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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칼럼] 조국, 386 정치권력 심판론을 부르다



2000년 총선부터 정치권력 독과점하고 있는 386 세대
조국의 불공정 행위가 386 본질에 대한 의문을 분출하는 계기
위선은 개혁 지지하는 젊은이들까지 돌아서게 만들 것
386 정치권력 능력·무능력 구분없이 너무 오래 상층부 차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는 386세대 심판론으로, 386세대 리더십 위기로 확산될 것이다. 장관으로 취임하든, 낙마하든 상관없다. 논란의 불씨는 이미 지펴졌다. 지난주말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 벌어진 촛불집회는 작지만 그동안 쌓여 왔던 20, 30대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불공정과 불평등, 흙수저로 표현되는 젊은세대의 불만은 계층 상승이나 권력 획득, 부의 축적을 위해 기성세대가 당연시했던 행위에 대한 혐오다. 이들에게 기성세대는 바로 윗세대이자 정치·경제에서 20년 장기 집권하고 있는 386이다. 386은 대학 때부터 민주화 투쟁을 시작해 결국 절차적 민주화 시대를 이뤄낸 크나큰 공로가 있다. 그 과정에서의 희생과 업적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흠결이 면제되는 것도 안 된다.

2000년 총선부터 386은 대거 정치권에 진입했다. 대학에서, 졸업 후 시민사회에서 갈고 닦은 강력한 연대 의식과 네트워킹으로 그들은 정치와 시장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점에 이르렀다. 문재인정부 절반이 넘는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의 비율이 이를 말해준다. 2016년 총선에서 50대가 된 386은 524명이 입후보해 산업화 세대를 밀어내고 역사상 가장 높은 점유율(48%)을 보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2010년대 들어 바로 밑 세대(40대)의 입후보자 점유율은 386이 40대였던 2004, 2008년 총선보다 10~18%포인트나 낮다. 지금 정치판에서 30대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불평등 세대’ 이철승).

계층 상승 사다리를 차버리고, 다음 사람들 못 건너게 타고온 뗏목 부숴버렸다는 분노가 나올 만하다. 조국과 가족의 의혹은 대한민국 젊은세대의 그런 불만, 즉 불공정과 불평등의 감정을 깊숙이 찔렀다. 조국은 이번 정권 들어 386 정치권력의 대표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 그가 교수 시절부터 그것을 지향했는지,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늘 ‘옳은 소리만 해온 덕’이다. 그런데 언행불일치, 각종 의혹과 드러난 행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이다. 내가 정의를 구현하는 숭고한 행위를 하는데 이 정도 흠결(흠결 자체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쯤은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온갖 의혹에는 근거 없는 것과 해명 가능한 것, 합리적 의심이 가는 것과 수사 대상이 되는 것들이 뒤범벅돼 있다. 조국은 위법이 아니라고 했지만, 젊은세대는 그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올바른 얘기만 했던 당신은 공정한가, 아버지의 지위와 부가 있으면 자식은 그것을 최대한 편법 활용하는 게 당연한가, 그럼 그렇지 못한 대부분 젊은이들은 하류층에 머물러야 하나, 최소한 그런 입바른 소리만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걸 묻는 것이다. 그래서 조국 사태는 386의 독과점 권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분출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불공정, 불평등을 넘어 386 정치권력 전체의 위선 시비로까지 비화할 수도 있다. 그만큼 여론은 좋지 못하다.

여권의 대응 방식은 복장 터지게 만든다. 핵심 인사들(주로 386들이다)은 의혹 제기를 개혁에 발목 잡으려는 기득권 보수세력이 작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보수 야당 입장에서는 호재가 생겼고, 그런 공격은 권력이 정치공학 측면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여권이 야당 시절 늘 하던 행위이기도 하다. 여권의 주장은 사냥꾼 피한다고 꿩이 머리 처박는 꼴이다.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개인 조국과 주변의 불공정 행위에 화가 난 중도층을 적대시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하는 것이고, 조국 개인의 일을 정권 전체의 허물로 바꿔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다. 내 의견과 다르면 친일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진영논리밖에 내놓을 게 없다면, 사실상 대책이 없는 거다. 대책이 없다는 건 합리적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불공정엔 분노하지만 정권의 개혁 작업에 지지를 보내는 이들까지도 386 정치권력의 본질을 의심케 만든다. 세밀히 들여다보면 조국 보호 의견은 여권 내에서 적은 듯하다. 같은 편에 대한 예의로, 여권 핵심부를 향한 기록용으로 한마디 해주는 정도인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엔 관심이 없어졌다. 검찰 개혁이라는 또렷한 목적으로 지명됐으나, 임명돼도 권위와 리더십과 명분을 확보하지 못해 그 목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마 개혁 동력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 한 사람이 장관이 못 돼서 검찰 개혁이 안 된다는 것도 이 정권의 인재풀을 보는 것 같아 헛웃음만 나온다.

조국 사태는 젊은세대가 386 정치권력에게 당신들은 뭘 했으며, 왜 권력을 독과점하며, 과거 불공정·불평등에서 나아진 게 뭐냐고 묻는다. 세대 갈등, 세대 전쟁은 대응 능력에 따라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386의 옥석, 능력과 무능력을 구분해야 할 때가 많이 지나긴 했다. 그래도 총선은 또 다가온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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