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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남혁상] 김정은의 올 가을 행선지는
12일 아침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유서 깊은 이 호텔의 최고급 객실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한 얼굴로 만나 힘차게 악수를 나눈다.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악수하는 두 사람의 오른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감색 양복 차림의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지도자와 인민복을 입은 은둔의 독재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처럼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세기의 담판을 이렇게 시작한다. 두 사람은 호텔 뒤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나란...
입력:2018-06-11 05:10:02
[한반도포커스-서승원] 일본외교의 부활을 기대한다
4·27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에 이어 역사에 획을 그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을 둘러싼 급격하고도 유례 없는 상황은 블랙홀처럼 동북아 국제관계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흐름이 그간의 대립과 반목을 넘어 새로운 평화와 화합의 장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만 이 흐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까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원치 않은 각을 세워야 했다. 그 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격렬한 외교전도 치렀다. 북·미 관계가 원만하게 타결되면 이후 북·일 관계 정상화가 현...
입력:2018-06-11 05:05:04
[삶의 향기-신상목] 트럼프, 고레스가 될 수 있을까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2층 52번 방은 고대 이란 전시관이다. 전시실 6호 진열장엔 유독 관람객들이 몰린다. 가로 23㎝, 세로 10㎝ 크기의 원통 모양의 진흙 토기 때문이다. ‘키루스의 서판’으로 소개되는 이 토기는 일명 ‘고레스의 실린더’로 불린다. 실린더에는 BC 539년 바벨론을 정복했던 페르시아 왕 고레스(키루스 2세)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쐐기문자로 기록된 토기에는 바벨론 마지막 왕 나보니두스의 사악함과 의롭지 못함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고레스 왕이 어떻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바벨론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었는지 ...
입력:2018-06-09 05:05:03
[창-박지훈] 지단이 될 수 없다면
테니스 스타인 로저 페더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나요?” 페더러는 잠시 고민하다가 3명을 꼽았다. 농구 선수인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이었다. “아주 느긋하게 뛰는 선수가 있어요. 지단 같은 선수가 그랬죠. 아주 열심히 뛰지만 힘들게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지단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답변이었다. 지단은 그라운드를 유유자적 누비면서 예술적인 패스를 선보이곤 했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볼을 ...
입력:2018-06-09 05:05:03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휠체어 생활자들의 나들이
지난주 재활병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오십 대부터 이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이다. 모임 장소는 참석자들 중 한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이었다. 여러 대의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장소를 찾기 힘드니 차라리 속 편하게 밖에서 보자는 그이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우리는 따가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오래 수다를 떨었다. 그날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갑자기 닥친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이었다. 아직은 건강했던 몸에 대한 기억이 훨씬 더 많은 이들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불쑥불쑥 과거의 한때...
입력:2018-06-08 05:05:03
[한마당-신종수] 상고법원이 뭐길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도입하려고 했던 상고법원이 도대체 뭐길래 요즘 이런 난리가 났느냐는 얘기가 많다.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 맡기 위해 새로 도입하려는 법원을 말한다. 일반 사건은 대법관이 아닌 일반 법관들로 구성된 상고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이 맡는다. 선진국 등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지만 양 전 대법원장뿐 아니라 김명수 현 대법원장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도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파동...
입력:2018-06-08 05:05:04
[데스크시각-송세영] 훈육,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SBS가 2006년 11월부터 10년간 방영했는데 시청률이 아주 높진 않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반향이 컸다. 주인공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통제 불능의 작은 폭군들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고래고래 악을 쓰거나 화가 나면 손에 잡히는 것을 다 던져버리는 아이, 어른을 발로 차고 주먹질까지 하는 아이들 앞에서 부모는 쩔쩔맸다. 아이를 강압적으로 억누르거나 폭력적으로 대하는 부모들도 있었지만 상태는 나빠지기만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제시된 전문가의 상담과 솔루션은 놀라...
입력:2018-06-07 05:10:02
[한마당-이명희] 이름값
큰아버지가 지어주셨다는 내 이름은 종종 신문 지면에 오르내린다. 네이버 검색창에 이름 석 자를 넣으면 인물정보에 등록된 유명인만 19명이다. 배구선수 국악인 아나운서 검사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가장 유명한 이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그룹을 출입하던 시절에는 이름 덕을 봤다. CEO나 임원들은 ‘이건희 회장님 여동생’이라며 수십 명 기자 중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해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종사촌인 표문수 전 SK텔레콤 사장 부인 이름도 내 이름과 같다. 덕분에 2000년대 초 최 회장이 주최한 송년 기자간담회...
입력:2018-06-07 05:05:04
[한마당-김혜림] BTS의 도전정신
지구촌 축제 월드컵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 개최지인 러시아에 간 적이 있다.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전 세계 다국적기업이 밀집해 있는 뉴 알바트 거리에 우뚝 선 롯데호텔의 위용은 대단했다. 러시아의 록 영웅 한국계 빅토르 최를 기리는 아르바트 거리는 멋졌다. 상트 바실리 대성당은 동화 속 삽화처럼 아름다웠다. 죽어서도 붉은광장을 지배하는 혁명가 레닌의 모습은 섬뜩했다. 그러나 가장 또렷이 남아있는 장면은 따로 있다. 모스크바 강가에 있던,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의 수다를 멈추게 한 ...
입력:2018-06-06 05:05:04
[이흥우 칼럼] 꼭 통일이 아니어도
시대가 변하면서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통일에 대한 거부감 많아져 비핵화로 입구에 들어선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개방으로 완성돼 1972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을 때 곧 통일이 될 것처럼 전국이 들끓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각급 회담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남과 북의 이산가족이 평양으로 올라가고, 서울로 내려오는 감동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통일 열풍이 또 한 차례 세차게 불었다.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분다. 남북 정상이 한 달 새 두 번이나 얼굴을 맞대는 사상 초유의 경험도 했다. 뒤이어 고위급 회담, 군사회담, 적십자회...
입력:2018-06-06 05:05:04
[돋을새김-고세욱] 3전 3패보다 두려운 것
“3전 3패 되지 않겠어요?” 한국 축구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예상 성적을 논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비참한 전망만큼이나 축구인들을 슬프게 하는 것은 좀처럼 뜨지 않는 월드컵 열기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의 개막이 10일도 안 남았음에도 관심도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대표팀 평가전 정도를 빼면 스포츠 뉴스 최다 조회 수를 기록하는 종목은 단연 야구다. 북·미 정상회담(12일), 지방선거(13일)라는 정치·외교 빅이슈에 묻힌 감이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항상 월드컵 시즌과 시기가 겹쳤기에 정치 이벤트가 월드컵 인기의 발목을 ...
입력:2018-06-05 05:10:02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소리의 천국
1980년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가 있었다. 바로 콜라병 따는 소리였다. 제법 잘 흉내 내는 아이들이 있었고, 심지어 콜라 거품 소리와 컵에 콜라는 따르는 소리를 만들 줄 아는 아이도 있었다. 당시 TV 광고의 콜라병 따는 소리를 사람이 만들었고, 그 사람이 콜라 회사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돌았다. 후에 그 사람이 김벌래라는 음향감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치약 광고의 뽀드득 소리, 만화 ‘로봇 태권V’에 나오는 우주선 소리, 88올림픽 때 굴렁쇠 소년의 배경음으로 사용한 시그널 등 많은 소리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에 ...
입력:2018-06-04 05:05:02
[한반도포커스-강준영] 북·미 정상회담과 중국
한반도 평화의 운명을 가늠할 북·미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개최 여부를 두고 반전을 거듭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성사를 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더불어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트럼프에게 전달한 친서에는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 천명과 함께 회담 성사를 희망하는 북한의 입장이 포함됐을 것이다. 올 초부터 북·미 간 중재에 애썼던 한국 정부도 일단 한숨을 돌렸다. ...
입력:2018-06-04 05:05:03
[삶의 향기-박재찬] 당신의 사명은 무엇입니까
사명은 소명(또는 부르심)이라는 단어와 함께 놓일 때 이해하기 쉽다. 소명은 왕이나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어떤 사명으로의 부름을 뜻한다. 사명은 소명을 받은 자가 감당해야 할 의무나 책임, 즉 소명 받은 자의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적 시각으로 보면 하나님 자녀로 부름 받은 이들은 누구나 소명을 받았다. 그들에겐 저마다 사명이 맡겨져 있다. “여러분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이 땅에 보내신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말은 소명과 사명의 또 다른 설명이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
입력:2018-06-02 05:10:02
[한마당-김영석] 북한판 신사유람단
1881년 고종은 30, 40대 관리로 구성된 시찰단을 일본에 파견키로 했다. 일본의 근대 문물을 배우자는 취지였다. 개화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시기였기에 시찰단 파견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38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을 5개 반으로 나눴다. 부산으로 내려갈 땐 암행어사 자격으로 움직였다. 그해 4월 10일 부산을 출발한 시찰단은 같은 달 28일 도쿄에 도착했다. 시찰단은 공무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머물지 않고 민가에서 생활했다. 조사 대상은 일본 정부 부처와 육군, 세관, 포병공장, 산업시설 등이었다. 약 2개월반 동안의 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보고서를 ...
입력:2018-06-02 05:10: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모두가 행복한 극장
극장에 가는 걸 좋아했다. 기대 가득한 웅성거림과 조도 낮은 조명, 달큼하고 고소한 팝콘 냄새 같은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 공간은 평범한 일상도 조금쯤은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관객이 가득 찬 상영관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놀라며 영화를 보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텅 빈 상영관에서 혼자 스크린을 바라볼 때면 한없이 쓸쓸해졌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즐거운 공간은 내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된 순간부터 더할 수 없이 불편한 곳이 되어 버렸다. 상영관의 좌석은 대개 중간부터 차기 시작한다. 매진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맨 앞의 서너 ...
입력:2018-06-01 05:05:03
[데스크시각-손병호] 안보 거간꾼 노리는 김정은
최근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막말 성명을 문제 삼아 회담을 취소했다가 북한이 꼬리를 내리면서 복원됐다. 명분은 막말이었지만 근본적 이유는 북·미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 이후 구축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구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구도가 미국에 유리하게 협의되다 상황이 달라지자 판깨기 위협으로 반전을 꾀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전 중국의 개입을 누누이 지적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
입력:2018-05-31 05:10:02
[한마당-김명호] 성 김의 한국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미국 실무 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의 한국말은 유창하다. 그냥 유창하다기보다는 보통 한국 사람과 똑같이 말한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미국의 정책을 설명하고 미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대사로서 공식·비공식 행사에서는 당연히 영어를 사용했다. 이런저런 사적인 자리에선 한국말로 하다가도 급하면 영어가 먼저 튀어나오긴 하지만 한국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표현한다. 우리네 정서도 잘 알고 소주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느닷없이 협상 대표로 ‘징발’된 이유는 ...
입력:2018-05-31 05:05:02
[한마당-전정희] 지독한 세월과 이산가족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사당역 부근에서 ‘번개 모임’을 한 우리는 뜻밖의 속보에 깜짝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북측 통일각 ‘번개 정상회담’ 소식 때문이었다. 한 친구는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대한민국 공동체 일원으로 감사한 마음이었다. 이날 남북 두 정상은 다음 달 1일 고위급 회담을 열어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는 데 합의했다. 필자는 ‘양의 탈을 쓴 북괴’라는 교육을 받으며 ...
입력:2018-05-30 05:10:02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질병과 무관한 것들
재작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가장 큰 마음고생을 했다가 그래도 한동안 괜찮았던 K씨가 다시 걱정에 빠졌다. K씨는 조현병 15년째이며 나는 그 전투 중에 4년을 함께했는데 1년이면 360일은 약을 먹는 정성이 놀라운 분이다. 매일 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는 것은 하나의 수행(修行)이며, 몇 달만 지나도 나태해지기 쉬운데 말이다. 조현병을 앓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다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점점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데다 동호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K씨의 경과가 좋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조현...
입력:2018-05-30 05:05:03
[한마당-김영석] 통일각
1985년 7월 26일. 안기부장 특보였던 박철언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판문점 북측 지역을 향했다. 판문각에서 북서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그를 맞이한 이는 70년대 유엔 대표부 대표를 지낸 통일전선부 부부장 한시해였다. 두 사람은 앞서 같은 달 11일 판문점 남측 지역평화의 집에서 처음 만났다. 정부가 88년 서울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가동한 이른바 ‘88라인’의 시작이다. 남측은 정상회담을 위한 최고위급 접촉을, 북측은 특사 교환을 제안했다. 88라인은 42차례의 접촉에도 정상회담의 문은 열지 못했지만, 분단 이후 첫 이산...
입력:2018-05-29 05:10:02
[돋을새김-권혜숙] ‘제2의 한경희’를 기다리며
2004년, 그러니까 14년 전 인터뷰했을 때는 그녀가 온전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한 집에 모시고 사는, 흔치 않은 가족을 소개하는 기사를 위해 두 어르신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는 “시댁을 가족보다 의무로 여기는 여성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언젠간 ‘시댁 갈등 없는 좋은 가정 운동본부’를 만들어 볼까 싶다”고 했다. 조용히 웃으며 말을 아끼던 ‘천생 여자’ 같은 이가 사업을 한다는 게 의외로 느껴지기도 했다. 스팀청소기로 생활가전 시장을 평정했던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 이야...
입력:2018-05-29 05:05:03
[한마당-서윤경] 부르고뉴 와인과 대진침대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포도 농장과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집을 나갔던 큰아들이 10년 만에 돌아오면서 벌어진 일들을 그리고 있다. 공동 명의로 상속받은 농장을 두고 벌이는 삼 남매의 갈등을 프랑스식 유머코드를 가미해 풀어간다. 영화의 큰 줄기는 가족이지만 갈등의 근원은 포도와 포도주다. 아버지는 남매에게 세계적인 포도주를 생산하는 부르고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와인을 만들도록 어릴 적부터 교육을 시켰다. 하지만 지금 큰아들은 호주에서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농장을 운영하고 막내아들은 실패...
입력:2018-05-28 05:05:03
[김진홍 칼럼] 北, 정상국가 되려면 막말부터 버려라
천하의 인간쓰레기, 버러지, 얼뜨기, 바퀴새끼 등 막말 수위 너무 지나쳐 손바닥 뒤집듯 약속 어기는 행태도 시정해야 정부, 트럼프 행정부처럼 때로는 단호하게 대응하길 북한이 상대의 기를 꺾으려 할 때, 협상 주도권을 쥐려 할 때 내놓는 비난 성명이나 담화, 논평들은 언제 봐도 섬뜩하다. 우리와 같은 말을 사용하는 지구촌 유일한 나라인데, 어떻게 저런 험한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국회 연설을 통해 각종 실례(實例)를 들어가며 북한을 ‘지옥’, 김정...
입력:2018-05-28 05:05:03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드라마는 계속돼야 한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내외 정세를 보면 이보다 더 쫄깃쫄깃한 드라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북·미의 정치적 언어 갈등, 미국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 북·미 회담의 재개 가능성 등은 한 편의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만 같다.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 본편은 기대 이상과 이하의 반전이 있고, 때로는 대본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감동과 미스터리의 씨줄과 날줄로 엮인 드라마의 후반부에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뜬금없지만 놀라운 ...
입력:2018-05-28 0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