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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산다] 제주에선 다 된다
제주공항에는 비행기에서 방금 내린 관광객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일상에서 벗어났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있고 기대했던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방금 하늘에서 푸른 바다와 한라산을 보았던 터다. 즐거운 표정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흥겨워진다. 이들이 제주시내에 나타나면 거리 패션이 화려해진다. 여자들은 잠자리 날개 같은 옷감을 끈으로 어깨에 걸친 원피스를 입거나 반드시 어깨가 나오는 티셔츠, 짧은 반바지를 입는다. 시원하기 위해 얇게 입는 건지 노출 경쟁을 위해 짧게 입는 건지 딱히 경계는 없지만 상스럽지 않고 싱그럽다. ...
입력:2018-08-11 04:05:01
[논설실에서] 폭염 온정
이것을 온정(溫情)이라 하자니 왠지 망설여진다. 충남 부여의 아파트 무인택배함 앞에 지난주 아이스박스가 놓였다. 꽁꽁 얼린 얼음물과 요구르트, 비타민 음료가 들어 있었다. 메모와 함께였다. ‘택배기사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더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폭염에 고생하는 배달원을 위해 어느 주민이 놓아둔 것이다. 땀에 젖은 누군가가 목을 축이며 맛본 것은 이웃의 정(情)일 테다. 이런 마음씨를 흔히 온정이라 불러온 건 한국의 겨울이 다른 계절보다 혹독하기 때문이었다. 추위가 닥쳐오면 힘겨운 이들이 많아졌고 그들에게 베푸...
입력:2018-08-11 04:05:01
[한마당-김용백] 엔딩에 대해
요즘 폭염만큼이나 매미의 울음도 맹렬하다. 바람이 서늘해지면 매미들은 자취를 감추기 마련. 수년간 애벌레로 살던 나무뿌리의 흙에서 나와 한 달 정도 성체로 지내다 다시 나무 밑 흙으로 스러진다. 사람도 행복한 최후를 맞고 흙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행복한 최후에 대한 열망은 다양한 관습과 현상을 만든다. 오래전부터 화장이 보편화된 일본에선 엔딩(Ending) 문화와 산업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엔딩 박람회가 열릴 정도다. 비영리법인 엔딩센터는 사후 동일한 벚나무 수목장을 예약한 ‘하카모토(墓友)’ 독거노인들의 교제 공간으로 단...
입력:2018-08-11 04: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슬픔을 드러내는 방식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시스토스토미 시술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내 맞은편 침상엔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입원해 있었다. 여자는 종일 울고 소리 지르며 제 엄마와 싸웠다. 그녀는 끊임없이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가능하면 정자세로 누워 있어야 한다는 의료진의 처방은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틈만 나면 제 엄마의 눈을 피해 병실 밖으로 도망쳤다. 맨발로 병동 복도나 다른 병실을 기웃거리다 넘어져 있는 걸 간호사들이 수습해 데려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엄마는 무시무시한 욕설을 퍼부으며 여자를 나무랐다. 여자도 지지 ...
입력:2018-08-10 04:10:01
[여의춘추-배병우] 미국 민주주의의 죽음
2016년 11월 9일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전 세계인에게 충격이었다. 많은 미국인도 경악했다. 그래도 그들은 위안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견제와 균형의 전범인 미국 헌법이 트럼프의 파괴 본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정부 출범 19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믿음은 부질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독재자의 출현을 경계한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통령의 힘을 빼는 이중 삼중의 견제장치를 의회 손에 쥐어줬다. 하지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전통적 헌정질서를 깡그리 무시하는 트럼프를 견제하기는커녕 같...
입력:2018-08-10 04:05:01
[한마당-태원준] 비자림로
넉 달 전 화장품업체가 월급 860만원짜리 ‘알바’를 모집했다. 제주도에서 두 달간 산림보호 활동을 하며 숲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20대 청년 한 명을 선발해 숲 파수꾼이란 직함과 함께 비자림으로 보냈다. 제주 고유목인 비자나무 녹나무 황칠나무에서 추출되는 원료가 이 회사 화장품에 사용된다. 청년은 숲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울창한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으며 1720만원을 벌었다. 업체는 숲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이 돈을 썼다고 한다. 비자림은 세계 최대의 단일 수종 숲이다. 500년 넘은 비자나무 2800그루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
입력:2018-08-10 04:05:01
[내일을 열며-남호철] 폭염, 피서 그리고…
서울에 18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는 등 전국적인 폭염으로 한반도가 ‘불반도’가 됐다. ‘111년 만의 기록적’ ‘사상 최악’ ‘유례없는’ ‘역대급’ 등의 수식어만 봐도 무더위가 얼마나 맹위를 떨치고 있는지 실감 난다. 여름철 피서는 필수가 됐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정자에 모여 시를 읊거나 책을 읽으며 더위를 잊었다. 20세기 들어서는 1913년 일본인들이 부산에 송도해수욕장을 개설하면서 해수욕이 새 피서법으로 등장했다. 이후 유명 피서지나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고, 대규모 물놀이 공원을 찾는 ...
입력:2018-08-09 04:05:01
[시사풍향계-문은숙] 국제규범 위반한 BMW 용서하지 말자
‘One-shot shopping product’ 미국에서 자동차가 이렇게 불린 적이 있다. ‘쇼핑하고 나면 끝’이라는 뜻인데, 차를 일단 사고 난 후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운 현실을 비꼬며 나온 말이었다. 소비자보호법이 불완전했던 시절 미국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이런 제품이었다. 1975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명 레몬법이 만들어지고, 이후 여러 주에서 시행되며 이 말은 점차 사라져갔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에겐 여전히 유효하다. 레몬법은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때 소비자가 교환, 환불, 보상 등을 쉽게 받도록 하려고 만...
입력:2018-08-09 04:05:01
[한마당-라동철] 열섬현상
대도시 중심부는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열섬현상이라고 한다. 도심을 중심으로 동심원의 기온 분포를 보이는 등온선(等溫線)의 형태가 섬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건 각종 인공열과 건축물, 대기오염 등으로 도심의 대기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 등은 낮 동안 태양열을 흠뻑 빨아들여 머금고 있다가 밤이 되면 서서히 방출한다. 그렇게 배출된 열은 대기를 달구고 지표열이 배출되는 걸 방해한다. 고층건물은 바람의 흐름을 막고, 자동차와 에어컨 실외기 등에...
입력:2018-08-09 04:05:01
[경제시평-조준모] 군산, 말뫼에서 배워라
지난달 말뫼를 방문했다. 자갈과 모래라는 뜻의 말뫼는 스웨덴 남서쪽 끝, 덴마크 코펜하겐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는 제3의 도시다. 그곳에는 세계 최고 조선소였던 코컴스(Kockums)가 군림하고 있었다. 필수장비인 높이 328m의 골리앗 타워는 1972년 건립됐었다. 1980년대부터 스웨덴 등 조선 강국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돼 1986년에 도산한 이후 16년간 방치돼온 골리앗 타워는 말뫼시 입장에서 흉물이 된다. 이에 수백억원의 해체 비용을 현대중공업이 지불하고, 2002년 1달러에 우리나라로 이전하게 된다. 그 자리에는 터닝 토르소라는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섰다. 이때...
입력:2018-08-08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도박의 승자
여러 연구에서는 도박 중독을 2∼4개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각각 이름도 다르고 분류방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 것 같다. 하나는 우리가 상상하는 도박 중독자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승부사 유형이다. 대체로 10대나 20대 초반과 같은 젊은 시절부터 도박을 시작했으며, 충동적이고 도박에서 오는 승리 자체에 굉장히 쾌감을 느낀다. 도박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갈망이 심한 데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충동조절의 문제가 자주 동반되며 대부분 남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른 유형도 있다. 현실에서의 불안이나 우울을 피하기 위...
입력:2018-08-08 04:10:01
[이흥우 칼럼] 진보라고 하기엔, 보수라고 하기엔
좌우 두 날개가 꼭 민주당과 한국당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민주당 vs 정의당’ ‘민주당 vs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vs 정의당’ 이런 구도가 될 수도 있다 리영희 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펴낸 때는 1994년이다. 진보든, 보수든 권력이 진실을 은폐·왜곡·날조하려는 것에 대항해 진실을 찾아내 그것을 세상에 내놓을 목적으로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24년 후 이 책이 다시 한 번 회자됐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부활을 읍소하면서 책 내용...
입력:2018-08-08 04:10:01
[한마당-전정희] 여성 시위와 ‘진보되지 않는 덕’
“무식한 여자라야 덕(德)이 있다.” 중국 성인들이 했다는 이 말은 조선에도 반영됐다. 중국 국민당 정부의 천재적 외교관으로 불리던 천유런 어머니도 변호사 출신의 잘난 아들이 사생아 출신 고학력 여성과 결혼하려 들자 이 말을 들이댔다. 덧붙이길 “온종일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온갖 소리 해대며 종알거리면 너만 불행해진다”고 했다. 김명호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중국현대사 글에 나오는 일화다. 소중화를 자처했던 조선이었으니 당연히 여자는 무식이 덕이었다. 조선 중기, 전체 인구의 10% 미만이 양반이었고 나머지는 신분이랄 것도 ...
입력:2018-08-08 04:05:01
[청사초롱-조윤석] 무더위 식혀줄 파초선, 쿨루프
어젯밤에는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이번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 앞으로 더 더워진다는데 큰일이다. 건축학교 도시계획 시간에 차로를 줄이고 녹지를 확보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넓히고 녹지와 수공간을 확보해 개방형 도시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바람길이 생겨 열섬현상은 줄고 대기질도 개선된다고 배웠다. 현장에서 일해 보니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이야기이고 지대가 높은 도시에서는 시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간판 가린다고 가로수도 뽑아달라는 판이라 문제는 예산이다. 십년후연구소가 어쩌다 2014년 후암동 지인의 집을 시공한 후로 ...
입력:2018-08-08 04:05:01
[길 위에서] 머그잔과 질그릇
지난 주일인 5일, 예배를 마치고 근처 커피숍을 찾았다. 더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런데 이전과는 풍경이 달랐다. 테이블마다 흰색 컵이 놓여 있었다. 연인과 친구, 가족들은 흰색 머그잔을 사이에 두고 대화 꽃을 피웠다. 나무 소재 테이블은 머그잔과 잘 어울렸다. 이 커피숍은 그전까지 여느 카페처럼 뜨거운 음료는 종이컵에, 찬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던 곳이었다. 카페 내 일회용 컵 단속 이후 달라진 모습을 실감했다. 개인적으로 지난 6월 초부터 사무실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머그잔과 투명 유리컵을 사용 중이다. 하루...
입력:2018-08-08 00:05:01
[현장기자-김재산] 10년째 표류 독도사업… 일본 눈치 그만 봐라
“제발 일본 눈치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독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 제공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사업’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알려져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본 눈치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울릉군이 요청한 이 사업은 2014년 1월 해양수산부가 정부합동 독도영토관리대책단에 착공계획을 보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입도객 안전관리, 시설물 관리를 위한 사무 공간 및 학술연구자의 연구지원을 위한 숙소, 기...
입력:2018-08-07 18:35:01
[한마당-김명호] 해편
1993년 3월 8일 낮, 이경재 청와대 공보수석이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했다.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 해임. 두 사람은 당시 군내 육사 출신 사조직 하나회의 정점이었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치는 ‘깜놀’ 뉴스였다. 군 인사는 6월에 예정돼 있었다. 4월 1일에는 수도방위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이 전격 경질됐다. 만약 쿠데타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서울을 장악할 부대의 지휘관들이다. 이어 15일 군단·사단장급 인사가 단행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 중심의 정치군인들을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제거한다. 기무사령관 등의 해임이 ...
입력:2018-08-07 04:10:01
[박형준 칼럼] 김병준 혁신의 성공 조건
전임자 배타적 언어에 비해 메시지 품질 향상됐지만 민심이 움직일 만큼 정치적 매력은 보이지 못해 결국 사람의 문제다 보수 궤멸의 책임을 묻고 대안적 리더를 찾아 세우는 마키아벨리스트 돼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이런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랜딩하는 모습이다. 그가 잡은 마이크는 성능도 괜찮고 울림도 있었다. 정치가 결국 말이고, 정치적 경쟁의 핵심이 ‘썰전’이라면 그는 ‘말의 검투사’가 될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전 선장이 저품질 불친절 메시지로 오는 손님도 쫓아낸 것에 비해 그의 메시지는 품질 향상을 이루었다. ...
입력:2018-08-07 04:05:01
[김진홍 칼럼] 판문점·센토사 선언의 역습
종전선언 논란 뜨겁지만 정작 핵심 목표인 북한 비핵화는 지지부진 성급한 정상 간 합의가 주요한 원인… 시간 갖고 돌파구 마련해야 불볕더위가 한창인 요즘 남·북·미·중 사이에서는 종전선언 논란이 뜨겁다. 미국은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밝히는 반면 북한과 중국은 이른 시일 내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우리나라에도 종전선언 채택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 공조의 틈새가 생겨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나라를 꽉 붙잡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
입력:2018-08-06 04:10:01
[한마당-김현길] 한·일 축구의 디커플링
한국과 일본은 축구에 있어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닮은 점도 많다. 일단 월드컵 성적이 그렇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썼고 일본 역시 목표였던 16강 진출을 이뤘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세 번의 월드컵에서 두 나라는 나란히 16강 탈락-진출-탈락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엔 원정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 누렸고, 2014년엔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같이 겪었다. 대표팀 감독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두 나라는 2002년 이후 2010년까지 세 차례 월드컵에서 외국인, 외국인, 자국인 감독을 기용했다. 2014년은 한국이 자국인(홍명...
입력:2018-08-06 04:05:01
[한반도포커스-양기호] 오사카를 다시 생각한다
‘드루킹’ 사건에서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이 드러나면서 오사카가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 한국인에게 오사카는 매우 큰 중심지였고 지금도 그렇다. 전쟁 전 도쿄보다 두 배나 공장이 많았던 오사카에 조선인들이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집단 이주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39년 오사카 거주 조선인은 21만명으로 부산시 인구보다 많았고 평양시와 비슷할 정도였다. 요즘 오사카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10만4000명으로 도쿄보다 많고, 전체 재일교포의 22%에 달한다. 작년 한국인 관광객은 241만명으로 매일 6000명 이상 오사카를 찾은 셈...
입력:2018-08-06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수영장 공포증
초등학교 4학년 여름, 학교에서 단체로 수영장에 간 적이 있다. 한 시간 가까운 거리를 함께 걸어갔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삼각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파란색 사각팬티를 챙겨가게 되었다. 애초에 수영복이 아닌 짧은 반바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물놀이를 할 때마다 느슨한 팬티가 흘러내리고 물속에서 누군가 내 팬티를 끌어내릴 것만 같은 불안에 시달렸다. 부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다 결국 풀장 밖으로 나와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 기다렸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탈의실의 바구니에 든 옷과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주변을 살펴...
입력:2018-08-06 04:05:01
[빛과 소금-노희경] 디모데와 요한의 ‘옥중편지’
“사랑하는 울 엄마, 또다시 새로운 형제들과 지내게 됐습니다. 110명이나 되는 형제들이 있는 노역장으로 출역했습니다. 하늘 아버지께서 새로운 곳에 예비하셨을 섬김과 도전을 기대하며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며칠 전 받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 일부다. 홀리네이션스선교회 대표 김상숙 권사는 매일 오전 함께 나누면 좋을 만한 글을 보내주는데, 이 메시지 제목이 ‘디모데와 요한의 편지’다. ‘옥중’ 두 아들이 써 보낸 손편지를 정리해 보내준 것이다. 지난 2월 그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두 아들을 면회하러 가는 길에 동행...
입력:2018-08-04 04:05:01
[한마당-라동철] 전기요금 누진제
전국이 역대급 불볕더위(폭염)에 후끈 달아올라 있다. 기온이 30도 중·후반대까지 치솟는 낮은 말할 것도 없고, 새벽에도 에어컨 리모컨에 자꾸만 손이 간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은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걱정이다. 주택용(가정용)은 전력을 일정량 이상 사용하면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비전력량이 1구간(200㎾h 이하)이면 1㎾h당 요금이 93.3원이지만 2구간(201∼400㎾h)은 187.9원, 3구간(400㎾h 초과)은 280.6원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 평균 전력소비량은 350㎾h정도, 요금으로는 4만8445원꼴이다. 에어컨을 웬만큼 틀...
입력:2018-08-04 04:05:01
[논설실에서] 반려犬 보신狗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가장 더웠다는 1994년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니 좀처럼 겪어보지 못한 더위다. 이런 더위엔 그저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 허해진 기를 보충하는 게 최고의 피서법이다. 여름 보양식 하면 예부터 삼계탕과 보신탕이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애견 인구가 크게 늘면서 개 식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외국에선 캥거루와 악어, 달팽이도 먹는데 유독 보신탕만 문제 삼는 건 개가 인간과 가장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일 거다. 애완의 수준을 넘어 반려의 지위에 오른 개를 먹다니 동물보호단체 입장에선 도저...
입력:2018-08-04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