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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전슬기] 재정 강박증에서 벗어나는 법
지난달 공개된 문재인정부의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 6조7000억원은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나랏빚을 40% 육박하게 늘렸다는 ‘빚내기 추경’과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미니 추경’ 평가가 동시에 쏟아졌다. 그러나 언뜻 생각해보면 두 평가는 공존할 수 없다. 지출은 늘리되 ‘빚’은 지지 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수중에 돈이 많으면 된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수입은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결국 ‘돈은 없고, 빚은 늘리면 안되고, 지출은 최대한 늘려야 한다’라는 불가능한 숙제가 남...
입력:2019-05-06 04:10:01
[한마당-태원준] 1000만 영화의 공식?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합류하면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4편이 됐다. 2003년 ‘실미도’가 테이프를 끊은 뒤 16년이 흘렀으니 1년에 1.5편꼴로 대박이 났다. 해마다 1000만 영화가 나왔던 것은 아니다. 2007·2008년과 2010·2011년은 한 편도 없었던 반면 2014년에는 네 편(겨울왕국·인터스텔라·명량·국제시장)이나 배출됐다. 전자의 두 시기는 공교롭게 경제위기 상황과 겹치는데, 세월호 참사로 침체됐던 해에 최다 1000만 영화가 나온 걸 보면 사회경제 요인과 대박 흥행의 상관관계는 크...
입력:2019-05-07 04:10:01
[돋을새김-남도영] AI가 국회의원 대체한다면
‘로바마(ROBAMA)’라는 인공지능(AI) 프로젝트가 있다. ROBAMA는 로봇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이름의 합성어인데,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종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AI 분야의 권위자인 벤 괴르첼 싱귤래리티넷 대표 겸 핸슨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주도하고 있다.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괴르첼 대표는 “바둑이나 체스 등 한 분야에서 뛰어난 AI를 넘어 인간과 동일한 능력을 보이는 AGI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
입력:2019-05-07 04:05:01
[뉴스룸에서-김준엽] 얼리 어댑터와 베타 테스터
5G 상용화 한 달이 지났다. 속도는 LTE보다 별로 빠르지도 않고, 딱히 도드라지는 5G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가입자는 26만명을 넘어섰다. LTE 때와 비교해 가입자 증가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이는 이동통신사의 5G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려는 ‘얼리 어댑터’가 많다는 의미다. 얼리 어댑터는 남들보다 빨리 신제품을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5G 서비스 초기 불만에 대해 이통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망 구축 속도와 서비스 품질이 정비례하기 때문에 시...
입력:2019-05-06 04:15:02
[김명호 칼럼] 한국당 전략은 틀렸다
낡은 투쟁 방식으로는 여권을 이길 수도, 확장성도 없어 현 정권 지지했다 돌아선 중도보수가 이런 야당에 다시 시선 주지 않는다. 이들 지지 없이는 보수 재건이 불가능 ‘지키려고 바꾼다’는 보수주의 신조, 한국당엔 왜 없는가 선거제 등 신속처리안건 지정과 좌파 독재에 항의하며 머리를 미는 의원들의 모습은 사뭇 엄숙했다. 삭발,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권력에 대한 저항의 표시이고, 약자가 더 이상 뭘 할 수 없을 때 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비장함과 결기를 보여주려는 것이니, 지지자는 물론 방관·반대하는 이들도 그렇게 ...
입력:2019-05-06 04: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반나절의 말동무
지난여름, 나는 엄마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당시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다. 일하다가 앞으로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허리골절이라니. 뼈가 약해진 상태였던 모양이다. 8인용 병실에 들어서자 한쪽 구석에 놓인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가 고개만 든 채로 나를 불렀다. “엄마 여기 있어!” 엄마는 허리에 복대를 두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낙천적인 사람도 병 앞에서는 별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세 시간을 넘어가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너...
입력:2019-05-06 04:10:01
[한마당-김용백] 공기 속 플라스틱
신록과 햇빛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5월 나들이철이다. 미세먼지 상태가 좋지 않아도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나선 다양한 행사에는 인파가 넘친다. 쓰레기 문제와 본격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미세먼지와 함께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쓰레기는 골칫거리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동식물을 거쳐 인체에 유입된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공기의 질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해졌다. 공기 속에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미세플...
입력:2019-05-06 04:05:01
[한마당-염성덕] 트럼프의 탐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방한 ‘미국 우선주의’를 일종의 레토릭으로 봤던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복잡다기하게 얽혀 있으며 나라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협상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했다. 대개 국가 간 협상에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고 패전 책임을 준엄하게 묻는 자리가 아니면 당사국끼리 이견을 조율한다. 트럼프는 이런 관례를 과감하게 걷어찼다.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G2도 아니고 G1인 미국이 힘으로 전 세계를 쥐락펴락했다...
입력:2019-05-04 04:10:02
[빛과 소금-전정희] 심령의 성전은 태울 수 없다
2013년 7월 29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서로 손잡고 기도하던 네 분의 목사님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성전 2층 철골조가 세워졌고 이것에 감사해 통성 기도하던 분들이었습니다. 그해 10월 이 성전은 ‘설악산교회’ ‘설악산선교수양관’이라는 이름으로 헌당됐습니다. 그때 그 목사님들은 “북한 복음화의 불길이 이곳에서 시작돼 위쪽으로 타올라 북한 땅이 1907년 평양대부흥회처럼 재현되기를 바란다”라고 소원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성전에서는 탈북자 집회 등 성령의 불길로 타올랐습니다. 그 ...
입력:2019-05-04 04:05:01
[살며 사랑하며-최주혜] 작은 물결
어릴 적 생일보다 더 기다리던 날이 어린이날이었다. 이날만은 좀 까불어도 혼나지 않을 수 있는 면책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 추억이 되었지만 어린이날 즈음에 설레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소파 방정환 선생(1899~1931)은 어린이날과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다. 선생은 평생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헌신했던 아동 운동의 선구자였다. “오늘은 우리를 위한 날이에요. 어린이날 선언문을 읽어 보세요!”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방정환 선생이 만든 ‘어린이 선언문’...
입력:2019-05-03 04:10:01
[한마당-배병우] 길 잃은 한국은행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13일 ‘간섭의 날(Interference Day)’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의 독립성이 위험에 처한 현상을 머리기사로 다루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 이론이 현실에 적용돼 가장 큰 성과를 이룬 사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대’라면서 이를 통해 인기를 노린 권력자들의 자의적 금리 조정이 차단돼 인플레이션의 뿌리가 뽑혔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포퓰리즘과 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이러한 성공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공격은 집요하다. ...
입력:2019-05-03 04:05:01
[한마당-라동철] 남북 이산가족 상봉
피붙이가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오랜 세월 만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그리울까. 생사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용케 알았다 해도 만남을 기약할 수 없다면, 헤어진 세월이 60년을 훌쩍 넘겨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맺힌 그 한을 무엇으로 다 표현하랴. 남북 분단의 희생양인 이산가족들의 얘기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거나 정치적 필요 등으로 잠시 문이 열리기도 했지만 행운을 잡은 이들은 소수였다. 1985년 9월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분단 이후 첫 상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1차례 행사를 통해 남과 북의 가족을 만난 이들은 4200여 ...
입력:2019-05-02 04:05:01
[샛강에서-정진영] 목사님의 굿 샷
완연한 봄, 골퍼가 반기는 계절이다. ‘4·19부터 10·26까지’라는 대표적인 골프 유언(流言)이 있다. 4월 19일부터 10월 26일까지가 1년 중 골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란 뜻이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빗대 골프 성수기를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 명구(名句)로 회자되고 있다. 2017년 한 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이 3600만명을 넘는 등 골프가 더 이상 호화사치의 주범격으로 비난받을 단계는 지났다.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대중화됐다고 하기엔 무리나 골프를 친다는 것...
입력:2019-05-02 04:05:01
[너섬情談-황교익] “노가리 노가리 원츄”
서울 을지로 노가리 생맥줏집의 임대차 문제로 언론이 온통 노가리로 도배되고 있다. 원래 노가리의 언론이 노가리를 다루니 나도 덩달아 노가리를 까고 싶어졌다. 노가리를 까는 술자리에 노가리는 필수이다. 일단은, 노가리의 어원에 대해 노가리를 풀어야 한다. 명태가 워낙 알을 많이 낳아 ‘씨앗을 마구 흩어 뿌리는 일’을 뜻하는 노가리가 새끼 명태에 붙었다는 노가리 정도는 기본이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일을 두고 ‘노가리 깐다’고 하는 것도 ‘씨앗을 마구 흩어 뿌리는 일’과 비슷하여서 그런 말이 만들어졌다는 노가리가 으레 ...
입력:2019-05-01 04:10:01
[한마당-전정희] 투쟁과 수치
폭력에 맞서는 행위가 투쟁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싸움으로 소수자나 약자의 최후의 방편이다. 언어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폭력을 제거하고자 법을 제정하는데 이것이 정화된 폭력, 즉 권력이라고 했다. 경찰은 사회구성원에, 군대는 다른 공동체에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든 정의의 폭력 메커니즘이다. 감옥도 비슷하다. 권력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사회공동체 개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제강점, 공산 및 군사정권의 독재는 개개인이 동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개개인은 폭력에 대항하고자 배수의 진을 치는 투쟁이 필요했다. 보복 폭력의 투쟁, 거역하는 저항 등으로 맞...
입력:2019-05-01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귀를 기울여보면
얼마 전 모임에 나갔다가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구조할 사람들이 출동했지만 누구도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건넨 말이 뛰어내리려는 분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그 말은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라는 질문이었다. 뛰어내리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했지만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는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힘들 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의 절망감은 사람을 외롭...
입력:2019-05-01 04:05:01
[청사초롱-박상익] 反日보다 克日이다
일본의 새 연호가 ‘레이와(令和)’로 결정됐다. 일본 역사상 최초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을 전거로 한 연호라고 한다. 기사가 뜨자 한 네티즌은 일본 가나(假名)를 조롱하면서 ‘고유 문자도 없어서 중국 것이나 모방하는 못난 것들’이라는 댓글을 올렸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과 일본 문자에 대한 경멸이 짙게 배어있다. 그러나 생각해볼 점이 있다. 한글은 세종 치세인 1446년에 공표되었고, 일본의 가나는 8, 9세기쯤 처음 등장했다. 한글은 일본의 가나보다는 600년 뒤에, 서양어 알파벳보다는 2200년 뒤에, 당대 최고 언어학자들이 ...
입력:2019-05-01 04:05:01
[신종수 칼럼] ‘솔로몬 재판 친모’의 심정으로…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장사꾼 행태 주한미군,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 안보 위해 매우 중요 최대한 반박하고 설득하되 동맹에 가치를 두고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년에 또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우리가 부유한 나라를 지켜주려고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쓰고 있다”며 “그런데 그 나라는 5억 달러(5800억원)를 쓴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내가 전화해서 따졌다. 그 전화 한 통화에 (그 나라가) 5억 달러를 더 주기로 했다”면서 “내년에는 또 전화해서 ...
입력:2019-05-01 04:05:01
[박형준 칼럼] 로스트트랙이 될 패스트트랙
지금의 패스트트랙 사태는 국민이 시급하게 보지 않는데 정권이 제기한 의제란 점에서 2004년 4대 입법 논란과 흡사 4대 입법 논란이 당시 정권에 소득 대신 타격을 안겼듯이 패스트트랙도 궤도를 이탈할 운명적 한계를 안고 있다 러시아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역사는 사람들을 벌하지 않는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람들을 벌할 뿐이다. 2004년으로 필름을 돌려보자. 탄핵 역풍에 힘입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노무현 정권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4대 악법이라 규정하고 치열하게 싸웠다. 2004년 정국은 이 정...
입력:2019-04-30 04:10:01
[한마당-김용백] 동물권 인식의 변화
구조된 동물들을 지속적으로 안락사시킨 한 동물구호단체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을 모양이다. 동물보호를 표방했지만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 등이 문제가 된 건 아이러니하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제 한국 사회도 동물에 무관심하거나 동물 관련 범죄를 가벼이 보지 않게 됐다는 방증이다. 동물권은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이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도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의 2019년도 전국민속소싸움대회 예산 삭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입력:2019-04-30 04:10:01
[돋을새김-한승주] ‘마약 대중화’에 대처하는 법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올해 초 개봉한 한국 영화 ‘극한직업’ 하면 떠오르는 대사다. 마약을 소재로 했지만 이 대사처럼 재기발랄한 코미디 영화에 무거움 따윈 없다. 영화에서 사람들은 통닭을 배달시켜 소금만 가져가고 정작 닭은 버린다. 소금으로 위장한 마약. 치킨을 주문하듯 마약이 일상에 퍼져 있다. 무려 1626만명(역대 한국 영화 최다 관객 수 2위)이 영화를 키득거리며 볼 때만 해도 몰랐다. 불과 두세 달 후 우리 앞에 펼쳐질 리얼한 마약의 세계를. 시작은 빅뱅의 멤버 승리였다. 승리가 공동...
입력:2019-04-30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