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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법] 당신도 난민이 될 수 있다
아들들은 무뚝뚝하다. 중학생만 되어도 자신만의 영역을 만든다. 수컷끼리 살갑게 지내기 어려운 것은 자연의 섭리인가보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딸을 둔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우리 집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물고 빨며 예뻐했던 작은아들 녀석도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40년 전의 내가 아버지한테 한 것처럼 나를 대한다. 그러던 작은아들이 얼마 전 심각한 얼굴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아빠는 변호사회 회장이니까 좀 도와 주세요.” 중2병을 가볍게 잘 넘겼나 싶었는데 변호사까지 필요한 대형 사고를 쳤나 하고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입력:2018-08-04 04: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기울어진 세상
부모님 댁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 십 년을 썼으니 고장이 날 만도 하지만 내내 멀쩡하다가 하필이면 요즘 같을 때 고장이 날 건 뭐란 말인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에어컨 고장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서비스센터에선 닷새 뒤에나 기사님의 방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워낙 오래된 모델이어서 바로 부품을 구해 수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급한 마음에 새로 사려고도 했지만, 설치까지 3∼4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공고를 보곤 그마저 포기했다. 하는 수 없이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빠와 엄마는 내 집으로 오셨고, 올...
입력:2018-08-03 04:10:02
[한마당-이흥우] 모란공원
진보주의자 노회찬 의원이 지난달 23일 운명했다. 그리고 닷새 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별세했다. 두 사람의 유해는 시차를 두고 민주화 동지와 먼저 간 아들이 묻힌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모란공원은 1966년 조성된 국내 첫 사설 공동묘지다. 그러다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이곳에 묻히면서 오늘의 ‘민주화 성지’ 기틀을 다졌다. 전태일은 박정희 정권이 묘를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쓰지 못하게 해 이곳에 묻혔다. 그 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 저항하다 희생된 이들...
입력:2018-08-03 04:05:01
[한마당-태원준] 이기적인 국민
김종필 전 총리는 입버릇처럼 “국민은 호랑이”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해리 트루먼에게 들은 말이었다. “국민은 호랑이고 정치인은 사육사다. 사육사가 열 번 잘해줘도 한 번 못하면 호랑이는 물어버린다. 정치인은 국민이 호랑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만났던 트루먼의 조언을 그는 여러 정치인에게 들려줬다. 국민이 언제까지나 지지해주리라 기대하지 말라, 국민을 무서워하라는 취지였다. 2016년 여름 나향욱씨는 “민중은 개·돼지”란 말을 했다. 기자들과 저녁을 먹다가 술이 과했는지 더워서 짜증이 ...
입력:2018-08-02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
예전에는 직접 보거나 겪은 일이 주로 정신적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었다. 물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보듯 옛 시대에는 끔찍한 집단살해의 생존자가 되거나 공개적인 처형 등을 목격하는 일이 지금보다 잦았다. 지금 우리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다른 위험에 처해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디어로 유발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social media induced PTSD)이다. 상영 등급이 정해져 있는 영화보다는 TV 채널을 돌리거나 유튜브의 링크를 따라가다 보면 끔찍한 장면을 접하며 우연히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
입력:2018-08-01 04:10:01
[한마당-김용백] 폭염과 입추
올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주요 도시들에서 열대야도 열흘 이상 이어지고 있다. 사우나 온탕의 온도가 보통 섭씨 40±2도인데 그런 낮 기온을 대다수 국민들이 견디어내는 셈이다. 농수축산업을 비롯해 산업 전반과 경제사회에 끼치는 피해는 재난 수준이 됐다. 일주일 전부터 닥친 기상 상황은 낯선 기상용어들과 함께 변화들을 만들고 있다. 기상청은 한 차례 내렸던 소나기가 열대성 소나기 ‘스콜’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제12호 태풍 ‘종다리(JONGDARI)’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영서(嶺西)와 영동(嶺東)의 기온을 동고서저(東高西低)에서 서고동저(...
입력:2018-08-01 04:05:02
[청사초롱-원재훈] 광장으로 가는 버스
최근에 우리들은 슬픔의 이중고에 시달렸다. 노회찬 의원의 불운한 소식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최인훈 선생도 돌아가셨다고 한다. 폭염에 시달리는 사막의 시대에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이 홀연히 사라졌다. 한 분은 정치인으로, 한 분은 희곡과 소설을 쓰는 문학인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남았던 분이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았지만 서로 스며 있는 음과 양의 태극 문양처럼 가슴에 새겨져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분노하고 좌절하는 마음을 다스려 주었다. 두 분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 가슴이 아프고 현기증이 난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으...
입력:2018-08-01 04:05:02
[기고] NAP, 무엇이 문제인가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던 지난 2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는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중심이 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 규탄 집회가 열렸다. 법무부가 NAP를 국무회의에 보고해 대통령 훈령으로 공포할 것으로 예상되자 긴급히 열린 집회였다. 이 자리에서는 청와대에 보내는 청원서를 채택하고 목사들의 혈서까지 봉인해 전달했다. NAP가 무엇이길래 기독교계가 이토록 반대하는 것일까. NAP는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5년 주기 국가인권정책 종합계획으로서 이번이 제3차 기본계획이다. ...
입력:2018-08-01 00:05:01
[한마당-신종수] 불타는 BMW
화재 사고가 계속되는 독일 자동차 BMW 520d는 ‘강남 쏘나타’로 통한다. 강남에서는 현대차 쏘나타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가격과 수리비,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부품값 등이 훨씬 비싸다. 서비스센터도 부족하고 수리 기간도 길다. 판매 가격을 할인해 주곤 하지만 비싼 수리비와 부품값이 할인 금액을 훨씬 초과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도 잘 팔린다. 한국 소비자들의 차에 대한 취향은 독특하다. 한국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형차를 선호한다. 우리보다...
입력:2018-07-31 04:05:01
[돋을새김-남도영] 댓글은 죄가 없다
직업 특성상 뉴스에 달린 댓글을 자주 보는 편이다. 가끔 무릎을 칠 만큼 기가 막힌 댓글을 본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냈을까’라는 감탄과 ‘기자보다 낫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물론 ‘이번 댓글은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감이 오는 경우도 많다.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세력이나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욕설,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댓글을 볼 때다. 댓글을 읽는 것은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다. 기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5월 말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포...
입력:2018-07-31 04:05:01
[기고] “그래도 이겨냈어야죠”
좋은 사람을 잃었다. 노회찬 의원이 허망하게 갔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그가 이 사회의 연약한 자들을 대변해 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삶으로 살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진보의 대중적 아이콘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사람들과 쉽게 친할 수 없었던 진보정치를 대중과 마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서 존경과 외경, 더불어 친밀함도 함께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이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대한 찬가가 나왔...
입력:2018-07-31 00:05:01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최인훈, 지성과 감각의 태풍
소설가 최인훈 선생이 돌아가셨다.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과도 인연이 있다면 몇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최인훈 소설가와 오규원, 김혜순 시인의 글과 존재에 빠져 서울예대 문창과를 가고 싶었지만 나 같은 녀석이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포기하고 말았었다. 군 제대 후 대학을 자퇴하고 골방에서 책과 영화를 보며 3년의 시간을 보내던 때에도 최인훈의 소설들이 펼쳐 보이는 고독과 관념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대표작 ‘광장’보다는 ‘회색인’과 ‘서유기’ 그리고 단편 소설들에 더 매료되곤 했다. 최인...
입력:2018-07-30 04:10:02
[한반도포커스-강준영] 미·중 통상 분쟁과 세계 리더십
설마 하던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결국 터졌다. 미국은 예고대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 역시 맞불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사태는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간 갈등, 세계무역기구(WTO ) 통상체제 재편과 관련이 있지만, 정치적으로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문제, ‘중국의 꿈(中國夢)’ 달성을 위한 시진핑 체제 리더십과도 직결되는 파급력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와 지적재산권 침해나 기술 ...
입력:2018-07-30 04:05:01
[조용래 칼럼] 한국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국민 대부분이 유교문화에 익숙하면서도 天下爲公의 참뜻 거의 잊고 살아온 게 아닌지 1000만명에 가까운 기독교인이 있지만 共同善을 추구해야 한다는 가르침엔 그리 귀 기울이지 않아 찜통더위 탓인지 사고가 정지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열치열을 외쳐본다. 생각을 골똘히 하는 것도 더위엔 효과적일 터다. 외부 기온보다 더 뜨겁게 생각의 온도를 높여보면 어떨까. 요즘 우릴 열통 터지게 하는 재료가 어디 한둘인가. 레프 톨스토이가 쓴 동화 같은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1885)는 인간 세상에 온 천사 미하일(미카엘)을 통해 사람에게 있는 ...
입력:2018-07-30 04:05:01
[역사 여행] 의미 있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이 신생국 국민을 똘똘 뭉치게 만든 힘은 바로 신문에 있었다. 아메리카를 단결시키는 데는 아직도 신문이 필요하다.” 1835년 미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알렉시 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에 기술한 문장이다. 이 책은 “미국에 관한 어떤 이야기든 (토머스 제퍼슨이 아니라) 이 책을 인용하지 않으면 완전한 것이 못된다”고 하는 바로 그 책이다. 프랑스 혁명 후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던 해(1805년)에 태어난 이 정치·역사학자가 나이 서른에 신생국으로 건너가 9개월여 동안 무려 1만1600여㎞를 여행...
입력:2018-07-28 04:05:01
[한마당-김명호] 기억
‘물이 반밖에 없었다.’ ‘물이 반이나 있었다.’ 컵 속에 물이 정확히 반이 차 있었다고 치자. 보는 이에 따라, 자신의 기억에 따라 똑같은 것을 놓고 이렇게 뉘앙스가 정반대인 표현을 할 수 있다. 목이 매우 마르거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물이 많이 필요한 사람은 물이 적었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에 물을 먹고 싶지 않다거나 물이 조금만 필요한 사람은 물이 많았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표현이 다른 게 아니라 인식이나 관점 또는 처한 상황이 다른 것이다. 기억은 맥락(context)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억할 대상 외에 함께 제시된 정...
입력:2018-07-28 04:05:01
[빛과 소금-전정희] 日 산간마을 두 목사 이야기
지난주 금요일. 일본 야마나시현 고후시 고후교회 홍창희 목사 부부가 고령의 한 일본인 목사 부부를 찾아나섰다. 며칠째 전화를 받지 않아 염려돼 직접 가보기로 한 것이다. 그 일본인 목사는 ‘청계천 빈민의 성자’ 노무라 모토유키. 노무라 목사는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서울 청계천 등에서 빈민 구호와 선교 활동을 했으나 돌연 야마나시현의 깊은 산 야쓰가다케에 들어가 ‘베다니교회’를 세우고 한국과 연을 끊었다. 청계천변 판자촌이 강제 철거되자 도시 빈민들과 서해 남양만에 들어가 두레공동체를 꾸렸던 그였으나 사역지에서 벌...
입력:2018-07-28 04:05:01
[한마당-김영석] 슬픈 수중 타임캡슐
1975년 8월 전남 신안군 증도 인근 바다. 한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 6점이 걸렸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부는 마루 밑에 넣어두었다. 이듬해 동생이 발견하고 군청에 신고했다. 1984년까지 11차례에 걸쳐 발굴된 물품은 도자기 2만여점과 동전 800만개 등이다. 신안선은 1323년 일본행 원나라 무역선으로 풍랑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됐다. 1조원의 가치라는 설명과 함께 신안 보물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 최초로 성공을 거둔 수중 발굴작업이다. 보물선으로 국내외가 시끌벅적하다. 콜롬비아는 최근 보물선 산호세호의 인양을 중단했다. 2015년 발견 이후 소유권과 ...
입력:2018-07-27 04:05: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사라지는 길
아빠가 길을 잃었다. 잠깐이었지만, 늘 다니던 동네 은행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 헤맸다고 한다.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던 것 같다고, 아빠를 찾으러 다녀온 엄마가 전해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빠는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엄마는 앞으론 너무 멀리 나가지 말라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전한 뒤 한동안 말이 없던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시작인 거 같은데, 어쩌지?”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맏이인 내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다. ...
입력:2018-07-27 04:05:02
[내일을 열며-이기수] 이수치열(以水治熱) 합시다
대서(大暑)를 지나 중복(中伏)을 하루 앞둔 시기, 연일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푹푹 찝니다. 곳곳에서 사람의 평균 체온 섭씨 36.5도를 넘나드는 복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론은 더위 때문에 숨진 사람이 벌써 10명을 넘어섰다고 속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까 싶어서 몇 가지 팁을 찾아봤습니다. 복더위에도 불구하고 종일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바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삼계탕과 함께 대표적인 우리나라 전통 보양식으로 꼽히는 개고기는 사실 복더위를 이기는데 큰 도움이 안 됩니다. ...
입력:2018-07-26 04:10:01
[현장기자-서윤경] 탈원전 정책 탓 전력수급 비상? 언론은 헛짚고 정부는 오해 키워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예고 없이 노타이 차림으로 기자실을 찾았다. 급하게 잡힌 언론 브리핑에서 백 장관은 “오늘 전망된 630만㎾ 예비전력은 전력난이 심각했던 2012년 여름의 279만㎾보다 2배 이상”이라며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은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이를 진정시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백 장관이 다급하게 움직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전 가동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이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수급 계획과 전...
입력:2018-07-26 04:10:01
[한마당-김준동] 40도의 공포
기온이 40도를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거 사례를 보면 그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보다 높은 위도에 위치한 미국 시카고의 1995년 7월 기온은 40도에 달했다. 체감온도는 48도에 육박했다. 열사병으로 사망자가 속출했고 결국 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79년부터 92년까지 13년간 열사병으로 자국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5379명이었다. 매년 한 해 평균 414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카고의 폭염으로 숨진 700명은 재앙에 가까운 숫자다. 1년이 지난 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폭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
입력:2018-07-26 04:05:01
[시사풍향계-주한규] 기후변화 대처하려면 탈원전 수정해야
지난 24일 오후 4시30분쯤 우리나라 전력수요는 9255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예비전력은 672만㎾로 전력수급 비상 준비단계 기준치인 500만㎾를 겨우 172만㎾ 넘겼다. 24기의 원전 가운데 17기, 61기의 석탄화력 중 59기 등 가용한 기저발전원과 7∼8기를 제외한 LNG 발전기가 거의 총동원돼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1000만㎾ 이상 여유가 있던 전력 상황이 일부 발전소에 이상이 생길 경우 전력대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악화된 근본 요인은 37도 이상까지 올라간 기온이다. 몹시 더운 날씨 때문에 방학 기간에 가정의 에어...
입력:2018-07-26 04:05:01
[데스크시각-맹경환] 가방을 앞으로 멘 여학생
출근길과 퇴근길 언제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아는 오빠가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공기업을 찾아 지방으로 갔는데 나 같으면 당연히 대기업이지.” 갑자기 특정 주파수의 목소리가 음악 속을 파고들며 고막을 찌른다. 너무나 선명하다. 볼륨을 키워도 마찬가지다. 전화기 너머 친구에게 잠시 전화를 끊자고 한다. ‘휴’ 하고 안심하는 사이 다시 통화가 이어진다. 이번에는 집에서 자고 있는 언니를 깨우는 전화다. 그리고 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결코 알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의 일상을 알게 된다. ...
입력:2018-07-26 04:05:01
[한마당-전정희] 총살되는 한국인과 돈스코이호
완전무장한 일본군인 6명이 나무에 결박된 조선인 1명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새끼줄로 결박된 사내는 두루마기를 입었고 광목으로 눈을 가렸다. 하늘이 어둡게 채색된 삽화다. 1904년 영국 주간화보신문 런던뉴스 6월 25일자에 실린 이 삽화의 설명은 이렇다. ‘스파이를 죽여라! 러시아군에게 정보를 준 조선 스파이를 총살하는 일본군.’ 앞서 런던뉴스는 그해 4월 9일과 23일에도 조선 땅에서 벌어진 러일전쟁 삽화를 싣는다. 부동항 요동반도를 확보한 러시아가 제물포로 남하를 계속하자 일본이 영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러일전쟁을 일으킨다. 일본군은...
입력:2018-07-25 0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