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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천지우] 엔테베 작전



국제적 안보 위기, 협상이냐 군사 옵션이냐, 지도자의 고뇌와 결단, 독재자의 선택, 멀고 먼 평화…. 정신없이 휘몰아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42년 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벌어진 ‘엔테베 작전’ 이야기다. 한반도 정세와 엔테베 사건은 전혀 무관하지만 이처럼 키워드를 뽑아보면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먼 나라의 오래전 일이 우리에게 뜻밖의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엔테베 작전’은 기막힌 실화를 영상으로 재현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1976년 6월 27일부터 7일간 벌어진 사건이다. 이스라엘에서 그리스 아테네를 경유,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공중납치를 당한다. 혁명가를 자처하는 독일인 남녀와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조직원들의 소행이었다. 비행기는 리비아 벵가지를 거쳐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도착했다. 승객 200여명을 공항 건물에 가둔 테러범은 수감 중인 동료 조직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은 테러범(PFLP) 편에 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석방 협상과 군사적 구출작전을 동시에 추진했다.

프랑스와의 관계에 부담을 느낀 테러범이 인질을 절반 이상 풀어줘 승무원과 유대인 승객 100여명만 인질로 남았다. 유대인에 대한 공격임이 뚜렷해지자 이스라엘 정부는 구출작전을 감행했다. 최정예 대테러부대 ‘사이렛 매트칼’ 요원 200명이 수송기를 타고 한밤중에 엔테베 공항을 급습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인질 4명이 숨졌으나 105명은 무사히 구출됐다. 테러범과 우간다군 수십명이 사살됐고, 사이렛 매트칼 요원은 지휘관 요나탄 네타냐후 중령 단 1명만 숨졌다. 당시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과 국방장관 시몬 페레스는 20세기 최대 구출작전을 담대하게 밀어붙였다. 두 사람은 17년 뒤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함께 이·팔 평화협정(오슬로협정)을 성사시킨 공로로 9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라빈 총리는 이듬해 극우주의자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결국 이·팔 평화는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엔테베 작전의 영웅 네타냐후 중령의 동생 베냐민은 형의 후광으로 정계 입문, 총리까지 올랐다. 지금도 총리인 그는 팔레스타인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양민 학살자로 악명 높던 아민은 엔테베 사건 때 어리석은 선택으로 이스라엘에 크게 당한 뒤 2년 만에 권좌에서 축출됐다.

천지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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