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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이관세] 한·미 정상회담과 그 이후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부 간 대북정책이 다른 것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대화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도 지난 5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조와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밝혔다. 이처럼 한·미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북한 비핵화로 동일하며, 제재·압박과 함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방법론도 대체로 일치한다. 어떠한 조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 정도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북핵 문제를 최우선적인 외교안보 사안으로 다루며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압박해 북핵 문제뿐 아니라 소위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상황을 중재·주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임박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대화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되지만 우선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이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건과 형식 요건이 완전히 갖춰져야 대화할 수 있다는 경직성에서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무엇보다 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전념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서 가닥을 잡지 못하면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변화, 한반도 평화 정착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의 전략과 해법을 깊이 있게 협의하고,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냄으로써 한반도가 상시적 위기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중 정상회담도 조속히 개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북한과 협의함으로써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 진전을 중심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등 주요 사안을 수시로 협의할 수 있는 핵심 실무급 전략대화 채널을 미국, 중국과 개설하고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북한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수차례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제재·압박과 대화 병행 기조에 비판적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자신들의 대북정책 방향에 맞추도록 길들이기 위한 것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초기에 나타났던 양상이다.

북한은 당분간 문재인정부에 대해 핵·미사일 고도화 지속 등 공세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큰 틀에서의 교류·협력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시안적 시각에서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북한도 궁극적으로는 협상을 통해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 발전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 특성상 정치·군사적 보장이 이뤄져야 불안감을 갖지 않고 교류·협력에 나서려 할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다양한 계기를 활용, 인내심을 갖고 북한에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냄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정상화라는 보다 큰 틀에서의 접근을 추구하며,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관세 경남대 석좌교수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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