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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의심과 믿음
개학을 하루 앞둔 날, 아이에게 학교에 가져갈 방학 숙제를 챙기게 하였다. 자유 숙제 중 부족한 과목의 문제 풀기가 있었는데 공책에 숙제를 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 않고 했다고 한 게 아닐까 싶어 빨리 공책을 찾아오라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전에 몇 번 문제지를 풀지 않고도 물어보면 했다고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숙제를 안 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아이는 끝까지 했다고 말했지만 공책은 없고 숙제는 내일 가져가야 했기에 다른 곳에 밤늦게까지 문제 풀이를 하게 시켰다. 개학을 앞둔 소동은 그렇게 끝났고,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른...
입력:2019-08-28 04:10:01
[한마당-라동철] 노재헌씨의 5·18묘지 참배
초겨울 비가 대지를 적시던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유대인 추모비 앞에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브란트 총리는 두 눈을 감고 손을 마주잡은 채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온몸으로 사죄했다.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를 얘기할 때 거론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당시 서독에서는 ‘과도한 굴욕 외교’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브란트의 사죄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담한 시선을 녹이는 촉매가 됐다. 최근 폴란드와 그리스가 전후 배상 문제를 다시 거론해 파열음을 내고 있지만 ...
입력:2019-08-28 04:05:01
[뉴스룸에서-장지영] 혐한에서 치한으로
오랫동안 친분이 있던 일본인 지인이 지난해 페이스북에 이상한 기사를 링크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공사 부실로 건물이 기울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지인은 이 글을 링크한 뒤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 호텔이었는데 안타깝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일본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을 검색해보니 한국 회사가 엉망으로 공사하는 바람에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붕괴하고 있다는 글들이 넘쳐났다. 일부 글은 기사체 형식으로 쓰여 있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설계부터 건물이 최대 52도 기울어진 형태로 최첨...
입력:2019-08-28 04:05:01
[길 위에서] ‘킬링필드’ 후유증 치유한 IJM
1970년대 공산혁명으로 발생했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인구 96%를 차지하던 불교신자들은 ‘업보’ 때문이라며 대학살을 숙명으로 여겼다. 90년대 초반에 내전은 끝났지만, 킬링필드의 후유증은 깊었다. 사람들은 살길이 막막했다. 생존을 위해 내몰린 곳은 성매매업소였다. 특히 아동 성매매 피해가 심각했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 가운데 희망의 빛을 비춘 것은 소수의 크리스천이었다. 기독교 인권단체인 국제정의선교회(IJM)는 2003년부터 13년간 캄보디아 성매매 실태를 조사했다. ...
입력:2019-08-28 00:05:01
[한마당-태원준] 입진보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전성기에 ‘입스타’란 인터넷 용어가 등장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입으로 한다는 뜻이었다. 게임의 전략과 전술을 다 꿰고 있는 듯이 말하지만 정작 PC방에 가면 번번이 참패하는 이들을 가리켰다. 반대로 두 손을 현란하게 움직여 고난도 기술을 해내는 사람은 ‘손스타’라고 했다. ‘입’이란 접두어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이에게 한방 먹일 때 아주 효과적이어서 다양한 용례를 낳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입진보’였다. 말로만 진보를 외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이 표현은 2010년대 초 정...
입력:2019-08-27 04:10:01
[돋을새김-이영미]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조국 딸의 입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좌우로는 분류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요즘 지형도를 드러내주는 질문이다. 50대와 20대 진보가 정반대 입장을 말하고, ‘박근혜 탄핵’의 촛불을 들었던 10대가 태극기를 든 60대 보수와 한편으로 묶이기도 한다. 자녀 입시를 겪은 사람과 아닌 시민이 느끼는 분노의 감도도 다르다. 이념의 잣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조국 국면이 불러일으킨 총천연색의 감정이다. 개인적으로는 ①일반고에 다니는 수험생 자녀를 둔 ②40대 맞벌이 엄마이자 ③포스트 386세대로 분류되는 ④24년차 직장인의 정체...
입력:2019-08-27 04:05:02
[뉴스룸에서-김준엽] 불매운동 성공의 전제조건
평소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던 한 지인에게서 다소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뒤져봐도 일본 만한 여행지가 없는 거 같다”는 이유에서다. 일본만큼 가깝고, 안전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4세 남자아이를 키우는 다른 지인은 “유니클로 불매운동을 하니 아이 옷을 사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아이 옷으로 유니클로만큼 저렴하게 사서 편하게 입힐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두 달 지나면서 동...
입력:2019-08-26 04:10:02
[김명호 칼럼] 조국, 386 정치권력 심판론을 부르다
2000년 총선부터 정치권력 독과점하고 있는 386 세대 조국의 불공정 행위가 386 본질에 대한 의문을 분출하는 계기 위선은 개혁 지지하는 젊은이들까지 돌아서게 만들 것 386 정치권력 능력·무능력 구분없이 너무 오래 상층부 차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는 386세대 심판론으로, 386세대 리더십 위기로 확산될 것이다. 장관으로 취임하든, 낙마하든 상관없다. 논란의 불씨는 이미 지펴졌다. 지난주말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 벌어진 촛불집회는 작지만 그동안 쌓여 왔던 20, 30대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불공정과 불평등, 흙수저로 표현되는 젊은세...
입력:2019-08-26 04:10:02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봉숭아 꽃물
문방구에 갔는데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제품이 보였다. 꽃과 잎을 절구에 넣고 빻는 복잡한 절차 없이 가루에 물을 섞어 30분 만에 간단히 꽃물을 들일 수 있는 제품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사 와서 손톱에 꽃물을 들여봤는데 그럭저럭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물이 들어버리는 봉숭아 꽃물은 왠지 아쉬웠다. 주황색 손톱을 보고 있자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매해 여름, 손자 손녀의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여주셨다. 어린 내게는 그것이 얼마나 고대하던 행사였는지 화단에 봉숭아꽃이 피면 가슴이 두근...
입력:2019-08-26 04:10:02
[가리사니-정건희] 부끄러워요
오랜만에 친구와 한잔 하기로 했다. 와이프 퇴근이 늦어서 밥 먹이고 영어교실에 데려다줘야 한다며 여섯 살짜리 아들 손을 잡고 나타났다. 갓난쟁이 때부터 본 녀석이 벌써 커서 제법 우당탕탕 달리기도 하고, 아빠랑 농담 따먹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내 아들도 아닌데 퍽 대견스러웠다. “삼촌 기억나?” “아니요.” “저기 옆 테이블에 아기 보이지? 네가 저만 할 때 우리 자주 봤었어.” “진짜요?” “그럼. 그땐 저 아줌마, 아저씨처럼 엄마, 아빠도 ○○이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랬어.” “에이, 부끄러워요.&rdquo...
입력:2019-08-26 04:10:02
[한마당-김용백] 북극곰이 전하는 메시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온난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요트로 대서양 횡단을 시작한 지 12일째다. 툰베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해안도시 플리머스에서 미국 뉴욕을 향해 개조한 경주용 요트로 2주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다음 달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을 유엔이 요청해서다.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고 요트의 동력원을 태양광 발전 등으로 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중 한 명인 16세 소녀 툰베리는 자폐증과 유사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각국 청소년들의 &l...
입력:2019-08-26 04:05:01
[한반도포커스-이남주] 한·일 갈등과 한·미 동맹
문재인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이 여러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이 결정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주요 쟁점이 됐다. 미국 정부는 처음에는 한·일이 이견 해소를 위해 신속히 협력하기 바란다는 중립적 반응을 내놓았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문재인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한·일 갈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한·미 동맹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가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우리가 일본에게서 ...
입력:2019-08-26 04:00:02
[한마당-이흥우] 대한민국 여권 파워
몇 해 전만 해도 서울 세종대로 주한 미국대사관 주변은 사람들로 겹겹이 포위되곤 했다.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인터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다. 이런 광경은 2008년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허용하면서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이 프로그램 시행으로 비자 수수료 등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한국인이라면 웬만한 나라는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라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다. 영국의 헨리앤드파트너스와 캐나다의 아톤캐피털은 매년 세계 각국의 여권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데 올해 대한민국 여권 파워...
입력:2019-08-24 04:10:01
[빛과 소금-노희경] 내 아이를 위한 기도문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내내 잊히지 않는다. 재취업에 성공했고 새 아파트로 이사까지 하며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친구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단다. 아들이 다른 반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아 다쳤으니 빨리 학교로 오라는 거였다. 한달음에 간 학교에서 마주한 아들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온통 멍투성이였고 팔이며 손엔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역력했다. 몇 대를 맞았는지조차 모른...
입력:2019-08-24 04: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안녕, 여름. 안녕
여름이 끝물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바람이 분다. 지구 온난화 탓일지, 극적인 소식들이 사회를 쓸고 가서인지, 아니면 나도 점점 나이를 들어가고 있어서인지. 어느 계절이나 그 물러감과 다음 계절의 다가옴이 생경하지만, 유독 이번 여름은 그 퇴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대다수 실내에서 일하면서도 병원, 학교와 센터를 오가는 중에 몇 번이나 더위를 먹었던 비루한 체력인 주제에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쉽다고 하려니 참 계면쩍다. 그것도 그 이유 중 큰 부분이 음식 때문이라니. 해가 어스름 기울면 시장 골목은 거의 인적이 없다. 오래된 철제 셔터가 내려진 가...
입력:2019-08-23 04:10:01
[한마당-신종수] 분노한 학생들의 촛불집회
촛불집회는 아무나 할 수 있다. 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했다. 그럼에도 촛불집회는 진보의 전유물처럼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보수세력이 촛불을 들면 어딘지 모르게 안 어울린다. 그래서 태극기집회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봐도 촛불집회는 주로 진보 성향이었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과 새문안교회 등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92년에는 PC통신 유저들이 유료화에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규모 집회에 그쳤던 촛불집회가 처음 전국 규모로 확산된 것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입력:2019-08-23 04:10:01
[세상만사-김나래] 국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몰랐을 거다. 사람들이 그가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최순실과 자신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비난할 줄은. 평생 살면서 나쁜 마음 품은 적 없고, 대놓고 법을 어긴 적도 없었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법적 문제가 있는 것과 무리한 추측성 의혹 제기가 마구 섞여 있는 게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의 ‘아니면 말고’식 문제 제기에서 조 후보자 일가에 다소 폭력적인 행태도 보인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의 잘못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한 마디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죄’라 말하고 싶다. ‘...
입력:2019-08-23 04:05:01
[혜윰노트-홍인혜] 물의 품에서
운동을 싫어한다. 육체는 고즈넉이 두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한다. 수평적 삶을 추구해서 주로 누워 있곤 한다. 그 탓인지 차곡차곡 나이를 먹으며 건강검진 결과지가 날로 빼곡해지고, 탐정도 아닌데 추적해야 할 이상 징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가 깨닫고 말았다. 더 이상 운동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무치는 위기감에 여름이 시작될 무렵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날씨에도 어울리고 물놀이라면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나의 수영 실력은 20여 년 전에 배운 자유영에 멈춰 있었다. 물에 빠져 죽을 정도는 아니...
입력:2019-08-23 04:05:01
[신종수 칼럼] 문 대통령, 지지율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지지율 유지 자체가 목적 아니라면 써 먹어야… 지금이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기회 국익 위해 지지층 좋아하는 정책만 시행말고 반대하는 정책도 펴 중도 지지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뭔지 모르지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지율을 조작했다거나 특수한 기법을 동원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야당이 조사하는 대통령 지지율도 비슷한 추세로 나온다. 다만 정권 차원에서 지지율에 노심초사하면서 국정 운영의 초점을 지지율에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지율은 중요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정 동력도 떨어진다. 야당...
입력:2019-08-21 04:05:02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남아 있는 나날을 어떻게 보낼까
얼마 전 친구들과 노후에 어떻게 지낼까 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노후에 대한 꿈도 다양했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공유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을 독립시킨 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한두 달씩 머물고 싶은 게 꿈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조용히 애완견을 키우며 지내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지내고 싶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들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지만 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지내왔다. 영원히 청춘으로 살겠다는 바람이라기보다 노...
입력:2019-08-21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