았던 것은 총 41시간. 이는 구글이 알려준 내 이동 흔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관심 상품이 무엇인지, 누구를 언제 만났는지도 구글은 다 안다. 심지어 과거 사진을 모아 추억의 앨범까지 만들어 준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이유는 그동안 내가 안드로이드 OS가 깔린 스마트폰과 구글 앱...
입력:2019-07-04 04:05:01
[샛강에서-정진영] 정진영 목사 논란에서 얻은 것
고등학교 2학년 때 동명이인 때문에 자주 곤혹스러웠다. 담임교사가 타 학교 ‘정진영’을 자꾸 나와 비교해 거론하는 것이었다. “가(‘그’의 경상도 방언)는 전국 석차를 따지는데 니는 우째된기…”라며 놀렸다. 1970년대 후반에는 1년에 두 차례 전국 일제 모의고사를 치렀고 수십만명의 성적이 일람표처럼 공개됐다. 그 친구는 ‘전국구’ 수재였는데 나는 전교 석차에 울고웃는 수준이니 담임으로서는 답답했던 것 같다. 들리는 말로는 담임이 그 학생에게 영어 과외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법대를 나와 국내 ...
입력:2019-07-04 04:05:01
[데스크시각-권혜숙] 헌책방의 새로움
한눈에도 꽤 낡아 보이기는 했지만, 책은 1864년 영국 런던에서 출판된 것이었다.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종이를 보면 이 책은 레드크로스 스트리트 스쿨에 다니는 H 프라이라는 학생이 ‘품행이 방정하고 출결이 양호하다’며 존 리드 교장 선생님에게 상으로 받은 책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책이 150여년 후 2만㎞ 떨어진 한국이라는 나라의 독자 손에 들려지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이 책은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그러고 보면 이 책 자체가 로빈슨 크루소만큼의 모험을 한 것이 아닐까…. 헌책 한 권을 펴니 상상할 ...
입력:2019-07-04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아들에게 주는 레시피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들은 아직 휴대폰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전화할 일이 생기면 콜렉트 콜을 한다. 얼마 전의 일이다. 일이 있어 무음으로 해놓았던 전화를 확인해보니 콜렉트 콜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이나 와 있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황급히 전화를 받아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더니 “엄마, 저녁에 닭볶음탕을 먹을 수 있을까요”라며 아이가 진지하게 묻는다. “아니, 그것 때문에 전화를 계속한 거야”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점심때 학교 급식이 시원치 않았나 보...
입력:2019-07-03 04:10:01
[한마당-신종수] 강제징용 배상받으려면
일본에 의해 강제징용된 한국인은 100만명이 훨씬 넘는다. 피해자들은 주로 광산, 군수공장, 토건공사 등에 동원돼 혹사 당하고 상당수가 학살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1990년 강제징용 한국인 총수를 66만7648명으로 공식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배상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과 자주 대비되는 독일도 처음에는 그랬다. 1차 세계대전 후 배상 문제는 히틀러 등장과 2차 세계대전으로 묻혀버렸고, 2차 세계대전 배상 문제도 독일이 냉전이 끝날 때까지 냉담한 태도를 보여 흐지부지됐다. 70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
입력:2019-07-03 04:10:01
[너섬情談-장은수] ‘연애 시큰둥’ 사태
친구들끼리 만나면 자연스레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 자부도 있고 걱정도 있다. 오십 줄에 들어선 탓일까, 때때로 아이들 연애 또는 결혼 이야기로 호기심이 번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짝을 얻어 씩씩히 연애하는 아이들도 있고, 짝을 기대하고 애쓰는 아이들도 있지만,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연애 시큰둥’이다. 아이들이 통 연애에 관심이 없다. 연애에 관심 없으니 결혼은 멀고 멀다. 궁금해 지나는 길에 슬쩍 물으면, ‘남이야 연애하든 말든……!’ 소리 빽~~~. 이런 반응이 대세란다. 물론 다 큰 아이들 연애 감정까지 신경 쓸 까닭은 굳이, ...
입력:2019-07-03 04:05:01
[청사초롱-이종묵] 하루의 공과를 기록하시라
문예 군주를 꿈꾼 효명세자(孝明世子) 관련 전시회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효명세자는 순조의 아들로, 정식 왕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대리청정을 하여 국정을 책임졌고 훗날 익종(翼宗)에 추존되었으며 또 그의 시문이 역대 임금의 시문만을 모은 ‘열성어제(列聖御製)’에 편입되었다. 어진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형옥(刑獄)을 신중하게 하며 만백성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여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였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조선의 쇠망이 그의 죽음에서 가속된다고 보는 학자도 제법 있다. 옛글을 읽고 그에...
입력:2019-07-03 04:05:01
[길 위에서] 신자의 명예
지난달 30일 김영길 전 한동대 총장이 별세했다. 평생 과학자이자 교육자로, 무엇보다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았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때 그가 남긴 말을 최근 유가족에게 들었다. 김 전 총장은 지난달 20일 병문안을 왔던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 앞에서 큰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목사님, 저는 죽어도 삽니다. 죽음은 저에게 기쁨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기쁨입니다.” 서서히 의식을 잃으면서도 그는 또렷하게 부활 신앙을 고백했다. 과학도 시절 기독교에 입문한 이후 그는 평생 하나님만 의지했다. 3년 전 ...
입력:2019-07-03 00:30:01
[한마당-라동철] 검사들의 줄사표
취업시장에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가장 큰 이유로는 직업의 안정성을 들 수 있다. 중대한 과오가 없다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매력이다. 일반 공무원의 정년은 60세이지만 더 긴 직렬도 있다. 교사는 62세이고 검사는 63세(검찰총장은 65세)다. 정년 보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민간기업 종사자들에겐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검찰 역사를 통틀어 정년퇴임한 검사는 20명이 안 된다. 상명하복과 기수문화가 강한 조직 특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검사들은 사법연수원 동기나 후배에게 밀려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면 사표를 던지는 관행에 익숙해져 ...
입력:2019-07-02 04:10:02
[돋을새김-남도영] 유해 발굴 현장의 병사 100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세기의 이벤트를 벌인 판문점에서 동쪽으로 100여㎞를 가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가 나온다. 100명의 병사가 뙤약볕 아래 유해 발굴 작업 중인 곳이다.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 자리한 화살머리고지는 철원평야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술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고도 200여m에 불과한 작은 언덕을 차지하기 위해 6·25 당시 4번의 큰 전투가 벌어졌다. 중국·북한군 병사 3072명과 한국·미국·프랑스군 310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에서는 6·25 ...
입력:2019-07-02 04:05:01
[특별기고-박동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천덕꾸러기 신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가는 느낌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워 보인다. 국제법학자들의 비판도 들린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미지급된 임금이나 보상금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받은 ...
입력:2019-07-02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아이
며칠 전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독서 인구가 줄었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곳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나는 대여섯 권의 책을 구입해 손에 들고 방문객을 위해 비치해둔 빈 백 의자에 앉았다. 내 옆에는 한 여자아이가 백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이북리더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쳐다보다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이에게 이북이 종이책보다 좋으냐고 물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여자아이는 뜻밖에도 자신은 종이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책을 좋아하지만 집에 짐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
입력:2019-07-01 04:05:01
[뉴스룸에서-천지우] 지나간 세대의 마지막 결투
한·일 언론인 심포지엄 참석차 지난달 도쿄 출장을 다녀온 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일 갈등에 관한 인식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있을 것이냐, 이제는 좀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존의 내 생각이 흔들렸다. 우선 그곳에서 만난 일본 언론인과 학자, 관료들의 차갑고 단호한 표정과 언사가 서운하게 느껴졌다. 대부분 지한파인 그들은 입을 모아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너희가 잘못한 거야. 그것 때문에 정말 큰일 났어. 너희 정부가 빨리 해결해야 돼”라고 말했다. ‘한국을 잘 알...
입력:2019-07-01 04:05:01
[한마당-염성덕] 제2의 중동 특수
박정희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과 관련한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중동을 답사한 공무원들은 부정적인 보고서를 올렸다. ‘옥외 작업을 하기에 기온이 너무 높다. 공사에 필요한 물도 턱없이 부족하다. 온통 모래와 돌만 있어 공사하기가 어렵다.’ 체질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이 보여준 무사안일한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보고서를 보고 중동 진출의 꿈과 의지를 버린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 개발과 성장을 위해서는 중동의 오일머니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1세대...
입력:2019-07-01 04:05:01
[김명호 칼럼] 형식이 내용을 이끌기도 한다
리얼리티 쇼처럼 시작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 구체적 비핵화 성과 도출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이를 위해선 문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이 가장 중요 양 극단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게 관리하길 도널드 트럼프는 역시 리얼리티 쇼의 황제다. 그는 30일 한반도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리얼리티 쇼를 성공시켰다. 미국 대통령이기에 가능했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쇼였다. 전 세계의 이목을 단숨에 잡았다. 지구에서 유일한 분단 현장, 어디에도 없는 화력 밀집 지역, 핵으로 미국과 담판하는 은둔 국가의 지도자, 미·중의 안보 이익이 가장 날카롭게 부딪...
입력:2019-07-01 04:05:01
[한마당-이흥우] 중국의 ‘부채외교’
아프리카 여행 중 동양인을 만난다면 십중팔구 중국인일 가능성이 크다. 유커(游客)도 적지 않지만 현지에 체류하는 중국인이 많아서다. 현재 아프리카에 체류 중인 중국인은 약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현지에 설립한 기업이 1만개가 넘고, 곳곳에 차이나타운이 들어섰거나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중국이 2005년 이후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자한 금액은 2970억 달러(약 343조5400억원)에 이른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아프리카에 깔린 대부분의 도로와 철도를 중국이 건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이 지어...
입력:2019-06-29 04:10:01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후회
한때 소설 쓰는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소수였고 책을 좋아하다 보니 쓰고 싶어진 일반인이 대부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각자 쓴 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선배가 반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어주는 방식이었다. 겨우 새내기 딱지를 떼었을 때 선배에게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았다. 나더러 새내기반 반장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자신이 없었지만 거절했을 때 실망할 선배를 떠올리니 도저히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입 회원과 만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암담하기만 했다. 뜨거운 음식을 손에 쥐고 삼키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꼴이었다. 전전긍긍...
입력:2019-06-28 04:10:01
[한마당-김용백] 쓰레기 산, 쓰레기 밭
세계적으로 오명을 떨친 경북 의성군 ‘쓰레기 산’이 해체되고 있다. 높이 10m의 말굽형 모양으로 쌓인 쓰레기 17만3000여t이 지난 21일부터 재처리되는 중이다. 비용은 정확하진 않지만 어림잡아 쓰레기 선별과 소각에 150억원, 부대시설과 환경보존까지 감안하면 300억원은 거뜬히 넘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장마가 시작됐으니 당장 집수탱크와 완충 저류시설, 쓰레기토사 매립시설이 필요한 터다. 환경부 조사로는 전국의 크고 작은 쓰레기 산은 235곳이고 양으로는 120만t이다. 처리 비용은 전량 소각할 경우 최소 3600억원으로 추산됐다. 환경부가 연내 처리...
입력:2019-06-28 04:10:01
[혜윰노트-홍인혜] ‘아꼬와, 아꼬와’
얼마 전 조카가 태어났다. 남동생 부부가 딸아이를 낳은 것이다. 부모님은 손녀를 얻은 기쁨을 만끽했고, 나는 고모가 된 영광을 누렸다. 동생 내외는 작년 가을,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며 나에게 태명을 부탁한 바 있었다. 소중한 첫아이의 이름은 시인이자 카피라이터인 고모가 붙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시적인 사명감과 직업적인 책무감에 오래 고민했다. 그 어떤 시를 쓸 때보다, 그 어떤 브랜드의 네이밍을 할 때보다 골몰한 끝에 제주도를 좋아하는 동생 부부를 떠올리며 ‘오름이’라는 태명을 전달했다. 제주의 오름들, 그 푸르고 든든한 품을 떠올...
입력:2019-06-28 04:05:01
[내일을 열며-서윤경] 기생충 그리고 오감
“비 내리는 아침에 문장을 쓰면, 무슨 영문에선지 그것은 비 내리는 아침 같은 문장이 되고 만다. 나중에 아무리 손질을 해도 그 문장에서 비 내음을 지울 수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스의 미코노스를 떠난 직후 한 문예지에 쓴 글이다. 자신의 글엔 집필할 당시의 날씨와 환경이 묻어난다며 미코노스에서 쓴 소설에는 비 냄새가 난다고 했다. 하루키가 비오는 날 쓴 자신의 글에서 비 냄새를 맡았다면 기자는 비에서 회색을 본다. 그렇게 사람은 저마다 후각, 청각, 미각, 시각과 촉각 등 오감 중 예민한 감각을 상황에 투영한다. 아마도 영화 기생충...
입력:2019-06-27 04:05:02
[한마당-배병우] ‘그림자 전쟁’
2001년 9·11 테러는 미국의 전쟁 개념과 안보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사건과 이후 소탕전은 전쟁이란 국가와 국가 간 벌어지는 유혈을 동반한 싸움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들었다. 이후 미국은 알카에다,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 비정규 무장조직이나 테러집단과의 전쟁에 국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달은 전쟁의 개념에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출간된 ‘전쟁의 새로운 규칙: 지속되는 무질서 시대의 승리(The New Rules of War: Victory in the Age of Durable Disorder)’는 새로운 전쟁을 다룬 대표적 저서다. 저자...
입력:2019-06-27 04:05:02
[기고-윤지현] 대북 식량지원이 반갑지 않은 당신께
“와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에티오피아 영양학자) “이번 일로 남과 북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유엔세계식량계획 지역활동가) 정부가 북한 영유아와 산모들의 영양개선에 쓸 자금을 국제기구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마침, 기아 문제를 논의하는 스톡홀름의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지요. 여러 참석자들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러한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하더군요. 혹시 북한의 식량부족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계신지요? 북한 당국이, 유엔 조사단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식량 부...
입력:2019-06-27 04:05:02
[샛강에서-김의구] 따릉이를 예찬함
요즘 서울 곳곳에서는 연두색 자전거 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퇴근길 직장인뿐 아니다. 미세먼지가 걷힌 햇볕 좋은 날이면 서울시 공공임대 자전거 ‘따릉이’를 모는 시민들이 어디서나 눈에 띈다. 이들의 얼굴은 생기로 환하고 페달을 딛는 다리에는 힘이 넘친다. 자전거로 건강을 되찾은 기쁜 경험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의 건강 효과에 무슨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만도 아닐 터이다. 그저 이 원초적 이동수단에 올라앉는 순간 저절로 행복감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기초적인 건강과 생활의 ...
입력:2019-06-27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