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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경우의 수
“실력이 같은 두 도박 참가자가 게임을 하다가 그 게임이 갑자기 중단됐을 때 돈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나요?” 도박사인 슈발리에 드 메레는 1654년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유명한 블레즈 파스칼에게 이렇게 물었다. 도박 현장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판돈 분배에 대한 질의였다. 파스칼은 당대 최고의 수학자인 피에르 페르마와 이 문제를 놓고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판돈 분배는 남아 있는 게임 수와 이기는 데 필요한 게임 수에 의해 결정된다.’ 확률론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도박 판돈 계산이 확률의 시초가 된 것이...
입력:2018-06-26 04:05:01
[김진홍 칼럼] 북한 외교, 얕보면 안 된다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어 ‘저팔계식 외교’ 능숙하고 외교관들 전문성 뛰어나 6·12 싱가포르 담판에서 트럼프 상대로 남는 장사 한 것은 강한 협상력 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행태로 요즘 국제정세는 바람 잘 날 없다. 그는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비핵화 흐름을 제대로 주도하고 있는 건지 왠지 불안하다. 국익을 앞세워 중국과의 무역 및 군사 갈등을 부추기는가 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 전통적 우방들과의 관계 악화를 마다하지 않는다. 등을 돌렸던 국가들에는 화해 제스처를 보낸...
입력:2018-06-25 04:10:01
[창-이경원] 김영권이 서 있는 곳
축구부 전지훈련 일정이 다가오면 전주공고의 중앙수비수 김영권은 말수가 줄었다. 김영권의 아버지는 김영권이 중학교 3학년일 때 보증을 잘못 섰다. 강원길 전주공고 감독이 김영권의 회비를 몰래 대신 냈다. 전지훈련 명단을 본 김영권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영권은 최종 수비 진영에 섰다. 등 뒤에는 골키퍼뿐, 무너지면 실점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한 세상이 무서웠을까, 거칠게 달려드는 공격수가 무서웠을까. 나는 어느 쪽도 잘 모르겠다. 다만 김영권이 축구장 안팎에서 모두 훌륭히 이겨냈다는 건 알겠다. 강 감독은 &ldquo...
입력:2018-06-23 04:05:01
[삶의 향기-이지현] 현실과 꿈이 다를 때
요즘 5060세대를 ‘리본(re-born) 세대’로 부른다. 잊고 산 ‘나’를 찾아 다시 태어나는 세대라는 의미이다. 위로는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취업난 속 자녀들을 챙기느라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 세대’로 여겨졌던 50, 60대들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5060세대 1070명에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물었다. 가족을 먼저 챙기던 부모 세대와 달리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나 자신’을 꼽았다.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가 뒤를 이었다. 5060세대의 삶의 중심이 가족보다...
입력:2018-06-23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아빠와 함께 떠날 여행
SNS 친구들 중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행 중이어서, 나는 거의 매일 그들이 올리는 이국의 풍경과 생소한 음식 사진들을 본다. 이제 더는 해외여행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세상이 된 것 같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 동시에 소설도 써야 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는 말은, 이제 와 생각하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유가 없는 형편인데도 시간과 돈을 투자해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것은 형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난 후였다. ...
입력:2018-06-22 04:05:01
[한마당-신종수] 트럼프가 부러워하는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부러워하는 발언을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강력한 지도자”라며 “그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말을 하면 사람들은 일어나 차려 자세로 주의를 기울인다”며 “우리 사람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미국 언론은 독재자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대통령이 가난한 북한의 통치자를 부러워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사실 세계 어느...
입력:2018-06-22 04:05:01
[한마당-이흥우] 숲이 열린 날
숲이 열렸다. 지난 1년간 인간의 발길을 허락지 않은 금단의 숲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1468년 이곳을 자신의 능이 들어설 능림(陵林)으로 정하면서 조성된 광릉숲이다. 광릉숲은 평소에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다 일년에 딱 한 차례 이틀 동안 일반에게 공개된다. 예약하면 관람 가능한 광릉수목원과는 같은 듯 다른 곳이다. 올해로 13번째를 맞은 광릉숲축제가 지난 16∼17일 열렸다. 숲길은 일년에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삽시간에 가득 찼다. 숲은 파란 하늘을 가린 거목들로 울울창창했고, 탐방객들은 “공기부터 다...
입력:2018-06-21 04:05:01
[청사초롱-손수호] 인터뷰의 풍경
새로운 뉴스는 대체로 자료, 현장, 인터뷰에서 나온다. 이 중 인터뷰는 취재의 꽃이다. 개별인터뷰, 그룹인터뷰에 따라 성격이 다르긴 해도 인물에서 뉴스를 끄집어내는 과정은 같다. 특종의 80%가 인터뷰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 대화체 기사의 힘을 감안하면 인터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인터뷰의 어원인 앙트르뷔(entrevue)는 프랑스 고어 서로(entre)와 보다(voir)의 합성어라고 한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나는 가끔 인터뷰론을 강의할 때 3가지를 강조한다. 왜 만나나, 내가 누구인가, 그가 누구...
입력:2018-06-20 04:10: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월드컵 소외감
모든 종류의 소외감이 그렇듯 분명 잘 찾아보면 나와 똑같이 느끼는 사람이 어디엔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내 생각을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참 어려운 것이 소외감의 본질이다. 축제에 찬물 끼얹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소외감을 느꼈다. 2002년에는 우리 과만 시험이 늦게 끝나 시험공부를 하며 신나는 함성 소리를 들었다. 예상을 넘어 우리나라가 4강까지 올라간 덕분에 시험이 끝나고도 우리나라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 거리응원을 나갔다가 거리응원 행렬 속으로 행진하는 8명쯤 올라탄 경차에 발이 깔리면서 공황을 경험했...
입력:2018-06-20 04:05:01
[경제시평-이상근] 현대차에 엠블럼이 사라졌다
연구년을 맞아 일본을 다녀왔다. 미국 유학에 앞서 일본에 몇 년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일본이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연구의 대상이다. 일본차가 국내에서 활개치는 것과 달리 국산차의 일본 내 활약상은 미미하다. 승용차는 찾아보기 어렵고 버스의 경우 아주 드물게 눈에 띈다. 최근 규슈 지역을 여행하면서 탔던 전세버스는 반갑게도 현대차였지만, 어쩐 일인지 버스 전면에서 현대를 상징하고 있어야 할 엠블럼은 페인트칠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교토에서 마주친 중국 자동차인 BYD의 엠블럼은 현대차와 달리 버스 전면에서 ...
입력:2018-06-20 04:05:01
[한마당-천지우] 엔테베 작전
국제적 안보 위기, 협상이냐 군사 옵션이냐, 지도자의 고뇌와 결단, 독재자의 선택, 멀고 먼 평화…. 정신없이 휘몰아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42년 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벌어진 ‘엔테베 작전’ 이야기다. 한반도 정세와 엔테베 사건은 전혀 무관하지만 이처럼 키워드를 뽑아보면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먼 나라의 오래전 일이 우리에게 뜻밖의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엔테베 작전’은 기막힌 실화를 영상으로 재현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1976년 6월 27일부터 7일간 벌어진 사건이다. 이...
입력:2018-06-18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전 세계 사람들은 한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보았다. 국제미디어센터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들과 내레이션에 감각이 집중되었다. 5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압축하고 역사적 질문을 던지는 영상이었다. 불연속적인 이미지를 속도감 있게 연결·충돌시키고 있었다. 백악관에서 만든 영상으로 사전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주고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기자회견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미지와 내레이션이 머리와 가슴에 스며드는 사이,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와 이후...
입력:2018-06-18 04:05:01
[한반도포커스-김재천] 트럼프, 기만의 기술
필자는 북·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광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연구실 책장 앞 칸을 차지하고 있던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두 번을 정독한 거래의 기술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일화를 소개하며 제시한 협상 성공의 11가지 원칙은 공감을 자아냈고,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art)의 경지에서 협상을 즐긴다고 설파한 부분에서는 거상(巨商)의 풍모가 느껴지기도 했다.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협상의 달인임을 자처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최고의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입력:2018-06-18 04:05:01
[조용래 칼럼] ‘대동강의 기적’을 상상해 보라
북·미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오랜 불신에서 벗어나 신뢰구축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에만 의존해온 한계 인식한 듯… 그건 어쩌면 CVID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 고 백화종 전 국민일보 주필은 생전에 평론집 ‘상주보다 서러운 곡쟁이의 사설’(2002)을 썼다. 백 전 주필의 평소 지론을 담은 제목이 퍽 인상적이다. 상주보다 더 서럽게 우는 곡쟁이가 바로 자신이고 기자의 임무 또한 그렇다는 얘기다. 요즘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내외 매체들의 평가를 보면서 백 주필의 곡쟁이가 떠올랐다. ...
입력:2018-06-18 04:05:01
[삶의 향기-전정희] 이야기가 필요해
제주 추자도 신양리 신양교회에서 동북쪽으로 2㎞ 지점에 ‘황경한의 묘’가 있다. 묘 앞쪽 갯바위에는 철제 십자가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묘비에는 ‘순교자 황사영, 신앙의 증인 정난주의 아들 황경한의 묘’라고 되어 있다. ‘황사영백서사건’의 황사영 부부의 아들 묘다. 황사영은 1801년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가 극에 달하자 선교사 파송 국가인 프랑스에 함대를 파견해 조선 정부에 압력을 가해 달라는 서한이 발각되어 대역부도 죄인으로 처형됐다. 그때 황사영은 서울 서소문 밖에서 참수되고 정난주와 두 살배기 ...
입력:2018-06-16 04:10:01
[한마당-배병우] 서울 서초구청장의 생환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붉은색(자유한국당 상징색) 깃발이 휘날린 곳이 서초구다. 주인공은 자유한국당 소속 조은희(57) 현 구청장. 나머지 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휩쓸었다. 이를 두고 진짜 강남은 강남구가 아니라 서초구라거나 서초구가 서울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 지역이 아파트 재건축 수요가 많은 곳이라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막겠다는 조 구청장의 공약이 먹혔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구민이나 구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구청장의 첫 번째 승인(...
입력:2018-06-15 05:10: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반공 트라우마에 대하여
열한 살 때까지 산골마을에서 자랐다. 극장이 있는 읍내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은 족히 가야 하는 곳이었다. 아버지들은 대부분 탄을 캐는 광부였고 엄마들은 밭농사를 짓거나 양잠을 했다. 아이들은 온종일 저희들끼리 놀다가 아무 집에나 몰려가 밥을 먹었다. 그곳의 작은 초등학교에선 일 년에 두어 번 교실 벽에 흰 천을 걸고 영화를 보여줬다. 야생소년 똘이가 붉은 돼지 수령을 무찌르는 내용의 ‘똘이장군’ 시리즈나, 이승복 어린이의 일화를 다룬 기록영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것들이었다. 아마도 반공교육의 일환이었을 텐데, 나는 매번 ...
입력:2018-06-15 05:05:04
[한마당-라동철] 세기의 정상회담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정상회담들이 있다. 세기(100년)를 대표할 정도의 중요한 회담이라는 의미에서 세기의 담판으로도 불리는 역사적인 만남들이다. 1972년 중국에서 열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국가주석·저우언라이 총리와의 첫 미·중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이 회담 이후 중국은 서방세계를 향해 쳤던 ‘죽의 장막’을 열었고 79년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89년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개최된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과의 미·소 정상회담은 냉전의 종식을 선언한 회담이다. ...
입력:2018-06-14 05:05:04
[시사풍향계-최영진] 북·미 정상회담의 허와 실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우려가 얽혔던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외견상 두 정상은 각자 원하는 것을 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가 핵무력 완성’ 이후 대결보다는 협력으로 생존 전략을 전환하고자 했는데 이 길을 열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복잡한 국내 문제를 덮을 국제적 성공을 이루고자 했는데, 결국 ‘적절한 타협’을 했다. 두 지도자가 역사적으로 처음 만나는 장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을 한쪽으로 치우자. 그러면 정상회담의 허와 실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입력:2018-06-14 05:05:05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예측과 기대
우리가 ‘예측한다’고 말하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예측보다는 소망에 가깝다. 도서관에서 온갖 먼지나는 책을 뒤져야 했던 예전과 달리 인터넷의 방대한 데이터 중에 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찾는 것은 더 쉬워졌다. 이를 통해 실은 주장하거나 바라면서도 마치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게 되었다. 자가 주택 보유자들이 부동산 상승론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에서 논문을 쓰던 때, 내 실험 결과와 일치하고 내 주장을 잘 뒷받침하는 논문을 찾기 쉬웠다. 한편 내 결과와 반대인 논문 역시 찾기 어렵지 않았다. ...
입력:2018-06-13 05:10:02
[신종수 칼럼] 북, 생존을 넘어 생활하라
대륙간탄도미사일 있는데 싱가포르까지 날아갈 비행기 없는 모순 타개해야 안전 위해 체면 포기하고 빌려타는 실용 택했듯 핵 포기하고 번영의 길로 가길 기자가 된 뒤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이 크고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뜨는지 신기했다. 몸무게가 제법 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한숨도 자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갈 때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탔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는 1970년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r...
입력:2018-06-13 05:10:02
[한마당-전정희] 정신 건강, 마음의 늪
지난달 수도권 한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지적장애 아동 수십 명이 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버려진 경우도 있었고, 부모로부터 위탁된 아동도 있었다. 지적장애는 제대로 케어가 안 될 경우 정신장애를 동반하기 쉽고 우울증과 조현병 등의 복합 증세를 보이게 된다. “정작 장애 아동 부모는 전문 시설과 인력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한데 사회의 시선은 ‘수용’에 급급했던 1950∼80년대에 부정적 인식에 머물러 있어요. 최근 정치적 변화와 함께 인권 문제가 강조되면서 시설 축소가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데 현장을 모르는 얘기입니다. ...
입력:2018-06-13 05:05:03
[박형준 칼럼] 공감 결핍 증후군과 보수의 위기
공감을 일으키는 능력은 선거와 여론에 의존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리더십의 성공을 가르는 핵심 요소 한국당, 경청할 줄 알고 울림이 있는 말 구사하는 공감형 리더십 보여줘야 위기 극복할 수 있어 6·13 지방선거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 승부가 기울었다는 세평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고, 선거 열기를 북한 이슈들이 온통 덮어버렸다. 북·미 정상회담이 하필 선거 전날 열리니 야권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속할 만하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선거는 재미도 없지만 건강한 민주주의도 위협한다. 견제와 균형의 ...
입력:2018-05-15 05:10:02
[돋을새김-한승주] 완전히 새로운 시작, 그 첫걸음
최근 만난 현대그룹 임원은 요즘 펼쳐지는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정말 잘될까요?” 잃어버린 10년을 고스란히 견뎌온 그는 남북 화해무드가 가장 반가운 사람이면서 동시에 가장 경계심을 갖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년 동안 남북경협 사업의 시작과 끝을 겪으며 기대 흥분 실망 좌절을 온전히 경험해서다. 1998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 1001마리를 몰고 북한 땅을 밟은 후 대북사업은 현대그룹의 정체성이 됐다. 그해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개성관광 등 대북사업에 의욕적으...
입력:2018-06-12 05:05:02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세계의 일기
내가 쓴 최초의 문장은 무엇일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문장을 찾기 위한 시간의 여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시간은 무수한 언어들로 가득 찬 세계다. 매 순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라는 필터를 통과해 언어로 재조립된다.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고 있는데 기록 방식은 다양하다. 때로는 감정의 토로로, 객관적 서술로, 장소들과 음식들의 나열로, 추상적인 그림으로 바뀌거나 뒤섞여 있다. 날짜만 쓰여 있는 텅 빈 지면도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생략돼 있지만 그 어느 날보다 중요한 날이었다는 ...
입력:2018-06-11 0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