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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이경원] 그대여, 야구와 같다면
그는 그때 진갑용의 아내가 관중석에 있는 걸 몰랐다고 했다. 1999년 어느 여름날, 근소한 차이로 끌려가던 경기 막판 승부처였다. 김인식 당시 두산 베어스 감독은 대기타석의 진갑용을 돌려세우고 신인 홍성흔을 내보냈다. 진갑용의 표정이 밝을 리 만무했지만 선수단은 이내 환호했다. 홍성흔이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역전 적시타를 때렸기 때문이었다. “감독으로서의 결정은 맞아떨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김 전 감독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로 놔둬도 진갑용이 적시타를 칠 수도 있었어. 모르는 거야.” 성공한 대...
입력:2019-01-14 04:05:01
[뉴스룸에서-박재찬] ‘본 어게인 2019’ 가능할까
며칠 전 한 미국인의 부고를 접했다. 세계 5위 규모의 미국 방산업체인 레이시온을 20년 넘게 이끌었던 토머스 필립스다. 레이시온은 토마호크 같은 미사일을 비롯해 인공위성, 레이더 등을 개발·생산해 지난해에만 253억 달러(28조2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95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필립스에겐 ‘굴지의 방산업체 CEO 출신’ 같은 수식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한 블로그에선 ‘한 사람의 일생을 바꾼 주인공’으로 그를 소개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이 미국을 뒤흔들던 1973년 여름, 당시 닉...
입력:2019-01-14 04:05:02
[역사 여행] 술 금하는 사회
지난 연말 국회에는 술병에도 담뱃갑처럼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 그림을 부착토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통과될지, 시행되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날지 궁금증이 고개를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술을 ‘사회적으로’ 끊으려 했던 세기에 걸친 시도들의 기록이 음주 후 분방해지는 머릿속처럼 여러 가지 생각을 일으킨다. 절주 선언을 했다가 다시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개인에게야 다반사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헌법으로 ‘술을 끊자’고 했다가 다시 헌법으로 ‘음주 선언’을 한 나라가 있다. 미국이 그랬다. 27개 미 ...
입력:2019-01-12 04:05:02
[논설실에서] 조용히 살고픈 몸부림
지난해 발표된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18’은 대리운전 빅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였다. 대리기사가 영업을 위해 하루 평균 5~7㎞를 뛰어다닌다거나 전업 대리기사의 최고 수입이 월평균 530만원이었다거나 하는 통계가 담겼다. 이용자에게 의견을 물은 인터뷰도 함께 실렸는데, 어떤 서비스가 생기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말없는 대리기사”란 답변이 나왔다. 간혹 겪게 되는 원치 않는 대화나 라디오 소리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여성 이용자가 여성 기사를 요청하듯, 조용히 귀가하고 싶을 때 말없는 기사를 부를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에 선택...
입력:2019-01-12 04:05:01
[세상만사-임성수] 물을 가르는 대통령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가르고 온 것 같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며 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인상적이다. 모든 정치인의 꿈은 대통령이라는데, 해보고 나니 흔적도 남지 않는 ‘물 가르기’처럼 허무하다는 말이다. 2009년 4월 20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를 얼마 앞둔 시점에 한 말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무력감이 느껴진다. 정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닐뿐더러, 어쩌면 유력한 수단도 아니다. “정치는 정치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하면 되지.” 정치의 정점, 권...
입력:2019-01-11 04:05:01
[혜윰노트-홍인혜] 마디가 필요하다
어느 밤 친구와 카페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미 긴긴 대화를 나눈지라 말할 거리도, 마실 거리도 잔 바닥에 말라붙어 가고 있다. 지금 시간은 오후 9시52분, 친구의 눈꺼풀에 졸음이 내려앉는 것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타입의 사람이 존재한다. 지금 시간이 몇 시든 ‘이만 일어날까’ 하는 사람과, ‘지금 9시52분이니까… 우리 10시에 일어날까’하고 말하는 사람. 나는 명명백백 후자의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 나와 같은 성미의 사람이 많음을 안다. 우리는 급박한 마감을 앞두고 쓸데없는 웹 서핑을 하다가도 문득 시계를 ...
입력:2019-01-11 04:05:01
[샛강에서-김준동] 또 한 해를 시작하며
내 고향은 두메산골이다. 오죽했으면 ‘골짜기 안’이라는 뜻으로 ‘골안(고란)’이라고 지었을까. 지금도 마을을 오가는 버스가 하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폭설이라도 쏟아지면 버스는 좁고 가파른 긴 마을 어귀를 넘지 못한다. 울퉁불퉁한 자갈이 삐죽삐죽 솟아있어 더 그렇다. 유일한 외부 통로가 끊기는 셈이다. ‘하늘에는 성근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던 곳’이라는 정지용의 ‘향수’가 저절로 읊어질 정도다. 어찌 그리 흡사...
입력:2019-01-10 04:05:01
[내일을 열며-김영석] FA 뒤에 숨겨진 거액 옵션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은 2015년 12월 LG 트윈스와 FA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55억원, 연봉 10억원 등 총액 95억원이 이적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후 삼성 측은 “100억원과 플러스알파를 제시했다”고 공개했다. 차우찬은 삼성이 제시한 100억원이 넘는 금액 대신 LG의 95억원을 선택한 형국이다. 롯데 자이언츠 장원준은 2014년 11월 두산 베어스와 84억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롯데는 장원준에게 88억원을 제시했었다. 이뿐 아니다. 2017년 11월 롯데 강민호는 80억원의 FA 계약을 맺고 삼성 이적을 발표했다. 이후 롯데가 공개한 제시액은 80억원이었다....
입력:2019-01-10 04:05:01
[청사초롱-윤철호] 협회 회장 월급이 얼마야?
“윤 회장, 그거 월급이 얼마야?” 재작년 2월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된 나를 만난 지인들이 자주 물었던 질문이다. “월급? 그런 거 없어. 여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써야 되는 자리야.” 모르긴 몰라도 많은 협회가 해야 할 일에 비해 돈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회장이 사비라도 털어야 한다. 사람들은 조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다음 질문. “차는 나오지?” “차? 무슨 차? 협회에서 회장한테 차를 내주냐고? 차가 어딨어, 내 차 내가 몰고 다니지.” “그래? 정부에서 돈 나오...
입력:2019-01-09 04:05:02
[길 위에서] 끝을 생각하다
2019년 새해를 맞으며 생각해봤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상치 못한 부고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2018년 마지막 날 전해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의 마지막 모습이 큰 계기가 됐다. 도와주려던 사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하던 순간에 두 차례나 뒤를 돌아보며 다른 이의 안전을 챙겼던 고인의 마지막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 평생 소명에 충실하고 타인을 사랑했던 그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어떤 결말을 염두에 두는지에 따라 글의 전개가 달라지듯 삶도 그러할 것이다. ‘인생, 전도서를 ...
입력:2019-01-09 00:10:02
[돋을새김-남도영] ‘리버럴’ 유시민의 불출마
장관 유시민은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후반기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5월까지 1년3개월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함께 근무했던 공무원 A씨는 “인기 많은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유시민 장관은 판단력이 뛰어났고 결정이 빨랐다. A씨는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관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장관”이라며 “유 장관은 판단력이 뛰어났고, 어떤 보고나 현안도 명쾌하게 이해하고 정리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작가 유시민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20여 권의 책을 냈는데, 나오는 책...
입력:2019-01-08 04:05:01
[박형준 칼럼] 특별감찰반은 없애는 것이 답이다
권력형 범죄 예방과 공직자 통제 기능 있는 특감반은 법률 아닌 청와대 편의적 조직 복종 노리는 은밀한 공포감 조성은 권력이 애용하는 기술… 민주·공화주의와 맞지 않아 태양을 등 뒤에 두고 무법자가 나타난다. 적이 나타나자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진다. 그러나 먼저 총 쏜 이들이 오히려 쓰러지고 무법자는 뿌연 총연 속에 석양 속으로 사라진다. 옛날에 봤던 ‘석양의 무법자’ 한 장면이다. 특별감찰반 문제를 다룬 국회 운영위 모습이 딱 그랬다. 야당이 난사를 했지만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은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 무수한 슛을 ...
입력:2019-01-08 04:10:01
[뉴스룸에서-천지우] 지질한 남자가 할 수 있는 일
국내에서도 10대의 총기난사 인질극이 있었다. 학생도 군인도 아닌, 강원도 산골에서 화전을 일구던 16세 소년 2명이 서울시내 다방에서 벌인 일이다. 1971년 8월 동네 친구인 김군과 박군은 마을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 소총 2정과 실탄 수백 발을 훔친 뒤 상경, 영등포의 한 다방에서 10여명을 인질로 잡고 3시간 넘게 난동을 부렸다. 출동한 경찰 1명과 행인 1명을 쏴 죽였다. 길거리에도 총을 난사해 시민 4명이 다쳤다. 두 소년은 다방으로 전화를 걸어온 기자들이 자수를 권하자 “살기 싫으니 집어치우라”며 짜증을 냈다. 둘은 새벽시간에 잠시 졸았고 그 ...
입력:2019-01-07 04:05:01
[논설실에서] 어머니의 이름으로
어머니의 이미지는? 따뜻함, 포근함, 아늑함, 인자함이다.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이라는 동지의식까지. 아무리 못난 자식도 어머니에겐 당신보다 소중한 존재다. 경북 청도의 60대 어머니는 자신을 흉기로 찌른 아들에게 행여 경찰에 붙잡힐까봐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피 묻은 옷 갈아입고 가”라고 아들 걱정을 먼저 했다고 한다. 모성은 참으로 위대하고 숭고하다.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나약한 존재에서 사회 변혁의 선봉에 선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정뱅이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무시당하고 살...
입력:2019-01-05 04:05:01
[혜윰노트-한승태] 공장서 내 손이 기계에 끼였을 때
어느 날 작업 중에 기계에 손이 끼였다. 당진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손가락 끝이 고정 장치와 부품 사이에 걸렸다. 있는 힘껏 손을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머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드릴이 달린 로봇 팔이 굉음을 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정상적인 사고체계는 무너져 내렸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된다는 설명을 여러 차례 들었다. 방법도 간단했다. 이를테면, 파란색 버튼을 누른 다음 녹색 버튼을 누른다, 식으로. 그러면 기계가 멈추고 고정 장치가 풀리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머릿속은 이런 상태였다. ‘손...
입력:2019-01-04 04:05:01
[내일을 열며-서윤경]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할많하않’. 급식을 먹는 나이인 초·중·고교생이 주로 사용하는 ‘급식체’다. 어떠한 사건, 상황 등을 접했을 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할 가치가 없음을 표현하는 이 단어를 풀어 쓰자면 이렇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들이 그랬다. 억울함을 대신 호소해 줘도 나서지 않았다. 이 정도 억울함이라면 분기탱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공감은 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다는 바로 그 말 ‘할많하않’이었다. 그들 세상을 처음 알게 된 건 2000년이다. 당시 벤처...
입력:2019-01-03 04:05:01
[청사초롱-박상익] 윌버포스와 정치인의 반어법
의회주의 발상지로 알려진 영국의 정치 수준이 처음부터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형편없었다. ‘물고기는 머리부터 썩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영국 상류층의 타락상은 가위 전설적이었다. 조지 3세의 장남인 웨일스 왕세자(나중에 조지 4세)는 동침한 여자가 7000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희대의 색마(色魔)였다. 도박 중독자였던 그의 천문학적 도박 빚은 유유상종하던 의원 친구들이 국고에서 변제해줬다. 의원들 사이에는 알코올 중독이 만연했다. 영국 정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은 ‘영국의 양심’...
입력:2019-01-02 04:05:01
[신종수 칼럼] 더욱 기도가 필요한 새해
항상 희망찬 새해 기대하지만 지난해에도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아 우리 힘만으로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인내심 갖고 견뎌내는 소극적 수용력 필요 흔히들 희망찬 새해라고 말하지만 나라 안팎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많다. 지난해에도 희망찬 새해라고 했지만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았다. 국민일보가 뽑은 지난해 10대 뉴스만 해도 좋은 일이라곤 남북 정상회담과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방탄소년단 빌보드 차트 정상 등 세 가지뿐이다. 나머지 일곱 가지는 미투, 갑질, 사법농단, 실업, 집값 폭등, 폭염과 미세먼지, 이명박 전 대통령 구...
입력:2019-01-02 04:05:01
[김명호 칼럼] ‘지난 정권과 다른 게 뭔가’
전현직 공직자의 잇단 폭로는 사실 여부보다 ‘전 정권과 똑같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선한 의지의 정치 기술만으론 실망·냉소 불러… 정권 최대 약점인 책임성과 명확성을 높여 책임도 지고 결과도 내야 한다 희망을 얘기해야 할 새해 첫날부터 이런 표현을 들이대는 건 참 안타깝다. “노무현 대통령만큼만 해라.” 요즘 이런저런 자리에서 국내 정치 얘기만 나오면 오르내리는 말이란다. 말속엔 늘 뼈가 있다. 이 표현에는 실망과 함께 냉소까지 배어 있다. 나랏일이 좀 잘못되면 모든 게 ‘노무...
입력:2019-01-01 04:05:01
[돋을새김-한승주] 새해에는 ‘러브 유어셀프’
방탄소년단(BTS)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고작 한 달 정도다. 지난해 11월 말 친구 손에 이끌려 한 가요 시상식에 갔을 때다. 마지막 무대로 BTS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친구와 나는 “BTS가 정말 인기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며 다소 의심쩍은 눈빛을 지었다. 드디어 등장한 BTS의 무대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첫 곡 ‘페이크 러브’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세련되고 압도적이었다. TV로 보거나 음원으로 들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마주하니 어마어마했다. 무대를 놀이터처럼 휘젓고 다니며 완벽하게 즐기고 있...
입력:2019-01-01 04:05:01
[뉴스룸에서-김준엽] 2019 최악의 시나리오
새해 경제 전망은 어둡다. 기업인들은 “내년이 정말 걱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하며 긴장 속에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란 이런 것들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현실화한다. 예상보다 빨리 D램과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차세대 친환경차 플랫폼 경쟁이 전기차 진영의 승리로 사실상 끝난다. 전 세계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가 급격히 많아지고 국내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다. 수소차를 차세대 주력...
입력:2018-12-31 04:05:01
[논설실에서] 이런 리스트, 저런 리스트
리스트는 명단이나 목록을 뜻한다.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그런데 리스트가 블랙, 화이트, 버킷, 크리스마스와 결합하면 뜻이 확 달라진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를 연상시킨다. 블랙리스트는 불이익을 주거나 제거하려는 인물들의 명단이다. 기업이나 제품도 대상일 수 있다. 올해는 유난히 블랙리스트가 국내 신문 지면을 크게 장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곳곳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졌다.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관여한 혐의로 ...
입력:2018-12-29 04:05:01
[혜윰노트-마강래] 행복 도시의 조건
대학에서 도시정책과 개발사업 등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 정책과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삶의 질은 측정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가능하다. 학자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전반적 삶의 만족감’을 측정해 왔다. 그리고 이를 ‘행복감’으로 표현해 왔다. 그럼 행복한 주민을 만드는 도시에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이를 얘기하기에 앞서 개인의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소개하려 한다. 행복에 관한 상당수 논문들이 ...
입력:2018-12-28 04:10:02
[세상만사-조민영] 적폐청산에 잊혀진 검찰개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발표한 정책공약집의 제1장 제목은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이었다. 1장의 1호 공약은 ‘적폐청산’이었다. ‘권력기관 개혁’은 바로 뒤를 이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정권인수위 역할을 대신하며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국민이 주인인 정부’라는 첫 번째 국정목표 카테고리 아래에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 1순위로 놓였다. ‘국민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역시 이 국정목표의 과제로 포함됐다. 권력기관 개혁의 첫 타깃은 ...
입력:2018-12-28 04:05:01
[태원준 칼럼] ‘아직 살 만한 세상’ 10대 뉴스
낯선 아이의 첫 생리 챙겨준 부부, 쓰레기봉투 20여개를 뒤진 경찰, 소방서 배달음식에 붙어 온 메모, 무단횡단자 살린 ‘차로변경 의인’ 국민일보가 1년간 전한 250가지 매력적인 이야기… 세상을 아직 살 만하게 해주는 이들의 사연이 2019년에도 계속 들려오기를 서울 노원구에서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하는 부부에게 전화로 주문이 들어왔다. 초등학교 6학년 딸한테 저렴한 컴퓨터를 사주고 싶다는 엄마였다. 조금 머뭇거리더니 “저는 일하느라 지방에 있어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와 둘이 살고요…”라고 했다. 남편이 컴퓨터를 ...
입력:2018-12-28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