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버킷리스트
올봄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마침 봄꽃들이 화사한 색을 뽐내며 피어 봄날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창밖 풍경을 감탄하며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저 밖의 풍경은 변함없이 이어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근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니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일이 구체적으로 와 닿을 때가 많다. 평소에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살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다. 문화적으로도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을 금기시한다. 인간...
입력:2019-10-09 04:10:01
[한마당-이흥우] 가을태풍
사라. 예쁜 이름이다. 그러나 한국인에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름이다. 1959년 추석 새벽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사라는 경상도를 초토화시켰다. 사라의 공격으로 849명의 사망·실종자와 37만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도 엄청났다. 사라는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태풍이다. 2002년엔 루사가 괴롭혔다. 루사는 순간 최대풍속 39.7m/s, 중심 최저기압 970hPa로 사라(순간 최대풍속 85m/s·중심 최저기압 952hPa)에 비해 세기는 약했지만 246명의 인명 피해와 역대 가장 큰 5조100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듬해엔 ...
입력:2019-10-09 04:10:01
[길 위에서] 어느 신학생의 자퇴서
마음이 아팠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 군목 파송을 앞두고 있던 젊은이가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보았다. 이 청년 전도사는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104차 총회에서 목사고시 최종 불합격이 확정됐다. 내년에 다시 면접을 볼 수 있지만 그는 “주일 전날마다 칼로 난도질당하는 꿈을 꾼다”고 고통을 토로하며 자퇴서를 냈다고 했다. 총회에서는 이 청년 전도사를 포함한 2명의 목사고시 최종 면접자의 합격 여부가 논의됐다. 4일의 총회 기간에 세 차례나 토론이 됐다. 그때...
입력:2019-10-09 00:05:01
[한마당-박정태] 캠핑클럽과 광장정치
우연히 종합편성채널 JTBC의 ‘캠핑클럽’을 보게 됐다. 1998년 데뷔한 원조 걸그룹 핑클(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14년간의 휴지기 동안 각자 활동했던 멤버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특별한 캠핑카를 직접 몰고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담긴 관찰 예능이다. 지난달 22일 방영된 10회분을 며칠 뒤 재방송으로 접했다. 팬들과 재회한 핑클의 이벤트 무대가 꾸며진 캠핑장 곳곳을 카메라가 다양한 앵글로 비춘다. 그런데 웬걸, 눈에 들어온 캠핑장이 무척 낯이 익었다. 울창한 나무와 푸르른 잔디밭이 어우러진 풍경이 ...
입력:2019-10-08 04:10:01
[한마당-배병우] 트럼프 불황
민주당이 탄핵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균적으로 40% 초반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상황 덕분이다. 갤럽의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경제 분야 지지율은 50%대로 30~40%대인 경제 이외 내정과 대외 문제 지지율을 능가한다. 그의 연설 단골 메뉴는 ‘유례없는’ 경제 호황에 대한 자화자찬이다. 미국의 최장기 호황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막대한 양적완화와 금융 개혁에 힘입은 바 크다. 트럼프 집권 후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 조치와 규제 폐지도 호황 연장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
입력:2019-10-07 04: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상인들의 가을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가게 앞에 널어놓은 커피찌꺼기 냄새가 기분 좋게 번졌다. 필요한 분 가져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고 행인들이 모여들어 커피찌꺼기를 옆에 놓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고 있었다. 그걸 어디에 쓰느냐고 묻자 한 할머니가 이걸 냉장고에 넣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내 것도 한 통 담아 손에 들려주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카페 주인이 말했다. “뜨거운 걸로 드릴까요? 찬 걸로 드릴까요? 이번 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주문이 더 많이 들어...
입력:2019-10-07 04:10:01
[가리사니-정현수] 왜 조국이어야 하는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사모펀드와 자녀 논문·인턴십 의혹 등 지금까지 제기된 논란만으로도 조국 법무부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조 장관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의혹만 있을 뿐 확정된 범죄는 없다”고 항변하지만, 그동안 의혹과 논란만으로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이 숱하다. 그동안 장관 자격을 따질 때 후보자의 범법 여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도덕성과 전문성도 함께 고려돼 왔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조 장관은 자격 미달이라는 생각을 아직 떨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
입력:2019-10-07 04:10:01
[김명호 칼럼] 저급한 자들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조국 사태로 인해 결과적으로 검찰 개혁이 의제화되고 진보 엘리트의 위선이 드러난 것은 공동체 발전 위한 긍정적 성과 역사에 지름길은 있어도 생략은 없어… 무능·증오의 정치판에서도 배울 것 찾으면 저급한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것 증오와 분노의 지난 한 주였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머릿수 싸움은 마치 원시 부족 간 패싸움의 전야제를 보는 것 같다. 정치의 갈등 조정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국정운영이 망가지니, 이 상태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여야의 교묘한 정치행위가 작동했다. 청와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이 없고, 여의도 정...
입력:2019-10-07 04:05:01
[빛과 소금-노희경] 가을엔 화평케 하소서
“지금 한반도를 영적 지도로 그려보면 울분 덩어리입니다. 반목은 깊어가고 분노는 쌓여가고, 여기저기서 싸움을 걸어옵니다. 불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그리스도인은 ‘피스메이커’(평화를 만드는 사람)가 되어야 합니다. 평화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하나님은 평화를 이미 우리에게 주셨는데, 지금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피스메이커로 역할을 감당해주길 원하십니다. 내 안에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이 평화가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그 ‘사건’을 경험하기를 바랍니다.&rdquo...
입력:2019-10-05 04:10:01
[한마당-신종수] SLBM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와 함께 3대 전략무기로 불린다.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여 탄도미사일을 쏘기 때문에 탐지와 추적, 요격이 어렵다. ‘보이지 않는 핵주먹’으로 불리는 SLBM은 유사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게임 체인저다. 바닷속에서 겨우 재래식 탄도미사일 몇 발을 쏘려고 SLBM을 개발하지 않는다. 당연히 핵 공격을 전제로 한다. 현재 SLBM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북한이 최근 SLBM &ls...
입력:2019-10-05 04:05:02
[한마당-이흥우] 사이영賞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사는 100년이 훨씬 넘는다. 최초의 프로 구단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이 창단된 1869년을 메이저리그의 시작으로 보니 올해로 1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역사만큼 야구사에 남을 불멸의 기록 또한 많다. 그 하나가 108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덴튼 트루 영의 최다승 기록이다. 그는 1890년부터 1911년 은퇴할 때까지 22년간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면서 총 511승을 거뒀다. 2위와 94승이나 차이나는 압도적 1위다. 그의 공이 어찌나 빠른지 태풍(cyclone) 같다 하여 ‘사이(Cy) 영’이란 애칭을 얻었다. 기록은 놀랍다. 14시즌 연속 20승 이...
입력:2019-10-04 04:10:01
[혜윰노트-마강래] 젊은 인재들의 공간적 부익부빈익빈 효과
최근 영남지역의 한 사립대학이 수도권 소재 A대학에 학교를 통째로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A대학이 이런 제안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지방 대학도 비슷한 의사를 타진한 적이 있다고 한다. 두 대학 모두 의대가 있지만, 최근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A대학은 고심 끝에 두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지방 대학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 대학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출산율 하락에 따른 학령인구(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교육인구) 절벽 현상이 거론되고 있다. 2010년엔 고교 학령인구(15~17세)가 200만명 정도였다. ...
입력:2019-10-04 04: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하루하루의 꽃
두 손으로 들기조차 버거운 많은 꽃다발을 받았다. 간신히 집에 도착해서 식탁 위에 우르르 내려놓으니 이 많은 것을 어쩐다 싶다. 재주는 없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겠어서, 잠시 고심하다 겹겹이 쌓인 포장을 풀고 화병으로 쓸 만한 빈병들을 모아 정리를 시작했다. 어느새 엄청나게 쌓인 색색의 포장지와 리본에, 이 고운 것들을 한 번만 쓰고 버리다니 얼마나 낭비인가 싶어 잠시 기분이 불편해졌다. 예쁜 원래 모습 그대로 자연에 두었다면 더 좋았을 꽃들을 꺾어 이리 장식하는 것 또한 우리네 불필요한 욕심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자 서투른 손은 더 미적거려졌다. ...
입력:2019-10-04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친절에 대하여
낯선 도시에서 경험한 친절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20대 후반에 유럽의 작은 도시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1층은 작은 술집이었고, 2층은 기숙사형 숙소인 곳에 묵게 되었다. 그날 밤 일행 중 한 명이 우연히 아는 선배를 만나게 되어서 1층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자정쯤 끝내고 숙소로 올라가서 자려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적은 종이를 방에 두고 나와서 누를 수가 없었다. 가게 바깥으로 나가서 창문 밑에서 일행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리 불러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난감해졌다. 남은 두 명과 함께 ...
입력:2019-10-02 04:10:02
[뉴스룸에서-장지영] 도밍고와 오페라의 위기
최근 세계 공연예술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오페라계 슈퍼스타 플라시도 도밍고(78)를 둘러싼 ‘미투 고발’ 파문이다. AP통신이 지난 8월 12일 피해자 9명에 대한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도밍고의 콘서트를 바로 취소했다. 그리고 도밍고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LA오페라는 “외부 인력을 고용해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도밍고의 공연을 그대로 ...
입력:2019-10-02 04:05:01